-
-
스플라이스 - Splic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었고, 봤다.
보고 난 다음에 '내가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어했을까?' 생각해보았다.
나는 인간과 다른 생명체, 그것도 인간이 직접 '만들어낸' 생명체가 어떻게 살 것인지, 미래에는 어떤
조합이 가능할지에 대해 '눈으로' 보고 싶었다. 게다가 신문에서 이 감독이 과학자들에게 시나리오 검토를
받았는데 "충분히 현실가능성이 있다"라고 해서 더 보고 싶어졌었다.
우선, 모든 종들의 특성에서 알맞은 걸 골라내 인간의 유전자와 결합한 점이 놀라웠다. 이렇게 탄생한 '드렌'의
성장과정을 영상으로( 비록 상상의 결과물이라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 '드렌'과 같은 신생명체가 탄생할 경우 인간은 그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드렌을 만든 여자과학자인 엘사는 드렌을 딸처럼, 인간처럼 대한다. 반면, 남자과학자인 클리브는 드렌을 '실험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드렌과 엘사/클리브의 대결구도로 그들은 드렌을 '괴물'로 취급하게
되기에 이르지만 말이다.
어떤 이야기를 다 하더라도 아마 이 영화에서 가장 논란 거리가 되는 부분은 '드렌과 클리브/엘사와의 성교'일 것이다.
영화가 다 끝난뒤, 어떤 사람은 '더럽다' '막장이다' '쓰레기다' '불쾌하다'라고 했다. 나도 이 부분에 대해선 어느정도는
공감하지만, 그게 이 영화가 평가받아야 할 단 한가지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클리브와 드렌이 갑자기 사랑(?)을 나
누게 되는 이유는 클리브가 말했듯 '모르겠다' 엘사의 유전자가 드렌에게 섞여 있어서인지 아니면 클리브가 갑자기 드
렌에게 끌렸는지 말이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 엘사는 드렌에게 절대적으로 잘해주었지만, 이제 엘사와 클리브는 자신들
이 이미 정해진 선을 넘었다며 드렌을 처치하려 한다.
영화 후반부에 드렌은 여성이 아닌, 남성 생명체로 바뀌었고 인간과 싸우는 중간에 엘사를 강간한다. 난 처음에 드렌
이 클리브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남성 생명체로 바뀌고 난 뒤에는 여성인 엘사를 강간하는 것을 보고 그게 어쩌
면 '좋아하는 감정'일 수도 있지만, 그저 종족 번식을 하거나 아니면 어렸을 때 보았던 엘사와 클리브의 성관계 장면을
보고 자기도 해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인간의 호기심상 이런 결합이 아예 불가능할 거라 보지 않는
다.
뭐 이런점을 감안하더라도 인간과 다른 종의 육체적 결합은 충격적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그 '드렌'이라는
생명체에 있을까 싶다. 드렌에게 그런 것이 '가능하다'라고 알려준 것이 더 위험한 게 아닐까 싶다. 영화에서 드렌은 인간
처럼 길러지고, 영어를 배우며, 옷을 입는다. 그 점과 드렌의 외모를 인간과 유사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
는 것 같다. 드렌이 예뻐지고 싶어했던 것처럼, 드렌은 자신이 인간인지 제3의 생명체인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몰
랐던 것 같다. 과학자들 또한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이런 고민은, 예전의 A.I.라는 영화에서도 하게 했던 것 같은데, 이 영
화는 더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든 것 같다. 또한, 일단 생명체가 창조했다면 그 생명체에 대한 생명권이 그걸 만
든 인간에게 있는지 아니면 그 생명체 자신에게 있는지도 생각해 볼 문제로 던져주었다.
내가 드렌과 두 남녀 과학자의 결합보다 더 놀랬던 사실은 엘사가 드렌과의 아이(?)를 낳으려고 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그녀가 영화에서도 "이미 갈 데까지 갔다"고 했지만, 영화 후의 영화속 그녀는 아마 '너무 멀리' 간 게 아닌가 싶다. 남자
과학자의 캐릭터가 좀 더 온화하고, 도덕적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입장인데, 엘사는 도덕적인 문제는 항상
존재하니까 일단 과학의 진보를 쟁취하고 나중에 생각하자는 캐릭터를 대변했다. 내가 일반인이어도 참 흥미로운 주제인
데 과학자 특히 유전쪽 과학자라면 얼마나 흥미롭고 살떨리는 주제일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