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리커버 에디션)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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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느 정도 사리분별을 명확히 할 수 있는 나이에 이르게 되면, 주어진 삶에 관하여 가치 있는 인생을 추구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번쯤은 하게 마련이다. 일부 어떤 사람들은 이를 두고 말하기를 세상의 이치에 맞게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는 그저 적당히 처신하며 살아가면 될 것 아닌가 라고 쉽게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적당하게라는 말의 기준도 제각기 달라 애매모호할뿐더러,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는 사회 속에 부대끼다 보면 그것이 생각만큼 단순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대개 자기의 이익에 우선하여 보고 듣고 행동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을 직시하되 자신의 양심에 크게 거스르지 않으며 사회적 존재로서의 만족스러운 인간적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과 상황에 따라 결단력 있는 판단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것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과거 선인들이 펼쳐왔던 인생의 흔적들로부터 그들이 남겨놓았던 말과 글을 통해 교훈을 얻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각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그와 연관해서 때로 시대적 논란거리가 되기는 했지만 인류 역사의 문명이 진보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공명을 불러일으키고 커다란 획을 그었다고 여겨지는 몇 권의 책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독자의 눈길을 이끈다. 정치가, 방송인 등 다양한 이력을 거치며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저자는, 지금은 자칭 지식소매상으로 활동하고 있으면서 어려운 내용을 요점만 알기 쉽게 설명하는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의 이력이 말해주듯이 이 책의 내용에는 문학에서부터 경제, 사회, 과학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고전들이 담겨져 있는데, 그의 이해하기 쉬운 해설이 바탕이 되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친절하고 부담 없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본다. 따라서 독자들이 한 권이 책속에서 또 다른 책의 내용을 관찰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고, 무엇보다 책의 내용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볼 것이며 그것을 어떻게 마음에 담을 것인가 하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으로 여겨져 기회가 된다면 가급적 일독해 보기를 권해본다.


이 책은 러시아 문학의 거장으로 널리 알려진 도스토앱스키의 죄와 벌을 시작으로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끝으로 모두 14권의 위대한 고전들의 핵심적인 내용을 담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일종의 저자가 책을 읽고 느꼈던 책에 대한 단상이기도 하며, 또한 한편으로 앞으로 독자들이 이러한 책을 접하고자 할 때, 옆에 두고 참고해도 좋을 가이드 형태의 충분한 활용서로 간주해도 무방할듯하다. 소개된 책들 중에는 필독의 교양도서로 분류되고 있기는 해도 독서를 취미로 하고 있는 독자라도 좀처럼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난해한 책들의 내용도 있으며, 또한 일부는 암흑과도 같았던 오래전 우리의 정치현실과 사회분위기와 비교해 우리의 폐부를 찌를 만큼 깊은 감동을 주는 책도 있다. 그러나 독자의 입장에서 정작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책에 관한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중 어느 것 하나라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그래서 어쩌면 간직하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도서목록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책의 내용과 관련하여 우리는 세상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중에 숱한 오류를 범하기도 하며 때로 가고자 하는 길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그른 것인지를 인식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책의 서두에서 말하기를 우리가 설사 지나온 발자취를 다시는 되돌아 갈 수 없을지라도, 향후 자신의 인생에 분기점이 될 수도 있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다시금 놓여 있어 갈등을 빚고 있을 때에, 현자들의 고민과 사색이 묻어난 책을 통해 정도를 향해 걷는 판단의 근거로 삼아보기를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책에 나와 있는 목록 중에 좀처럼 잊히지 않는 것은, 부를 향해 쫓아가는 인간의 욕망을 다룬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의 내용과 진실을 왜곡하거나 여론을 호도하여 또 다른 양상의 폭력을 불러오는 언론의 문제점을 질타한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의 이야기는 다름 아닌 오늘 우리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저자의 도서 선정에 대한 섬세함과 탁월함이 몸소 느껴진다 하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어디서 들은 것인지 혹은 어느 책에서 문득 보아온 것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이 생각이 난다. 