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알라딘 서재에서 페이퍼를 읽다가 남편과 영화 한 편을 보았다는 글을 읽었다.
그리고 ‘분위기 좋았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사실 많이 부러웠다.
사연을 들어보시면 공감하실 터이다.

남편과 나는 오랫동안의 연애기간을 거쳤다.
그러니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중의 한 가지가 바로 영화보기였다.
결혼 전엔 영화보기를 즐긴다더니 그것도 얘들 말로 ‘뻥’이었다.
괜한 시간 낭비라나 뭐라나. 순전히 거짓말인데 왜 보느냐구.
알고 보니 외국 영화의 경우는 같은 배우가 옷만 바꿔 입고 나와도 못 알아보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일 년에 서너 번 영화관에 가는 건 남편의 말에 의하면 순전히 영화를 좋아하는 아내에 대한 배려라는 것이었다.
배려라? 여기에서 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그야말로 배려라면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보아야 하지 않나.
몇 년 전의 일이다. 영화관에 갔었는데 미리 무얼 보겠다고 간 것은 아니었다. 가서 보니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다.
사실 남편은 어느 영화를 보든 별로 상관이 없다.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근데 남편은 굳이 <미녀는 괴로워>를 보겠다는 것이었다.
영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 영화에 대해선 사전 정보가 있는 줄 알았다.
그렇다면 나는 다음에 보면 되니까 싶어서 그 영화를 함께 보았다.
중간쯤에 가서 보니 슬쩍슬쩍 졸고 있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녀’라는 단어에 낚인 것이었다.
남편의 고백에 따르면 어차피 잘 모르는 거, 눈요기라고 실컷 할 작정이었던 것이었다.
근데 <미녀는 괴로워>가 어디 눈요기를 실컷 하게 버려두는 영화던가. 어림없는 소리 아닌가.
이런 형편이니 나 혼자 비디오로라도 영화 보는 것이 쉽지 않다.
몇 시간을 영화를 본다고 앉아있는 것은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대단한 시간 낭비로 여겨진다.
그러니 은근슬쩍 눈총을 주기에 영화 다 보기 전에 그놈의 총에 맞아죽기 십상이다. 그러니 영화를 보고 나서도 살아남을려면 완전무장을 하고 영화를 보아야 한다.
언젠가 그 눈총을 견디며 비디오로 숀 코네리가 나오는 ‘파인딩 포레스트’를 보고 있었다. 마지막 부분에 은둔하고 있던 천재 작가 포레스트가 자전거를 타고 제자 자말을 변호하기 위해 찾아가는 장면이 있다.
거실을 지나가다가 그 장면을 본 남편은 저 사람 정신 나간 거 아냐? 저렇게 자동차가 많은데 그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가면 어쩌겠다는 거야, 교통순경은 뭐 하는 거냐? 저런 놈 안잡고, 하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내가 암말 않고 가만히 있으면 계속해서 열을 낸다.
그러면 참다못해 내가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다.
누가 당신한테 옳은지 그른지 물어 봤냐고,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고.
그러면 남편은 그제야 꼬리를 내리며 중얼거린다.
“난 그저 그렇다는 거지, 뭐.”
그러느라 김이 다 새버린 건 누가 책임져야 하나.
나의 영화보기 수난사이다.

***함께 올린 사진은 그저께 <어른을 위한 동화> 사진 찍은 날, 함께 찍은 사진이다.
설 다음 날이라 할 일 없는 사람처럼 거리를 산책했었다.
잠시 앉아 쉬면서 찍었다.
우리 남편의 콤플렉스...머리가 좀 작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뭐라 안하는데 본인이 그렇게 느낀다.
그리고 좀 ‘외국스럽게’ 생겼다.
지금에야 국제결혼이 많지만 내가 결혼했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함께 시장에 가면 상인들이 내 얼굴 한 번 쳐다보고 남편 얼굴 한 번 쳐다보곤 했었다.
남편을 위한 배려로 남편 두상이 좀 크게 나오게 하려고 나름 애를 썼다.
근데 나는 파마머리니 이것이 최상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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