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조조 모예스 지음, 송은주 옮김 / 살림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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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모 방송국에서 방영되는 드라마가 폭발적인 시청률과 인기를 얻으면서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듯하다. 겉으로 보면 이 드라마는 시청자의 눈을 자극할 만한 액션 장면으로 두루 포장하고 있지만, 이를 보는 많은 사람들은 그보다는 극중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목숨을 담보하는 위험한 상황을 극복하면서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가는 이야기의 흐름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맺어가고 있는 연인의 관계에 호의적인 공감을 표하면서 아무런 문제없이 온전한 상태로 사랑이 지속되기를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을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현실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단지 드라마에 불과할 뿐임에도 이처럼 시청자들이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 된 것처럼 은연 중 감정이입을 드러내며 응원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의 형태가 어느 특정인에게만 느껴지는 것이 아닌 우리의 공통적인 관심의 대상이라는 점과, 또한 그 이면에 드라마가 보여주는 내용에서처럼 그러한 극적인 사랑의 과정이 결코 꿈이 아닌 현실이 되었으면 하는 우리들 각자 나름대로의 이상적인 소망이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해서 별거 아닌 것처럼 치부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사랑 없는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만큼 쓸쓸하고 황량한 삶은 또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시각에서 이 작품은 연인 간에 간절한 사랑을 갈구하는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담고 있으며 전개과정에서 형언할 수없는 감동의 요소와 강렬하면서도 오래 기억에 남을 인상적인 러브스토리가 펼쳐져 있어서 독자들이 주목해볼만하다. 그래서 로맨스작품을 선호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이 작품을 통해 믿음과 신뢰가 바탕이 된 아름답고 견고하며 숭고한 사랑의 기운을 가슴가득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작품 속 이야기의 배경은 세계 1차 대전 중에 독일의 침공을 받아 점령된 생페론이라는 프랑스 외곽의 어느 작은 마을이다. 나치의 지배를 받기전만 해도 언제나 그렇듯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마을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그들에 의해 모든 것을 박탈당한 채 매일매일 살얼음 같은 공포에 시달리며 암울하고 불안한 하루를 보낸다. 주인공 소피 르페브르는 예술을 사랑하는 화가와 결혼해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생활을 꾸리면서 비록 작지만 아담한 호텔을 운영하던 중에 전쟁이 발발하면서 남편이 강제징용으로 군에 입대하게 되는 뜻하지 않은 이별을 맞는다. 그리고 결혼 전에 남편이 그려주었던 자신의 자화상을 바라보면서 직면한 아픔의 세월을 홀로 견디어 나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갑작스럽게 마을을 관리하던 독일군 사령부로부터 독일 군인들을 위해서 저녁식사를 지속적으로 준비하라는 일방적인 지시를 받고 적잖은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만약에 그들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면 곧바로 자신을 포함한 마을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감당할 수 없는 후환의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그들의 명령에 따르기로 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안타까운 마음을 읽지 못하고 국가를 배신하고 나치에 부역하는 처사라며 곱지 않은 의심의 시선을 보낸다. 그렇게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던 중에 독일 사령관이 그녀가 소중히 간직했던 자화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 중에 포로가 되어 수용소로 끌려간 남편을 소식을 듣고 구출하기 위해 사령관을 찾아가 그림과 함께 그가 원하는 바를 모두 들어주겠다는 은밀한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녀의 부탁은 거절되었고 오히려 체포구금당하면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이송된다. 이후 작품 속 이야기는 100년의 시간이 훌쩍 뛰어 넘어 그녀의 자화상에 대한 소유권 논란이 벌어지면서 또 다른 국면으로 전개된다.


