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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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시간을 쪼개어 문학을 찾고 또 찾아내어 읽는 이유는 하나의 작품 속에서 전개되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해져 오는 색다른 감흥을 얻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그 외에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의 방식을 정면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며 받아들여 타인과의 공감적인 폭을 넓히는 것과 동시에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와 교훈적 의미를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사실 매년 국내외적으로 새로운 문학작품들이 독자들 앞에 선보이고 있지만, 그 가운데 심금을 울리는 장면을 연출하여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만큼의 특색 있는 인상을 남겨주거나, 혹은 매혹적인 줄거리를 선보이며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할 정도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등의 의미 있는 작품을 마주하는 것은 생각보다 드물지 않나 싶다. 그런데 이 작품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그러한 분류 속에 반드시 넣어야 할 것 같은 무언의 힘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 작품은 2013년 세계 3대 문학상 중에 하나로 알려진 맨부커상을 차지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독자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기는 했지만, 막상 작품을 접하고 보니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생동감 넘치는 놀라운 스토리의 진행은 물론이고 읽기 시작하면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이전에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신선하면서도 강렬한 흡입력을 갖추고 있어서 문학을 선호하는 독자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기를 적극 추천해본다. 전반적인 줄거리의 내용으로 볼 때 이 작품은 역사 미스터리라는 소재를 담고 있어서 추리장르문학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그와 같은 장르적 요소가 주는 대중적인 관점에서의 재미를 넘어 문학의 다채로운 풍미까지를 체감할 수 있게 한다. 그러한 시각에서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을 통해 잠시나마 문학에 의한 힐링을 채워가는 자신만의 특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이 작품은 대영제국의 절정기에 해당하는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골드러쉬가 한창 진행되던 1860년대 뉴질랜드의 작은 금광도시 마을을 주 무대로 삼고 있다. 이야기 속 주요인물이 되는 젊은 청년 월터 무디는 지난날 고단했던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을 찾기 위해 홀연히 증기선을 타고 거친 항해 끝에 뉴질랜드의 호키티카라는 낮선 마을에 첫 발을 내딛는다. 그날은 몹시도 폭우가 쏟아지는 흐린 날씨였는데 그는 오랜 시간 동안 항해로 인한 피곤함 때문에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허름한 호텔의 흡연실에 무심코 들어서게 된다. 그곳에는 십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무디는 그들 모두가 마치 자신을 감시하는 것 같은 일종의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묘한 느낌을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곳 흡연실에 모인 사람들은 지난 1월에 발생한 미스터리적인 살인사건과 간접적인 이해관계로 얽혀 있었으며, 당시 사건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비밀 회합이었기에 그러한 사실과 배치되는 무디의 방문은 그들의 입장에서 다소 의아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 중에 해운업자로 일하고 있는 발퍼는 무디가 이곳에 처음 오게 된 낮선 방문자라는 사실을 알고 오늘 모임에 대한 목적과 또한 살인사건에 대한 전말을 상세하게 설명하기에 이른다. 사건의 발단은 금광부지에서 조금 떨어진 외딴 오두막에서 한 남자가 시체로 발견되었으며, 같은 시간과 맞물려 거리의 여자로 알려진 안나가 갑작스럽게 자살미수로 붙잡히게 되었고 한편으로 금광을 발견하여 순식간에 벼락부자가 된 청년 스테인스가 그녀와 함께 있다가 헤어진 후에 돌연 실종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모임에 와있는 사람들은 이들 세 명에게 어떤 모종의 관계가 있었음을 짐작하지만 결과적으로 명확한 사건 진실의 접근에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고 무디는 우연하게 듣게 된 이 사건에 대해 급격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사건의 중심축에서만 보면 하나의 단순한 미스터리를 전개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작품들 중에는 본래의 이야기에 부연되는 내용들을 늘어놓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작품을 향한 집중력을 자칫 떨어트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러한 우려는 찾아보기 힘들며 역사미스터리라는 소재를 토대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줄거리의 내용에서 재미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기도 하거니와 배경이나 인물들의 심리묘사는 물론, 이야기의 구성적인 면에서 돋보이는 치밀함에 이은 작품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어서 여러모로 흠잡을 데 없는 대작으로 보아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저자가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을 통해 보여주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보면 우리의 현실적인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제3자라는 관조적인 관점에서 독자들이 그 민낯을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도 이채롭게 다가온다. 그래서 작품을 읽다보면 권력과 황금이라는 물질의 욕망 얽매여 때로 배신과 변절을 일삼기도 하며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면 부당한 거래일지라도 모른 척하거나 이해당사자들끼리 적당한 타협을 통해 모략을 일삼는 불편한 인간의 이전투구 양상을 적나라하게 관찰할 수 있다. 더구나 이 소설에는 12개의 별자리가 상징하는 속성을 기반으로 그에 상응하는 중심인물들이 배치되어 있고 줄거리 전개과정에서 정교한 세련됨을 더하기 위해 부가적으로 7개의 행성을 나타내는 여타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독자들이 이 작품을 감상하기에 앞서 이런 점을 사전에 고려한다면 한층 더 가속화된 몰입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뉴질랜드 개척시대에 황금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역사미스터리를 담은 이 작품에 많은 독자들의 관심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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