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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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타인과의 다양한 관계를 이어가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러한 관계를 연결해주는 관념적 기저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언제나 사랑이라는 감정이 오롯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성적인 만남에서 생성되는 사랑의 기운은 우리의 인간사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어렵고 힘든 세상살이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하나의 이유가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사랑과 관련한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흘러넘칠 정도로 많아서 그런지 때로는 진부하고 통속적이라는 느낌과 함께 따분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종종 있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아이러니하게 여겨지는 것은 누구가의 진정 아름다운 스토리의 과정을 세심하게 읽고 있노라면, 어느새 그런 선입관적인 생각은 사라지고 자신도 모르게 그 과정 속 이야기에 몰입되어 형언할 수 없을 만큼의 감동과 기쁨을 만끽하곤 한다. 물론 사랑이 언제나 우리에게 행복과 기쁨의 순간만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진심을 담지 않은 그릇되거나 변질된 사랑은 마음에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의 굴레로 작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랑에 대한 후유증도 결국 사랑으로 인해 극복되고 치유되는 것이 보통이다. 돌이켜 보면 사랑만큼이나 우리의 마음을 극도로 힐링시켜주고 가슴을 따스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듯하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작품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의 본질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들며, 가끔은 각박하고 건조한 생활로 인해 쉽게 지쳐버리고 마는 우리의 영혼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는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주목을 이끈다.


작품 속 주인공 데이지는 동물애호가로 현재 수의사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잭과 결혼을 하고 소박하지만 남부럽지 않은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는 밝고 명랑하면서도 자기 소신이 뚜렷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녀에게는 한때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는데 그것은 결혼 후 신혼의 달콤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방암을 진단받고 힘겨운 치료과정을 겪었다는 사실이다. 4년 전 다행스럽게도 자신의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로부터 더 이상 암의 재발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는 소견을 전해 듣게 된 그녀는, 이후 그동안 잠시 보류해 두었던 심리학자가 되기 위한 학교에서의 수업을 뒤늦게 시작했으며, 또한 앞으로 아이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는 부푼 꿈으로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주치의로부터 며칠 전에 실시했던 조직 검사에서 문제가 있다는 청천벼락 같은 연락을 받는다. 그리고 병원에 도착하여 다시 정밀한 검사를 한 결과, 잠재되어 있던 암세포가 뼈와 다른 장기로 전이되었으며 심지어 뇌 속으로까지 확대되었다는 사실과 치료를 한 후에도 불과 몇 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돌연 망연자실하게 된다. 한편 남편 잭은 암의 재발로 상심에 빠져 고통스러워하는 아내를 위해 나름대로 용기와 희망을 돋우어 주려고 자신의 박사과정도 미룬 채 헌신의 노력을 다해보지만, 데이지는 남편의 그러한 의도적이고 동정적인 행위에 불편을 느끼게 되고, 급기야 두 사람의 사이는 점점 소원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지만 결국 데이지는 자신이 암에 걸려 시한부 생을 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집안일에 서툴고 자신이 죽고 나면 혼자 외로이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는 남편을 위해 잭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격려해주는 적당한 여자를 찾아 새로운 인연을 맺어주려는 계획을 세우고 본격적인 착수에 들어가게 된다.


