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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나 종교인과 연관된 소식을 접할 때, 그 종교의 본질과 가르침에부합하는 따뜻하고 밝은 이야기보다는 부정적이고 무겁고 어두운내용을 압도적으로 많이 접하곤 합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은 저마다의 무게와 불안으로 힘겨운 상황일 때가 많은데, 굳이 거기에 피로를 더해줄 주제로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 P6

오늘의 아픔과 절망을 바꿀 수 있는 내일이 있다면 인간은 그아픔과 고통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을 견디고 넘어설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마치 기록적 폭염을 맞고 있다고 해도 곧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과 함께 청명한 가을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봄은 어김없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가 그 시간을 버티고 견딜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 P10

유한한 인간은 그렇게 영원을 꿈꿀 수 있습니다. 인간은 영원을 꿈꿀 때 유한이 영속하는 형태라고 느끼곤 합니다. 이를테면 영생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식이지요. 그래서 종교에서 표현하는 영원도 그 같은 모습으로 묘사된 경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진정한 의미의 ‘영원‘이란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은 아닐 것입니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고, 그 사실은 불변한 진리입니다. 그러므로만약 인간에게 영원이 있다면 유한한 인간이 그 일부가 되는 형태로 영원이 존재하지 않을까 합니다. 가령 인간의 지혜가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시대를 넘어 후대로, 다시 또 그 후대로 계속 전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 P10

‘여기는 외국이라서 그래. 한국에 돌아가면 달라질 거야.‘
하지만 2010년, 한국에 돌아온 뒤로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도 혼자였어요. 아니, 사실 어디에 있든 저는늘 혼자라고 느꼈습니다. 제가 있는 곳이 서울이든 로마든 또 다른어디든 간에, 제 삶은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기만 하느라 그 속에사람이 들어올 자리가 없었습니다.  - P25

최근 우연히 <나의 아저씨>라는 TV 드라마를 알게 됐습니다.
꽤 많은 사람이 드라마 속 40대 주인공과 그 친구들을 보며, 자기주위에 ‘저런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드라마를 다 보지는 않아서 내용을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성별과나이를 불문하고 삶에서 보고 배울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어른‘을바라고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이런 바람 역시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와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바라는 생각의 어른은 많이 공부하고 많이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 그가 공부하거나 소유한 것이 많고 적음을 떠나 진심으로 누군가의 곁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합니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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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는 없어요.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는 없다고요"
엘리자베스는 꼬집어 말했다.
"나는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있지 않습니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면 지금쯤 연구실에 있었겠죠. 보세요, 내가 틀린 게 아니라면 당신은 지금 코르티코스테론 수치가 높아져 있습니다. 전에
말한 대로 ‘오후의 저기압대‘에 들어선 거죠. 뭘 좀 드세요"
- P20

"시금치는 고기와 비슷한 양의 철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시금치를 먹으면 튼튼해진다고들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시금치에는 옥살산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옥살산은 철분 흡수를 방해하죠. 그러니뽀빠이가 시금치를 먹고 튼튼해졌다는 말은 믿으면 안 됩니다."
환장하겠네. 지금 뽀빠이가 거짓말쟁이라는 건가.
- P26

예를 들어 자기 남편 같은 인간도 신을 믿는데 두 사람은 신 때문에 아직도 갈라서지 않고 부부로 살고 있고,
신 때문에 이 짐덩이 같은 결혼생활을 감당하며 살고 있었다. 이건신께서 나에게 주신 짐이니까. 하느님 스스로도 큰 짐덩이를 지고가시기에 모든 사람에게도 짐을 하나씩 나눠주셨단 말이다. 게다가신을 믿지 않는다면 천국과 지옥도 믿지 않는다는 뜻인데 그럴 수는없었다. 해리엇은 슬로운 씨가 지옥에 가는 꼴을 너무나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 P41

지금은 어떠냐고? 모두 남이 되어 서로 멀리 떨어진 채 각자 애를낳고 알아서 산다. 해리엇은 그래도 자신과 아이들을 영원히 이어주는 강철 같은 단단한 유대가 있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그런 일은없었다. 가족이란 알고 보면 끊임없이 유지 보수가 필요했다. - P42

