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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풍경 - 지중해를 물들인 아홉 가지 러브스토리 ㅣ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1
시오노 나나미 지음, 백은실 옮김 / 한길사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지중해를 물들인 아홉 가지 러브 스토리 라는 카피답게 각각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분제, 무력에 의한 복수 등이 이루어졌던 시대라서 오늘 날의 사랑보다 더 자극적이고
본능적이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1. 네번째 이야기[파리시나 후작 부인의 사랑] : 전 부인의 아들을 사랑한 여자
2. 여섯번째 이야기[판돌포의 모험]: 이해하지 못할 여자의 질투
3. 아홉번째 이야기 [여교황 조반나] : 역사일까 야화일까
[파리시나 후작 부인의 사랑]은 나이 많은 장군과 결혼한 젊은 부인이 전부인의 아들을 탐내다가 생기는 처참한 결과를 그리고 있다. 생활이 여유로우니 괜찮은 남편도 괜히 미워지고, 지루해짐을 느끼나보다. 결국 남편이 멀리 나가있던 틈을 타서 전부인의 아들에게 유혹을 하고, 이것이 들켜서 화가 된다. 아들이나 부인이나 남편의 명에 의해 죽는 건 똑같은데 그 벌이 참 잔인하다. 누가 더 잔인하다고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현대에 살고 있어서 다행인 것 같다.
[판돌포의 모험] 역시 불륜이다. 다행히 남편에겐 들키지 않았는데, 여자의 남자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다. 자기가 병에 걸려 죽을 때가 되자, 연인을 불러 꾀를 쓰는데.. 남편이 갑자기 방에 들어오자 큰 관에 잠시 들어가 있으라고 한다. 판돌포는 잠깐 숨는 거라고 생각해서 기꺼이 들어가는데, 여자가 남편에게 그 관을 잠그고 자신이 죽으면 함께 매장해달라고 부탁한다.
자기가 죽고 남자가 다른 여자와 사랑을 할 것을 질투해서 그런 거다. 이건 제대로 된 사랑이 아니라 광기로 보이는데..
남자는 다행히 매장은 안 되고, 묘지에 버려져 있다가 관에 보물이 들어있을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에 의해 가까스로 살아난다. 교훈을 나름 유쾌하게 알려주는 이야기인 듯 하다.
[여교황 조반나]는 작가가 13세기에 쓴 연대기 작가와 기타 기록에서 가져온 것이다. 가톨릭은 공식 인정한 바 없지만 전해져 오는 이야기라고 한다. 이 이야기는 수녀와 수도사가 사랑에 빠지면서 시작된다. 둘은 수도원과 수녀회를 각자 나와 떠돈다. 가톨릭의 안에서 생활하기 위해 여자가 '남장'을 하고, 수도원에서 남자로 행세하며 생활한다. 여자인 조반나가 남자
보다 신학에 대한 열정과 지식이 뛰어났는데, 때문에 남자는 조반나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점점 조반나는 지위와 더 높은 지식, 권력을 갖고 싶어한다.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제 자신에게 매달리고 지적으로도 끌리지 않음을 느낀다. 그래서 조반나는 떠나고, 교황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교황이 여자인 적도 있었다니(사실인지는 불명확하지만) 흥미롭지만, 남자가 버려진 모습을 보니 안쓰러웠다. 둘 다 자기에게 충실하면서 사랑을 해야 그것이 오래 가는 것인지 싶기도 하고. 조반나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신학이었던 걸지도 모르고.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재미있게 잘 읽혔다. 이탈리아에 대해 석사학위를 딴
것도 아니고 혼자 다 독학한 거라니 대단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