이 소설은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앞에 둔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는 여인이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남편이 훗날 홀아비로 살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려해, 자신보다 더 사랑스러운 여인을 만나게 해주려는 다소 황당하지만 애달프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로맨스가 그려져 있다. 소설 속 이야기는 보통의 경우라면 독자의 입장에서 쉽게 상상하기 힘든 상황설정인데다가, 설사 그렇다 해도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의 여지를 남기기에 충분함에도 막상 스토리의 흐름을 접하게 되면,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숭고한 사랑의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애틋함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스토리 전개에서 보듯 이 소설은 선입관적인 시각에서 보면 전반적으로 슬픈 사연에 얽힌 애틋하고 암울한 분위기로 점철되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작가의 위트 있는 문체의 서술과 아울러 곳곳에 웃음을 자아내는 코믹스러운 광경을 내심 엿볼 수 있어서 생각만큼 그리 무겁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더군다나 이야기의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는 주요 등장인물들에 의해 빚어지는 오해의 갈등이 원활하게 해소되면서 감동으로 승화되는 연결의 과정은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훈훈하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우리는 누구나 대개 아름답고 변하지 않는 로맨틱한 사랑을 갈구한다. 하지만 그러한 사랑은 단지 마음으로 바란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가식적인 모습을 버리고 자신만을 위하려는 이기주의적인 성향을 억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어떤 경우에라도 조금은 희생적인 정신을 바탕으로 사랑하는 연인을 배려하고 아끼려는 이타적인 행위가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러한 사랑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다. 삶을 살아가다보면 이런 저런 이유로 어깨가 처지고 의욕을 잃게 되는 때가 있다. 그럴 경우 이 작품을 통해 모든 것을 잊고 잠시나마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따뜻한 감동의 여운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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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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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러 장르에서 많은 새로운 문학작품들이 출간되어 독자들 앞에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거나 오랫동안 잔상에 남는 유의미한 작품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일부 작품의 경우에는 누구나 한번쯤은 되새겨보고 싶은 인상 깊은 작품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문학작품을 꾸준히 접하는 독자들이라면 자신이 읽은 작품 중에서 한해에 몇 권 정도를 선택해서 특별한 리스트로 작성해 놓기도 한다. 그런 시각에서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올해 상반기까지 읽어왔던 여러 문학작품 중에서 전개되는 줄거리 자체만 보더라도 나에게는 상당한 흥미로움을 가져다주었고, 다른 무엇보다 하나의 작품에서 다양한 형태의 장르를 연상케 할 만큼의 이채로우면서도 폭넓은 문학적 풍미를 제공해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 싶다. 그리고 언제가 다시금 정독해야 할 작품으로 기억된다. 이 작품은 작년 문학부분에서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미국의 여류작가 도나 타트의 세 번째 소설이다. 그녀의 작품이력을 살펴보면 대학졸업 후 30여년에 가까운 작가 생활기간 동안 불과 세 편의 소설을 발표해왔을 정도로, 하나의 작품을 구상함에 있어 집필에 이르기까지 심혈을 기울여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중점을 두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그녀의 작품은 내용면이나 작품성 면에서 문단과 독자들에게 적잖은 호응과 찬사를 받으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작가로서 그녀의 명성에 걸맞기라도 하듯 이번 작품 역시 예외 없이 소개되자마자 돌풍을 몰고 올 정도로 언론에 이슈가 되기도 했으며, 작품을 읽은 독자들에게 완독을 이끌어내는 놀라운 스토리텔링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어, 혹시 문학을 선호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주목할 작품으로 여겨진다.


올해 열세 살이 된 작품 속 주인공 시오는, 엄마와 아빠의 성격차이로 인해 별거에 들어간 상태에서 엄마와 단 둘이 비록 풍족한 생활은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호기심 많은 사춘기에 접어든 시오는 학교에서 친구와 어울리다가 교칙을 어긴 까닭에 정학처분을 받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학교를 향해 엄마와 집을 나서게 된다. 그런데 학교로 가던 도중에 생각지 못한 폭우로 인해 두 사람은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미술관에 들른다. 결혼 전부터 미술과 명화에 관심이 많았던 엄마는 그곳에서 유명한 화가의 그림들을 둘러보다가, 홰의 사슬에 묶여 있는 황금방울새라는 작품 앞에서 아들에게 오래전 처음 보았을 때 한눈에 반해버리게 만들었던 그림이었음을 강조한다. 하지만 엄마와 달리 시오는 애초 그림에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주변 몇 미터 거리에 있는 푸근한 분위기를 풍기는 노인의 손에 이끌려 그림을 구경하던 한 소녀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두 사람이 미술관에서 폭우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와중에 불행하게도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한다. 그것은 누군가에 의한 미술관 폭발 테러였으며, 엄청난 굉음이 동반된 폭발사건으로 시오는 잔해에 깔려 순간 정신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깨어난 시오는 아까 전에 보았던 심하게 중상을 입은 노인을 보게 되고, 노인에게서 모르는 주소와 함께 반지를 건네받고 황금방울새 그림을 가져가라는 부탁을 받고 그곳을 빠져나오게 된다. 