"웃으라고요? 의사들이 맹장 수술 중에 웃을까요? 아니죠 수술중에 의사들이 웃기를 바라세요? 아니죠. 요리도 수술과 마찬가지로집중력이 필요한 일이에요. 어쨌든 필 레벤스멀 말로는, 내가 말하는대상이 바보인 것처럼 굴라더군요. 하지만 난 그러지 않을 거예요.
해리엇 여자가 무능하다는 낭설에 일조할 생각이 없다고요" - P45

"해리엇, 그건 말도 안 돼요. 남성과 여성은 둘 다 인간인데요. 인간으로서 우리는 양육 과정의 부산물이자 결함 많은 교육 시스템의희생자이며 우리 행동을 직접 선택하는 존재라고요. 다시 말해 여성이 남성보다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나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다는생각은 생물학이 아니라 문화에 근거한 사상이에요. 그 모든 논의는
‘분홍색과 파란색‘이라는 두 단어에서 시작되죠. 바로 거기서부터모든 것이 걷잡을 수 없게 치솟아버린다고요." - P47

"그게 왜 문제가 됩니까?"
"경찰은 남자애들만 하는 역할이에요. 남자가 여자를 보호하는거잖아요 남자가 덩치가 더 크니까요."
"하지만 매들린은 반에서 제일 큰 아이인데요."
그러자 머드포드 선생님이 대답했다.
"그것 역시 문제입니다. 여자애의 키가 너무 커서 남자애들이 기분 나빠한다고요." - P48

목사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목사라는 직업의 문제점은 하루에도 몇 번씩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현 상황이 나쁘고 엄연히 더 나빠질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도, 지금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는 확신을 끊임없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집전한 장례식에서도 그랬다. 교인 중 하나가 폐암으로 죽었는데, 목사는 고인이 하루에 네 갑씩 담배를 피우는 습관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천국에 간 것이라고 설교했다. 유가족역시 하나같이 굴뚝처럼 담배를 피워대는 인간들이었기에, 다들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서 목사의 지혜로운 발언에 감사를 표했다. - P57

"둘 다 자신이 훌륭한 혈통을 타고났으니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아니야. 조상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네가 중요하거나 똑똑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란다. 너를 너답게 만드는 건 조상이 아니야."
"그럼 나를 나답게 만드는 건 뭐예요?"
"네가 선택하는 것들이지. 네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 너를 너답게 만든단다." - P60

"매드, 내 말 잘 들으렴, 가족은 이런 나무 같은 가계도로는 표현할 수 없어. 사람은 사실 식물이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르지, 우리는동물의 일종이니까." - P68

"아니, 아녜요. 그냥 농담이었어요. 사실은 못 해요. 어쨌든 이젠너무 늦었어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를 때입니다."
엘리자베스도 고집스레 말했다.
"하지만 전 못 해요. 할 수 없어요."
"왜요"
"너무 어려우니까요."
"아들 다섯 키우는 건 안 어렵습니까?" - P84

"아빠는 가족 없이자랐어. 믿고 의지할 부모도 없었고, 아이라면 누구나 받아야 할 보호와 사랑도 받지 못했어. 하지만 그래도 아빠는 버텼어. 나쁜 일을겪었을 때 대처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 뭔지 아니?"
그녀는 귀에 꽂은 연필을 더듬으며 말했다.
"나쁜 일을 거꾸로 원동력으로 삼는 거야. 나쁜 일에 사로잡히는걸 거부하렴. 맞서 싸우렴."
- P90

"다시 정리해보자면 나는 당신이 정한 옷을 입지 않고, 당신의 카메라에 대고 웃지 않았으며, 또한 ‘당신이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해고되는 것 맞습니까? 당신 말을 더 풀어보자면, 6시 저녁 식사」의관계자를 모두 해고한다고 했는데, 그들은 그 외에도 네다섯 개의방송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방송에서도 이들이 갑자기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방송들도 전파를 타는 데차질이 생길 겁니다." - P103

"반면 6시 저녁 식사는 인간의 공통점인 화학에 초점을 맞추고있습니다. 비록 우리 시청자들이 이제껏 배워온 사회 규범, 즉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다‘ 식의 케케묵은 관념에 저도 모르게 얽매여 있더라도 우리 방송은 문화적 단일성을 넘어서 생각하도록 격려해주는 겁니다. 분별력을 갖추고 과학자처럼 생각하라고 말입니다." - P105

