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재밌고도 멋진 이야기
H. A. 거버 지음, 김혜연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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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어떤 책에서 본 기억에 의하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그리스 로마신화를 배운다고 한다. 그 이유는 영어자체가 로마어, 다시 말해서 라틴어에서 파생되었고 라틴어의 많은 부분을 로마인들이 받아들여 자기네 것으로 만든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의 여러 나라의 많은 신화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그리스 로마의 신화가 폭넓게 알려지고 있는 원인 중에 한 가지는 아마도 영어를 제2외국어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생긴 문화적 요인에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오늘날 그리스 로마신화의 이야기는 교양을 갖춘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번쯤은 읽어봐야 하는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에 어디선가 한번 보거나 들을 것 같은 이색적인 지명이나 인명, 혹은 영화나 게임, 소설을 통해 북유럽의 신화의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대중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져 왔지만, 정작 그 내용이 어디서 유래되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독자들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것은 북유럽 신화가 기독교의 영향으로 인해 본래의 모습을 잃고 때로 배척되면서 상대적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비해 외면 받아왔기에 그렇다. 그럼에도 북유럽 신화는 민간에서 민간으로 전해져 오는 전설의 형태를 통해서 굳건하게 자리를 잡아왔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접할 수 없었던 북유럽 신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담아내었고, 아울러 독자들이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색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간헐적이고 표피적으로만 알아왔던 북유럽 신화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더불어 다양한 문화적 양식의 토대를 쌓는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책 속에는 북유럽의 신들을 대표하고 승리의 신이며 우주를 상징하는 오딘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대기를 관장하면서 모성애의 신이 되는 그의 아내가 프리가와 그의 자녀들에 관한 것으로 이어지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신이 점차적으로 등장하는 각각의 단편적인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하지만 소개되는 내용을 전체적으로 개괄하여 보면 개별적인 이야기들이 모여, 결과적으로 하나의 거대한 서사구조로 연결되고 있어서 그리스 신화와는 별개로 색다른 재미와 함께 유럽 문화의 원천을 느끼는 신선함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세 가지의 공간적인 배경이 등장하는데 오딘을 비롯하여 그를 따르는 신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인 아스가르드와 인간과 다른 종족이 사는 미르가르드그리고 지옥이며 죽음의 세계로 대변되는 헬로 나누어진다. 오딘은 자신의 형제와 힘을 합해 태초의 거인이자 사악했던 이미르를 죽이고 그 시체를 이용해 하늘과 대지를 만들어 새로운 세상을 탄생시킨다. 하지만 거인족의 일부가 살아남으면서 신들에게 패배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게 된다. 오딘은 인간들이 사는 곳에 법과 질서를 부여하며 그들을 이롭게 하면서도 한편으로 자신을 추종하는 신들을 이용해 전쟁을 부추키어 용감한 전사의 영혼을 거두었는데, 이는 훗날 악의 세력과의 피할 수 없는 최후의 결투를 예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여러 신들은 끓임 없이 악을 물리치기 위한 대결의 양상을 벌이지만, 때로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얻기 위해 아름다우면서도 애틋한 사연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생사를 넘나드는 변화무쌍한 모험을 즐기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이들은 신들의 종말을 예고하는 라그나로크가 시기를 맞으면서 최후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자신들의 운명을 다하게 되는데, 책속의 내용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가 발현되는 희망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대단원의 결말로 마무리 되어간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어보면 느끼겠지만 북유럽의 신화는 그리스 신화와 비교하여 여러 가지 면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북유럽 신화 속의 오딘은 그리스의 제우스와 또한 그의 아내 프리가는 헤라와 견줄 수 있으며 그 외에도 이야기 속에 나오는 여러 신들의 이미지와 성격 그리고 그들의 행동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그리스 신화의 인물들과 닮은꼴을 하고 있다. 사실 책속에 나와 있는 북유럽신화의 모든 이야기에는 9세기경 운문의 형식으로 만들어진 옛 에다의 자료와 이후 제작된 산문 방식의 신에다의 실린 내용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역사학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두 책의 내용은 기록되는 과정에서 당시 기독교 신앙의 영향으로 애초 신화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다소 변화된 형태로 나타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북유럽의 신화의 일부 이야기가 그리스 신화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은 바로 그런 문제에 기인하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북유럽의 신화는 그리스 신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몇 가지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표면적으로 