이 소설의 내용과 관련하여 작가 조조 모예스가 기존에 발표했던 여러 작품을 살펴보면 한 가지 뚜렷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남녀 간에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소재를 꾸준히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경험하는 사랑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기자기하고 행복한 이미지를 풍기는 그런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를테면 자신의 사랑을 위해 무언가 단단한 벽을 넘어야 하는 연인들의 애틋하면서도 간절한 사연을 품고 있거나, 사랑하는 이를 잃는 사별의 절망적인 환경에 놓여있으면서도 새로운 희망을 찾아서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감동의 여운을 담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사랑을 소재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데, 눈에 띠는 것은 하나의 스토리 안에 시대를 달리하는 각기 다른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자신의 연인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헌신적인 사랑의 표본을 감동 있게 그려내고 있어 독자의 눈길을 이끈다. 아울러 작가는 이 작품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궁극적인 사랑의 본질은 결코 물질적인 것에 좌우되지 않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에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람마다 사랑에 대한 정의와 가치관이 모두 같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종종 때와 상황에 따라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져버리는 이기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며, 그리고 사랑을 사랑답게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뒤늦은 후회를 한다. 또 어떤 이는 신뢰했던 사랑에 상처를 입고 좌절과 절망감에 사로잡혀 마음의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에서 보듯이 그러한 힘든 고통의 과정도 결국 사랑으로 충분히 치유될 수 있으며 언제든 다시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흥미롭고 감동적인 로맨스 소설을 접한 것 같은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혹시 이런 장르에 관심을 두고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시간을 내어 감상해보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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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거울, 키루스의 교육 - 아포리아 시대의 인문학 - 그리스 군주의 거울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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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유구한 역사와 융성한 문화, 그리고 풍부한 자연자원과 우수한 인재가 많은 국가라고 해도 이를 다스리는 권력자가 올바르지 못한 정치적 판단과 행동, 또한 정부 정책의 결정권자로서 수반되는 전반적인 일에 대해 맡은 바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그 나라는 결코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며,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 역시도 암울한 현실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를 통치하는 지도자라는 자리는 단순히 특정 소수들을 위한 명예와 안녕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차원에서 자국민 대다수의 이익과 번영을 위해 외교, 국방, 경제와 같은 중요하고 핵심적인 부분에서 최종적인 결정을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었을 경우, 때와 상황에 따라서는 국가의 존망을 걱정해야할 만큼의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이러한 사실은 그동안 세계 여러 나라의 정치권력의 역사에서 드러난 수많은 사례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그렇기에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국가 리더의 역할과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보이며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고 본다. 특히 요즘 우리의 내부 상황을 살펴보면 남북으로 분단된 것도 모자라 동서로 갈리는 지역분열이 점차 고착되어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소득불균형에 따른 양극화의 심화와 경제침체로 인한 실업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아무런 비전이나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는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로 하는 것은 새로운 돌파구를 향한 역량 있는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시각에서 이 책은 국가가 직면한 현재와 향후 미래를 책임지는 현명한 리더는 어떤 자격과 모습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고대 역사서의 내용을 통해 상세히 들여다보고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독자로 하여금 참되고 진정한 리더를 찾기 위한 통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밝히기를 오늘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여러 부정적인 현상들을 고려해볼 때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절망의 시대, 즉 아포리아에 가깝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작금의 상황에 아무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지도층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과 동시에, 한편으로 그들을 향해 우리가 오직 분노와 불신으로 목소리만을 높이는데 온힘을 쏟기 보다는 우선적으로 왜 그러한 상황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는지를 되돌아보는 자각적인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 책의 전반부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변방의 약소국에 지나지 않았던 그리스가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고 민주적인 정치 토대의 기틀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세 번의 아포리아를 겪어야 했던 시대적 아픔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당시 그들이 처한 상황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불안한 현실과 비교하여 새로운 인식 전환의 발판과 의식고취를 공고히 하는 객관적 가치판단의 인문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후반부에서는 아포리아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참된 리더가 필수적으로 지녀야 하는 자질을 논하고 있으며, 그 표본의 본보기로 삼고 있는 대상은 고대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의 실질적 군주로 명성이 자자했던 키루스 대왕이다. 