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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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러 장르에서 많은 새로운 문학작품들이 출간되어 독자들 앞에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거나 오랫동안 잔상에 남는 유의미한 작품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일부 작품의 경우에는 누구나 한번쯤은 되새겨보고 싶은 인상 깊은 작품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문학작품을 꾸준히 접하는 독자들이라면 자신이 읽은 작품 중에서 한해에 몇 권 정도를 선택해서 특별한 리스트로 작성해 놓기도 한다. 그런 시각에서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올해 상반기까지 읽어왔던 여러 문학작품 중에서 전개되는 줄거리 자체만 보더라도 나에게는 상당한 흥미로움을 가져다주었고, 다른 무엇보다 하나의 작품에서 다양한 형태의 장르를 연상케 할 만큼의 이채로우면서도 폭넓은 문학적 풍미를 제공해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 싶다. 그리고 언제가 다시금 정독해야 할 작품으로 기억된다. 이 작품은 작년 문학부분에서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미국의 여류작가 도나 타트의 세 번째 소설이다. 그녀의 작품이력을 살펴보면 대학졸업 후 30여년에 가까운 작가 생활기간 동안 불과 세 편의 소설을 발표해왔을 정도로, 하나의 작품을 구상함에 있어 집필에 이르기까지 심혈을 기울여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중점을 두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그녀의 작품은 내용면이나 작품성 면에서 문단과 독자들에게 적잖은 호응과 찬사를 받으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작가로서 그녀의 명성에 걸맞기라도 하듯 이번 작품 역시 예외 없이 소개되자마자 돌풍을 몰고 올 정도로 언론에 이슈가 되기도 했으며, 작품을 읽은 독자들에게 완독을 이끌어내는 놀라운 스토리텔링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어, 혹시 문학을 선호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주목할 작품으로 여겨진다.


올해 열세 살이 된 작품 속 주인공 시오는, 엄마와 아빠의 성격차이로 인해 별거에 들어간 상태에서 엄마와 단 둘이 비록 풍족한 생활은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호기심 많은 사춘기에 접어든 시오는 학교에서 친구와 어울리다가 교칙을 어긴 까닭에 정학처분을 받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학교를 향해 엄마와 집을 나서게 된다. 그런데 학교로 가던 도중에 생각지 못한 폭우로 인해 두 사람은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미술관에 들른다. 결혼 전부터 미술과 명화에 관심이 많았던 엄마는 그곳에서 유명한 화가의 그림들을 둘러보다가, 홰의 사슬에 묶여 있는 황금방울새라는 작품 앞에서 아들에게 오래전 처음 보았을 때 한눈에 반해버리게 만들었던 그림이었음을 강조한다. 하지만 엄마와 달리 시오는 애초 그림에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주변 몇 미터 거리에 있는 푸근한 분위기를 풍기는 노인의 손에 이끌려 그림을 구경하던 한 소녀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두 사람이 미술관에서 폭우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와중에 불행하게도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한다. 그것은 누군가에 의한 미술관 폭발 테러였으며, 엄청난 굉음이 동반된 폭발사건으로 시오는 잔해에 깔려 순간 정신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깨어난 시오는 아까 전에 보았던 심하게 중상을 입은 노인을 보게 되고, 노인에게서 모르는 주소와 함께 반지를 건네받고 황금방울새 그림을 가져가라는 부탁을 받고 그곳을 빠져나오게 된다. 며칠 후 시오는 노인이 알려준 장소를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노인과 함께 있었던 피파라는 소녀를 우연하게 다시 만나지만, 엄마가 당시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과 듣게 되고 자신과 엄마를 냉정하게 버렸던 아빠의 집에 강제로 맡겨지면서 이후 그의 인생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보면 사춘기에 접어든 한 소년이 폭발테러로 엄마를 잃고 끔찍한 사고의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운 트라우마를 겪게 되면서 일탈과 방황의 시간을 보내다가 점차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줄거리의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주인공 시오가 노인의 말을 듣고 미술관에서 가져온 황금방울새가 그려진 고가의 그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적인 장르를 담고 있기도 하며, 자신과 함께 사고를 입고 비슷한 처지에 놓인 피파라는 소녀를 알게 되면서 훗날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흠모하게 되는 서정적인 로맨스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이 소설은 이미 접해본 독자들 대부분이 완독을 했을 정도로 작품에 대한 몰입감이 높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볼 때 그 이유 중에 한 가지는 아마도 하나의 이야기 흐름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형태의 흥미로운 내용을 연관성 있게 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소설은 화려한 문체와 섬세하면서도 치밀한 구성을 바탕으로 뛰어난 가독성을 자랑하며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게 만드는 놀라운 흡입력은 물론 작품성의 가치를 한층 높였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언론의 인터뷰에 따르면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한 모티브를 오래 전 이슬람근본주의자들이 아프가니스탄의 불교 유물을 파괴하는 사건에서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작품의 표제이자 주요 소재가 되는 황금방울새와 관련하여 사슬에 묶여 있어서 날고 싶지만 날지 못하는 새의 모습은 마치 인간의 존재와 본성과 다름없음을 피력하고 있기도 하다. 소설 속 이야기는 무려 천여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임에도 불구하고 독자의 입장에서는 쉽게 읽혀지고 문학을 읽는 재미를 체감하게 만드는 매력 있는 작품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올해에 꼭 한번 쯤 읽어보면 좋을 만한 소설로 평가하고 싶고, 아직 이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들이 있다면 한번 관심을 가지고 일독해보기를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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