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는 없어요.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는 없다고요" 엘리자베스는 꼬집어 말했다. "나는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있지 않습니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면 지금쯤 연구실에 있었겠죠. 보세요, 내가 틀린 게 아니라면 당신은 지금 코르티코스테론 수치가 높아져 있습니다. 전에 말한 대로 ‘오후의 저기압대‘에 들어선 거죠. 뭘 좀 드세요" - P20
"시금치는 고기와 비슷한 양의 철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시금치를 먹으면 튼튼해진다고들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시금치에는 옥살산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옥살산은 철분 흡수를 방해하죠. 그러니뽀빠이가 시금치를 먹고 튼튼해졌다는 말은 믿으면 안 됩니다." 환장하겠네. 지금 뽀빠이가 거짓말쟁이라는 건가. - P26
예를 들어 자기 남편 같은 인간도 신을 믿는데 두 사람은 신 때문에 아직도 갈라서지 않고 부부로 살고 있고, 신 때문에 이 짐덩이 같은 결혼생활을 감당하며 살고 있었다. 이건신께서 나에게 주신 짐이니까. 하느님 스스로도 큰 짐덩이를 지고가시기에 모든 사람에게도 짐을 하나씩 나눠주셨단 말이다. 게다가신을 믿지 않는다면 천국과 지옥도 믿지 않는다는 뜻인데 그럴 수는없었다. 해리엇은 슬로운 씨가 지옥에 가는 꼴을 너무나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 P41
지금은 어떠냐고? 모두 남이 되어 서로 멀리 떨어진 채 각자 애를낳고 알아서 산다. 해리엇은 그래도 자신과 아이들을 영원히 이어주는 강철 같은 단단한 유대가 있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그런 일은없었다. 가족이란 알고 보면 끊임없이 유지 보수가 필요했다. - P42
"웃으라고요? 의사들이 맹장 수술 중에 웃을까요? 아니죠 수술중에 의사들이 웃기를 바라세요? 아니죠. 요리도 수술과 마찬가지로집중력이 필요한 일이에요. 어쨌든 필 레벤스멀 말로는, 내가 말하는대상이 바보인 것처럼 굴라더군요. 하지만 난 그러지 않을 거예요. 해리엇 여자가 무능하다는 낭설에 일조할 생각이 없다고요" - P45
"해리엇, 그건 말도 안 돼요. 남성과 여성은 둘 다 인간인데요. 인간으로서 우리는 양육 과정의 부산물이자 결함 많은 교육 시스템의희생자이며 우리 행동을 직접 선택하는 존재라고요. 다시 말해 여성이 남성보다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나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다는생각은 생물학이 아니라 문화에 근거한 사상이에요. 그 모든 논의는 ‘분홍색과 파란색‘이라는 두 단어에서 시작되죠. 바로 거기서부터모든 것이 걷잡을 수 없게 치솟아버린다고요." - P47
"그게 왜 문제가 됩니까?" "경찰은 남자애들만 하는 역할이에요. 남자가 여자를 보호하는거잖아요 남자가 덩치가 더 크니까요." "하지만 매들린은 반에서 제일 큰 아이인데요." 그러자 머드포드 선생님이 대답했다. "그것 역시 문제입니다. 여자애의 키가 너무 커서 남자애들이 기분 나빠한다고요." - P48
목사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목사라는 직업의 문제점은 하루에도 몇 번씩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현 상황이 나쁘고 엄연히 더 나빠질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도, 지금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는 확신을 끊임없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집전한 장례식에서도 그랬다. 교인 중 하나가 폐암으로 죽었는데, 목사는 고인이 하루에 네 갑씩 담배를 피우는 습관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천국에 간 것이라고 설교했다. 유가족역시 하나같이 굴뚝처럼 담배를 피워대는 인간들이었기에, 다들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서 목사의 지혜로운 발언에 감사를 표했다. - P57
"둘 다 자신이 훌륭한 혈통을 타고났으니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아니야. 조상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네가 중요하거나 똑똑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란다. 너를 너답게 만드는 건 조상이 아니야." "그럼 나를 나답게 만드는 건 뭐예요?" "네가 선택하는 것들이지. 네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 너를 너답게 만든단다." - P60