책에 소개되어 있는 그의 통치 방식 중에서 주목해 볼 것은, 사회의 모든 정의는 법에 의거해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충실과 그 밑바탕에 누구든 침해를 받지 않는 권리평등이 선행되어야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군주가 정치를 해나감에 있어 어떠한 경우라도 불확실성에 의존하는 도박성 짙은 행위를 피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지혜를 추구하는데 힘써야 함은 물론이고, 소통을 통해 아픔과 고난을 국민과 함께 나누면서 어려운 가운데서도 용기를 잃지 않으며 책임을 다하는 믿음직한 태도를 몸소 실천해왔다는 것을 밀도 있게 분석하여 알려주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국내외적으로 여러 좋지 않은 징후들이 표출되면서 불투명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는듯해 보인다. 냉혹할지 모르지만 아마도 우리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잠재된 위기의 순간 앞에 불현듯 서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정부는 단지 시급한 사안에 대해서 미봉책으로 대응하며 순간의 위기만을 넘기려는 안일한 모습만을 취하고 있다. 또한 이런 때 일수록 정치사회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지도층 인사들의 강력하고 믿음직한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되지만 그러한 분위기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이와 같은 위험의 상황까지 오게 된 일차적인 책임은 그들에게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봐야 할 것은 이들을 선택하고 방조한 우리에게도 잘못한 부분이 있으며 이제라도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실리가 중시되는 사회흐름에 따라 경영학적 리더십에 관심을 쏟아왔고 그에 부합하는 의지와 신념을 지닌 리더의 형상을 찾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더 나아진 것은 없고 오히려 희망을 찾을 수 없는 허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한다. 이 책속에 나와 있듯이 그리스는 세 번의 끔찍한 아포리아를 거치면서 가장 탁월한 품성을 지녔으며 책임 있는 미래의 지도자를 갖기 위해 상향적인 방향전환을 시도해왔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리더가 성찰해야 할 인문학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마침내 역사의 질곡을 헤치고 나가는 군주의 거울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지금의 난국을 타개하고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무엇보다 이 책은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진 리더의 역할과 중요성, 그리고 그들이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덕목이 무엇인지를 독자들에게 명확하게 주지시켜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우리 사회에 진정한 리더의 인간관에 관심을 갖고 새 시대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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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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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시간을 쪼개어 문학을 찾고 또 찾아내어 읽는 이유는 하나의 작품 속에서 전개되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해져 오는 색다른 감흥을 얻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그 외에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의 방식을 정면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며 받아들여 타인과의 공감적인 폭을 넓히는 것과 동시에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와 교훈적 의미를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사실 매년 국내외적으로 새로운 문학작품들이 독자들 앞에 선보이고 있지만, 그 가운데 심금을 울리는 장면을 연출하여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만큼의 특색 있는 인상을 남겨주거나, 혹은 매혹적인 줄거리를 선보이며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할 정도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등의 의미 있는 작품을 마주하는 것은 생각보다 드물지 않나 싶다. 그런데 이 작품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그러한 분류 속에 반드시 넣어야 할 것 같은 무언의 힘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 작품은 2013년 세계 3대 문학상 중에 하나로 알려진 맨부커상을 차지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독자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기는 했지만, 막상 작품을 접하고 보니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생동감 넘치는 놀라운 스토리의 진행은 물론이고 읽기 시작하면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이전에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신선하면서도 강렬한 흡입력을 갖추고 있어서 문학을 선호하는 독자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기를 적극 추천해본다. 전반적인 줄거리의 내용으로 볼 때 이 작품은 역사 미스터리라는 소재를 담고 있어서 추리장르문학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그와 같은 장르적 요소가 주는 대중적인 관점에서의 재미를 넘어 문학의 다채로운 풍미까지를 체감할 수 있게 한다. 