이야기 전반에 선과 악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대결구조와 호쾌함이 체감될 정도의 역동적인 측면이 두드러져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페이지를 넘길수록 재미를 가중시킨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야기의 바탕에 약간 어둡고 파괴적이며 비극적인 분위기가 감지되는데, 이점은 차갑고 추운 북유럽의 기후적인 요소와 진취적인 성향의 게르만의 민족성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화를 읽는 목적은 개개인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신화를 읽음에 있어서 분명한 사실 중 한 가지는, 다양한 세계관을 통해 우리의 시야를 확대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그 내용 속에 내재되어 있는 가치 있는 교훈이나 슬기로운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이 펼쳐내는 신화 속의 멋지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함께하면서 북유럽 역사 문화의 근원을 알아가는 일석이조의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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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부아르 오르부아르 3부작 1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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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 독서를 즐기는 편이지만, 사실 책을 읽는다고 꼴딱 밤을 새웠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모처럼 만에 이 작품 속의 줄거리에 흠뻑 빠져들었다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주말의 밤을 하얗게 보내버렸다. 그 이유를 짐작해보니 이 작품이 여타의 장르소설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던 매력적인 스토리의 흐름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으며, 간접적으로는 문학을 읽는데서 오는 어떤 모종의 감동과 즐거움을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사실 이 작품의 작가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외모적으로 조금은 독특한 인상을 주는 주인공 카미유 형사를 중심으로 범죄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그의 첫 시리즈이자 데뷔작을 우연하게 접하면서였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그 실력을 인정받게 마련이다. 그는 55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입문했음에도 발표하는 작품마다 자국에서는 물론이고 유럽 여러 나라의 독자들에게까지 상당한 호평을 받아 일찍이 베스트셀러작가로 자리 잡았으며, 일부 작품은 이미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국내에서도 그의 작품이 소개되자마자 장르문학을 선호하는 많은 독자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기대할만한 작가로 지지를 받고 있는 중이다. 대개 장르문학이라고 하면 대중들에게 단순히 말초적인 요소를 부각시켜 일시적인 재미를 안겨주고 빠르게 잊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시각에서 이 소설이 각별하면서도 이채롭게 느껴지는 것은, 자극적이며 일회성으로 소비될 수 있는 범죄사건에 국한하지 않으면서 한층 더 품격 있는 장르문학의 재미를 체감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더불어 작품전반에 흡입력이 있는 매혹적인 줄거리의 전개와 문학적 풍미를 더한 기교적인 문장의 서술이 동반된 높은 완성도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 작품을 접하지 못한 독자들이 있다면 한 번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기를 적극권해보고 싶다.


작품은 세계1차 대전이 거의 끝나가던 시기에 독일과 프랑스가 서로 적대적으로 대치하던 최전방의 전선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심하지만 정이 많은 성격을 지닌 주인공 알베르는 4년간의 생사를 넘나드는 치열한 전투를 겪어오며 하루빨리 종전의 날이 오기만을 고대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소속된 부대의 상관으로부터 적의 진지로 돌격하라는 명령을 하달 받고 앞으로 나아가던 중에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불길한 상황을 목격하고 적잖은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포탄의 흔적으로 생긴 깊은 구덩이에 빠져 흙에 파묻히면서 혼자의 힘으로는 헤쳐 나갈 수 없는 위험한 처지에 놓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근처에 있던 동료병사 에두아르가 그를 발견하고 목숨을 구해준다. 이후 알베르는 전투 중에 얼굴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그를 위해 헌신적인 간호를 아끼지 않는다. 드디어 그토록 바라던 종전을 맞이하고 알베르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지만, 에두아르가 보기 흉측한 자신의 얼굴을 비관하며 결코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과 세상 밖으로도 나가고 싶지 않다는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보다가 그와 함께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다시 돌아온 사회현실의 모습은 생사를 위협하며 고통만을 안겨주었던 전쟁에서의 삶보다 더 나을 것이 없었다. 참전용사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냉소했으며 일자리마저 구할 수 없는 암담한 현실에 그들은 하루하루를 겨우 연명하듯 비참한 생활을 전전하다가 마침내는 서서히 무기력함에 빠져버리고 만다. 그렇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나날을 보내던 중에 에두아르는 알베르에게 전사자들의 추모와 관련하여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엉뚱하면서도 기막힌 묘안을 내놓는다. 그리고 머지않아 실천에 옮겨지게 되지만, 뜻하지 않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고 돌이킬 수도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두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한다.


