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요즘 이런 사진이 좋다. 한 부분을 통해서 전체를 유추 내지 상상할 수 있는 사진이 좋다.
바람 매서운 겨울날. 따뜻한 방에서 마냥 뭉그적거리는 게 좋을 듯 한 날이었다.
사진 친구들 - 친구들이라고 하지만 ‘사진’ 외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 나이도 다 다르고 출신 학교, 살아 온 곳, 하는 일... -이 ‘번개’를 때렸다.
별로 유쾌하진 않지만 이 모임에선 내가 나이가 제일 많다.
그 약점이 아니라면 ‘이 추운 날에 번개를?’ 하며 토를 달아볼 텐데 그놈의 나이 땜에 꼼짝 못한다.
지금 내 나이보다 좀 젊었을 때, 어느 모임에서든 연장자가 이런저런 말들을 많이 하는 것이 곱게 보이지가 않았다.
그때 나는 철도 없이 이런 용감한 결심을 했더랬다.
‘나는 나이 먹어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아무에게도 얘기한 적이 없고, 지금 친구들은 만난 지 얼마 안되어서 내가 그런 결심을 한 줄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모임에 가면 혹시 말을 많이 하게 될까봐 조심을 한다.
‘품위 있게 늙어갈 것’ 이것도 내가 바라는 희망사항이다.
아무튼, 이 날은 세상의 모든 바람이 그 바닷가에 놓인 듯 했다.
그 바닷 바람을 맞으며 네 명의 아줌마들이 사각 프레임에 담을 피사체를 향하여 전진!
그 사진이다.
마악 사진 밖으로 나가려는 발걸음이다.
무거운 카메라, 삼각대는 얼핏 보이지만 그 외의 모습은 사각 프레임 밖에 있다.
우리의 삶도,
이처럼 보이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많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매력적이고,
그래서 또한 살아볼 만한 모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