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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소득 시대 부자들의 정체 - 우리는 왜 부자들을 감당할 수 없는가?
앤드류 세이어 지음, 전강수 옮김 / 여문책 / 2024년 5월
평점 :
1장 도입부
"경제정의와 경제위기를 다루는 책들은 대개 의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제도와 실천을 주어진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 책은 금융위기 때 최고조에 달한 오래된 경제관계의 불의함을 지적한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도덕경제학'이다. 경제조직의 기본 특징에 대한 도덕적 정당화를 평가하는 것이 나의 목적이다. 이 책은 받을 수 있는 것과 받을 자격(또는 필요)이 있는 것 간에 엄청난 격차가 생겼다는 사실을 중시한다. 받을 자격의 문제를 생각할 때,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는 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부자들의 경우 실제로 받는 것이 그들이 누리는 권력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사실만큼은 쉽게 입증할 수 있다. 부자들이 얻는 소득은 대부분 토지와 화폐 등의 자산을 운용해서 다른 사람들이 생산한 부를 뽑아낸 것이다. 그런 소득은 '불로소득'이다. 더욱이 지난 35년 동안 금융의 경제 지배, 곧 '금융화'가 강화되면서 부자들은 불로소득의 원천을 확장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예전보다 훨씬 더 부유해졌다."(44)
1부 부의 추출에 대한 안내
2장 위험한 세 단어: ‘벌이’, ‘투자’, ‘부’
"'벌이', '투자', '부'와 같은 단어들은 경제적 실천에 관한 생각과 가정을 상기시키지만, 동시에 많은 사실을 숨긴다." "가령, 어떤 사람이 '나는 올해 얼마를 벌었다'고 말할 때, 단지 얼마를 지급받았다는 뜻으로 말했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그 얼마를 〈벌었다〉고 특히 강조해서 말한다면, 자신은 지급받은 그 돈을 〈받을 자격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많이 노력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한 단어에 두 가지 의미가 들어 있다는 점은 사람들로 하여금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을 받았다고 생각하게 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그래서 극빈층이 부자들을 두고 '돈을 벌었으니까 가질 자격이 있지' 하고 말하는 것이다. 또 부자들도 자신들이 부자가 될 자격이 있을 뿐 아니라 특별하며, 저소득층은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돈벌이하는 모든 사람이 과세는 당연히 자기 소유가 되어야 할 부를 강탈하는 수단이라고 여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63-4)
"투자라는 말에는 전혀 다른 두 개념이 들어 있다. '대상에 초점을 맞춘 정의'는 투자자(사람과 조직)들이 어디(예를 들면 인프라, 설비, 사람)에 투자하는지와 그 유용성, 미래에 발생할 편익에 초점을 맞춘다. 다시 말해 유용한 성질을 가진 물자(정치경제학의 용어로 사용가치)의 생산을 늘린다." "'투자자에 초점을 맞춘 정의'는 지출, 대출, 저축 금융자산 매입, 투기 등을 통해 '투자자'가 얻는 금융이득에 초점을 맞춘다. 다른 말로 하면, 사용가치 면에서 투자가 가져올 편익이 아니라 투자자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안겨주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금융 부문은 '투자'를 주로 이런 의미로 쓴다." "투자는 첫 번째 의미로는 부를 창출하는 행위를 뜻하지만, 두 번째 의미로는 부를 추출하는 행위를 뜻한다. 개인이나 기관이 진정한 투자를 위해 돈을 대는지, 아니면 단지 '투자자'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수단에 돈을 대는지를 구분하지 않는 것은 자본주의의 비합리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관행이다."(65-7)