며칠 후 시오는 노인이 알려준 장소를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노인과 함께 있었던 피파라는 소녀를 우연하게 다시 만나지만, 엄마가 당시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과 듣게 되고 자신과 엄마를 냉정하게 버렸던 아빠의 집에 강제로 맡겨지면서 이후 그의 인생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보면 사춘기에 접어든 한 소년이 폭발테러로 엄마를 잃고 끔찍한 사고의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운 트라우마를 겪게 되면서 일탈과 방황의 시간을 보내다가 점차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줄거리의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주인공 시오가 노인의 말을 듣고 미술관에서 가져온 황금방울새가 그려진 고가의 그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적인 장르를 담고 있기도 하며, 자신과 함께 사고를 입고 비슷한 처지에 놓인 피파라는 소녀를 알게 되면서 훗날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흠모하게 되는 서정적인 로맨스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이 소설은 이미 접해본 독자들 대부분이 완독을 했을 정도로 작품에 대한 몰입감이 높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볼 때 그 이유 중에 한 가지는 아마도 하나의 이야기 흐름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형태의 흥미로운 내용을 연관성 있게 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소설은 화려한 문체와 섬세하면서도 치밀한 구성을 바탕으로 뛰어난 가독성을 자랑하며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게 만드는 놀라운 흡입력은 물론 작품성의 가치를 한층 높였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언론의 인터뷰에 따르면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한 모티브를 오래 전 이슬람근본주의자들이 아프가니스탄의 불교 유물을 파괴하는 사건에서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작품의 표제이자 주요 소재가 되는 황금방울새와 관련하여 사슬에 묶여 있어서 날고 싶지만 날지 못하는 새의 모습은 마치 인간의 존재와 본성과 다름없음을 피력하고 있기도 하다. 소설 속 이야기는 무려 천여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임에도 불구하고 독자의 입장에서는 쉽게 읽혀지고 문학을 읽는 재미를 체감하게 만드는 매력 있는 작품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올해에 꼭 한번 쯤 읽어보면 좋을 만한 소설로 평가하고 싶고, 아직 이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들이 있다면 한번 관심을 가지고 일독해보기를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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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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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설 중에서 국내에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 가운데 하나는 바로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가 아닐까 싶다. 이 소설은 조금은 바보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정신과 의사 이라부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해학과 풍자를 바탕으로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인 스토리를 담아 독자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가 발표한 여러 작품을 둘러보면 그와 같이 위트를 가미한 코믹한 소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대학졸업 후에 잡지편집과 카피라이터로 오랜 활동을 해오다가, 40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작가로 문단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그가 발표했던 전반적인 작품내용을 살펴보면 대개 일본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날카롭게 파헤치며 비판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장르작품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서 그가 작품을 통해 꾸준히 독자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구가할 있었던 주된 이유는, 대부분의 작품 내용에 사회적 약자에 관한 소재를 다루면서 건전한 가치관의 부재에 따른 우리의 도덕적 해이와 편향적인 시각을 일깨우는 것과 동시에, 건조하고 메마른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주는 애틋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의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경향이 그렇듯이 독자들에게 새롭게 선보이는 이번 나오미와 카나코 역시도, 결혼 이후 가부장적인 성격을 소유한 남편이 아내의 기본적인 인권을 유린하고 상습적인 폭력을 가하는 이른바 가정폭력에 대한 실체를 고발하는 사회의식이 짙은 내용을 다루고 있어 눈길을 이끈다. 특히 이 소설은 예전 국내에 영화로 개봉되어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던 델마와 루이스라는 작품의 전개 흐름을 연상케 하는데,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폭력에 대항하는 두 여성의 과감하고 용기 있는 모습이 역동적이면서 스릴 있게 그려져 있어 독자의 입장에서 제법 흥미로운 작품이 될듯하다.


작품 속 주요 등장인물이 되는 나오미는 실업난에 따른 여파로 대학 졸업 후에 큐레이터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백화점 외판부에서 일하며 평범한 생활을 보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따분한 회사생활의 스트레스를 친구와의 수다로 날려버리기 위해 학창시절부터 친한 친구사이로 오랜 인연을 지내왔으며, 지금은 결혼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혼의 기간을 보내고 있는 가나코를 만나기 위해 그녀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 흔치 않은 만남이라 나오미는 가나코와 함께 재미있는 저녁시간을 보낼 것으로 생각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친구의 얼굴에는 어딘가 모르게 그늘이 드리워져 있음을 알고, 그동안 무슨 일이 있느냐는 기나긴 추궁 끝에 그녀로부터 은행의 사무원으로 일하는 남편에게서 이유 없는 폭력에 시달리며 항상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만 충격에 빠지고 만다. 왜냐하면 나오미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향한 아버지의 무자비한 폭력을 보아 왔는데, 그러한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이제는 결혼을 쉽게 결정할 수 없을 만큼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아버지로부터 폭력을 당하면서 인고의 세월을 버티어내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오미에게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의 결혼 생활은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따끔한 충고를 건네며 친구에게 당장 이혼할 것을 종용한다. 그러나 가나코는 마음속으로 이혼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도 막상 이혼을 결행할 경우 감당하기 힘든 남편의 보복이 두려운 나머지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고 폭력을 용인하는 생활을 지속하게 된다. 그런 그녀의 심정을 알게 된 가나코는 이혼의 후환이 두렵다면 치밀한 계획으로 차라리 남편을 살해하고 증거를 은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면서 나오미를 설득하여 마침내 실행에 옮기기로 약속한다.


