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태어남으로써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마침내 배우자의 본성 속에 가둬두었던 자신의 본성을 회복할 기회를얻는다. 부부에게 자녀는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그들이 본래의 자신으로 되돌아갈 기회인 것이다. - P51
부모는 자녀를 개인으로 바라봐주지 않는다. 자신이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자녀의 속성이 자기 안에 갇혀야 한다고믿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랑의 결과물이며, 자신이 사랑에빠진 거룩한 대가로서 주어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 P53
그리고 이 모든불행이 결국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서 시작됐음을 상기한다면, 사랑이야말로 한 사람의 일생을 추락시키는 가장 근원적인 불행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 P54
교회에 나가는 것을 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나를 귀찮게 해서는 안 된다. 세상에 구원이 있고, 질서가 있고, 사랑과화평이 넘친다는 말이 듣고 싶다면 교리나 성서를 개정하는편이 더 빠르다. 나의 철학에서 신앙 문답과 같은 죄 사함의기만을 갈구해서는 곤란하다. - P58
나는 인간의 낙천을 비관으로 만드는 재주밖에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 P61
인생의 지혜란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어떤 상태가되더라도 크게 놀라지 않고, 크게 실망하지도 않고, 크게 기대하지도 않는 중용의 미덕이다. 크게 실패해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는다. 크게 성공해도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 인생이라는 게, 사실 크게 휘둘릴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 P68
반성은 자기혐오다. 자기 자신이 하찮게 느껴질 때 인간은 뭔가 반성할만한 건수가 없는지 두리번거린다. 뭘 해도기운이 나지 않을 때 인간은 무턱대고 반성하며 자아를 성찰한다. 그럴 바에야 아무 생각 없이 잠자리에 드는 편이 낫다. 자신이 증오스러울 땐 자는 것이 최고다. 도박도, 기도도, 명상도 도움이 안 된다. 여행도 도움이 안 되고, 술을 먹어봐야자기혐오만 짙어질 뿐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일찍 일어나는것이 자기혐오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혐오스러운 오늘로부터 조금이라도 빨리 떠나는 것이 상책이다. 괴롭다면 평소보다 더 많이 먹고 평소보다 더 많이 자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내일 아침 일찍, 새로운 시작을 펼쳐나가면 되는 것이다. - P78
사교성이란 지성과 반비례한다. 그 사람이 매우 비사교적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면 그는 위대한 특성을 지닌 뛰어난사람이라는 뜻이다. 지적으로 뛰어난 사람은 고독으로 두 가지 이점을 얻는다. 첫째는 자기 자신과 함께할 시간을 얻고, 둘째로는 타인과 함께하지 않을 자유를 얻는다. 교제에는 많은 강제와 고충, 위험이 따른다. 인간의 불행 중 상당수는 혼자 있을 수 없어서 생기는 일이다. 사교성은 도덕적으로 떨어지고 지적으로 우둔하거나 불합리한 사람과 접촉하게 만드는 성격이다. 위험하면서도 해롭다. 비사교적이라는 것은사고가 필요하지 않을만큼 많은 것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므로 그 자체만으로 큰 행복이다. 인간이 겪는 모든 고뇌는 교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 P82
고립과 고독은 아마도 이런 사회구성에 질려버린 인간의영혼이 살기 위해 창안한 고급스러운 감정일지도 모른다. - P84
우정은 두 개의 영혼을 지니고 있다. 우정을 가진 자는 두개의 영혼을 가진 자다. 한 영혼이 쓰러지더라도 곁에 있는또 다른 영혼이 그를 일으켜 세운다. 어떤 경우에도 둘이 함께 쓰러지는 법은 없다. 삶이 인간에게 우정을 선물한 까닭이다. - P91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려면 적어도 마흔 살은 되어야 한다. 정신적으로 아무리 평범한 인간이더라도 나이의 성숙과 경험의 결실만 있으면 인간으로서 과거의 자신보다 조금은나아지기 시작한다. 자연스러운 본성에 의해 사람은 마흔 살이 넘어가면 사람을 싫어하는 성향으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 P102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절망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쇼펜하우어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절망은 끝이 아닙니다. 하나의 몰락을 통해 새로운 가치가 잉태하고 태어나는 위대한 절망입니다. 새로운 나를 위해 현존하는 나의 절망이 희생되는것입니다. 그래서 쇼펜하우어의 절망은 궁극의 희망입니다. - P8
