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노란색 싫어한다” 


작년 이맘 때의 일이군요.
여름부터 아프던 오른쪽 옆구리가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버티고 버티다가 병원엘 갔겠지요.
이제 곧 해가 바뀌니 좋지 못한 것을 청산하고 새 마음으로 산듯하게 시작하고 싶었어요.
엑스레이를 찍고, 초음파도 찍고, 피검사 등등 여러 검사를 했어요.
제가 병원에 가기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에요.
별별 검사를 다 해야 한다는 것.
일주일 있다가 검사 결과를 보러 갔어요.
별다른 이상은 없고 전체적으로 깨끗하다는 진단이 나왔어요.
쓸개에 뭔가가 있는데-의사가 의학적인 용어로 얘기해 주었는데 잊어버렸어요- 10밀리면 수술을 권하겠는데 9밀리라서 저보고 알아서 하라네요.
그 말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뜻이겠지요.
근데 그 수술이란 게 그 9밀리짜리 뭔가를 떼어내는 게 아니고 쓸개를 떼어내는 거라네요.
아무리 그렇지만 앞으로의 삶을 ‘쓸개 없는 년’으로 살 순 없잖아요.
사실 속으로 겁을 많이 먹고 갔는데 그만해도 좋은 소식이지요.
“그래, 걱정하지 말고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고 즐겁게 살자.”
마음을 먹고 일층에 내려오니 로비 한쪽 귀퉁이의 꽃가게에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눈을 사로잡는 화사한 꽃들이 많았어요.
얼마나 마음이 밝아지던지요.
삼천 원을 주고 꽃 화분을 하나 샀어요.
오래 사용했건만 고장 나지 않은 제 몸에 대한 감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각양각색의 꽃들이 많았지만 제가 고른 것은 노란색 베고니아였어요.
작은 꽃망울들이 노란색 등불 같았다니까요.

건강에도 이상이 없겠다, 예쁜 꽃도 샀겠다, 의기양양하여 집에 돌아오니 남편이 물었어요.
병원의 검사결과가 아니고 화분에 대해서.  

“웬 화분?”
“병원의 꽃집에서 하나 샀지?”
근데 남편의 말이 정말 가관이었어요.
“난 노란색 싫어한다.”
누가 물어봤나? 그리고 이건 네 거 아니거든.
모든 것을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철딱서니라니.

 (근데 검사결과에 대해서는 이틀 뒤에 물어보는 거 있죠?
그래도 물어보니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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