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파드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8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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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실망시키지않는다. <헤드헌터>로 인상적인 첫 만남 이후, 고독한 형사 해리 홀레가 등장하는 <스노우맨>, 그리고 <레오파드>. 두껍다, 두껍다라는 말은 들었지만 얼마나 두껍겠어,라고 코웃음 쳤었는데... 정말 두껍다. <스노우맨>도 두껍다 생각했는데 <레오파드>는 그 이상이었다. 거의 8백페이지에 달하는 두께에 놀라 먼저 읽은 이웃님들의 추천에도 선뜻 첫장이 넘겨지지않았다. 

 

  적색과 백색의 바탕이 조화를 이룬다. 겉표지엔 표범의 그림자가 달려들 듯한 자세로 전방을 응시하는 모습이 그려져있다. 긴장한 듯 말려올라간 꼬리에 살며시 몸을 낮춘 자세, 표범의 그림자와 같이 책은 두꺼운 두께에도 긴장감이 책 곳곳에 있다는 것을 뜻하는 듯하다. 또한 책표지엔 반전아닌 반전이있는데, 그것은 겉표지를 벗기면 보이는 표범의 눈동자이다. 냉철하며 고독한 회색의 빛을 띄는 눈동자는 책을 펼치기 전부터 긴장감을,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내가) 해리 홀레에게 열광하는 이유.

 

 

첫번째, 해리 홀레는 완벽하지 않다.

  온갖 역경을 다 겪더라도 보통의 주인공은 으레 독자가 원하는 해피엔딩의 형태를 갖추기 마련이다. 삐끄덕거리지만 화목해지는 가족, 어긋난 연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사지 멀쩡한 육신 모두. 어떤 내용이 나오더라도 설마 이렇게하겠나싶지만 해리 홀레는 <스노우맨>부터해서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다. 가능하다면, 해리 홀레를 만든 요 네스뵈의 머릿 속을 들여다보고싶기도하다.

 

 

두번째, 해리홀레도 평범한 사람이다.

  어떤 일이든 냉정히 생각하는 것이 아닌, 불같이 화를 내다가도 나중엔 후회를 하는 인간이다. 못생겼다고 표현할 수 있는 외모에 앞뒤 생각치않는 무대포적인 성격, 190cm의 장신에다가 직업이 형사인 사람이 흔하다는 건 아니지만 있을 법직한 인간이기도하다. 자기 분야에 동물과도 같은 뛰어난 감각을 지니며 위험한 냄새를 풍기는 나쁜 남자. 완벽하지않기에 해리 홀레에게 더 눈이간다.

 

 

 

  완벽하지않은 해리에게 더 눈길이가고, 과거를 그리워하며 자신이 했던 행동을 후회하는 해리에게 열광을 한다. 인간적인 해리의 행동과 범인과의 두뇌싸움은 그 가독성을 더 빠르게 만드는 기름칠을 하는 것과 같다. 이번에도 누가 범인이겠지, 싶어 예상했지만 그 예상을 가뿐히 뛰어넘고 한술 더 떠 독자를 놀리는듯 약올리기까지하는 느낌이다. 아, 역시 요 네스뵈다. 빨리 다른 해리 홀레 시리즈도 나와서 독자를, 나를 기쁘게 해줬으면!

 

 

 

  나쁜남자 해리 홀레-.

당분간 헤어져 나올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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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4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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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작품 분위기는 어느 작가와도 겹치지가않는다. 얼핏 요괴가 나오는 것처럼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그 이야기의 전말은 인간이 한 짓으로 돌아가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주위가 으스스한 것이 밤에 혼자 책을 보다가는 무심결에 등 뒤의 서늘함을 느껴 뒤돌아보게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공포 영화라면 질색인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말하라하면 빠질 수 없는 작가가 바로 미쓰다 신조이다. 처음 <기관>을 읽었을때의 공포스런 그 작품 속 분위기와 전체적인 내용이나 반전이 만족스러워서인지 '미쓰다 신조'의 작품이라하면 일단 기대부터하고 들어가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미쓰다 신조의 작품은 <기관>,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그리고 이번의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으로 세번째 만나는 작가이다. 공포심을 자극하지만 추리적인 요소도 배제하지않는다. 공포 소설인 것처럼 떨리며 읽었다가 그가 깔아놓은 복선을 조금씩 발견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작품의 반전을 위한 장치라던가, 문장, 시점 등 독자를 놀래키기위한 것에서는 만족스러웠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도조 겐야 시리즈이지만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보다는 그 재미적인 부분에서는 조금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출간된 것은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이 더 앞서있지만, 사실 도조 겐야 시리즈의 첫번째는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이라고하니 작품 시기상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한다.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계속 생각하다 결론이 나지않아 추상적으로 적겠다.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의 필력이라해야되나, 문장이 뛰어난 듯하다. 문장이 아름답다 그런 것이 아니라 독자의 두근거리는, 무서워하는 마음을 잡아내는 것이 뛰어나다. 그의 작품을 세권째 접해서인지 자세한 반전은 맞추지 못했지만 대략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은 잡을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예감을 하지만서도 책을 읽게만드는 힘이 있다. '공포', 그 공포를 잘 잡아낸다.

