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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블루
박태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11년 4월
평점 :
인간으로 태어나 살면서 지니게 되는 욕망은 그 끝이 없다고들 말한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명예와 수많은 재물을 얻거나 혹은 왕후장상의 삶을 살았던 인생도 언젠가 때가되면 모든 것을 다 내어놓고 자연의 한줌 흙으로 돌아가는 길을 결코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채워 나가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곤 한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행하거나 가지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두고, 이를 추하다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인간에게 있어서 욕망이라는 것은 일종의 마약과 같아서 자신에게로부터 쉽게 끊어낼 수 없는 무서운 중독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욕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를 적절하게 제어하는 이성의 힘을 기르지 못한다면, 때로 개인적인 파멸과 몰락은 물론 그 모양새도 불쾌할 만큼 추악해진다는 점을 결코 배제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인간이 지닌 욕망에 대해 이를 주제로 다룬 영화나 드라마 혹은 책의 여러 작품들이 있어왔다. 하지만 그것이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은, 욕망의 대상이 무엇이건 간에 직간접적으로 우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러한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에 기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따라서 그런 다양한 작품을 통해 우리는 혹시 모를 잘못된 욕망으로부터 비롯되어지는 어이없는 결과들을 보며 잠깐 동안이나마 우리가 망각해버렸던 이성을 일깨우기도 하고, 더러 자신의 무모한 욕망이 어디쯤 와있는지를 되돌아보기도 하면서 비극적인 결과를 얻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삼기도 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겉으로 나타나 있는 인간의 화려하고 눈부신 모습의 이면에 인위적으로 가려진 과도한 욕망에서 비롯된 다소 긍정적이지 못한 부분들, 즉 우리 사회에 치명적인 병폐라 할 수 있는 극도의 개인적인 이기주의와 천민자본주의사회에서 흔히 나타나는, 인간이라는 탈을 쓰고 돈과 권력이라는 도구를 통해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찬 추악한 행태를 보이는 욕망의 화신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면서, 그 안에서 그들끼리 은밀하게 자행되는 더러운 음모와 암투의 내용을 파격적으로 다루어, 그러한 인간 군상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통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니게 되는 욕망의 본질을, 우리가 과연 어떻게 인식하고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두고 문학이라는 형태를 빌어 한번 깊이 고민해보고자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다.
책 속 주인공 제이는 타고난 성적매력과 뛰어난 사교성 그리고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미술적인 재능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다가, 그곳에서 그녀의 범상치 않은 능력을 알아본, 한때 대기업의 총수였던 양회장의 눈에 들어 그의 각별한 후원을 등에 업고 국내로 들어와 대단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경제계와 언론 그리고 권력층으로부터 주목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게 된다. 이후 제이는 정부의 계획도시 추진 정책으로 가연시티라는 문화예술 도시가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현재 국내 굴지의 대기업 회장이면서 미술계를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진 최윤선이라는 인물에 의해 그녀가 많은 돈을 투자해 만든 종합미술타운인 Artra의 기획실장 겸 수석 큐레이터로 발탁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주인공 제이는 부유층만을 위해 세워진 그곳의 개관에 맞추어 갤러리를 준비하던 중 갑작스런 해고를 당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불미스런 행위를 담은 동영상이 일반에 유포되는 어이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그녀 주위의 인물들과 관련한 의문적인 살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화려했던 그녀의 삶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곤두박질하게 된다. 한편 이런 혼란스런 일을 두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지만 사건에 개입된 인물들이 하나 같이 재계나 권력층과 관련되어 있어 수사 진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 사건이 결과적으로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닌 배신과 원한에 의한 복잡한 치정이 연관되어 있음이 서서히 밝혀지게 된다.
이 작품은 결과를 알 수 없는 의문의 상황을 계속해서 만들어 가면서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상상력을 품게 하는 것과 동시에 그 내용이 간결한 문장과 함께 긴장감 있고 빠르게 진행되어 가고 있어서 쉽게 읽혀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더불어 등장인물 역시도 하나 같이 모두 선이 굵고 개성적이어서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나 캐릭터의 설정이 너무 정형적인 틀에 맞추어져 있지 않나 싶고 상당히 작위적으로 그려져 있어 통속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작가가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때로 수단과 방법에 상관없이 자신의 쾌락과 만족만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비열하고 위선적일 수 있다는 인간의 속성이 작품 속에 선명하게 나타나 있어, 욕망을 쫓아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사회고발적인 의미 있는 작품인 것만은 확실해 보이는듯하다. 어쩌면 인간은 욕망을 먹고 사는 존재인지 모른다. 그러나 욕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자신의 도덕적 양심에 크게 위배되거나 타인의 삶을 짓밟는 정도의 것이라면 이는 분명 제고되어야 하며, 그러한 탐욕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에 대해 스스로가 반항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저자의 말대로 인간의 욕망은 생각해보면 때로 어리석고 허무하고, 지혜롭고 역동적인 것이며 집요하고 치밀하다. 그래서 욕망에 한번 집착하게 되면 쉽게 놓지 못하고 또한 욕망했던 것을 얻고 나면 그보다 좀 더 나은 새로운 욕망을 찾아 나서고, 그러면서 결국 서서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욕망의 노예가 되어 가는 것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 볼 것은 그러한 욕망의 끝에는 우리가 결코 인식하지 못하는 파멸을 부르는 비극적인 상황에 순간 맞닥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