우선 이 작품은 20세기 초반 프랑스 전후사회의 암울한 현실의 실상을 사실적이고 개연성 있게 풀어냄과 동시에 자본주의의 폐해와, 그에 따른 인간의 맹목적인 이기주의를 고발하는 사회성이 짙은 내용을 담아내어 있어 독자의 눈길을 이끈다. 특히 작가의 치밀한 구성을 바탕으로 입체감이 느껴질 정도의 개성적인 등장인물의 설정, 그리고 생동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 흐름은 페이지가 뒤로 넘어갈수록 눈을 떼게 하지 못할 만큼의 묘한 중독성을 불러일으킨다. 장르소설은 대부분 대중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사실상 문학의 예술적 요소와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은 사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며 펼쳐지는 사건의 개요에서 비롯된 인과관계의 대중성을 선명하게 갖추었으면서도, 비극과 희극을 조화롭게 연결하여 그에 못지않은 문학적 예술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주요 인물이 되는 알베르와 에두아르가 전쟁이 남긴 후유증과 가난으로 점철된 불우한 처지를 이기지 못하고 때로 독선과 반목으로 갈등을 겪으면서도 서로에 대한 연민과 희생정신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이겨나가는 두 사람의 인간애적인 모습에서, 또한 마음속으로는 사랑하면서도 겉으로는 이를 표현하지 못하다가 정작 아들의 빈자리를 보고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아버지의 애틋하고 안타까운 회한의 장면은 감동적이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겨주지 않았나 싶다.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가 누군가와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고 원활한 소통을 도와주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이 작품은 장르소설이 독자에게 전해 주는 쏠쏠한 재미의 옵션뿐만 아니라, 비정한 사회 속에서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인간성의 회복과 한편으로 점점 메말라가는 우리의 감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가치의 의미까지를 함께 선사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렇기에 문학을 선호하는 독자들이라면 가급적 이 작품을 지나치지 말고 주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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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박연미 지음, 정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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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과 소련은 자국의 동맹국들과 함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사상적 이념을 앞세워 치열한 대결의 장을 펼쳐왔다. 그러나 공산주의를 표방했던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동유럽의 국가들은 1980년 초기에 이르러 거의 모든 산업에 성장둔화라는 침체기를 겪으며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하게 되자, 마침내 개혁개방정책을 통해 계획경제를 포기를 선언하며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였다. 이 상황이 의미하는 것은 결국 공산주의가 자본주의에 패배했음을 뜻한다. 그럼에도 오늘날 북한은 이러한 명백한 사실을 외면한 채, 지금까지 공산주의와 주체사상만이 자신들을 구원할 유일한 이념인 것처럼 고수하며 폐쇄적인 사회를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마치 당연한 것처럼 권력을 세습해왔던 집권층들의 몰락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의 원조를 지속적으로 받지 못하게 되었고 산업 전반의 낙후된 기술수준으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지자 자력갱생이라는 모토를 내세워 그렇지 않아도 힘든 생활난을 겪고 있는 주민들을 사지로 내몰아왔다. 결국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어 가난과 기아에 시달리던 그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중국의 국경을 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남한의 자유롭고 눈부신 경제성장의 실체를 간접적으로 알게 되면서 목숨을 건 남한으로의 탈북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한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서 이 책은 집안의 몰락으로 비인간적인 북한에서의 삶을 견딜 수 없어 13살의 어린 나이에 부모와 함께 탈북을 결행하고 중국과 몽골을 거쳐 남한에 정착하여 인권운동가로 거듭나기까지, 한 여성의 고단했던 삶의 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북한주민들이 겪는 실상은 물론이고 그들의 탈북과정을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듯하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그녀는 오랜 고민 끝에 20073월 말경에 엄마와 함께 목숨을 걸고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 중국 국경을 넘었다고 한다. 그녀가 탈북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원인은 오로지 배고픔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생존의 본능이 우선이었고, 또 다른 이유는 며칠 전에 중국으로 먼저 건너간 하나밖에 없는 언니를 찾기 위해서였다. 중국과 국경으로 맞닿은 북한의 양강도 혜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그녀의 눈에 비친 중국 땅은 화려한 도시의 불빛을 자랑하는 동경의 대상이 되었고, 중국을 다녀온 친척들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들은 바에 의하면 북한에서의 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는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사실 유년기를 보냈었던 2000년 초반만 해도 그녀의 집은 아버지가 중국의 업자와 밀수를 통해 제법 많은 돈을 벌어들이면서 먹을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으며 필요한 것을 구입할 수 있는 나름대로 중산층 이상의 삶을 유지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마당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경쟁은 치열해졌고, 그 결과 그녀의 아버지 사업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결국 남에게 빚을 지는 신세로 전락해버렸으며 급기야는 집을 팔고 친척집을 전전해야 하는 고달픈 생활로 이어졌다. 