이 소설은 하나의 사건을 발단으로 시작하여 결말에 이르는 일정한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구성적인 면에서 보면 과거 어머니에 대한 아버지의 폭력을 목격하고 어린 시절을 보낸 나오미와 후환이 두려워 남편의 폭력을 수용하고 고통을 혼자 가슴속으로 삭혀내는 내성적인 성격의 가나코라는 두 명의 여 주인공의 시각에서 각기 개별적인 스토리가 진행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남편에게 매를 맞고 사는 아내의 상황을 두고 폭력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것과 동시에, 두 여성이 폭력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방식으로 이를 되갚아나가는 흥미진진한 스릴러의 광경이 펼쳐져 있다. 더불어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쉽게 읽혀지는 뛰어난 가독성을 자랑하고 있어 이야기 속으로의 몰입을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조금 아쉽게 다가오는 것은 전체적인 내용을 볼 때 피해자의 입장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정당방위를 넘는 자칫 범죄의 합리화를 조장하는 느낌이 있으며, 또한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작가의 작위적인 스토리의 전개가 도드라져 보인다는 점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대개 사회적으로 한 번쯤 이슈가 되어야 하는 소재를 기반으로, 복잡한 연결 구도를 가급적 배제하고 군더더기가 거의 없는 간결하면서도 공감할만한 문장으로 감동적인 분위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주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그와 같은 관점에서 이번 소설은 작가의 그러한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지 않나 싶다. 소설은 재미있어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작품 안에 작가 나름대로의 메시지를 담아 독자들에게 잊히지 않는 감흥을 전달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 작품은 그에 준하는 사실감 넘치는 내용으로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을 통해 부당한 폭력에 맞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두 여인의 행보에 함께 동행해보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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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_Play 2015-06-13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오쿠다 히데오 소설 참 좋아해요. 재미있다능~

딸랑긔 2016-01-17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얼마전에 오쿠다히데오의 소문의여자 책을샀는데 전혀 읽질않고있네요..
오쿠다 히데오 소설은 스무살 도쿄 하나밖에 읽어보진않았지만 이것도 재밌어보이는군요
드라마화된다죠 히로스에료코 주연으로
 
데빌스 스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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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의 추이를 보면 최근 몇 년 간 동안에 유럽작가들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그 결과 몇몇의 작가의 경우에는 작품 내용에서 강렬한 인상과 신선함을 선보이며 단단한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듯하다. 다른 독자들은 어떤지 몰라도 그 중에 선두주자격인 작가를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 북유럽 스릴러의 자존심으로 일컬어지는 노르웨이의 국민작가이자 뮤지션이기도 하며 때로는 저널리스트와 경제학자로 활동하면서 다채로운 경력을 자랑하는 요 네스뵈를 꼽고 싶다. 왜냐하면 그의 작품 해리 홀레 시리즈가 이미 여러 나라의 독자와 문단으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얻은 바 있고 이제는 밀리언셀러 작가로서 자리매김 하면서 적잖은 유명세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는 지금까지 모두 9편이 발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지금까지 4편만이 소개되었는데, 이번 작품은 국내에 소개되는 그의 다섯 번째 작품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을 접해본 독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데빌스 스타라는 작품은 레드 브레스트, 네메시스로 이어지는 오슬로 삼부작의 완결판이다. 사실 매년 추리나 스릴러라는 명목으로 여러 작품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지만 독자들의 이목을 모을만한 작품은 생각만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시각에서 요 네스뵈의 이번 작품은 전반적으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의 전개와 한 순간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는 짜릿하고 긴장감 넘치는 스릴,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 펼쳐지는 놀라운 반전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알찬 내용을 선사하고 있다. 따라서 장르를 선호하는 독자들의 입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스릴물의 기대감을 한껏 충족시켜 줄 것으로 여겨져 한 번쯤 관심을 가지고 일독해볼만 하지 않나 싶다.


