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손님을 초대하지 못하는 이유
나는 밥먹기를 즐긴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먹는다’는 그 물리적인 행위보다 깨끗하고 정갈한 그릇에 보기좋게 잘 차려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먹으며 대화하는 그런 ‘분위기’를 즐긴다.
그러나 남편은 나와는 정반대이다.
‘분위기’보다 ‘먹는 것’에 집중한다.
나는 음식을 커다란 그릇에 보기 좋게 조금씩 담는데, 남편은 무조건 산처럼 수북이 올라와야 한다.
내가 커다란 접시에 보기 좋게 담아서 내면 남편은 손님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나를 째려보며 어금니를 깨물고 얼른 더 담으라는 시늉을 한다.
남편은 음식을 왜 그렇게 쩨쩨하게 주느냐, 주기 싫어서 억지로 주는 것 같지 않느냐는 것이고,
나는 음식은 충분히 있다, 상을 보면서 많이 있으니 얼마든지 더 드시라고 말씀드리지 않느냐, 며 맞선다.
그리고 남편은 내가 초대한 손님들과 마주 앉아서 대화하는 꼴을 보지 못한다.
끊임없이 주방을 왔다 갔다 하며 먹을 것을 대령해야 직성이 풀린다.
또 웃기는 건, 먹을 것을 다 먹었다 싶으면 하는 남편의 일갈.
“이제 더 나올 것 없나본데 그만 가시지요.”
손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결국 얼굴을 붉히고, 언성은 높아진다.
서로가 한껏 참았던 말들을 터뜨리는 것이다.
지금이 어느 때냐, 6.25직후냐? 그분들이 먹기 위해서 우리 집에 온 거냐? 조상들 중에 굶어서 돌아가신 분이라도 있냐?
제가 포문을 열면,
어째 그리 쩨쩨하냐? 푸짐한 것이 좋지 않으냐? 인심도 후해 보이고?
남편이 맞받아서 공격을 합니다.
제 할 말들은 다 하는 거지요.
제가 속상한 것은 왜 월권을 하느냐는 것이에요.
음식을 준비하고 상을 차리는 것은 안주인인 제 고유권한이잖아요.
결국에는 “너나 잘 하세요”
막말까지 하고 말지요.
그렇다고 물러설 남편도 아니지요.
그래서 어떻게 하고 있느냐구요?
네, 몇 년 전부터 아예 초대라는 것을 하지 않고 있지요.
나이가 들었는지 싸울 힘도 없고, 그럴 정열도 없어져서...
식당에서 적당히 해결하고 말지요.
참 마음에 들지 않는 방법으로 살고 있지요.
산다는 게 뭔가...
마음 맞는 사람들과 밥 먹고, 차 마시며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거...그런 재미도 없이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요즘 들어서 부쩍 듭니다.
부산한 식당에서, 먹는 것에 목숨 걸다가, 나와서 빠이빠이 하면서 각자의 자동차를 타고 헤어지는 만남이라니..
좀 슬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