"잠깐만요, 이게 이상해요? 신을 믿지 않는 것도 드문 일이에요?"
엘리자베스는 말을 이었다.
"저는 이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만든 이들을 믿습니다. 농부와 수학자, 수송자, 그리고 식료품 매대를 정리하는 분들이죠 누구보다도당신을 믿습니다. 에드나 바로 당신이 가족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음식을 만드니까요. 당신 덕분에 다음 세대가 번성하는 겁니다. 당신덕분에 다른 이들이 살아갑니다." - P132

"제 말은 조정을 하면 식이요법과 다이어트보조제 둘 다 필요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영혼에도 좋지요."
"영혼요? 부인께서는 영혼 같은 건 안 믿으시는 줄 알았는데요."
엘리자베스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캘빈이말했었지. 지금 너, 여자는 조정 못 한다고 말했어? - P139

매드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지만 웨이클리는 이 사실을 알아내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에 아이가 지금보다는 좀 더 신난 반응을보여주기를 바랐다. 하다못해 고마워하든가. 그런데 자신은 왜 이런생각을 할까? 자신이 평소에 하는 일 역시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는데, 웨이클리는 매일 최전방에서 다양한 시련과 고난을 겪는 사람들을 위로하지만, 듣는 말이라고는 하나같이 "하나님은 왜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드신 거죠?"라는 지겨운 질문뿐이었다. 맙소사, 그걸 내가어떻게 알아? - P155

"음, 너한테서 그런 단어를 듣다니 재미있구나."
"왜요?"
"왜냐면 말이지, 알잖니, 종교는 믿음을 필요로 하거든."
아이는 웨이클리를 더는 민망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아저씨도 아시잖아요. 믿음에는 종교가 필요 없어요. 그렇지 않나요?" - P156

"엘리자베스랑 말해볼게요. 하지만 그쪽 기자한테 먼저 언질을주세요. 사적인 질문은 하지 말라고요. 특히 캘빈 에번스 질문은 절대로 안 돼요. 오로지 엘리자베스에게만 초점을 맞춰서 그녀가 이뤄낸 성과가 뭔지 질문해달라고 하세요."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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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그녀는 생각했다. 아 돈을 받아야겠구나 현금으로만. 누군가 배짱 좋게도 ‘연구소의 보고를 해주러 오는 건데 왜 돈을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요금을 두 배로 받을 생각이었다. 누군가아무 생각 없이 캘빈에 대해 지껄이면 세 배를 받을 생각이었다. 임신한 걸 두고 행복하지 않냐, 기적과도 같다 운운하면 네 배를 받을생각이었다. 이렇게 해서 그녀는 먹고살았다. 아무런 공로도 받지 못하고 다른 이들의 연구를 해주면서 말이다. 예전에 헤이스팅스에서했던 일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세금을 내지 않았다. - P205

"말인즉슨, 사람들은 임신을 무슨 세상에서 가장 흔한 질병으로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거예요. 발가락에 가시가 박힌 정도로 별것 아니라는 듯 말이죠. 하지만 알고 보면 임신은 트럭에 치이는 것과 동급입니다. 아니, 트럭에 치이는 편이 더 가벼울 지경이죠." - P221

"캘빈이 잘해서겠죠."
그러자 메이슨 박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닙니다. 조트 양, 에번스 때문만이 아니에요. 배를 잘 타려면여덟 명 모두 노를 잘 저어야 하거든요. 전부 다요. 어쨌든 하던 말을 계속하자면, 저는 당신의 상황에 대해서 좀 낙관하게 되었어요.
에번스가 세상을 떠나서 작지 않은 충격을 받으며 사셨을 테지요.
그 뒤로 임신을 이어가셨고요."
- P224

개도 있고, 로잉 머신도 하고, 앞으로 2번 자리에 앉으실 거고, 얼마나좋습니까."
그러더니 명랑한 기색으로 엘리자베스의 두 손을 덥석 잡고 꼭쥐는 게 아니겠는가. 메이슨의 말은 솔직히 말이 되질 않았다. 하지만 이제껏 그녀가 들었던 말과 비교해보면, 마침내 처음으로 무언가희망이 보이는 말이었다. - P225

"신생아를 키우면서 괜찮은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조트 양. 이 조그마한 악마는 당신 삶을 쪽쪽 빨아먹을 거라고요. 봐요, 당신 얼굴이 바로 그 증거잖아요. 꼭 사형수 같네. 내가 커피 끓여줄게요." - P241