그녀는 엄마와 중국으로 국경을 무사히 넘기만 한다면 북한에서의 어려웠던 생활에서 곧 벗어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돈을 받고 국경을 넘게 해주었던 브로커들은 인신매매 하는 곳으로 그들을 팔아 넘겼고 말을 듣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는 협박으로, 언제 북송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무자비한 성폭행도 감내해야만 했다. 이들 모녀는 불행 중 다행으로 한 종교단체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우리 국내로 안전하게 입국할 수 있었지만 가슴 아픈 쓰라린 과거의 기억은 여전히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생채기로 남아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의 솔직담백하면서도 허심탄회하게 지난날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그동안 독자들이 언론으로만 보아왔던 북한의 실상과 목숨을 담보하는 탈북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북한은 경제의 악순환이 반복되자 이를 빌미로 배급을 중단하고 고난의 행군을 외치며 주민 스스로가 자급자족해야 한다는 것을 계속하여 강요해왔다. 그 결과로 평양에 거주하는 일부 기득권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장 먹을 것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 책 속에는 그러한 냉엄한 현실의 분위기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또한 과거에는 남한으로 탈북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그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 것도 바로 그 이유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자 최근 북한은 탈북자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한층 강화하고 있으며, 한편으로 장마당의 규제를 풀어 자유롭게 허용하는 등의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도입하여 내부의 혼란을 잠재우려하고 있는듯하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여전히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으며, 핵문제와 관련해서도 국제사회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볼 때, 향후 북한의 미래는 더욱더 암담한 나락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이 책에서 독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것은, 지금 이 시간에도 북한 대다수의 주민들은 가난과 기아에 몸부림을 쳐야하는 심각한 고통에 직면해있으며 이미 중국으로 탈북을 강행했던 많은 사람들이 북송될 것을 우려해 마치 노예와 같은 비참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암울한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런 사안에 대해 우리가 단순하게 피상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북한의 실상을 직시하고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감싸주는 너그러운 포용의 자세를 지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더불어 이 책을 통해서 많은 독자들이 탈북민에 대해 고정되고 경직된 시각에서 바라볼 것이 아닌, 동포애가 바탕이 되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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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거나 천재거나 - 천재를 위한 변명, 천재론
체자레 롬브로조 지음, 김은영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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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자주 시청하는 편은 아니지만 관심을 가지고 보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이 프로그램의 내용은 주로 비슷한 나이 또래에 비해 조금은 특별해 보이는, 다시 말해 뛰어난 학습능력과 이해력을 자랑하며 영재의 기질을 지닌 아이들의 재능에 주목하고 응원해주는 것을 담고 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마다 그들의 놀라운 지적능력이 때로는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대단하다는 느낌을 부인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영재들에게 우리 사회가 교육의 형평성을 크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익적인 차원의 시각으로 그에 상응하는 학습 환경을 제공해 준다면 언젠가 그들 중에 세계가 주목하는 천재의 탄생을 지켜보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사실 여러 학문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지닌 천재들은 인류역사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일례로 과학 분야만하더라도 아인슈타인이나 뉴턴을 비롯한 세기의 천재들이 없었다면 과학발전의 덕택으로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생활의 양상은 사뭇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인류사를 한 단계 도약시켜줄 또 하나의 새로운 천재의 탄생을 은연중에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대개 천재들이 이루어 놓은 업적에 대한 성과의 부분만을 부각시켜 그 인물을 바라보고 판단하려는 경향이 많지 않나 싶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많은 천재들은 스스로 주체할 수 없었던 지적탐구욕망으로 인해 보통사람들에게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마치 미치광이처럼 보이는 특이한 삶을 영유해온 경우가 의외로 많았다는 점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천재라는 명성의 이면에 가려진 기행적인 모습을 토대로 정신분석학적인 측면에서 그들의 실체를 재조명해보고자 했다.