"화폐는 많은 기능과 효력이 있지만, 우리의 논의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노동과 생산물과 서비스에 대한 청구권〉의 기능이다. 화폐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팔고자 하는 물건을 가지고 왔을 때만 가치를 갖는다." "그렇다면 '부'는 어떤가? 회계학적 용어로 부는 우리가 가진 모든 재산과 소유물의 시장가치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빚진 모든 금액('부채')을 뺀 것이다. 주어진 기간에 발생하는 화폐의 흐름인 소득과는 달리, 부는 보통 일정한 시점에 화폐가치를 가진 스톡stock 또는 축적된 물건의 시장가치로 정의한다. 우리는 어떤 물건들을 팔고 싶을 때 일정한 값을 받고 팔 수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유익을 끼치거나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귀하게 여긴다. 이것은 사용가치적 부로서, 재화와 서비스, 인프라, 우리가 일을 잘하고 잘 사는 데 필요한 축적된 지식과 정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시 말하지만, 대부분 인간 노동의 산물인 재화와 서비스가 없으면 화폐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69-70)
3장 노력소득과 불로소득
"부자들을 감당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밝히려면 〈노력소득〉과 〈불로소득〉의 구분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우선, 노력소득부터 살펴보자. 대충 말하자면, 이 소득은 임금과 월급을 받는 피고용인들과 자영업자들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한 대가로 받는 금액이다. 이는 그들의 소득에 받을 자격이 있는 금액이 정확히 반영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의 소득은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이 제공에 기여해야만 주어진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노동의 대가로 받을 자격이 있는 금액과 실제로 받는 금액 간의 연관은 매우 약하다. 전자는 측정하고 싶어도 잘 안 된다. 그러나 그들의 소득은, 〈노동을 토대로 하며〉 그들이 생산하고 배달하는 재화와 서비스가 〈사용가치〉를 갖는다는 의미에서 노력소득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두 가지〉 기준이 있는 셈이다. 노력소득은 노동을 토대로 한다는 것과 사용가치 생산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는 노동을 토대로 한다는 것 말이다. 불로소득은 그렇지 않다."(73-4)
"어떤 불로소득('이전소득')은 수령자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노동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근거로 하여 무상으로 주어진다. 아동, 노인, 환자, 임금을 지불받는 노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이런 유형의 불로소득을 얻는다. 소득 제공자는 가족일 수도 있고 국가일 수도 있다. 이 경우에 불로소득은 〈필요〉를 근거로 정당화되는 것 같다." "이와 달리 '추출되는 불로소득'은 토지, 빌딩, 설비와 같이 이미 존재하는 자산을 지배하는 사람들이 추출한다. 다른 사람들은 이 자산을 갖고 있지 않지만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사용하는 경우 사용료를 내야만 한다. 불로소득자들은 스스로 노동을 할 수 있건 없건, 소득을 벌 수 있건 없건, 그들에게 돈을 내는 사람이 공정하다고 여기건 여기지 않건 간에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다." "추출되는 불로소득을 얻는 것은 '자격이 있어서'도 아니고, 그들이 가난해서 스스로 먹고 살 수 없는 존재라고 다른 사람들이 판단해서도 아니다. 오로지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76-8)
"불로소득에 대해 던져야 할 의문이 한 가지 더 있다. 불행히도 사람들은 이 의문을 너무나 자주 간과한다.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들이 생산에 기여하지 않고도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고 있다면, 도대체 누가 그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걸까? 답은 이것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이 생산하지 않고 소비할 수 있다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이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이 생산해야만 한다. 달리 말하자면, 다른 누군가가 잉여를 생산해야만 한다.〉 이들은 임금이나 월급을 받기는 하겠지만, 〈일부 노동에 대한 대가는 못 받는다.〉" "단순히 자산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얻는 불로소득은 누가 그 혜택을 누리건 문제가 있다. 생산이나 필요가 아니라 권력에 토대를 두기 때문이다.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소액의 자산 기반 불로소득을 얻는다는 사실 때문에 방 안에 있는 코끼리를 놓쳐서는 안 된다. 부자들은 이 불로소득을 다른 사람보다 훨씬 많이 얻는다."(81-2)
4장 지대, 무엇에 대한 대가인가?
