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건너는 법 


지난 해 연말의 일입니다.
해가 바뀌기 전에 인사를 드려야 할 곳도 있고,
가계부를 정리하고,
세금을 내느라 은행에서 돈을 얼마 찾았습니다.
돈을 가지런히 정리하다가 손을 멈추었습니다.  

연필로 쓴 글씨...
<생일 축하한다. **
저번에 빌려준 돈으로 잘 썼어.
안경 사오기로 했는데 다른 일 때문에
사러 못가서 돈으로 주는데 이걸로
안경 다시 맞춰서 공부도 더 열심히 해
앞으로 남은 2년 더 열심히 해보자> 

마음의 말들을 잊어버리기 전에 급히 메모한 것으로 보이지만
참 가슴 찡한 메모입니다.
만만치 않은 삶의 저항이 느껴지고
가까운 이를 좀 더 꼼꼼히 살필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도 없어 보입니다.
바로 나의, 우리의 모습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작은 메모 속에는 따뜻한 마음이 있습니다.
작은 격려가 있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사회의 구조가
정치의 이념들이
제도적인 장치들이

이런 소망들을 배반하지 않기를, 감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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