작품 속 이야기는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어느 여름날 오슬로 시내 주택가 아파트 욕실에 젊은 미혼의 여성이 머리에 총을 맞고 시체로 발견되면서부터 시작한다. 일반적인 살인사건과는 달리 이 사건이 특이할만한 것은 죽은 그녀의 눈꺼풀 속에 별 모양의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었으며 한쪽 집게손가락이 칼날에 의해 예리하게 잘려나가 있다는 점이다. 신고를 받고 즉시 출동한 경찰은 현장 조사를 통해 귀중품의 도난이나 성폭행의 증거는 없었음을 밝혔고, 주변 탐문수사에도 착수하지만 당시 상황을 목격한 사람은 물론이고 사건의 단서가 될 만한 그 어떠한 세부적인 사항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건이 발생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젊은 여성이 실종되었다는 신고와 함께, 수사본부 앞으로 여성의 잘린 손가락과 별 모양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 있는 봉투가 배달되면서 이 사건의 징후가 결코 심상치 않음을 알려준다. 경찰청 강력반 책임자 묄레르는 해리 형사가 이 사건을 해결할 적임자로 생각하지만, 그가 오래전 자신의 동료형사의 죽음에 의문을 품게 되면서 이미 결론이 내려진 당시 사건을 수사하지 말라는 윗선의 지시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과 아울러 매일 같이 알코올중독에 가까운 폭음으로 형사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아 암묵적인 퇴임의 압박을 받게 되자, 결국 유능한 형사로 촉망을 받고 있는 볼레르를 반장으로 내세워 강도 높은 수사에 돌입한다. 그럼에도 더 이상에 수사의 진전은 없고 오히려 유사한 형태의 연쇄적인 살인범죄가 벌어지면서 사건은 점차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확대되기 시작한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볼레르는 해리를 만나 이번 수사에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마침내 해리 형사의 참여로 인해 미궁에 빠진 사건의 수사는 다시금 활기를 되찾는다.


요 뇌스베 작가는 지금이 전성기라고 할 만큼 스릴러 작가로써 손색이 없지만, 그의 초기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가 본격적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된 작품은 레드 브레스트를 시작으로 이번 데빌스 스타로 이어지는 오슬로 삼부작이다. 이 시리즈는 발표될 때마다 자국에서의 인기는 물론이고 이웃 유럽 국가에서 최고의 스릴러 소설로 선정될 정도로 엄청난 호평을 받아왔으며, 세계 유명 문학 후보작에 오르면서 작품의 내용면에서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이 작품은 연쇄살인이라는 사건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전개가 이루어져 있지만,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두 개의 스토리가 복합적으로 연결되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독자들이 이 작품에서 체감할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어떤 다른 스릴러보다 더 긴장되고 짜릿한 쾌감을 쉼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독특하면서도 개성적인 이미지를 지닌 해리 형사의 매력적인 캐릭터에 있다. 이 시리즈에서 보면 그는 범죄자에게 자신의 연인과 친동생처럼 아끼던 후배 형사를 잃었으며 심지어 믿었던 동료에게 배신을 당하게 되면서 매일 같이 술에 기대어 기약 없는 나날을 보내는 마치 부랑자의 모습과 별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범죄수사에만 투입되면 그는 냉철한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여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단초를 제공하는 능력 있는 형사로 변신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다채롭고 역동적인 모습을 독자들은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소설은 탄탄한 스토리를 배경과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하나의 사건 속에 두 가지의 스토리를 유기적으로 구성하였고, 그 안에 한 차원 높은 스릴의 요소를 담아내어 색다른 흥미를 돋우어 낸다. 그런 이유에서 스릴러물을 선호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이 작품을 꼭 접해보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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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 정명공주와 광해군의 정치 기술
박찬영 지음 / 리베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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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에서 임진왜란이 발발했던 조선 중기의 시대상을 그려낸 2개의 역사드라마가 시청자들에 의해 제법 인기를 얻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화정이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낯설게 보일 수도 있는 화정이라는 말은, 조선시대 최고의 서예가로 평가받았던 정명공주가 남긴 처세훈으로 문맥의 쓰임새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문자 그대로 직역해 본다면 빛나는 정치 혹은 화려한 정치로 풀이할 수 있다. 화정이란 말을 남긴 정명공주는 선조와 인목왕후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당시 왕위계승의 유일한 적자였던 영창대군이 바로 그녀의 친 동생이기도 하다. 역사자료에 따르면 선조는 나이 50세가 넘는 늦은 나이에 정명공주를 어렵게 얻은 탓에 각별한 애정을 쏟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녀의 이복오빠였으며 아버지 선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광해군도 총애했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그러한 행복한 삶은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그녀의 외척들이 권력쟁탈에 눈을 돌리면서 서자인 광해군을 대신해 영창대군을 옹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다가 발각되었는데 이 사건은 결국 계축옥사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고 그 결과 정명공주는 어머니와 함께 서궁에 유폐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고통스러운 인고의 세월을 견뎌야만 했다. 정명공주는 임진왜란 직후 선조의 적통으로 태어나 83세의 나이로 숙종이 재위하던 시기에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장수한 왕녀로써의 삶을 살았지만, 대외적으로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과 같은 외세의침입이 있었고 내부적으로는 당파싸움이 가장 치열했을 만큼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당시 시대상을 돌아보면서 화정이라는 말에 담긴 실질적 의미와 함께 우리의 정치현실을 재조명해보고자 했다.