포스팅을 할때 책상 위에 책을 같이 올려놓고 책을 보며 읽었던 걸 생각하며 적는 편인데, 미쓰다 신조의 책은 하나같이 책표지가 보이지않게 뒤로 뒤집어놓으면서 적는다. 표지만으로 그 오싹함이 다시 느껴지는 그의 힘은 다시 생각해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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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중석 스릴러 클럽 3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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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배경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아이라 실버스타인이 운영하는 캠프장에서 하루 사이에 4명의 남녀가 살해당했다. 2명의 남녀는 살해된 채 시체로 발견되었고 다른 두 명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들이 남긴 것은 핏자국이 묻은 옷가지 뿐이다. 넓은 캠프장 부지 내에서 그들의 시체는 끝내 발견되지않았고, 당시 유력한 살인 용의자였던 캠프장 내 상담원으로 일했던 웨인 스튜벤스는 이때 사건에서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해 기소할 수 없었지만 이내 다른 사건에서 살인죄로 유죄를 선고받고 무기징역으로 들어가있는 상태이다. 그들이 죽었다는 정황 증거만으로 가득한 것에서 시간은 흘렀고, 주인공인 검사신분의 폴 코플랜드는 일련의 사건을 처리하는 와중에 협박과 함께 여동생과 함께 죽은 줄 알았던 길 페레즈의 시체를 보게된다. 코플랜드는 20여년 전에 죽었다고 생각한 여동생 카밀이 살아있을 수도있다며 기대를 가지며 20여년 전의 사건에 점점 파고들어간다.

 

 

 

 

할런 코벤의 작품 중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아들의 방>, <용서할 수 없는> 그리고 <숲>은 각기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의 이야기는 시작이나 등장하는 주인공에겐 공통점이있다. 그들 등장인물 역시 일반적으로 흔히 보이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라던가 정신이상자라던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범위내의 인물들은 등장하지않는다. 그들은 가족을 감싸려고 일을 진행하는 것밖에 없다. 말을 아껴두는 것이다. 그저 남들에게 말하지않고, 거짓말하지않고 가만히있다. 이것은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이고 자신의 둥지를 깨트리지않으려함이다. 누가 가족이 망가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까. 그 표현방법이 잘됐든, 잘못됐든간에.

 

 

 

 

과거의 일을 파헤쳐가면서 현재의 일도 같이 진행을한다. 코틀랜드는 미혼모에 스트리퍼로 활동하는 10대의 흑인 소녀를 부잣집 아들인 두 청년이 강간을 한 사건을 진행한다. 정황 증거로 봐서는 누가봐도 두 청년이 한 행동이 강간이 확실하다. 하지만 재력가를 아버지로 두어 그 아버지는 아들을 보호하기위해 갖은 협박을 코틀랜드에게한다. 나의 가족을 지키기위해서는 당신에 관련된 것을 모두 뒤집어 엎을 수가 있다고. 과거의 일을 헤집어 자신도 모르는 사건에 대해 알게되는 코틀랜드에게 하필이면 타이밍도 절묘하게 20여년 전의 사건에대해 재조명되고있는 것이다. 코틀랜드의 시점과 그 때 당시 연인이었던 아이라 실버스타인의 딸인 루시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딱히 어떤 부분이라고 집어말할 수는 없는데 흡인력이 놀랍다. 한번씩 그 둘의 시점이 아닌 삼촌이라 부르며 아버지와 왕래가 잦았던 소시라는 인물의 시점도 잠깐 나오는데 그들의 이야기가 재미나게다가온다. 책을 다 읽기 전 잔다고 50페이가량 남겨놓고 누웠는데 맙소사 잠이 오질 않았다. 30분동안 뒤적이다가 다시금 스탠드에 불을 켜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음날 출근해야된다는 압박감은 저 멀리 던져놓은채로. 걱정되는 중반부의 부분도 지겹지가 않은채, 초반부터 후반까지 눈 한번 꿈뻑하며 읽은 듯했다. 이것이 할런 코벤의 스타일인가.

 

 

 

 

 

 

"아서 코난 도일 경을 아십니까?"

나는 물었다.

"셜록 홈스를 쓴 작가 말이오?"

