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뒤흔든 금융권력 - 정치권력은 어떻게 한국 금융을 지배했는가
윤재섭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모든 나라에서 전개되는 경제의 흐름은 때로 상승기를 이루면서 좋아지기도 하고 반대로 하강기에 접어들면 나빠지게 마련이어서 이러한 경기변동의 진행과정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변화의 파고는 최소한으로 줄여야만 한다. 만약에 그렇지 아니한다면 아무리 경제대국이라 해도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지난 세계 경제사의 내용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경제가 불경기에 접어들면 수요가 줄어들면서 경쟁력이 약한 기업들은 파산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실업이 발생되어 극심한 혼란을 야기하게 된다. 그러나 경제가 호황기라고 해서 마냥 좋은 것만도 아니다. 경제 활성화가 이루어져 호황기에 접어들면 상승적인 국면에 맞추어 경기는 자연스럽게 과열의 양상을 나타나게 될 것이고, 결국 인플레이션이 발생되면서 그에 따라 임금상승이 이어지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경기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불황이 되었든 호황이 되었든 간에 향후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인지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여, 가급적 그 변동의 폭이 크지 않도록 여러 경제정책을 시행하여 대다수의 국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 방향으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한 정책을 가리켜 흔히 경제안정화 정책이라고 말하는데, 그 중심이 되는 것이 바로 금융정책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의 거의 모든 경제시스템은 정부의 주도하에 일방적으로 단행되어 왔고, 더구나 금융정책 분야에 관해서는 정치권력이 좌우하는 관치금융이 심화되면서 크고 작은 경제위기에 처하는 극심한 혼란의 원인이 되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과거 우리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을 면밀히 짚어보고 향후 금융발전을 위해 필요한 해결책의 방안을 깊이 모색해보고자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먼저 우리나라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이적인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하며 오늘날 세계 10위권에 이르는 경제규모를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과도한 관치금융의 폐해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신용할만한 평가받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앞으로 더 이상의 정치권력에 의한 금융지배는 단연코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세부적으로 과거 여러 정부에서 행해졌던 관치금융의 실제사례들을 통해 두 가지 측면에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중에 한 가지는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 주체들의 입김에 의해 지연과 학연에 얽매인 주요 금융기관의 수장이 새로이 임명되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임시방편식의 수시로 교체되는 안일한 인사행태가 마치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져 왔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또 다른 하나는 우리의 금융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가치창출을 위한 능숙한 경험과 금융기술의 노하우, 건전한 자본의 축적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만큼의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와 간섭, 과보호, 제한경쟁 같은 부정적 요소의 잔재들이 우리의 금융발전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해결방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책 속에서 관심을 이끄는 내용은 지난 제 3공화국 박정희 정권에서부터 최근 이명박 정권에 이르기까지 정치권력에 억눌린 국내 금융의 행보가 어떻게 진행되어왔고 그 과정에서 한때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여러 굵직한 금융사건의 내막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많은 독자들이 이를 통해 불편했던 우리 금융역사의 치부는 물론이고 보다 나은 금융의 미래를 위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금융과 관련한 언론의 비판적인 보도내용을 살펴보면, 우리의 금융 산업구조 형태는 정부가 지나치게 금융기관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우려스러울 정도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관치금융의 악습이 사라지기는커녕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봐야할 것이다.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단기외채를 관리하지 못한 정부의 금융정책 실패로 1997년에 우리는 이미 국가부도의 상황에 내몰리는 굴욕적인 경험을 갖고 있으며,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국제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을 불러오며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자 국내경제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이는 불안한 모습을 보여 왔다. 다행스럽게 위기를 모면하기는 했지만, 유의할 것은 그 해결의 요인이 우리의 탄탄하고 자생적인 금융기반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외적으로 수출이 많아져서 국제수지가 높아지고 외화보유고가 많아도 또한 내부적으로 흑자재정을 이룬다고 해도, 그 상황에 맞는 정부의 금융정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국가의 경제는 한 순간에 나락의 길로 빠져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현재 학계나 일부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많은 문제점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 금융의 현실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제2의 금융위기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 근거로 중국의 경제성장이 감소추세로 돌아서면서 아시아의 증시와 통화가 하락의 조짐을 보이고 있고, 미국의 금리인상과 국제 유가의 급락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하루빨리 고질적인 문제를 제거하는데 골몰하여 대비한다면 적어도 과거와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울러 그러한 연관선상에서 이 책이 여러 독자들에게 금융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경제를 바라보는 안목을 넓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