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마누라  

어쩌다 보니 우리 부부가 함께 한약을 먹게 되었어요.
청년 시절에 아파서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는 남편은 속담처럼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 되어서인지'한약 마니아'에요.
건강에 별 이상이 없어도 일 년에 몇 차례는 한약을 먹어야 해요.
그런 모습을 평생 보아온 저는 한약이라면 고개를 젓습니다.
근데 나이는 못속이는가봐요.
여름을 시작하면서 영 맥을 못추었더니
남편이 한약을 먹으면 괜찮다는군요.
한참을 버티다가 약을 지었겠지요.
남편은 그런 저에게 은근슬쩍 묻어서 자기도 먹어야겠다는 거에요.
그래서 부부가 나란히 한약을 먹게 되었지요.
왼쪽이 남편 컵, 오른 쪽이 제 컵이에요.
그냥 별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에요.
근데 남편이 이렇게 시비를 거는 거 있죠?
"왜 내 컵이 검정색이야?"
그 뒤에 따라 나올 남편 말은 뻔한 소리에요.
그래서 제가 선수를 쳐서 냉큼 소리쳤지요.
"속이 시커먼 놈이란 말이지?"
제게 말할 기회를 놓친  남편이 중얼거리는 말,

'오래 살았더니 마누라가 아니라 귀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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