"오늘은 정말 힘들었을거야. 하지만 내일은 더 힘들겠지. 살다 보면 점점 더 괴로워질 거다. 네가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고통은 점점 더 심해질 거야." - P123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일수록 고통을 느끼는 감성이 극도로 예민하다. 더욱 열정적인 성격일수록 상상력이 넘치고, 정서적으로 타인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다는 완벽주의에 시달린다. 그로 인해 작은 실수에도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나락에 떨어질 위험이 크다. - P140
이에 대해서는 구약시대 사람들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위경의 어느 구절엔 ‘바보의 삶은 죽음보다 고약하다‘라고 했지만, 지혜의 왕 솔로몬은 ‘지혜가 많으면 번뇌도 많다‘ 라고 했다. - P140
이유가질투의1사람들그런 점에서 다윗 왕의 삶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그는 부하의 아내와 사랑에 빠졌고, 부하의 아내를 얻기 위해 부하를 전쟁터 맨 앞에 서게 해 죽게 했다. 남편이 죽은 후 그녀는다윗 왕의 아들을 낳았다. 이 용서받지 못할 죄악에 신은 이아이를 죽이겠다고 응답했다. 다윗 왕은 살려달라고 미친 듯이 기도했다. 정신이 거의 나갈 정도로 식음을 전폐하며 이기적인 기도를 거듭해 신을 화나게 했고, 결국 아들은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아들의 죽음 이후 다윗왕은 어떻게 처신했을까? 신을 원망했을까? 왕이 되었음에도 어린 아들 하나 지켜내지 못한 권력의 허망함을 비웃었을까? 성욕에 눈이 멀어부하를 죽이고 그 부인을 강탈한 자신의 더러운 죄악을 혐오했을까? 전부 아니다. 그는 ‘아들의 죽음‘을 없던 일로 만들고 자신의 임무, 즉 왕이 되어 전쟁을 벌이고 사람을 다스리고, 아름다운 여인들과 사랑을 나누고, 자녀들을 생산하는 일에 열중했다. 그는 아들을 죽인 신을 여전히 찬양했고, 일말의 의심 없이 믿었고, 신앙 안에서 행복해했고 즐거워했다. - P151
그것이 인생이라는 나그네의 길임을 그대는 알고 있기때문이다. 지상에서는 그대의 곤한 육신을 편히 쉬게 해줄수 있는 안식의 땅이 없음을 그대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평안과 안식은 그대에게서 삶의 의지를 빼앗는 적이다. 그대의 삶이 평안과 안식을 누리게 되었을 때 그대의 삶은사육자의 의지를 따르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라. 그대의 삶이거대한 우리가 됨을 명심하라. - P162
부처는 하다못해 밥을 지을 때도 정성을 다 쏟았다. 그 모습을 보고 제자가 부처에게 물었다. "사람이 어찌 이렇게 살수 있습니까? 무슨 수로 그 모든 일에 열심을 다 한단 말입니까?" 그러자 부처는 "사람으로 태어난 나의 처지가 미천하여 천한 일도 마다할 수 없기에 마다하지 않는 것뿐이다."라고 대답했다. - P204
청년 시절은 처지와 환경이 어떻든대체로 불만족스럽다
젊음은 슬픔과 불행의 시기다. 배움과 현실의 차이에 좌절하는 첫 번째 실패의 날이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행복을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확고한 전제를 배워왔고, 행복해야한다는 강압 하에 혈안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끊임없이 환멸이 생기고 거기서 불만이 생겨난다. 막연히 꿈꿨던 행복의 그림자가 변덕스럽게 선택된 모습으로 눈앞에 어른거리고, 젊음은 그것의 원상을 추구하지만, 뜻대로 되는일이 없다. 그래서 청년 시절은 처지와 환경이 어떻든 대체로 불만족스럽다. 세상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망상을 청년기에 뿌리 뽑을 수 있다면 다행이다. - P228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그 전에궁극적인 목표가 과연 무엇인지를 자신에게 묻고 답을 내리는 모든 행위가 철학이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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