멍청한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슬로운씨는 자기가 얼마나 멍청한지 깨달을 만큼 똑똑하지 못했다. - P251

해리엇은 그럴 때마다 방에서 나갔다. 이만하면 다른 여자를 보며홍분하는 남편의 모습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건 알았다. 그가 처음침대 옆에 여성 잡지를 두고 자위했던 건 신혼여행을 갔을 때였다.
하지만 이런 남편이라도 같이 살아야지 어쩌란 말인가? 게다가 해리엇은 남자들이 이러는 것이 정상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심지어 건강해서 그렇다고도 했다. 하지만 남편이 보는 잡지는 점점 선정성이 길어졌고, 이런 습관도 심해졌다. 이제 쉰다섯 살이 된 해리엇은 가습에 돌을 얹은 기분으로 남편의 끈적끈적한 잡지 무더기를 단정하게 정리했다. - P252

물론 볼품없는 건 잘못이 아니다. 해리엇의 외모는 볼품없었고,
스스로 그 점을 알고 있었다. 또한 캘빈 에번스도 볼품없었고, 엘리자베스가 언젠가 집에 데려온 못생긴 개도 볼품없었고, 엘리자베스가 앞으로 낳을 아이도 어쩌면 볼품없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이들 중 그 누구도 추하지는 않았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도 절대로추할 리는 없다. 하지만 슬로운 씨는 홀로 추했다. 그 이유는 내면이못생겼기 때문이었다.  - P253

"제가 해병대에서 배운 점이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매일 아침이부자리를 단정하게 정리하라는 거죠. 하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이 뭔지 아세요? 동트기 직전에 우현에서 차가운 물을 얼굴에 철찍맞는 거예요. 그러면 만사가 해결되죠." - P268

그런데 현재 그녀는 한부모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인류역사상 가장 비과학적인 실험, 즉 ‘인간 키우기‘ 실험을 해야 하는선도적인 과학자가 되었다. 부모가 되는 일은 공부하지 않은 영역의시험을 치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매일 들었다. 너무나 어려워서 주눅이 드는데 선택지도 없는 주관식이 대부분이다.  - P268

"바쁘기도 하고요.
엘리자베스가 다시 설명했지만, 메이슨은 마치 지금이 아니면 살수 없는 특별가를 광고하듯 강조해서 말했다.
"새벽 4시 30분에 바쁠리는 없잖아요? 당신이 잠깐 자리를 비워도 그 시간에는 아기가 깨지도 않을 거예요.
얘는 엄마가 나갔다 온줄도 모를 거라고요. 자, 2번 자리 맡아주시는 겁니다. 기억하시죠?
우리 예전에도 이야기한 적 있잖아요"
- P272

당연히 모든 걸 제칠 수 있는 우선순위인 것처럼. 그녀는 옛날에들은 일화를 떠올렸다. 어느 날 아침, 다른 팀 선수들이 자기네 5번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놀란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 팀의 콕스가 집으로 찾아갔더니 5번이 고열에 시달리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때 콕스는 "알았어. 그래도 배 타러 오긴 할 거지?"라고 강압적으로 물었다고 했다. - P273

"우리 기분도 훨씬 더 좋아지겠죠. 옆집 분에게 부탁해보세요. 혹시 아기를 봐줄 수 있는지요."
"새벽 4시 30분에요?"
그녀가 묻자 메이슨 박사는 떠날 채비를 하며 말했다.
"사람들이 조정을 알아주지 않는 이유가 그겁니다. 사람이 밖에안 나올 때 배를 타니까요." - P273

"사실 생각해보면 조정은 아이 키우는 거랑 아주 흡사합니다. 조정도 육아도 인내심과 지구력, 힘과 헌신이 필요하니까요. 우리가 어디로 가게 될지 보지 못한다는 것도 그래요. 오로지 우리가 어디까지 왔나만 볼 수 있죠. 이렇게 생각하면 아주 안심이 됩니다. 안 그래요? 물론 배가 뒤집어지는 일만 없으면 말이죠. 뒤집어지면 정말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
"배는 뒤집어진다 해도, 아이도 뒤집어지나요?"
메이슨은 차에 타면서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아이들은 정신이 희까닥 뒤집어지죠. 어제 우리 애 하나가 다른 애를 삽으로 때렸어요" - P276

