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 있어서 ‘박카스’는?
설날이라 서울에서 공부하던 아들이 돌아왔습니다.
방학이지만 이제 새 학기에는 4학년이 되는 터라 이것저것 마음이 바쁜 모양입니다.
졸업을 하고, 군대에 다녀와서, 취직을 해야 하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게 살아가는 것이기는 하지만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악이라는 소리들이 들려오니 어미로서 마음 한 켠이 아립니다.
아이가 헤쳐 나아가 하는 세상은 너무 막막해 보입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명절이면 아이들이 데리고 큰댁으로 가곤 했는데, 어느덧 집으로 돌아올 아이들을 기다려야 하는 세월 위에 제가 서 있군요.
아무튼 아이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저로서는 더할 수 없는 설날 선물인 셈입니다.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제가 즐겨 쓰는 성경말씀이 있습니다.
이사야 55장 10-11절 말씀
*** 이는 비와 눈이 하늘로부터 내려서 그리로 되돌아가지 아니하고
땅을 적셔서 소출이 나게 하며 싹이 나게 하여
파종하는 자에게는 종자를 주며 먹는 자에게는 양식을 줌과 같이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이와 같이 헛되이 내게로 되돌아오지 아니하고
나의 기뻐하는 뜻을 이루며 내가 보낸 일에 형통함이니라
그 말씀의 능력을 믿고
우리 내외는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를 빨리 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전에 학창 시절에 끊임없이 아들에게 세뇌를 시켰습니다.
'엄마 사전에는 재수는 없다'
그 영향이라 믿습니다.
아이는 다행히 재수는 필수라는 고등학교에 다녔음에도 재수를 거치지 않고 대학에 갔습니다.
지금도 또 하나
“졸업하면 군대 갔다가 취업하고 직장에 적응하면 결혼했으면 좋겠다.
엄마는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고 있으니 ...understand?
엄마는 숙제 빨리 마치고 놀고 싶다아!'“
주입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리라 믿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떼어 놓은 아들인데 좀 오래 데리고 싶기도 하지요.
그 아들이 왔습니다.
오면서 아버지가 좋아하는 '박카스'를 사가지고 왔네요.
아이를 기숙고등학교에 보내면서 일 년에 서너 번 집에 올 때 빈 손으로 오지 않도록 가르쳤더니
그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도 않고 '박카스'입니다.
제게 있어서 박카스는 '희망'이 아니고 '아들의 귀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