그때는 이 속담이 주는 진정한 의미를 모르고 무작정 독서를 해왔던 듯하다. 그런데 이 책을 펼쳐보기 전까지만 해도 책을 손에 들면 그 속에서 나름대로의 길을 찾아보려는 노력은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면에서만 본다면 이 책은 나에게 있어 독서에 관한 관념의 틀을 재정비하게 하게 만드는 귀한 기회를 준 것이 아닌가 싶어 마음 한편으로 고맙게 다가온다. 이에 더하여 새로운 눈을 뜨게 만드는 고전의 목록까지를 세세하게 길잡이 해주고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을 만큼의 반가운 마음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노동시간이 가장 많은 국가 중에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보니 모두가 빠르고 바쁘게 사느라 독서를 즐길 시간은커녕 마음의 여유를 느낄 시간조차 부족하다. 그래서 누군가는 책이란 시간을 쪼개 틈틈이 읽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렇게 해서 책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암묵적인 대화가 가능할지가 의아스럽다. 독서를 함으로써 얻어지는 가치가 여러모로 상당하다는 것을 우리 대부분은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마음만 앞설 뿐, 책과 거리를 두며 살아가고 있지 않나 싶다. 그것은 일 년에 책을 평균적으로 얼마나 읽는지에 대한 여론조사가 그 사실을 대변한다고 본다. 물론 다수의 유익한 고전이나 교양서를 읽는다고 해서 남보다 모든 일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더 현명하게 사는 것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책을 대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책을 조금 더 접한 사람이 보다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으며 한층 확장된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책은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의 새로움을 찾게 만드는 공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자의든 타의든 간에 기존에 일방적으로 편집된 자신의 의식을 새로이 일깨울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해주는 훌륭한 도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한 시각에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으로 인해 풍요로운 독서의 시간을 즐겼으면 싶고, 더 나아가서 책을 통해 세상에 담대하게 맞서는 동기부여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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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형제 세트 - 전2권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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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국내외 여러 나라의 문학을 읽어보았지만 의외로 중국작가의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로 거의 없는듯하다. 아마도 그 바탕의 이유에는 어떤 특별한 선입관이 없음에도 선뜻 먼저 손이 가게 되지 않는다는 점과, 또 한 가지는 국내에 소개된 작품들도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실 이 작품을 가급적 읽었으면 했던 것은, 오래전에 작가가 국내에 소개한 다른 소설을 우연히 접하면서 그 안의 줄거리 흐름을 집중하여 따라가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인데, 그 연장선상에서 과연 이 작품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져 있을까 하는 궁금증의 발로였다고 볼 수 있겠다. 결과적으로 이 책의 선택은 내심 기대했던 것 이상의 흡족한 재미를 안겨주었다고 할 수 있을듯하다. 저자 위화는 중국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서 많은 독자들로부터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명성을 얻어왔는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작품이 영화화 된 적이 있기도 해서 굳이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듯하다. 독자의 입장에서 그의 소설을 모두 접해본 것은 아니지만 몇몇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생생한 현실을 보는 것 같은 사실적이면서도 거칠 것이 없는 과감한 서사의 진행과, 능청스러울 만큼의 직설적인 문장 표현의 연속임에도 그것이 결코 거부감 있게 다가오지 않고 쉽게 읽힌다는 점이다. 덧붙여 작품 속 사건의 전개 속에 나타나는 등장인물을 통해 독자에게 인간의 희로애락의 공감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키는 힘을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소설은 중국의 어제와 오늘을 차례로 조명하면서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시대변화를 겪는 과정 속에 사회 전반의 조류에 휩쓸려 거스를 수없는 운명에 맞닥트린 형제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담아내고 있는데, 때로는 비극적으로 때로는 희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마치 오래전 등사기에 놓인 영화 필름을 떠올리게 할 만큼의 생동감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어서 매혹적 있게 다가온다. 