"매드, 내 말 잘 들으렴, 가족은 이런 나무 같은 가계도로는 표현할 수 없어. 사람은 사실 식물이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르지, 우리는동물의 일종이니까." - P68
"아니, 아녜요. 그냥 농담이었어요. 사실은 못 해요. 어쨌든 이젠너무 늦었어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를 때입니다." 엘리자베스도 고집스레 말했다. "하지만 전 못 해요. 할 수 없어요." "왜요" "너무 어려우니까요." "아들 다섯 키우는 건 안 어렵습니까?" - P84
"아빠는 가족 없이자랐어. 믿고 의지할 부모도 없었고, 아이라면 누구나 받아야 할 보호와 사랑도 받지 못했어. 하지만 그래도 아빠는 버텼어. 나쁜 일을겪었을 때 대처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 뭔지 아니?" 그녀는 귀에 꽂은 연필을 더듬으며 말했다. "나쁜 일을 거꾸로 원동력으로 삼는 거야. 나쁜 일에 사로잡히는걸 거부하렴. 맞서 싸우렴." - P90
"다시 정리해보자면 나는 당신이 정한 옷을 입지 않고, 당신의 카메라에 대고 웃지 않았으며, 또한 ‘당신이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해고되는 것 맞습니까? 당신 말을 더 풀어보자면, 6시 저녁 식사」의관계자를 모두 해고한다고 했는데, 그들은 그 외에도 네다섯 개의방송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방송에서도 이들이 갑자기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방송들도 전파를 타는 데차질이 생길 겁니다." - P103
"반면 6시 저녁 식사는 인간의 공통점인 화학에 초점을 맞추고있습니다. 비록 우리 시청자들이 이제껏 배워온 사회 규범, 즉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다‘ 식의 케케묵은 관념에 저도 모르게 얽매여 있더라도 우리 방송은 문화적 단일성을 넘어서 생각하도록 격려해주는 겁니다. 분별력을 갖추고 과학자처럼 생각하라고 말입니다." - P105
"잠깐만요, 이게 이상해요? 신을 믿지 않는 것도 드문 일이에요?" 엘리자베스는 말을 이었다. "저는 이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만든 이들을 믿습니다. 농부와 수학자, 수송자, 그리고 식료품 매대를 정리하는 분들이죠 누구보다도당신을 믿습니다. 에드나 바로 당신이 가족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음식을 만드니까요. 당신 덕분에 다음 세대가 번성하는 겁니다. 당신덕분에 다른 이들이 살아갑니다." - P132
"제 말은 조정을 하면 식이요법과 다이어트보조제 둘 다 필요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영혼에도 좋지요." "영혼요? 부인께서는 영혼 같은 건 안 믿으시는 줄 알았는데요." 엘리자베스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캘빈이말했었지. 지금 너, 여자는 조정 못 한다고 말했어? - P139
매드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지만 웨이클리는 이 사실을 알아내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에 아이가 지금보다는 좀 더 신난 반응을보여주기를 바랐다. 하다못해 고마워하든가. 그런데 자신은 왜 이런생각을 할까? 자신이 평소에 하는 일 역시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는데, 웨이클리는 매일 최전방에서 다양한 시련과 고난을 겪는 사람들을 위로하지만, 듣는 말이라고는 하나같이 "하나님은 왜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드신 거죠?"라는 지겨운 질문뿐이었다. 맙소사, 그걸 내가어떻게 알아? - P155
"음, 너한테서 그런 단어를 듣다니 재미있구나." "왜요?" "왜냐면 말이지, 알잖니, 종교는 믿음을 필요로 하거든." 아이는 웨이클리를 더는 민망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아저씨도 아시잖아요. 믿음에는 종교가 필요 없어요. 그렇지 않나요?" - P156
"엘리자베스랑 말해볼게요. 하지만 그쪽 기자한테 먼저 언질을주세요. 사적인 질문은 하지 말라고요. 특히 캘빈 에번스 질문은 절대로 안 돼요. 오로지 엘리자베스에게만 초점을 맞춰서 그녀가 이뤄낸 성과가 뭔지 질문해달라고 하세요."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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