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만화 - 그림쟁이 박재동이 사랑한, 세상의 모든 것들
박재동 글.그림 / 열림원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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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도 의사들이 청진기를 쓰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병원에 가면 의사는 아이의 윗도리를 들치고 가슴에 청진기를 갖다 댔다.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아이의 가슴 구석구석을 누볐다. 그리고 진단을 내렸다.

박재동의 짧은 글과 그림을 보며 그 모습을 떠올린 것은 왜일까. 사회의 구석구석을 조망하는 그의 마음의 눈을 감지해서일 것이다.
박재동의 <인생만화>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한겨레신문>에 '박재동의 스케치'라는 이름으로 연재되었던 그림과 글을 묶어서 펴낸 책이다.

그의 그림과 글에는 “진짜‘ 사람이 있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되고, 잘 차려입지 않아도 되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 미리 예행연습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이 밥 먹는 자리에 있으면 그저 슬그머니 다가가서 남은 숟가락을 들고 함께 먹어도 아무도 눈치 주지 않을 그런 사람이 있다.
또 그의 그림과 글에는 꽃도 있고, 꽃게도 있고, 광어도 있고, 너구리도 있고, 한라봉도 있다.

일어서는 도로를 헤치고 ‘퇴근길’을 지나면 다음날, 황금빛 황홀경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고 나면 꿈결인양 달빛 데이트가 기다리고 있다.  

     

아마 박재동은 그러니 걱정할 것이 없다. 그저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소외당하고 상처받은 사회적 약자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들은 세상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괜찮아, 넌 날 이길 수없어!’

그리고 또 그림을 따라 가노라면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절규(?)도 있고, ‘부처님 말씀’도 있다.

한겨레신문이 창간되었을 때, 남편은 보던 지방 신문을 끊고 그 신문을 신청했다. 그동안 여기저기 숱하게 이사를 다녔지만 신문을 바꾼 적이 없다. 하물며 어느 곳에서는 한겨레신문을 보는 사람이 없어서 ‘배달불가!’의 통보를 받은 적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하루 늦게 받는 것을 조건으로 신문을 보기도 했다. 하루 늦게 보는 신문이 무슨 신문이람!

사실 이 책에 실린 것은 신문에서 거의 다 본 것들이다. 그러나 한권으로 묶여진 책으로 소장할 가치가 있다. 사진 공부를 하고 있는 나에게는 때로 영감을 주기도 한다.

사람의 사고도 노력하지 않으면, 편식하는 사람이 영양불균형에 걸리듯 외곬수가 되기 싶다. 그전에는 앞만 보고, 내 기호와 소신대로 사는 데에 문제가 없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사람은 생긴 대로 사는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여하한 노력으로도 고치기가 어렵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큰 강에 어느 정도의 지류가 있어야 건강한 강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가끔 별 용무는 없지만 대여섯 집을 지나서 있는 우체국에 간다. 우체국에서 조,중,동을 훑어본다. 대충 제목을 보고 몇 개의 칼럼을 읽는다. 같은 사안을 그렇게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박재동은 세상을 현미경으로 본다. 그리고 망원경으로도 본다. 나는 그의 그림과 글의 힘이 거기에서 나온다고 본다. 그것은 사람을, 사물을, 또 그 사이의 관계에 왜곡이 없고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세상이라는 우물에 두레박을 담그고 살아있는 우물물을 퍼내시는 당신께 박수를 보낸다. 






 

 

 

 

 

  

 

 

 

   

욜해 연초에 한겨레 신문에 실린, 아마 선생의 최근 모습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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