따라서 문학을 선호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관심을 가지고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이 소설의 전반부는 1960년대 중반 중국 최고지도자 마오쩌둥이 자신의 권력 회복에 대한 일환으로 추진했던 문화대혁명이라는 극심한 공포와 혼란이 야기되었던 시기를 다루고 있으며, 이어지는 후반부에서는 그러한 극좌 사회주의 운동이 엄청난 후유증을 남기고 결국 실패로 끝나면서 중국의 차기 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덩샤오핑이 대대적인 개방개혁과 시장자본주의를 도입하면서 파생된 급격한 사회변화의 형성과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품 속 이야기는 중요인물이 되는 이광두가 10대 시절에 여자화장실을 훔쳐보다가 붙잡혀 마을사람들에게 모두 알려지게 되면서부터 시작한다. 이후 그의 어머니는 그 애비에 그 자식이라며 탄식을 쏟아내고 마을 사람들은 그를 불량스러운 소년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런 그에게는 송강이라는 배다른 형이 하나 있었는데, 그 인연의 단초는 광두의 아버지가 불미스러운 일로 세상을 등졌을 당시에 송강을 홀로 키우던 이웃 아저씨가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그의 어머니에게 도움을 준 것이 계기가 되어 두 사람이 재혼했기 때문이다. 광두와 송강은 그렇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채로 형제의 연을 맺게 된 것이다. 새롭게 가족인 된 이들은 가정에 충실하며 자상했던 송강의 아버지와 그런 그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광두의 어머니의 노력으로 가난하지만 남부럽지 않은 화목한 시기를 보낸다. 하지만 문화대혁명이라는 격동의 사태를 맞으면서 송강의 아버지는 과거 한때 지주의 집안이었다는 이유로 온갖 박해를 받다가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광두의 어머니 역시 그의 죽음을 가슴 속에 한으로 남긴 채 우울한 삶을 몇 년간 보내다가 자신의 생을 마감한다. 생각지 못한 부모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고아가 되었지만, 그 사이 성인으로 성장한 송강과 광두는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면서도 자신들은 형제로 맺어진 관계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친형제 이상의 돈독한 우애를 쌓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형제는 여자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게 되고, 결코 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두 사람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면서 마침내는 이 사건이 빌미가 되어 예기치 못한 엉뚱한 상황으로 내몰린다.


이 작품을 언급하기에 앞서 생각해 볼 것은 중국이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약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들은 우리나라가 그래왔듯이 상당히 짧은 기간 안에 빠르고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왔고 그러한 경제발전 덕분에 자국의 국민들에게 풍요로운 삶의 기회를 넓혀주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그처럼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의 밑바닥에는 처참할 정도의 자본주의 병폐가 만연되어 있으며, 이제는 쉽게 치유하기 힘든 고착화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바로 그러한 시대상황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한편으로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은 중국의 사회와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작품의 줄거리는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장편이지만 작가 특유의 흡입력 있는 구성 전개로 인해 독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페이지를 가볍게 넘길 수 있을 만큼의 가독성 있는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야기 흐름의 저변에 풍자와 해학의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으며, 급변하는 중국의 시대적 변혁기를 둘러싸고 등장인물들이 펼쳐내는 각별한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모습은 독자들로 하여금 감동과 연민의 감정을 충분히 전달하는 드라마틱한 내용을 제공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극중 캐릭터들이 너무 정형화되어 있어서 작위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과, 소설 속 이야기의 일부의 내용을 보면 부담스러울 정도로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억지스럽기도 해서 괴리감에 따른 거부감을 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말하기를 이 작품의 내용은 오늘 중국인들 앞에 놓여 있는 불편하고 불행한 극단적 간극의 상황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러한 점이 바로 그들만의 문제만은 아닌듯하다. 따라서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중국의 사회와 문화의 이면에 은연 중 감추어진 어두운 현실을 들여다보게 하고 더 나아가서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 과연 어떠한가를 조심스럽게 반추해보게 만드는 의미심장한 주제를 담고 있어서 재미와 아울러 의미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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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 광주 5월 민주항쟁의 기록, 전면개정판