이 책은 국태민안을 안중에 두지 않고 오로지 권력 암투를 향한 양반사대부들의 대립과 분열에 기인되어 당쟁의 시초가 되었던 조선 선조 때를 시작으로 이후 광해군과 인조를 거쳐 당쟁이 가장 극심했던 숙종 시기에 이르기까지 암울한 정치사의 내용이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와 함께 같은 시기에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 파란만장한 인생의 고비를 넘어왔던 정명공주가, 자신의 고단했던 삶의 여정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관용, 타협, 상생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화정이라는 처세훈이 등장하게 된 역사 속 사건의 내막이 촘촘하게 드러나 있다. 책 속의 내용을 살펴보면 당쟁의 시초는 선조 8년 즈음에 학연과 지연이 원인이 되어 동인과 서인으로 갈라졌음을 볼 수 있는데, 곧이어 전란의 장기화가 이어지면서 패전에 대한 책임문제와 광해군 세자책봉의 문제로 점차 확대되었다가 인조반정을 계기로 정치적 갈등이 고착화 되어가는 양상의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조선시대의 정치사를 보는 시각이 대체적으로 왕권보다는 신권을 중심의 사회였다는 사실을 확연하게 인지시켜준다. 광해군은 임란이 끝난 직후 혼란스러운 사회를 안정시키고 명나라와 후금과의 껄끄러운 외교관계에 적절히 대처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당쟁의 폐해를 억제하는 과정에서 이이첨과 정인홍이 주축이 된 대북파의 책동에 휘말려 이복동생을 죽이는 등의 패륜적인 행동으로 인조반정을 불러옴으로써 오히려 당쟁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편 정명공주는 당쟁의 폐해가 불러온 직접적인 피해자였고 더불어 평생을 당쟁의 회오리 속에 숨을 죽이며 살아왔음에도 화정이라는 말을 통해서 조화와 화합을 이루는 빛이 나는 정치를 고대해왔던 듯하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목적으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한 가지는 지나간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 아주 단순한 이치임에도 불구하고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인 때문인지 우리는 여전히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지 않나 싶다. 사실 당쟁은 과거나 지금이나 자칫 국가정책과 민생을 외면하고 당리당략에만 치우치게 된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소수 세력의 권력독점을 방지하는 것과 동시에 모든 사안을 공론화함으로써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가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을 고려해 볼 때, 오늘날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현실정치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광해군 재위 기간은 전란의 영향으로 다른 무엇보다 국정의 안정이 중요시 되어야 했다. 하지만 광해군은 왕권강화를 목적으로 궁궐을 짓는 무리한 토목 공사를 강행하다가 민심을 잃었고, 설상가상으로 왕세자 시절 그를 옹위했던 측근세력들이 반대파 신료들을 제거하는데 혈안이 되어 무자비한 옥사를 일으킴으로써 인조반정의 빌미를 제공하는 우를 범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우리 정치사의 그 속내를 보면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 역시도 국민들에게 충분한 신뢰를 주고 있지 못하면서 점점 정치를 불신하게 만들어 가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정치를 멀리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저자는 이 책은 통해 정명공주가 화정이라는 말을 통해 냉엄한 정치 세계 속에서도 자기수양과 애민의 정신으로 정치적 시련을 헤쳐 나왔듯이, 같은 관점에서 많은 독자들이 오늘 우리의 정치현실을 이해하고 그 기저에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배려의 자세가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지 않나 싶다. 따라서 이 책으로 조선 당쟁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공생의 의미를 담고 있는 화정의 정신을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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