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나는 인정했다. 내가 부모가 되기를 거부했던 것은내 장애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아마 부모의 자리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리라. - P121

그건 죽은 자를 위한 연민이었고, 산자가 짊어지고 갈 공허함이었다. - P131

다리를 끌어안고 몸을 동글게 말았다.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나는 마모된 몽돌이다. 까맣고동그란 몽돌. 바다는 나를 끌어당겼다가 멀찍이 밀어놓기를 반복한다. 누구에게나 불행을 견디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나는이렇게 불행을 참아내고 있다. - P158

어느 층에서 결국 싸움이 났다. 참다못한 아래층 사람이 뛰어올라온 모양이었다. 겨우 몇 달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한다고 답답해 미치겠다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누군가는 평생을 그리 살기도 한다고. 방구석에서 자유를 상상하며 자기위안에 빠져 평생을 사는 이들이 있다고. - P159

평온한 일상에 안도한다. 순간 내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남의 불행을 자신과 비교하며 안도를 찾는 이들을 나는얼마나 경멸했는가? - P187

나는 내가 겪은 고통을, 희생을, 인내를, 모두가 겪길 바라는 졸렬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간절히 바란다. 밤새워 놀다 지친 그녀가 늦잠을 실컷 자고 일어나는 일요일이 되었기를. - P193

"나도 글을 써요. 10대 때는 최고의 유작을 한 편 남기고 서른 살 전에 요절하는 게 내 꿈이었어요. 그런데 서른을 넘기면서 꿈을 정정했어요. 내 꿈은 무병장수예요. 누가 봐도 호상이라고 할 때까지 살면서 글을 계속 쓰는 게 내 꿈이고 목표예요." - P198

"나를 찾아오는 이들의 열정과 의지를 막을 권리가 내게는없어요. 춤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춤은 함께하는 거예요. 더구나 탱고는 보는 사람들조차 힘든 무도곡이거든요" - P201

 그렇게 60일이 지났다. 나는 엄마의 눈물을 먹고 자랐다. - P227

엄마의 고백이 내 마음을 갈래갈래 찢어놨다.
나는 부모에게 부끄러운 자식이 되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솔직히 그때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 엄마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엄마를 사랑했고 연민했지만 증오하기도 했다.  - P234

나의 새로운 장래희망은 한 떨기의 꽃이다. 비극을 양분으로 가장 단단한 뿌리를 뻗고, 비바람에도 결코 휘어지지 않는단단한 줄기를 하늘로 향해야지. 그리고 세상 가장 아름다운향기를 품은 꽃송이가 되어 기뻐하는 이의 품에, 슬퍼하는 이의 가슴에 안겨 함께 흔들려야지.
그 혹은 그녀가 내 향기를 맡고 잠시라도 위로를 받을 수있다면 내 비극의 끝은 사건의 지평선으로 남을 것이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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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연민으로 연결된 모녀지간이다. - P92

잠에서 깬 후에도 나는 한동안 꺽꺽 소리를 내며 흐느껴 울었다. 얼마를 울었을까. 그렇게 원 없이 울고 난 뒤 나는 가슴에늘 묵직하게 얹혀 있던 무언가가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렇게 엄마와 완벽하게 이별했다.
아마 그 꿈은 내가 만들어낸 허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가벼워졌고 누군가를 원망하는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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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충성스럽게자아를 숭배하고 예배한다. 누구나 자기를 섬기는 사제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자기를 섬기는 사제란 자기를 부리는사업가를 뜻한다. 누구나 자기를 생산하고 자기를 공연한다. - P53

 "아름다운 것이란 변화시키고자 할 수 없는 것이다. 무언가를 지배할 권력을 가진다는 것은 그 무언가를 더럽힌다는 것이다. 소유하기는 더럽히기다."  - P56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의지가 아름다움을 파괴한다. - P56

 미래는 염려Sorge다. 순간은 기쁨이다우리가 순간에 완전히 녹아들 때, 내다보지도 않고 돌아보지도 않을 때, 우리는 영원을, 순수한 기쁨을 경험한다. - P59

우리는 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 자신을 비운다. 그리하여 생겨나는 빈자리는 신성한 빛으로 채워진다. 신을 위해 자기를 포기하고 없애는 자는 깨끗한 유리창처럼 투명해지고, 신의 빛이 유유히 흘러 그 유리창을 통과한다. - P62

 권력자는 빈자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최대한 팽창하려 하기 때문이다.  - P67

나치를목격한 시몬 베유는 집단적인 것이 얼마나 엄청난 폭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너무나 잘 알았다. 총체화된 집단적인 것은 타인을 배제하면서 자기를 주장한다. 반면에 참된 조국은 사랑과 우정의 공동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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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에 대한 사랑이 깊은 만큼, 앞으로의 삶을 나와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이 엄청난 절망과 좌절로 다가왔어.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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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진실과 거짓으로가득한 회고의 시대였고, 누나와 나는 호기심으로 충만했다. - P20

아버지가 떠나기 전까지 어머나는 날렵하고 효율적으로 자기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고, 우리가 등교하기 전에 먼저 출근했다가 저녁 시간에 맞춰 돌아왔다. 어머니의 새로운 면모는 남편에게서 벗어난 데서 비롯된 걸까. 아니면 더 복잡한 방식으로, 우리와의 이별에 대비해자신이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는지에 대한 단서들을 주고 있었던 걸까.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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