"이대로라면 상황은 점점 나빠지기만 할 겁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는 대로 학교에 보내세요. 그런 다음 제대로 돈을 주는 직업을 구하세요 아니면 부자랑 결혼하시든가."
엘리자베스는 차에 탄 다음 주어진 선택지를 검토했다.
은행을 털까.
보석상을 털까.
아니면 정말 혐오스럽지만, 자신을 털어먹던 곳으로 돌아갈까. - P279

"인간에게는 확신이 필요하니까. 인간은 어려운 시기를 견디며살아낸 인간에 대해 알아야 하니까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더 나은행동을 할 줄 아는 여타 종과 다르게, 인간에겐 언제나 다가오는 위협이 필요하고 또 선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필요해.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라는 속담도 있잖아? 인간은 절대로 배우질 못하지. 하지만 종교 경전은 그런 인간을 어떻게든 제대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 P321

"재미라고요?"
"재미가 없으면 사람들이 봐주질 않으니까요."
"하지만 요리는 재미있는 게 아닙니다. 진지한 임무예요." - P338

그는 검사 결과지를 받으면 배신감이라든가 망연자실함 등의 감정들이 마땅히 들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어떤 것도 전혀 느껴지지않았다. 결과지는 중요한 게 아니구나. 어맨다는 자신의 딸이었고,
자신은 어맨다의 아버지였다. 그리고 그는 딸아이를 온 마음을 다해사랑했다. 생물학 따위 알게 뭐람.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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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도 엘리자베스 역시 동시에 로비에 나왔다. 캘빈처럼 그녀도 화장실에 가던 길이었다. 길게 늘어선 화장실 줄을 보고 좌절한채 몸을 휙 돌린 그녀는 어쩌다가 캘빈과 정통으로 부딪치고 말았다. 캘빈은 곧바로 엘리자베스에게 토했다.
"세상에, 맙소사."
그는 토하는 중간중간 말을 뱉었다.
- P38

"물품 지원 받기가 왜 그리 어렵죠? 헤이스팅스는 돈이 많은데."
엘리자베스는 그를 빤히 응시했다. 마치 캘빈이 중국에 그토록 논이 많은데 어째서 굶어죽는 어린이들이 나오느냐고 묻기라도 한 듯한 눈초리였다. - P42

엘리자베스는 계속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쩐지 지금 들은 제안에 마음이 갔다. 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시스템을 굳이 뛰어넘어야 한다는 전제자체가 싫었으니까. 애초에 시스템을 바르게 만들면 안 되는 거야? - P45

어떻게 머리카락에서 그런 냄새가 날까. 이 여자는 혹시 꽃으로 머리를 감는 걸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P49

그리하여 둘의 첫 키스는 그 어떤 화학 법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영구적인 결합을 형성했다. - P53

"아니야 제대로 알아둬, 캘빈,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은 사랑에대해서 설교하지만, 속에는 미움이 가득해. 누구든 편협한 믿음에 반기를 들라 치면 용서하지 않지. 오빠가 남자아이와 손을 잡은 걸 엄마가 본 날이 그랬어. 순리에서 벗어난 놈이라는 소리를 들은 지 1년뒤에, 오빠는 헛간에서 목을 맸어." - P65

"캘빈, 내가 배운 게 하나 있어.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복잡한 문제를 풀 때 언제나 간단한 해결책을 간절히 바란다는 점이야 볼 수없고 만질 수 없고, 설명할 수 없고, 변할 수 없는 걸 믿는 편이 훨씬쉽거든 실제로 보이고 만져지고 설명할 수 있는 걸 믿기는 오히려어려워 말하자면 실재하는 자기 자신을 믿기가 어렵다는 말이지."

캘빈은 길고 낮은 휘파람을 불었다. 꾸준히 슬픔을 먹으며 자라난사람은 다른 이가 자신보다 더 큰 슬픔을 먹고 살았다는 걸 이해하기 힘든 법이다.

