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타인과의 다양한 관계를 이어가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러한 관계를 연결해주는 관념적 기저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언제나 사랑이라는 감정이 오롯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성적인 만남에서 생성되는 사랑의 기운은 우리의 인간사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어렵고 힘든 세상살이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하나의 이유가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사랑과 관련한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흘러넘칠 정도로 많아서 그런지 때로는 진부하고 통속적이라는 느낌과 함께 따분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종종 있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아이러니하게 여겨지는 것은 누구가의 진정 아름다운 스토리의 과정을 세심하게 읽고 있노라면, 어느새 그런 선입관적인 생각은 사라지고 자신도 모르게 그 과정 속 이야기에 몰입되어 형언할 수 없을 만큼의 감동과 기쁨을 만끽하곤 한다. 물론 사랑이 언제나 우리에게 행복과 기쁨의 순간만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진심을 담지 않은 그릇되거나 변질된 사랑은 마음에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의 굴레로 작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랑에 대한 후유증도 결국 사랑으로 인해 극복되고 치유되는 것이 보통이다. 돌이켜 보면 사랑만큼이나 우리의 마음을 극도로 힐링시켜주고 가슴을 따스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듯하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작품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의 본질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들며, 가끔은 각박하고 건조한 생활로 인해 쉽게 지쳐버리고 마는 우리의 영혼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는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주목을 이끈다.


작품 속 주인공 데이지는 동물애호가로 현재 수의사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잭과 결혼을 하고 소박하지만 남부럽지 않은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는 밝고 명랑하면서도 자기 소신이 뚜렷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녀에게는 한때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는데 그것은 결혼 후 신혼의 달콤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방암을 진단받고 힘겨운 치료과정을 겪었다는 사실이다. 4년 전 다행스럽게도 자신의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로부터 더 이상 암의 재발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는 소견을 전해 듣게 된 그녀는, 이후 그동안 잠시 보류해 두었던 심리학자가 되기 위한 학교에서의 수업을 뒤늦게 시작했으며, 또한 앞으로 아이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는 부푼 꿈으로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주치의로부터 며칠 전에 실시했던 조직 검사에서 문제가 있다는 청천벼락 같은 연락을 받는다. 그리고 병원에 도착하여 다시 정밀한 검사를 한 결과, 잠재되어 있던 암세포가 뼈와 다른 장기로 전이되었으며 심지어 뇌 속으로까지 확대되었다는 사실과 치료를 한 후에도 불과 몇 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돌연 망연자실하게 된다. 한편 남편 잭은 암의 재발로 상심에 빠져 고통스러워하는 아내를 위해 나름대로 용기와 희망을 돋우어 주려고 자신의 박사과정도 미룬 채 헌신의 노력을 다해보지만, 데이지는 남편의 그러한 의도적이고 동정적인 행위에 불편을 느끼게 되고, 급기야 두 사람의 사이는 점점 소원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지만 결국 데이지는 자신이 암에 걸려 시한부 생을 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집안일에 서툴고 자신이 죽고 나면 혼자 외로이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는 남편을 위해 잭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격려해주는 적당한 여자를 찾아 새로운 인연을 맺어주려는 계획을 세우고 본격적인 착수에 들어가게 된다.


이 소설은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앞에 둔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는 여인이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남편이 훗날 홀아비로 살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려해, 자신보다 더 사랑스러운 여인을 만나게 해주려는 다소 황당하지만 애달프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로맨스가 그려져 있다. 소설 속 이야기는 보통의 경우라면 독자의 입장에서 쉽게 상상하기 힘든 상황설정인데다가, 설사 그렇다 해도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의 여지를 남기기에 충분함에도 막상 스토리의 흐름을 접하게 되면,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숭고한 사랑의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애틋함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스토리 전개에서 보듯 이 소설은 선입관적인 시각에서 보면 전반적으로 슬픈 사연에 얽힌 애틋하고 암울한 분위기로 점철되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작가의 위트 있는 문체의 서술과 아울러 곳곳에 웃음을 자아내는 코믹스러운 광경을 내심 엿볼 수 있어서 생각만큼 그리 무겁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더군다나 이야기의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는 주요 등장인물들에 의해 빚어지는 오해의 갈등이 원활하게 해소되면서 감동으로 승화되는 연결의 과정은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훈훈하게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우리는 누구나 대개 아름답고 변하지 않는 로맨틱한 사랑을 갈구한다. 하지만 그러한 사랑은 단지 마음으로 바란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가식적인 모습을 버리고 자신만을 위하려는 이기주의적인 성향을 억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어떤 경우에라도 조금은 희생적인 정신을 바탕으로 사랑하는 연인을 배려하고 아끼려는 이타적인 행위가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러한 사랑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다. 삶을 살아가다보면 이런 저런 이유로 어깨가 처지고 의욕을 잃게 되는 때가 있다. 그럴 경우 이 작품을 통해 모든 것을 잊고 잠시나마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따뜻한 감동의 여운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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