황석영.이재의.전용호 기록, (사)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엮음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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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18일은 대다수 국민들의 깊은 애도와 함께 서른일곱 번째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엄숙하게 진행된 날이다. 하지만 198010.26 사태 이후 군부의 재집권 야욕에 항거하며 광주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의 수많은 시민들이 봉기하여 반독재민주화를 외치다가 군부세력의 무차별적이고 잔혹한 폭력에 짓이겨진 채로,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고결한 뜻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장렬히 산화했던 그때의 암울하고 어두웠던 날들을 생각하면,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우리 모두의 고통스런 기억의 시간이기도 하다. 역사를 언급함에 있어 만약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당시 광주민주화운동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필시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 사회는 결코 쉽게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며, 또한 그동안 진행되어왔던 무소불위의 독재 권력의 행태를 고려해보았을 때, 이 땅에 민주주의가 정착화 되기까지 혹시 모를 또 다른 곳에서의 그보다 더 큰 희생이 요구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과적으로 광주민주화 운동의 정신은 훗날 6월 항쟁으로 이어져 군사적 독재정치가 소멸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꽃을 피우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기구 유네스코는 그때의 기록물을 토대로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쳐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과 가치를 높이 평가하였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과 인권 향상의 계기, 그리고 동아시아 국가들이 민주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이 되었음을 인정하여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이를 부정하면서 과거 군부가 퍼트린 왜곡된 내용을 마치 사실인양 받아들이고 심지어 이를 교묘하게 조장하는 등의 역사의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로 여겨진다. 그러한 시각에서 이 책은 당시 사건의 과정들을 알려주는 여러 기록물들과 사진자료 그리고 관련자들의 증언을 수록하여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올바른 역사인식과 함께 진실을 마주하고 민주주의 의식을 함양하는 좋은 기회로 삼았으면 싶다.


이 책은 광주에서 민주화 항쟁이 발발하기 이전의 우리 정치사회의 분위기, 다시 말해 1970년대가 거의 끝나갈 무렵 유신독재정권의 타도를 외치며 학생과 지식인집단으로 구성된 민주화 운동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배경으로부터 시작하여, 광주에서의 본격적인 민주화시위 요구가 어떻게 촉발되어 확대 전개되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왜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크게 세 가지의 단계로 구분지어 구체적이고도 사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책 속에 다루어져 있는 모든 내용에는 의견 다툼이 될 만한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상상에 의한 허구를 배제하고, 사건의 세부적인 부분과 관련하여서는 사실을 증명할만한 실제의 진실을 바탕으로 시간 배열에 따른 기록일지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독자들이 제삼자의 외부적인 시각에서 사건의 실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 책에는 독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부분들이 여러 곳에 나타나 있는데, 먼저 당시 군부세력이 광주에서의 민중봉기가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막고 고립시키기 위한 작전의 일환으로 언론과 지역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봉쇄해왔다는 정황이 상세하게 드러나 있다. 또한 점점 불어나는 시위대로 인해 경찰병력으로의 진압이 어려워지자 군 수뇌부가 곧바로 특전사 군인들을 투입하여 무자비한 폭력으로 대응했고, 그럴수록 시민들의 저항이 한층 거세어지는 것을 우려하여 그들을 폭도로 매도하거나 북한이 개입했다는 유언비어를 고의적으로 퍼트려 내부분열을 조장해왔다 사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책의 내용에서 경악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최근 외국의 언론기자가 미국 정보부의 기밀문서를 근거로 폭로했던 내용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군부세력이 정치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군대를 동원했다는 사실을 미국정부가 사전에 미리 인지했음에도 이를 묵인하고 방조해왔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어서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이외에도 자위권 발동이라는 명목으로 진압군의 무차별적인 총격으로 무고한 사상자가 나타나면서 시민들이 무장을 할 수밖에 없었던 긴박한 순간과, 더 이상의 죽음을 목도할 수 없었기에 외롭지만 힘든 투쟁을 지속해야했던 그들의 속내를 독자들이 간접적으로나마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요내용은 광주항쟁 직후 사실관계에 따른 진실규명을 명확하게 다루기 위한 목적으로 집필되었다. 