"알았어, 그럼 다섯 번. 하지만 더는 안 돼. 그리고 나는 요리를 왜잘하거든, 캘빈 요리란 엄연한 과학이야. 따지고보면 화학이라고" - P75

엘리자베스는 평생 이런 감정을 느끼며 살아왔다. 자신이 이룬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동에 따라 규정되는 삶을 이어온 것이다.
과거 그녀는 방화범의 자식, 남편을 갈아치우는 여자의 딸, 목매달아죽은 동성애자의 동생 아니면 호색한으로 유명한 교수 밑에 있던 대학원생일 뿐이었다. 지금은 유명한 화학자의 여자친구가 되었다. 오봇이 엘리자베스 조트로 받아들여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캘빈 에번스잖아! 물론 그가 엘리자베스에게 먼저 무례하게 굴었기에 그녀도 좀 무례하게 굴긴 했다. 그놈의 비커때문에 말이다. 그래도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둘 사이에는 저항할수 없는 끌림이 존재했다.

"음, 마거릿은 계속 말했어. 토요일 밤이 되면 마침내 피터 딘먼부인이 된다고. 마치 여섯 살 때부터 줄곧 자기 성을 남편 성으로 바꾸는 걸 목표로 장거리 달리기를 해온 것 같았어."

어머니는 엘리자베스의 팔을 꼬집으며 덧붙였다.
"이 세상에 청혼을 거절하는 여자는 없어, 엘리자베스, 너도 거절하지 않게 될 거야."

 그녀가 캘빈에게도 말했듯, 요리는 화학이었으니까. 실제로 요리란 어딜 봐도 화학이다. - P107

그와 이디스는 부부라면 응당 이루어야 할 팀의 모습을갖춘 부부였다. 망할 놈의 조정 따위나 같이 하는 사이가 아니라, 사회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적합한 성별 역할을 따르는 팀, 도나티가 집에 돈을 벌어 가면, 이디스가 아이를 낳아 기르는 식으로, 그것이야말로 정상적이고 생산적이며 하나님께서 승인하신 결혼생활 아니겠는가? 도나티가 다른 여자와 자기도 하느냐고? 그런 걸 쓸데없이 뭐하러 물어보는가. 유부남 중에 다른 여자랑 안자는 놈이 어딨다고. - P127

그럼에도 엘리자베스는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히알았다. 자신에게는 대단한 것을 이룰 가능성이 있었다. 누군가는 위대한 업적을 이룰 운명을 타고나기 마련이고, 자신 역시 바로 그런사람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이러면 머리가 폭 - P129

"남자는 더 있어요, 조트 양. 물론 에번스 씨처럼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남자는 아니라 해도, 남자는 다 똑같아요. 난 심리학을 전공했어요 그래서 이쪽 방면을 좀 알거든요. 당신은 에번스 씨를 선택했죠 유명하고, 미혼이고, 어쩌면 당신 앞길을 도와줄 수도 있는 남자를 고른 게 뭐 그리 잘못이겠어요? 하지만 일이 잘 안 돼버렸네요. - P181

이곳에 졸졸 따라온 또 다른 하나는 같은 처지의 여자를 깎아내리면 높은 위치의 남자들이 어떻게든 자신을 높이 평가해줄 거라고믿는 여자였다. 더욱 나쁜 것은 이러한 비논리적인 대화가 과학의전당인 연구소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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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흄
"철학자가 되라. 그러나 그 모든 철학의 한복판에서여전히 인간으로 있으라." - P109

우리는 경험이라는 렌즈를 통해세계를 봅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것들을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만들어낸 것이라고생각하게 된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우리가 처한 가혹한 세계의 배후에어떤 힘이 있다고 믿게 되면, 어느 순간 두려움은 줄어듭니다. - P120

이마누엘 칸트
"점점 더 큰 경탄과 외경으로 마음을채우는 두 가지 것이 있다. 그것은내 위의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안의 도덕법칙이다."
- P127

찰스 로버트다윈
"무지는 앎보다 더 많은 자신감을 낳는다.
이런저런 문제를 과학이 결코 풀 수 없다고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많이 아는사람들이 아니라 조금밖에는 모르는사람들이다."
- P138

옳고 그름이 신과 별개의 것이라면,
무엇이 객관적인 도덕인지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주변에서 말이요. - P150

토머스 홉스
"자연 상태의 삶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추잡하고, 잔인하고, 그리고 짧다
홉스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가 걸인에게 적선을 하는 모습을 본한 친구가 자네도 결국은 보통 사람들하고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홉스는 자신은 그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으려 한 것뿐이고 동전 몇 닢으로 편히 잘 수 있다면싼 것 아니냐고 대답했다고 한다. - P152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우리가 그 심연을 오랫동안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우리를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선악의 저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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