"맞습니다. 셜록의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자료를 충분히 이해하기도 전에 이론을 제시하는 건 큰 실수다. 왜냐하면 이론을 사실에 끼워맞추기보다 사실을 이론에 끼워맞추게 되니까."

-p.359

 

 

그녀가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로니 버거라는 조교가 노크도 없이 들어왔다. 흥미롭게도 로니는 루시의 아버지 아이라와 비슷한 스타일이었다. 나이든 피터 팬이랄까. 아무튼 외톨이를 동경하는 사람 같았다. 히피나 극좌팓르을 비판할 마음은 없다. 이 사회에는 그들도 필요하다. 좌파, 우파 할 것 없이 전부 다. 나와 상반된 입장을 가졌거나 내가 증오한다고해서 배척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없으면 일단 삶 자체가 무료해질 것이다. 제대로 된 토론도 볼 수 없을 것이고. 좌 없이는 우도 없고, 좌우가 있으니 중립도 있는 것이다.

-p.366

 

 

"지금 와서 이렇게 법석을 부려봤짜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들은 이미 죽어 묻혔는데요. 아직 메아리가 남아 있긴 합니다. 당신이 걷고 있는 이 숲 말이에요. 이곳 노인들 중엔 이 숲에선 메아리가 영원히 사라지지않는다고 믿는 분들이 계십니다. 잘 생각해봐요. 말 되지 않습니까? 빌링엄은 보나마나 비명을 질렀겠죠. 이 안에서 비명을 지르면 메아리가 생깁니다. 그 소리는 조금씩 작아지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요. 지금까지도 그의 일부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거죠. 살인은 항상 그런 메아리를 남겨요."

-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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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 플레이어
조안 해리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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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젠틀맨&플레이어
: 크리켓에서 유래한 말이다. 2차대전 이전의 영국 정상급 크리켓 경기에서는 선수들을 '젠틀맨'과 플레이어'로 구분했는데, '젠틀맨'은 보수 없이 경기에 참가하는 유한계급의 아마추어 선수를 일컫는 말이고, '플레이어'는 보수를 받고 뛰는 직업 선수를 지칭하는 말이다. 제목이 시사하는 바처럼 이 작품은 하층계급의 아이가 부와 명예와 전통의 상징인 영국의 한 유서 깊은 사립학교에 동경과 질시를 품고 그 세계에 도전하는 이야기이다. 조안 해리스는 서스펜스라는 장르를 빌려와 사회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욕망에 대한 한 편의 멋진 심리 드라마를 완성해냈다. 
-책소개 中-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해야하나, 이라고해야하나 뭔가 미묘한 감정을 주는 책이다.

  우선 내용 진행은 지루하지는 않다. 주인공 스나이드의 시점은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가며 진행되며, 현재의 어떤 사건이 진행될 때 쯤에 과거로 넘어가 일련의 사건들과 관계없을 듯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어린 스나이드는 아버지가 수위로 일하는 세인트오즈월드 문법학교의 사택에서 거주한다. 세인트오즈월드 문법학교는 상류층이 다니는 학교라 스나이드의 형편상 다니지 못하는 학교로, 스나이드는 서니뱅크 종합 학교라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가진 학교를 다닌다. 그에게는 '세인트오즈월드'라는 학교가 눈 앞에있어 들락날락대며 누구보다 학교의 위치, 교사의 스타일, 학생들의 행동거지 모두 잘 알게된다. 그리고 그 학교에 잠입한다. 자신의 이름은 스나이드가 아닌 '줄리언 핀치백'이라며. 

  15년이 지난 지금은, 세인트오즈월드에 교사로 들어가 그의 복수를 차차 진행하기 시작한다. 15년 전의 어떤 사건으로 자살한 아버지의 복수를. 스나이드의 눈에는 지켜보든, 지나가든, 그 자리에 있었던 이들은 모두 잘못이 있다. 아니, 세인트오즈월드라는 학교 자체를 붕괴하고자한다. 속에서부터 차근 차근이. 도저히 무너진 것을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리고 현재의 시점은 스나이드와 라틴어를 가르치는 로이 스트레이틀리의 입장에서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모든 것을 계획하며 진행하는 무서울 것 하나 없어보이는 스나이드의 정체를 알 수 있는 자는 로이 스트레이틀리 뿐인 것이다. 

  어두운 회색빛 안개가 바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겠끔 그 색이 점점 짙어진다. 이 작품은 읽는내내 감정 곡선을 크게 휘어지게 만든다. 독자의 마음을 들락날락, 들쑥날쑥 만들게하는 재주가 있는듯하다. 초반부의 흥미가 중반부까지 가지않아 아쉬웠고, 중반부에서 읽다가 멈추고 몇달만에 책을 손에 쥐고는 후반부를 단숨에 읽어버렸다. 결말 때문인가. 아니, 그 결말도 마음에 들긴한데 중반부의 그 느리게 진행되는 부분이 취향이 아니어서인지 읽기 힘들었던 책이었다. 그럼에도 결말 부분의 독자를 끄는 부분이 마음에 들어 다행이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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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를 위한 밤 데이브 거니 시리즈 2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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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거니 형사와의 두번째 만남이다. (아차, 형사였던이지.)

