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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국가를 생각하다
토드 부크홀츠 지음, 박세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4월
평점 :
지난해에 우리는 국민이 위임한 국가통치 권력의 행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오로지 비선실세의 사리사욕에 이용되는 것을 방치한 대가로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국정농단의 비극적인 현실을 맞이해야만 했다. 그러한 결과로 국가의 품격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으며, 다른 무엇보다 지난 과거 군부 독재의 사슬을 끊어내며 힘겹게 정착시켜온 민주주의 제도의 훼손은 물론이고,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혼란한 시국의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대다수의 우리 국민들은 작금의 사태에 관하여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국가위기의 중대한 문제로 규정했고, 매서운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날씨에도 불구하고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자로써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헌법을 무시하며 국정의 모든 사안에 무책임하고 무능했던 권력자를 자리에서 끌어내려 법의 심판대에 올려놓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그 과정에서 특히 눈에 띠었던 점은 많은 시민들이 당시 국정농단의 실태를 두고 모두가 한 목소리로 ‘이것이 나라인가’ 라고 하는 결연하고 분노에 찬 외침과 함께, 그동안 정권에 기대어 공정치 못한 태도를 보인 언론과 검찰, 그리고 단단하게 고착되어버린 정경유착의 고리를 이제는 과감히 끊어내야 한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출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가 당면한 국정혼란의 사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 뿌리가 깊고 단단해서 생각만큼 결코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지금부터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국정공백을 하루빨리 수습하고 그 후유증을 최소화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슬기로운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만약에 이 시국을 우리가 원활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불안한 세계경제 속에서 우리 국가 미래는 암울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농후해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우리의 시국과 연관하여 국가분열과 파국의 원인이 어디에서부터 오는지를 모색해보고, 또한 위기에 처한 국가상태를 극복한 과거 여러 리더들의 통찰과 혜안을 담아 독자들에게 유용한 시간을 제공하고 있어 필독할 만하다.
우선 이 책의 저자는 몇 해 전에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라는 경제교양서가 국내에 소개하여 많은 독자들에게 흥미와 호기심을 충족시켜줌으로써 상당한 호평을 얻은 바 있으며,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익히 알려져 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이 책에는, 여러 나라들이 현재 겪고 있는 국가분열의 원인이 과연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어 오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분석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주제는 이미 다수의 학자들에 의해 여러 견해들이 수차례 피력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내용이 독자의 입장에서 조금은 독특하고 이채롭게 여겨지는 것은, 기존의 분석들이 대개 단순한 하나의 특정한 사안에 대해 집중하여 세부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본다면, 이 책은 그와는 달리 경제학적인 시각과 인문학적인 측면을 함께 고려하여 국가분열의 근본적 문제가 되고 있는 요인들을 모두 다섯 가지 사안으로 체계화하여 분류하고 각 부분마다 포괄적이면서도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독자들이 문제점과 해결책의 핵심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설득력 있게 펼쳐내고 있다. 또한 책의 후반부에서는 어렵고 고통스런 국난의 시기에도 굴하지 않고 새로운 통합을 이루어 내었던 과거의 역사의 실제사례들을 찾아내어 그 교훈적 가치를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했다.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먼저 경제적인 문제의 것만 한정한다고 가정할 때에도,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세계 경제 상황의 흐름이라는 것도, 단순히 지금 이 순간에 발생되는 파편적인 사건들이 주류가 되어 이루어 진 것은 아니며, 과거에 존재했던 모든 일들의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을 함께 중첩하여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국가분열과 극복의 진행과정 역시도 그와 유사한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의 내용에서 저자의 혜안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국가분열과 그리고 극복의 방향을 경제와 역사, 그리고 정치와 문화까지를 깊이 있게 총체적으로 포괄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 관해서 많은 독자들도 충분한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국가가 번영의 길로 들어서기까지에는 훌륭한 인품과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를 필두로 안정적이고 유기적인 사회제도의 정착, 또한 그에 상응하는 국민과 국민성이 충분히 성숙되어져야 하며 게다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 결실을 맺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반면에 국가분열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쉽게 발생할 수도 있으며 한 번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전개되고 파급력도 커서 국가위기를 가져오는 단초가 된다. 그와 관련하여 지금 우리나라가 직면한 현실은 과연 어떠한가. 다행히도 국정농단의 사태가 멈추고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선거의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국기문란의 과정이 원만하게 해결되어 다시 국민통합을 향한 희망적인 미래가 확고하게 보장될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왜냐하면 국내외적으로 우리 앞에 놓인 경제적 여건이 좋지 못한데다가 여전히 중구난방으로 지속되고 있는 이념, 세대, 지역 간에 갈등의 불씨들이 꺼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내용은 오늘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불가피한 현안의 문제를 고려해 볼 때, 독자들이 작금의 분열적 상황을 어떻게 객관화시켜 현명하게 바라보고 판단할 것인가 하는 점과, 아울러 이와 같은 시기에 우리가 진정 필요로 하는 리더는 어떤 자격과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지를 구체화 해보는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깨어난 국민들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국가적 위기 극복의 시간은 그만큼 단축될 것이며 분열을 반복하는 중차대한 실수는 점차 적어지게 될 것이다. 그와 더불어 공동체 의식은 더욱더 공고하게 자리 잡게 될 것이며 그것이 발판이 되어 향후 더 나은 사회로 발전시켜 나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의 내용을 통해 바람직하고 의식 있는 민주주의 시민으로써의 자질을 재점검하는 것과 동시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진 자랑스러운 국민의 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하나의 동기로 삼았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