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엔 안개를 무서워했었다.
내 두려움의 근원은 아마 동생이 태어나서 시골 친가에 잠시 떨어져 살았던 것 때문인 것 같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거짓말처럼 주위의 풍경이 바뀌어있었다.
부산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아니라 적막한 고요가 먼저 느껴졌다.
그래서 소리없이 다가오는 안개는 내게 두려움이었다....
학창시절,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읽었다.
'무진에 명물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이 대목에서 안개에 대한 무장해제를 했다.
사진을 기웃거리고 있는 지금은 안개는 좋은 사진감이다.
삼천 장쯤 찍으면 삼십 장쯤 추려서 전시회를 한 번 해볼까 싶지만 언제 안개 삼천 장을 찍나 싶어 무모한 도전일 듯...
안개는 아련하다.
베일에 싸인듯 드러나지 않지만 해가 뜨면 사물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가 아무리 가면을 쓰고 포장을 해도 자신을 숨길 수 없는 것처럼.
그래서 요즘은 그런 안개가 좋다.


가끔씩 숨을 수 있어서...

 

 

1박 2일로 떠난 여행...우포늪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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