그러한 시각에서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을 통해 잠시나마 문학에 의한 힐링을 채워가는 자신만의 특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이 작품은 대영제국의 절정기에 해당하는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골드러쉬가 한창 진행되던 1860년대 뉴질랜드의 작은 금광도시 마을을 주 무대로 삼고 있다. 이야기 속 주요인물이 되는 젊은 청년 월터 무디는 지난날 고단했던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을 찾기 위해 홀연히 증기선을 타고 거친 항해 끝에 뉴질랜드의 호키티카라는 낮선 마을에 첫 발을 내딛는다. 그날은 몹시도 폭우가 쏟아지는 흐린 날씨였는데 그는 오랜 시간 동안 항해로 인한 피곤함 때문에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허름한 호텔의 흡연실에 무심코 들어서게 된다. 그곳에는 십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무디는 그들 모두가 마치 자신을 감시하는 것 같은 일종의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묘한 느낌을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곳 흡연실에 모인 사람들은 지난 1월에 발생한 미스터리적인 살인사건과 간접적인 이해관계로 얽혀 있었으며, 당시 사건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비밀 회합이었기에 그러한 사실과 배치되는 무디의 방문은 그들의 입장에서 다소 의아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 중에 해운업자로 일하고 있는 발퍼는 무디가 이곳에 처음 오게 된 낮선 방문자라는 사실을 알고 오늘 모임에 대한 목적과 또한 살인사건에 대한 전말을 상세하게 설명하기에 이른다. 사건의 발단은 금광부지에서 조금 떨어진 외딴 오두막에서 한 남자가 시체로 발견되었으며, 같은 시간과 맞물려 거리의 여자로 알려진 안나가 갑작스럽게 자살미수로 붙잡히게 되었고 한편으로 금광을 발견하여 순식간에 벼락부자가 된 청년 스테인스가 그녀와 함께 있다가 헤어진 후에 돌연 실종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모임에 와있는 사람들은 이들 세 명에게 어떤 모종의 관계가 있었음을 짐작하지만 결과적으로 명확한 사건 진실의 접근에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고 무디는 우연하게 듣게 된 이 사건에 대해 급격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사건의 중심축에서만 보면 하나의 단순한 미스터리를 전개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작품들 중에는 본래의 이야기에 부연되는 내용들을 늘어놓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작품을 향한 집중력을 자칫 떨어트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러한 우려는 찾아보기 힘들며 역사미스터리라는 소재를 토대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줄거리의 내용에서 재미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기도 하거니와 배경이나 인물들의 심리묘사는 물론, 이야기의 구성적인 면에서 돋보이는 치밀함에 이은 작품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어서 여러모로 흠잡을 데 없는 대작으로 보아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저자가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을 통해 보여주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보면 우리의 현실적인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제3자라는 관조적인 관점에서 독자들이 그 민낯을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도 이채롭게 다가온다. 그래서 작품을 읽다보면 권력과 황금이라는 물질의 욕망 얽매여 때로 배신과 변절을 일삼기도 하며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면 부당한 거래일지라도 모른 척하거나 이해당사자들끼리 적당한 타협을 통해 모략을 일삼는 불편한 인간의 이전투구 양상을 적나라하게 관찰할 수 있다. 더구나 이 소설에는 12개의 별자리가 상징하는 속성을 기반으로 그에 상응하는 중심인물들이 배치되어 있고 줄거리 전개과정에서 정교한 세련됨을 더하기 위해 부가적으로 7개의 행성을 나타내는 여타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독자들이 이 작품을 감상하기에 앞서 이런 점을 사전에 고려한다면 한층 더 가속화된 몰입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뉴질랜드 개척시대에 황금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역사미스터리를 담은 이 작품에 많은 독자들의 관심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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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설계도, 게놈 - 23장에 담긴 인간의 자서전
매트 리들리 지음, 하영미.전성수.이동희 옮김 / 반니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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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주요 언론 기사에 따르면 국내 울산에 거주하는 1만 여명의 유전정보를 분석하여 한국인 게놈 빅데이터를 만드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될 것이라고 보도한바 있다. 물론 이전에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유전정보에 대한 분석이 있었지만 이는 400명 정도의 소규모에 불과했고, 이번처럼 대규모로 진행되는 것은 상당히 획기적이고 이례적이며 의학적으로도 진일보적인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한국인들이 자주 앓고 있는 질병의 위험도를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암이나 특이질환에 대한 유전적 규명과 관련 질병을 사전에 예측함으로써 선진적인 치료의학체계를 갖추는 하나의 대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게놈을 활용한 맞춤의학이 가능해짐에 따라 향후 바이오의료산업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보건의료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게놈이라는 말의 의미는 유전자와 염색체의 합성어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말하자면 하나의 생물체가 생명현상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유전정보 DNA의 집합체를 뜻하는 것으로 일각에서는 생명의 설계도라고 불리기도 한다. 