"지대는 유용한 물건을 창출한 데 대해 주는 대가가 아니다. 토지를 만들기 위해 비용을 낸 사람은 없다. 게다가 소유권 그 자체는 토지를 더 생산적으로 만들지 못한다. 지주가 토지를 개량하거나 토지 위에 무언가를 짓는 경우에만 그의 소득은 노력소득이 될 수 있다. 단, 전부 그런 것은 아니고 개량 노동의 대가에 해당하는 것만 그렇다. 그것을 초과하는 부분은 미국의 개혁가 헨리 조지는 '불로증가'라고 불렀다. 지주가 토지를 사서 임대용 건물을 짓는 곳에서 임차인은 건물 건축비에 상응하는 대가 외에 순전한 경제적 지대까지 낸다. 기존의 자산이나 자원을 소유함으로써 불로소득을 얻는 사람을 정치경제학에서는 〈불로소득자〉라고 부른다." "〈불로소득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노동에 무임승차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지대로 100만 파운드를 받는다고 하면, 그 돈은 그것으로 살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가 존재해야만 가치를 갖는다. 이 재화와 서비스는 다른 사람들이 어디에선가 생산해야만 존재할 수 있다."(85-6)
"어떤 생산물이나 기술을 독점하고 있거나 전속시장(captive market: 소비자가 특정 상품을 살 수밖에 없는 시장)을 가진 기업은 가격을 완전경쟁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수준 위로 밀어 올릴 수 있다. 그때 얻는 소득 가운데 일부는 지대다. 기업들이 로비와 뇌물로 정부를 움직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술 기준과 규제를 승인하도록 할 때도 그 기업들이 노리는 것은 경제적 지대다. 정보기술IT에 호환성이 필요하다는 사실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Windows 운영체계를 팔아서 막대한 지대를 추출할 수 있었다. 특정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가지면, 다른 사람들이 그 기술을 활용할 때 사용료를 부과해서 지대를 추출할 수도 있다."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기는 하지만 지대 획득이 목적인 '소프트파워'[정보과학이나 문화·예술 등이 행사하는 영향력]의 사례도 있다. SNS는 사용자들에게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는데, 수익의 주된 원천은 광고 공간을 허락하고 얻는 경제적 지대다."(88-9)
"사람들은 부자를 생각할 때 흔히 스포츠·텔레비전·영화의 스타들과 가수들을 떠올린다. 많은 경우에 그들은 능숙한 솜씨로 정말 열심히 일하지만,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유전자의 이점을 누린다. 농구선수의 예외적인 키, 체력 단련에 힘쓰는 운동선수의 인내심, 모델의 광대뼈, 눈, 긴 다리를 떠올려보라. 이런 요인들은 노동과 훈련의 산물이 아니라 상속받은 자산이다." "축구 선수들의 소득이 과거(예컨대) 소득의 20배가 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그들의 기술과 노력이 그만큼 늘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변한 것은 관중과 시장의 규모다. 이 변화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광고주들의 협찬 그리고 축구용품 판매가 가져온 결과였다." "가요계와 영화계의 톱스타들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들의 소득은 그들이 기여한 것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대까지 반영한다. 실제로 글로벌 미디어의 성장으로 고객 수가 급증하면서 그들이 얻는 경제적 지대의 크기도 증가했다."(93-5)
5장 이자, 무엇에 대한 대가인가?: 고리대에 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부채는 단순히 화폐의 총합이 아니라 빌려주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 사이의 사회관계이다. 만일 인플레이션의 효과를 배제한 실질 이자율이 영(0)이라면, 거래가 시작된 배경은 그렇지 않을지라도 적어도 거래의 결과는 평등하다. 하지만 실질 이자율이 양(+)이라면, 부채 상환액이 부채액을 초과하게 되므로 불평등이 늘어나고, 대출자는 채무자의 상대적 취약성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채무자가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고 부채를 모두 상환했을 경우, 순흐름net flow으로 계산하면 그동안 화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부자들에게로 흘러갔을 것이다. 부자들은 이자를 통해 저소득층에게서 화폐를 '빨아들일hoover-up' 수 있다." "마이클 허드슨의 표현에 따르면, 이자는 경제에 '사중적 비용'[dead-weight cost: 사회 전체의 후생이 감소해서 생기는 비용]으로 작용한다. 그것은 단순한 이전transfer, 즉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네거티브섬 게임이다. 다시 말해 이자는 다른 요인들이 일정하다면 경제를 악화시킨다."(101-3)