작년 <658, 우연히>를 읽었을 때가 기억난다. 무작위로 생각한 숫자를 맞힌 범인과 데이브 거니와의 두뇌 싸움은 정말이지 보는 이를 숨막히게 만든다.(숨막히는 건 이번 작품도 그러하다!) 은퇴한 뒤, 시골에서의 한적한 삶을 꿈꾸는 아내와 그런 아내에 맞추어 여생을 보내려는 거니지만, 은퇴한 명형사를 사건이 일어났을때 누가 가만히 둘 수 있을까. 범죄자가? 아니면 거니의 동료가? 절대 그렇지않다. 일단 범죄자가 가만히 두지않고 그의 동료였던 이들도 가만두지않는다. 앗, 의뢰인도있다.

 

두뇌싸움, 오로지 악당과의 두뇌싸움이 거니의 무기인 것이다. 그 분위기는 작품내 표지색과 같다. 어둡고 짙은 남색의 스산한 공기가 주위를 감도는 듯하다. 어떠한 시선이 쳐다본 듯하여 그 시선을 보려하나 찾아볼 수 없듯이.

 

 

이번에 등장한 피해자들은 여성이긴한데, 그들에게 동정심이 일지않는다. 사건의 시발점은 부잣집 아가씨 질리언이 결혼식 당일 저택안 오두막에서 목이 잘린채 발견된다. 목없는 몸을 머리가 바라보는 형식으로. 멕시코 정원사라는 용의자는 목격자마다 묘사하는 생김새가 틀리고, 그가 살았다는 오두막에서는 사소한 DNA도 나오질않는다. 거니가 쫓는 용의자는 치말하고 계산적인 인물인것이다. 얼핏봐서는 어떤 단서도 찾을 수 없는 듯한 배경을 가지고 거니는 사건을 탐색하고 파헤친다. 어떤 연관관계도 없는 듯한 상황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있다. 이 점이, 이런 부분을 파헤치고 해결하는 데이브 거니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기도하다. 물론 작품 내 캐릭터의 매력성도 한 몫 단단히 차지하지만, 작품에 재미가 있고 그러한 부분에 빠져들어서인지 작가 존 버든에 더 빠져드는 듯하다.

 

사실 두 번째 접하는 작품이 첫 작품 <658, 우연히>에 미치지 못하면 어떻하나 걱정이 컸었는데 그 걱정을 날려주어 기쁜 작품이기도하다. 어떤 작가든 그 첫 작품을 능가하기란 힘들다라 생각하는데 하물며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의 입맛에 맞기란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용 전개가 지겨우면 안되고 문장이 껄그러우면안된다. 나 자신이 상상을하며 읽는 편이기에 독자의 입장에서 공감이되는 책이어야되지않나싶다. 이번 책도 전작에비해, 아니 그 이상 재밌게 다가왔다. 정말 다행이다. 작가 존 버든에 실망하지 않아서. 다음 작품은 어떻게 다가올까 기대된다.

 

"사실, 다루기 힘든 정도가 아니었죠. 그나마 다루기 힘든 그 상태에서 더 진행되지 않도록 통제불능으로 치닫지 않도록 약물에 의존해야 했어요. 거칠고 자기밖에 모르고 문란하고 음해하기 좋아하는 심술궂은 아이였어요. 옥시, 록시, 엑스터시, 코카인에 중독된 상태였고 세계 최고의 거짓말쟁이였죠. 위험할 정도로 조숙했고 다른 사람들의 약점을 기가 막히게 잘 짚어냈어요.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폭력적이었고 건전하지 못한 남자에 대해 건전하지 못한 열정을 갖고 있었어요. 돈으로 받을 수 있는 치료란 치료는 전부 받으면서 그런 상태였죠."

-p.53

 

모든 자료를 분류하고 정리하다보니 어느덧 저녁 7시가 되었다. 벌써 그렇게 됐나 싶어 놀라기도 했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전혀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가 무언가에 집중할 때면 시간의 흐름에 가속이 붙었다. 거니는 오직 눈앞에 퍼즐이 있을 때 그토록 집중할 수 있었음을 깨닫고 씁쓸함을 느꼈다. 언젠가 매들린은 이렇게 말했다. 그의 삶은 한 가지 집착으로 좁혀진다고. 바로 죽음의 미스터리를 푸는 것.

-p.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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