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유

며칠 전, 가끔 사진과 글을 쓰고 있는 카페에서
닉네임이 베토벤인 한 친구가 쪽지를 보내왔는데 요즘 왜 사진이 뜸하냐는 것이었어요.
가을 타는지 여행도 안되고 사진도 안된다고 답장을 보냈어요.
그런데 안되는 게 또 하나 있군요.

어제, 중요한 모임에 갔었어요.
정장을 하고, 화장도 하고...이것저것 꽃단장을 했겠지요.
만나는 얼굴들마다 반가운 척, 친한 척, 보고 싶었는 척...
웃음 날리고, 손 붙잡고 흔들고, 포옹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포옹한 채 볼도 비비고...
난리 부르스.
원래 그렇게 오버하는  체질은 아닌데
가을이고, 그럴 만한 나이가 되어선지 마음이 좀 내려가 있는 요즈음이었어요.
그래서 억지로라도 좀 회복시켜 볼까 한 노력이었지요. 

언젠가 가수 나훈아가 텔레비전에 나와서 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노래를 잘 하려면 잘 하는 것 처럼 불러라.
그리고 노래 한 곡 중에서 특별히 잘 부르는 소절이 있을 것이다.
그 대목에서 자신있게 큰소리로 불러라' 고요.
전 그 말이 맞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아들이 고3 수험생일 때 곧잘 그 말을 써먹었어요.
'공부를 잘 하려면 나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고 말하라'고요. 

마찬가지로 행복하고 싶으면 '행복한 척' 해야 한다는 거지요.
반가운 '척',  친한 '척', 보고 싶었는 '척'이 나쁜 게 아니라는 말이에요.
그 모든 일들에는 나름의 길, 말하자면 두뇌 속에 회로가 있어서
'~척'도 그대로 작동을 한다는 것이지요.
일종의 자기암시이고 자기긍정이겠지요.
참고로 <행복하다고 외쳐라>라는 책도 있어요.
  

돌아오는 자동차 안에서 무심코 오른쪽 귀볼을 만졌더니
어라, 진주가 어디로 달아나고 없네요.
왼쪽 귀볼을 점검했지요. 거긴 얌전하게 달려 있네요.
무슨 이런 일이...난리 부르스를 너무 심하게 췄나.

그러구서 웃고, 밥 먹고, 사진까지 찍고 했단 말야?
속으로 '어이구, 주책' 나무라면서 다시 한 번 귀볼을 점검했더니 바로 이 모양이네요.   

이래서 인생은 살아갈만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