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우리를 말 그대로 의자에 못 박아놓을 뿐 아니라사적인 것에 무한한 우주를 차지할 만한 힘을 부여한다. 너무 견디기 힘든 현실에서 자신을 분리시키기 위한 피난처 혹은 평화로운 안식처라고 할까. - P154
그렇지만 편안함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하염없이 늘어지고 물렁하기만 해서는 문명을 발전시킬 수가 없다. 향후 몇 년 안에 느슨함에대한 반동으로 형식주의가 다시 살아나고 댄디즘이 폭발적으로 분출할지도 모른다. 전반적인 해이함을 쇄신하기위해서라도 옷에 힘을 주려는 움직임이 나타날지 누가알겠는가. - P175
날씨는 두 가지 길을 따른다. 우리의 기분을 거스르든가우리의 기분에 장단을 맞추든가 우리를 외출하게 만들거나 여행을 떠날 마음을 접게 만든다. - P180
"모든 풍경은 영혼의 상태다." 이제 우리의 영혼은 떨어져나갔다. - P183
하얗게 불태우기를 원했던 성 혁명이 이리도 희한하게 전개되다니. 현대인은 관능의 경이에 대한 지능을 잃어가고 있다. 에로스는 분리된 것을 이어주는 생명의 힘이고, 우리 모두가구사하는 보편 언어이며, 절차를 생략하고 서로에게 몸을 던지는 전격적 사고다. - P196
섹스의 포기라는 새로운 현상은 타인에 대한 알레르기의 징후다. 진짜 비극은 어느 날 사랑하고 욕망하기를멈추는 것, 그리하여 우리를 다시 삶에 붙잡아놓는 마법의 이중적 원천이 고갈되는 것이다. 리비도의 반대는 금욕이 아니라 삶의 피로다. - P197
칩거한 채 살기를 원하는 자는 권태라는 신에게 자기를 산 채로치는 셈이기 때문이다. 권태라는 신은 어마어마한 부식력으로 삶의 다양함을 녹이고 집어삼킨다. 권태는 부진, 마모, 교착의 은유들을 일깨운다. - P220
행복은 적어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창을 활짝 열어젖히고 싶은 확장의 행복, 반대로 창을 걸어 잠그고 싶은 수축의 행복탐험의 정신과 칩거의 정신이 지금처럼치열하게 대립한 적은 없었다. - P227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인간이 홀로 칩거하려는 경향은이미 중세 수도원에서부터 존재했고, 고립으로 인한 문제도 그때부터 있었다고 한다. 고독은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려는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하지만, 거기에 무기력이라는 함정이 따라오기 쉽다는 점도 다양한 문학 작품을 인용하면서 지적한다. 저자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칩거에익숙해진 인간이 정신적·신체적 무기력을 학습하는 것, 그리하여 ‘마음은 원이로되‘행동하지 못하는 오블로모프와 같은 인간이 급증하는 것이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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