게놈 연구가 시작되었을 당시의 초기 목적은 염색체 지도를 완성하려는 순수 학술적인 측면이 강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실용 가능한 유전학적 정보가 새로이 발견되었고 농작물의 품종개량을 위한 유전자 재조합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면서, 이후 이러한 연구의 결과가 인간의 유전성 질병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확신아래 국제 공동연구는 물론이고 각 국가별로 더 많은 투자와 연구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게놈의 연구 내용이 전문적인 과학영역인데다가 이해하기에 쉽지 않은 내용들이 많아서 그동안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많은 지식을 동원하지 않고도 인간게놈의 전반적인 부분을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인간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23쌍의 유전자들 중에서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몇 가지의 특징들을 골라 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구체적인 의미와 영향을 깊이 살펴보고자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그 이면에 지금까지 유전자 해석 연구를 통해 알려진 사실을 토대로 인류의 기원과 진화, 그리고 심리학, 고고학, 의학에 이르는 학문의 거의 모든 분야와 연관시킴으로써, 오늘의 시각에서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독자 스스로의 가치판단에 유효한 도움을 주고자 했다는 점이다. 책 속에는 인체의 내부에 존재하는 23쌍의 염색체를 순서대로 나열하여 각각의 염색체마다 인간의 본성과 관련한 상징할만한 유전자를 찾아 그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이를테면 게놈의 6번 염색체는 인간의 지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우리의 지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환경적 외부요인과 본래의 유전적인 부분과의 상관관계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분석하고 있으며, 9번 염색체의 경우에는 우리의 ABO식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이면서도 말라리아, 콜레라와 같은 질병문제와도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음을 여러 연구사례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또한 11번 염색체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성이나 사람마다 각기 다른 개성의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현대의학에서 이를 기반으로 반사회적 성향이나 성격을 치료에 응용되고 있다는 사실과, 특히 17번 염색체에서는 인간에게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거나 파괴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유전자를 이용해 암을 억제하거나 예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서 향후 암을 치료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새로이 모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 독자들이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유전인자에 대해 확대된 지식을 얻는 한편으로, 유전자의 연구로 인해 불거지고 있는 생명 경시나 생태계 파괴와 같은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균형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데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의 내용이 이채로우면서도 주목을 이끄는 점은,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게놈의 단편적인 부분만을 드러내어 열거한 것이 아니라, 생명공학에 앞서 윤리학에 배치되는 여러 문제점을 통찰하고 있으며 여전히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우생학의 긍정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을 사회공익차원에서 어떻게 조절하고 다루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게놈의 연구결과에서 나타난 실증적인 부분들을 통해 진화론과 인간결정론의 오류부분을 명확하게 지적함으로써 게놈의 연구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을 다시금 재정립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논리적 견해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인간게놈의 내용이 해독 완료되었다는 것은, 단지 인간의 유전정보를 구성하고 있는 순서를 알게 되었다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이를 바탕으로 인간을 괴롭히는 선천적 유전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는 점에서 미래 인류의 행복과 번영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지만 책에도 나와 있듯이 수십억 쌍에 이르는 엄청난 유전자가 과연 모두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풀어내기에는 아직도 멀고 험난한 과정에 있으며, 더구나 이러한 연구의 결과가 때로는 인간의 이기주의적인 욕구에 따라 오남용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결코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게놈의 연구로 축척된 지식이 생명과학 분야에 핵심적인 연결고리로 작용되고 있는 만큼, 이로 인해 경제적 이익이라는 차원에서 야기될 소수 기업이나 개인에게 주어지는 독점적 권한의 문제는 또 다른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인간 게놈의 발견은 과학의 진보를 증명하는 엄청난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지나온 역사적 사실을 돌이켜볼 때 과학기술이 언제나 인간을 이롭게만 한 것은 분명 아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유전자 연구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물론이고 편협하지 않은 방향으로의 과학적 지식을 쌓는 유익한 기회가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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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뒤흔든 금융권력 - 정치권력은 어떻게 한국 금융을 지배했는가