그러나 서슬이 시퍼렇던 군부권력은 광주항쟁이 여론화되어 대중들에게 알려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갖가지 이유를 들어 출판을 억제하였으며 집필자들은 물론이고 책을 유통한 관련자들에게까지도 탄압을 일삼았던 것은 이미 알려진지 오래다. 그래서 독자들이 책을 읽기에 앞서 이 한 권의 도서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되기까지의 과정에 국민들이 탐독하면 안 되는 불온서적에 가까운 금서의 취급을 받으며 중단될 위기의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할 것과, 더 나아가서 이 책의 내용을 단순한 사실 전달에만 국한하여 그 의미를 찾기보다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넘어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폭넓은 인문학적 시각의 차원으로 인식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산업화를 거치면서 안정된 민주주의 사회를 건설하는데 있어 다른 여타의 나라들이 이루어 놓은 것과 비교해 압축적인 형태로 빠르게 그 모습을 성장시켜왔다. 그 과정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디딤돌이 되었다. 그래서 그들의 거룩하고 숭고한 항쟁의 정신은 우리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본보기가 되어 면면히 이어져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지난 정부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지못해 소극적으로 거행하는 것 같은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여 왔다. 일례로 국가보훈처가 식순과정에서 참석자들이 부르던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제창을 거부하여 의도적으로 폄훼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다시 새로운 정권으로 바뀌면서 5.18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확고한 공식 입장을 밝혔으며, 과거 청문회에서 조차 뚜렷하게 밝혀내지 못했던 발포명령에 대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5.18 민주화운동의 기록을 담아낸 최초의 역사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으로 말미암아 많은 독자들이 그 때의 항쟁과정에 대해 깊은 이해와 함께 깨어있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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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국가를 생각하다
토드 부크홀츠 지음, 박세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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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우리는 국민이 위임한 국가통치 권력의 행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오로지 비선실세의 사리사욕에 이용되는 것을 방치한 대가로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국정농단의 비극적인 현실을 맞이해야만 했다. 그러한 결과로 국가의 품격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으며, 다른 무엇보다 지난 과거 군부 독재의 사슬을 끊어내며 힘겹게 정착시켜온 민주주의 제도의 훼손은 물론이고,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혼란한 시국의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대다수의 우리 국민들은 작금의 사태에 관하여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국가위기의 중대한 문제로 규정했고, 매서운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날씨에도 불구하고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자로써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헌법을 무시하며 국정의 모든 사안에 무책임하고 무능했던 권력자를 자리에서 끌어내려 법의 심판대에 올려놓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그 과정에서 특히 눈에 띠었던 점은 많은 시민들이 당시 국정농단의 실태를 두고 모두가 한 목소리로 이것이 나라인가라고 하는 결연하고 분노에 찬 외침과 함께, 그동안 정권에 기대어 공정치 못한 태도를 보인 언론과 검찰, 그리고 단단하게 고착되어버린 정경유착의 고리를 이제는 과감히 끊어내야 한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출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가 당면한 국정혼란의 사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 뿌리가 깊고 단단해서 생각만큼 결코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지금부터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국정공백을 하루빨리 수습하고 그 후유증을 최소화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슬기로운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만약에 이 시국을 우리가 원활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불안한 세계경제 속에서 우리 국가 미래는 암울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농후해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우리의 시국과 연관하여 국가분열과 파국의 원인이 어디에서부터 오는지를 모색해보고, 또한 위기에 처한 국가상태를 극복한 과거 여러 리더들의 통찰과 혜안을 담아 독자들에게 유용한 시간을 제공하고 있어 필독할 만하다.


