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의 거울, 키루스의 교육 - 아포리아 시대의 인문학 - 그리스 군주의 거울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유구한 역사와 융성한 문화, 그리고 풍부한 자연자원과 우수한 인재가 많은 국가라고 해도 이를 다스리는 권력자가 올바르지 못한 정치적 판단과 행동, 또한 정부 정책의 결정권자로서 수반되는 전반적인 일에 대해 맡은 바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그 나라는 결코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며,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 역시도 암울한 현실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를 통치하는 지도자라는 자리는 단순히 특정 소수들을 위한 명예와 안녕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차원에서 자국민 대다수의 이익과 번영을 위해 외교, 국방, 경제와 같은 중요하고 핵심적인 부분에서 최종적인 결정을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었을 경우, 때와 상황에 따라서는 국가의 존망을 걱정해야할 만큼의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이러한 사실은 그동안 세계 여러 나라의 정치권력의 역사에서 드러난 수많은 사례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그렇기에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국가 리더의 역할과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보이며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고 본다. 특히 요즘 우리의 내부 상황을 살펴보면 남북으로 분단된 것도 모자라 동서로 갈리는 지역분열이 점차 고착되어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소득불균형에 따른 양극화의 심화와 경제침체로 인한 실업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아무런 비전이나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는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로 하는 것은 새로운 돌파구를 향한 역량 있는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시각에서 이 책은 국가가 직면한 현재와 향후 미래를 책임지는 현명한 리더는 어떤 자격과 모습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고대 역사서의 내용을 통해 상세히 들여다보고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독자로 하여금 참되고 진정한 리더를 찾기 위한 통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밝히기를 오늘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여러 부정적인 현상들을 고려해볼 때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절망의 시대, 즉 아포리아에 가깝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작금의 상황에 아무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지도층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과 동시에, 한편으로 그들을 향해 우리가 오직 분노와 불신으로 목소리만을 높이는데 온힘을 쏟기 보다는 우선적으로 왜 그러한 상황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는지를 되돌아보는 자각적인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 책의 전반부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변방의 약소국에 지나지 않았던 그리스가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고 민주적인 정치 토대의 기틀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세 번의 아포리아를 겪어야 했던 시대적 아픔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당시 그들이 처한 상황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불안한 현실과 비교하여 새로운 인식 전환의 발판과 의식고취를 공고히 하는 객관적 가치판단의 인문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후반부에서는 아포리아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참된 리더가 필수적으로 지녀야 하는 자질을 논하고 있으며, 그 표본의 본보기로 삼고 있는 대상은 고대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의 실질적 군주로 명성이 자자했던 키루스 대왕이다. 책에 소개되어 있는 그의 통치 방식 중에서 주목해 볼 것은, 사회의 모든 정의는 법에 의거해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충실과 그 밑바탕에 누구든 침해를 받지 않는 권리평등이 선행되어야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군주가 정치를 해나감에 있어 어떠한 경우라도 불확실성에 의존하는 도박성 짙은 행위를 피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지혜를 추구하는데 힘써야 함은 물론이고, 소통을 통해 아픔과 고난을 국민과 함께 나누면서 어려운 가운데서도 용기를 잃지 않으며 책임을 다하는 믿음직한 태도를 몸소 실천해왔다는 것을 밀도 있게 분석하여 알려주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국내외적으로 여러 좋지 않은 징후들이 표출되면서 불투명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는듯해 보인다. 냉혹할지 모르지만 아마도 우리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잠재된 위기의 순간 앞에 불현듯 서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정부는 단지 시급한 사안에 대해서 미봉책으로 대응하며 순간의 위기만을 넘기려는 안일한 모습만을 취하고 있다. 또한 이런 때 일수록 정치사회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지도층 인사들의 강력하고 믿음직한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되지만 그러한 분위기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이와 같은 위험의 상황까지 오게 된 일차적인 책임은 그들에게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봐야 할 것은 이들을 선택하고 방조한 우리에게도 잘못한 부분이 있으며 이제라도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실리가 중시되는 사회흐름에 따라 경영학적 리더십에 관심을 쏟아왔고 그에 부합하는 의지와 신념을 지닌 리더의 형상을 찾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더 나아진 것은 없고 오히려 희망을 찾을 수 없는 허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한다. 이 책속에 나와 있듯이 그리스는 세 번의 끔찍한 아포리아를 거치면서 가장 탁월한 품성을 지녔으며 책임 있는 미래의 지도자를 갖기 위해 상향적인 방향전환을 시도해왔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리더가 성찰해야 할 인문학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마침내 역사의 질곡을 헤치고 나가는 군주의 거울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지금의 난국을 타개하고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무엇보다 이 책은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진 리더의 역할과 중요성, 그리고 그들이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덕목이 무엇인지를 독자들에게 명확하게 주지시켜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우리 사회에 진정한 리더의 인간관에 관심을 갖고 새 시대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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