윤재섭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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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모든 나라에서 전개되는 경제의 흐름은 때로 상승기를 이루면서 좋아지기도 하고 반대로 하강기에 접어들면 나빠지게 마련이어서 이러한 경기변동의 진행과정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변화의 파고는 최소한으로 줄여야만 한다. 만약에 그렇지 아니한다면 아무리 경제대국이라 해도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지난 세계 경제사의 내용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경제가 불경기에 접어들면 수요가 줄어들면서 경쟁력이 약한 기업들은 파산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실업이 발생되어 극심한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 그러나 경제가 호황기라고 해서 마냥 좋은 것만도 아니다. 경제 활성화가 이루어져 호황기에 접어들면 상승적인 국면에 맞추어 경기는 자연스럽게 과열의 양상을 나타나게 될 것이고, 결국 인플레이션이 발생되면서 그에 따라 임금상승이 이어지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경기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불황이 되었든 호황이 되었든 간에 향후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인지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여, 가급적 그 변동의 폭이 크지 않도록 여러 경제정책을 시행하여 대다수의 국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 방향으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한 정책을 가리켜 흔히 경제안정화 정책이라고 말하는데, 그 중심이 되는 것이 바로 금융정책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의 거의 모든 경제시스템은 정부의 주도하에 일방적으로 단행되어 왔고, 더구나 금융정책 분야에 관해서는 정치권력이 좌우하는 관치금융이 심화되면서 크고 작은 경제위기에 처하는 극심한 혼란의 원인이 되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과거 우리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을 면밀히 짚어보고 향후 금융발전을 위해 필요한 해결책의 방안을 깊이 모색해보고자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먼저 우리나라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이적인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하며 오늘날 세계 10위권에 이르는 경제규모를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과도한 관치금융의 폐해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신용할만한 평가받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앞으로 더 이상의 정치권력에 의한 금융지배는 단연코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세부적으로 과거 여러 정부에서 행해졌던 관치금융의 실제사례들을 통해 두 가지 측면에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중에 한 가지는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 주체들의 입김에 의해 지연과 학연에 얽매인 주요 금융기관의 수장이 새로이 임명되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임시방편식의 수시로 교체되는 안일한 인사행태가 마치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져 왔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또 다른 하나는 우리의 금융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가치창출을 위한 능숙한 경험과 금융기술의 노하우, 건전한 자본의 축적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만큼의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와 간섭, 과보호, 제한경쟁 같은 부정적 요소의 잔재들이 우리의 금융발전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해결방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책 속에서 관심을 이끄는 내용은 지난 제 3공화국 박정희 정권에서부터 최근 이명박 정권에 이르기까지 정치권력에 억눌린 국내 금융의 행보가 어떻게 진행되어왔고 그 과정에서 한때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여러 굵직한 금융사건의 내막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많은 독자들이 이를 통해 불편했던 우리 금융역사의 치부는 물론이고 보다 나은 금융의 미래를 위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금융과 관련한 언론의 비판적인 보도내용을 살펴보면, 우리의 금융 산업구조 형태는 정부가 지나치게 금융기관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우려스러울 정도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관치금융의 악습이 사라지기는커녕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봐야할 것이다.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단기외채를 관리하지 못한 정부의 금융정책 실패로 1997년에 우리는 이미 국가부도의 상황에 내몰리는 굴욕적인 경험을 갖고 있으며,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국제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을 불러오며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자 국내경제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이는 불안한 모습을 보여 왔다. 다행스럽게 위기를 모면하기는 했지만, 유의할 것은 그 해결의 요인이 우리의 탄탄하고 자생적인 금융기반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외적으로 수출이 많아져서 국제수지가 높아지고 외화보유고가 많아도 또한 내부적으로 흑자재정을 이룬다고 해도, 그 상황에 맞는 정부의 금융정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국가의 경제는 한 순간에 나락의 길로 빠져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현재 학계나 일부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많은 문제점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 금융의 현실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제2의 금융위기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 근거로 중국의 경제성장이 감소추세로 돌아서면서 아시아의 증시와 통화가 하락의 조짐을 보이고 있고, 미국의 금리인상과 국제 유가의 급락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하루빨리 고질적인 문제를 제거하는데 골몰하여 대비한다면 적어도 과거와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울러 그러한 연관선상에서 이 책이 여러 독자들에게 금융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경제를 바라보는 안목을 넓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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