우선 이 책의 저자는 몇 해 전에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라는 경제교양서가 국내에 소개하여 많은 독자들에게 흥미와 호기심을 충족시켜줌으로써 상당한 호평을 얻은 바 있으며,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익히 알려져 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이 책에는, 여러 나라들이 현재 겪고 있는 국가분열의 원인이 과연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어 오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분석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주제는 이미 다수의 학자들에 의해 여러 견해들이 수차례 피력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내용이 독자의 입장에서 조금은 독특하고 이채롭게 여겨지는 것은, 기존의 분석들이 대개 단순한 하나의 특정한 사안에 대해 집중하여 세부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본다면, 이 책은 그와는 달리 경제학적인 시각과 인문학적인 측면을 함께 고려하여 국가분열의 근본적 문제가 되고 있는 요인들을 모두 다섯 가지 사안으로 체계화하여 분류하고 각 부분마다 포괄적이면서도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독자들이 문제점과 해결책의 핵심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설득력 있게 펼쳐내고 있다. 또한 책의 후반부에서는 어렵고 고통스런 국난의 시기에도 굴하지 않고 새로운 통합을 이루어 내었던 과거의 역사의 실제사례들을 찾아내어 그 교훈적 가치를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했다.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먼저 경제적인 문제의 것만 한정한다고 가정할 때에도,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세계 경제 상황의 흐름이라는 것도, 단순히 지금 이 순간에 발생되는 파편적인 사건들이 주류가 되어 이루어 진 것은 아니며, 과거에 존재했던 모든 일들의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을 함께 중첩하여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국가분열과 극복의 진행과정 역시도 그와 유사한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의 내용에서 저자의 혜안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국가분열과 그리고 극복의 방향을 경제와 역사, 그리고 정치와 문화까지를 깊이 있게 총체적으로 포괄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 관해서 많은 독자들도 충분한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국가가 번영의 길로 들어서기까지에는 훌륭한 인품과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를 필두로 안정적이고 유기적인 사회제도의 정착, 또한 그에 상응하는 국민과 국민성이 충분히 성숙되어져야 하며 게다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 결실을 맺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반면에 국가분열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쉽게 발생할 수도 있으며 한 번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전개되고 파급력도 커서 국가위기를 가져오는 단초가 된다. 그와 관련하여 지금 우리나라가 직면한 현실은 과연 어떠한가. 다행히도 국정농단의 사태가 멈추고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선거의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국기문란의 과정이 원만하게 해결되어 다시 국민통합을 향한 희망적인 미래가 확고하게 보장될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왜냐하면 국내외적으로 우리 앞에 놓인 경제적 여건이 좋지 못한데다가 여전히 중구난방으로 지속되고 있는 이념, 세대, 지역 간에 갈등의 불씨들이 꺼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내용은 오늘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불가피한 현안의 문제를 고려해 볼 때, 독자들이 작금의 분열적 상황을 어떻게 객관화시켜 현명하게 바라보고 판단할 것인가 하는 점과, 아울러 이와 같은 시기에 우리가 진정 필요로 하는 리더는 어떤 자격과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지를 구체화 해보는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깨어난 국민들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국가적 위기 극복의 시간은 그만큼 단축될 것이며 분열을 반복하는 중차대한 실수는 점차 적어지게 될 것이다. 그와 더불어 공동체 의식은 더욱더 공고하게 자리 잡게 될 것이며 그것이 발판이 되어 향후 더 나은 사회로 발전시켜 나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의 내용을 통해 바람직하고 의식 있는 민주주의 시민으로써의 자질을 재점검하는 것과 동시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진 자랑스러운 국민의 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하나의 동기로 삼았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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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천명관 지음 / 예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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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틈틈이 시간이 날 때 마다 독서의 시간을 가지면서 다양한 문학작품을 접하곤 한다. 그런데 특별한 이유가 없음에도 국내작가들의 작품보다는 주로 외국작가의 작품을 접하는 때가 생각보다 많다. 그럼에도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는 몇몇 국내작가들의 신간들이 발표될 경우에는 거의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인데, 이 작가의 작품이 바로 그렇다고 할 수 있을듯하다. 