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써온 어느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결혼해서 아이 둘을 장성할 때까지 키워냈으니 그 세월 또한 만만치 않지요.
때로 몸에 잘 맞는 옷처럼 편안하다가도, 어느 순간 또다시 원위치로 돌아가고 맙니다.
남편이 원숭이 띠, 아내가 개 띠여서 그럴까요?
견원지간(犬猿之間)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겠어요.
그것보다는 서로 다른 별나라, 화성과 금성에서 와서 그럴까요?
아무튼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영원한 맞수
학창시절, 수학은 젬병이라도 국어 성적은 괜찮았는데 어쩐 일인지 주제 파악을 잘 못하
고 자신은 썩 괜찮은 남편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남편은 별로 자상하지 않고 다소 이기적인 경상도 남자에요.
게다가 주부들의 가사노동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다분히 있어요.
신혼 초, 남편이 출근하면서 제에게 하는 말은 으레 '놀고 있어'였어요.
처음에는 심상하게 들었는데 살다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저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대응을 해야했어요.
며칠간 궁리를 하다가 드디어 맞불을 놓지 않았겠어요.
여느 날처럼 '놀고 있어' 하며 계단을 내려가는 남편의 등에다 대고 이렇게 소리쳤지요.
"당신도 놀다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