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 법학자 김두식이 바라본 교회 속 세상 풍경
김두식 지음 / 홍성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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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에게 얼마 전 이런 글이 한 통 배달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쓴 글은 아니고, 제가 좀 골수 예수쟁이이니 읽어보고 세상에 좀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원문 그대로 옮겨봅니다.
가능하면 의견도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김두식 교수님께

교수님의 책,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를 잘 읽었습니다. 저는 교수님이 포항에서 근무하셨던, 한동대학에서 조금 북쪽으로 올라간 시골에서 목회하는, 장로교단 소속의 목사입니다.

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서, 시대와 교회를 고민하며, 교회를 예수님의 뜻에 따라 바로 세우고자 하는 교수님의 마음이 잘 읽혔습니다. 저 역시, 장로 대통령이 나왔으니, 나라를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위해서 기도하고, 무조건 대통령이 하는 일에 찬성할 것을 강요하는 보수적 기독교 지도자들과 교인들에 대해 한 없이 슬픈 마음을 품으며, 장로 대통령이 나온 이후 안티 기독교인들이 늘어나는 현실에, 교수님과 같은 깨어 있는 분들이 남아 있는 한, 그래도 한국 교회는 아직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콘스탄티누스 이후 교회가 세속화 되어 가면서, 온갖 부정과 불의가 신의 이름으로 자행된 역사는, 신학을 공부한 저로서도 자세히 알지 못하던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슬프게 하는 여러 가지 현실들과, 분명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한국 교회를 보면서, 목회자이자 동시에 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서, 함께 탄식을 해 오던 저로서도, 교수님의 지적에 참 속시원한 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교회의 평안과 성장을 위해서-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때로는 좀 과도한 복을 약속하고 선언하며 살아온 제 자신이 매우 부끄러웠습니다. 앞으로는, 아래를 향한 기복적인 설교보다는, 정말 예수님이 본래 의도하셨던 대로, 위를 향해서, 말씀을 바로 해석하고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더 해 봅니다.

그러나, 교수님의 글을 끝까지 다 읽고 나서, 나도 모르게 슬며시 부아가 치솟아 올랐습니다. 그것은, 교수님의 글이 너무 서울 중심, 대형교회 중심의 글이었다는 것입니다. 법학자답게, 교수님의 글은 매우 분석적이고,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잘 지적하셨습니다만, 그 모든 문제의 촛점들이, 서울의 대형교회들의 이야기요, 그렇지 않은 작은 교회들의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 권의 책이 모든 교회의 문제를 다 담아낼 수도 없고, 또, 서울의 대형교회들이 한국교회를 지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모든 한국교회들이 쓴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옳은 것이겠습니다만, 한국교회의 70-80%가 100명 미만의 작은 교회들인 현실을 감안한다면, 교수님의 글에서, 단 한 번도, 그런 조그만 교회들의 아픔과 문제에 대해서는 말씀하지 않았다는 것은, 교수님 역시,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진 시각을 가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교수님은 목회자가 너무 권위적이고, 한국교회가 목사 중심의 교회임으로, 목사님들은 신의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하셨지만, 대한민국은 서울 공화국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모든 교회가 서울의 대형교회도 아니며, 모든 교회와 목사의 현주소가 교수님의 글에처럼, 목사가 신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목회자가 설 자리가 없어, 하나님의 종이 아니라 교인들의 종의 자리에 서 있고- 매년 혹은 3년에 한 번씩 재청빙과정이 있기 때문에 교인들의 비위를 맞추어야 하니까- 목회자가 신의 자리가 아니라, 교회의 묵은 교인들이 오히려 예수님의 자리를 차지하고, 목회자는 하늘의 눈치가 아니라, 그 묵은 교인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현실은 어찌해야 합니까...

물론, 어떤 현실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말씀대로 바로 전달하고, 교회다운 교회를 통하여, 예수님이 그토록 원하셨던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해 애써야 하겠지만, 도시의 대형교회의 현실이 그렇지 못한 것처럼, 시골의 작은 교회는 또한 그 나름대로, 목회자가 고민하고 슬퍼해야 할 현실이 있습니다.

교수님의 글의 중심이, 교회가 말씀의 원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힘의 원리에 의해서 세속화되었으니, 말씀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면, 도회지 대형교회에서는 그 힘이 목사에게 있지만, 시골의 작은 교회에서는 그 힘이 묵은 교인들에게 있고, 목사가 신의 자리에서 내려오라 하지만, 시골교회 대다수의 목회자들은 이미 낮은 자리에 서 있으므로, 더 이상 내려 설 곳이 없습니다.

교수님의 글에서처럼, 예수님의 메시지의 핵심은 "하나님 나라"이고, 예수님은 가난한 자들과 병든 자들과 세리와 창기의 친구들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어쩌면, 제가 보기에는, 교수님은 예수님이 거의 잘 다니시지 않은 도시의 큰 교회에만 다니신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교수님의 이력에 나온 교회들 뿐 아니라, 한동대학에 있을 때에도, 한동대학 안에 있는 교회만 다니셨거나, 포항의 큰 교회에 다니셨거나, 아니면, 경북대학교에 계시면서, 대구에서 혹 교회를 나가더라도, 큰 교회만 다녀 보신 것은 아니신지...

지금부터라도, 도시의 작은 교회나, 시골의 작은 교회도 방문하시고, 거기서의 문제도 좀 짚어 주시고,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그래도 복을 달라고 외치는 교인들과,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이룩하며, 하늘나라를 바라보고 살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 사이에서, 고민하며 살아가는 많은 목사님들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문제를 모두 한 권의 책에서 다 다루지 못한다면, 적어도, 교수님이 이야기하는 현실과 다른 교회도 있다는 것쯤은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쪼록, 교수님도, 믿음 때문에 고민하는 그 고민을 멈추지 마시고, 교수님의 그 고민과 기도에 따라, 한국교회가 정말 정신을 차리고, 예수님의 뒤를 따라 바른 길을 가기를 함께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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