아마도 국내문학을 선호하거나 혹은 문학을 많이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천명관 작가의 작품을 익히 한번 쯤 봐왔을 것이라 생각되어 따로 작가의 작품 경향이 어떤가에 대한 부연적인 설명은 필요가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동안 그의 여러 작품을 통해 독서의 재미를 느꼈던 독자의 입장에서 작가의 작품을 즐겨 보는 이유 중에 한 가지는, 다른 무엇보다도 스토리 전개 내용이 때로 과장되고 때로 능청스러우며 통속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도 가독성 있게 읽히고 있어서 이야기 속으로의 몰입이 쉬운데다가 그 안에서 인간의 다양한 감정의 기운을 복합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언제나 연상되는 것은 단순히 한편의 소설을 읽은 것이 아닌 관객을 향해 거침없는 입담을 쏟아내는 재치 있는 만담가의 이야기를 청취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며, 한편으로 무성영화시대에 스크린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감정을 표현했던 변사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그렇기에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 발표되기를 기대왔던 독자로서 이번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말하면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고 할 만큼의 또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내어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따라서 문학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 있다면 주저 없이 선택해보기를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작품 속 이야기는 인천의 어느 동네 뒷골목에서 무료하고 따분한 생활을 보내던 울트라라는 별명을 가진 초보 건달이 조직폭력의 세계에 당당한 일원이 되기를 꿈꾸던 중에, 친분이 있던 형님으로부터 연안파 보스로 유명을 떨치고 있는 양사장의 차를 세차해 오라는 심부름을 맡게 되면서부터 시작한다. 보스를 단 한 번도 본적은 없었지만 마음속으로 오래전부터 보스의 눈에 잘 보여 조직의 일원이 되고자 열의에 불타있었던 울트라는, 이번 심부름을 통해 양사장의 호감을 얻기 위한 계기로 생각하고 즉시 세단을 몰고 근처 세차장으로 이동하다가 그만 어디선가 갑작스럽게 달려온 차에 의해 충돌사고의 피해를 입게 된다. 그리고 당황함을 느끼기도 전에 차를 들이받은 가해자가 적반하장 식으로 자신에게 욕을 하면서 달려들자 화를 참지 못한 울트라는 무자비한 폭행으로 앙갚음을 하게 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바로 양사장이라는 사실 앞에서 망연자실하고 만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의 불행한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세차 사건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룬 울트라는 다시 한 번 양사장의 심부름을 맡게 되는데 그가 지시받은 일은 동료와 함께 부산으로 가서 경마에 출전하는 말을 찾아 경기에 지장 있을 정도로 살짝 부상을 입히라는 것이다. 하지만 부산에 도착한 울트라는 지시 받은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올라오는 길에, 마침 그곳에 있는 많은 말들 중에 한 마리를 골라 보스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아무도 모르게 말을 빼돌린 후에 대형트럭에 싣고 올라오는 쓸데없는 일을 저지른다. 그 다음날 언론 보도를 통해 울투라에 의해 도난당한 말이 무려 35억짜리 종마로 밝혀지고 또한 그 말의 주인은 부산의 조폭조직 보스의 것으로 확인되면서 본의 아니게 일이 크게 확산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 소동은 양사장이 개입된 또 하나의 사건인 다이아몬드 도난과 서로 맞물리면서 결국에는 조폭조직 간의 대결양상으로 번지는 극한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문단에서 그리고 많은 독자들이 그동안 작가가 발표한 작품과 연관하여 말하기를 그는 뚝심 있으면서도 기상천외한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언급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 점에 대해 동의하는 입장에서 개인적인 견해로 말해보고 싶은 것은,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스토리의 전개과정의 내용이 독자들이 예측 가능한 상상의 세계를 무참히 뭉개어 버릴 정도의 놀랍고 기발하며 황당한 허구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것이 괴리 있게 보이기보다는 마치 사실인 것처럼 개연성 있게 다가와 살아서 꿈틀거리는 생물체를 보는 것과 같은 현실의 상태가 되어 가슴 속에 와 닿게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러한 매혹적이고 중독성 있는 이야기 구성의 힘이 아마도 독자로 하여금 작가의 작품을 자주 찾게 만드는 주된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와 같은 작가 특유의 스토리 전개를 이끌어 가는 문장력이 여실이 드러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데, 소설 속에는 가진 것 없고 배우지 못해 무지한 어느 초보 건달의 코믹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처절하기까지 한 모습이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고 있어 독자의 주목을 이끌고 있다. 이야기의 흐름을 살펴보면 주먹과 조직의 힘을 우위로 하는 조폭의 세계를 배경으로 그들의 뻔뻔하고 우스꽝스러운 허풍이나 허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폭소를 자아내게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주어진 현실을 망각하고 헛된 망상에 빠져 마침내 소중한 자신에 삶의 기회를 직시하지 못하는 남자들의 그릇된 세계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한편으로 어떤 면에서는 일본의 작가 오쿠다히데오의 공중그네와 같은 작품을 읽은 것과 같은 유사한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해서 이채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의 소설이 항상 그렇지만 이번 작품 역시 독자들에게 재미있게 읽히고 짜릿한 유쾌함을 전해주기에 충분해 보이는데, 그런 이유에서 독서애호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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