우선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통상 우리가 천재로 간주해왔던 그동안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 말하기를, 그들 대부분에게서 정신이상에 가까운 다양한 퇴행적 징후들이 발견되고 있다면서 포괄하여 병적상태에 놓여 있는 부류라고 단언한다. 물론 이러한 그의 주장에 대해 퇴행이론을 너무 확대해석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적 시각이 있지만, 그는 천재들이 탁월한 지적능력에 대한 대가로 퇴행적 특질과 정신병이 발현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근거로 심리학적인 시각에서 접근해 볼 때, 천재들은 하나 같이 지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면에서는 흠잡을 것이 없는 완벽한 상태를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애착과 감정의 조절적인 부분에서는 뚜렷한 결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으며 이 부분을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많은 역사가들이 천재들이 이루어 놓은 업적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그들의 정신적 결함과 같은 문제점에 대해서는 중요시 하지 않았으며, 천재들 스스로도 우월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자신의 약점을 숨기거나 타인을 향해 노출을 기피해왔다는 사실에 대해서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속에는 독자들이 지금까지 명확하게 알지 못했던 천재들에게 공통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여러 정신적질환의 문제에서부터 시작하여, 선천적과 후천적인 부분으로 나누어 천재성의 원인이 과연 어디에서 촉발되는지에 대해 다각적이면서도 세밀하게 구체화하여 다루고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 광기의 개념을 토대로 천재라는 존재의 의미를 또 다른 관점의 차원에서 심층고찰하고 있기에 독자의 입장에서 신선하고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고, 또 하나 이 책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책의 중간 중간마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 속 위대한 천재유명인물들의 기행적인 모습을 상세히 담아내고 있어서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사전적으로 천재라는 낱말이 뜻하는 것은 통상 일반사람들에 비해 타고난 정신능력이나 재능이 월등한 사람들을 지칭한다. 그런데 심리학에서 천재의 의미는 어떤 특정한 일에 대한 타고난 소질이 있어서 특별한 기술을 빠르고 쉽게 익히는 것에 더하여 독창성과 창조력 그리고 사고력을 필수적으로 가지며 이를 기반으로 미개척 분야를 새로 개척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인간의 천재성과 관련하여 그동안 학계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그 본질과 근원을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있어왔는데, 이 책의 저자는 신경증이나 정신병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대로 넘어오면서 그러한 증상의 원인이 자아와 환경과 같은 기본적 갈등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천재라는 것은 그와 같은 갈등을 스스로가 창조적으로 해결함으로써 그 증상과 결과가 사회적으로 유익하고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해야 함을 명시한다. 아울러 오늘날 천재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면 천재성을 지닌 아이들은 과거와 달리 감정조절과 사회적응력이 뛰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저자가 언급하는 천재들에 관한 내용은 지금의 그것과는 여러 요소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천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관점이 차이를 고려해보면 저자가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일부 견해나 논점은 상당한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그동안 천재라는 존재의 대상을 단순히 피상적으로만 알아왔으며, 천재들이 지닌 지적능력만을 우선시해서 보려는 편협한 시각을 유지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 저자가 논하고자 하는 천재에 관한 일부 이야기는 어느 정도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이지만, 기존에 우리가 인식하고 있던 천재에 관한 고정된 관념을 탈피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져, 이러한 주제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라면 한 번 일독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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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방울새 1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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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 있는 줄거리 흐름이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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