"〈이자 부담은 미래에 대한 청구권을 창출한다.〉 이자를 받고 하는 대출은 궁극적으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증가분으로 지탱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하다." "미시적 차원에서 볼 때, 개별 채무자들은 현재의 지출을 줄여서(근검절약을 통해) 이자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전체 경제의 차원에서는 사태가 다르게 전개된다. 많은 사람이 소비를 줄이면, 기업의 매출이 줄어든다. 이는 노동자 해고로 이어지고, 소득을 잃은 노동자들의 부채 상환은 더 어려워진다. 따라서 정부가 강요하는 긴축생활은 부채 상환에 필요한 성장을 방해하므로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채권자가 부채를 탕감해주지 않는다면, 채무자가 이자를 낼 수 있도록 경제성장이 이뤄져야만 한다. 그러므로 이자를 받고 하는 대출은 달성 불가능하며 환경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경제를 요구하는 셈이다. 그리고 채권자들이 미래를 지배하는 한, 부채는 채권자들의 지배를 미래에까지 연장한다."(115)
"사람들은 대부분 이자를 자신들의 저축이나 부채와 연결해 생각하고, 대출은 항상 다른 누군가의 저축에서 나온다고 가정한다. 이 그림에는 심각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은행은 저축자들이 저축을 일시에 몽땅 인출하지는 않으리라고 가정하고 예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대출하는 정도로 만족하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은행이 이자를 낳는 신용(차입자의 시각에서는 부채)의 형태로 전자화폐를 〈창조〉할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은행은 예금을 기다리기보다는 예금을 〈창조〉한다." "전통적인 경제이론에서는 저축이 투자(대출)를 결정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난센스다. 대출 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채무 불이행의 위험과 차입자가 충분한 담보를 가졌는지 여부다. 이 '신용화폐'의 생산 비용은 무시해도 될 정도라서, 〈이 경우 이자는 물론이고 원금까지도 분명히 노력 없이 생기는 돈이다.〉 결국 은행 이자는 차입자에 대한 사적 조세다."(117-8)
6장 생산에서 나오는 이윤: 자본가와 불로소득자의 차이는 무엇인가?
"주식은 불로소득의 중요한 원천이다. 주식 거래의 97퍼센트 이상이 2차 시장(이미 발행된 유가증권이 투자자 간에 거래되는 유통시장)에서 매매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겉으로 보이는 것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투자자'처럼 내가 기존의 주식을 매입하면, 내가 지불하는 돈은 기업이 아니라 이전 주주의 수중에 들어간다. 다시 말해, 나는 기업에 실물투자는 하지 않은 채 기업에서 생기는 미래소득의 흐름에 대한 권리(무기한 지속할 수 있는 권리)를 매입한 것이다." "컴퓨터나 자동차 같은 일반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면, 공급도 따라서 증가한다. 또 이런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량이 줄어들고,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량이 늘어난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이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주가 하락을 촉발할까 봐 조심하기 때문에, 신주 공급을 꺼린다. 또 '투자자'는 가격이 오를 것이라 예상되는 주식을 사고 싶어 한다. 따라서 주식시장은 일반 상품 시장과 근본적으로 다르다."(140-1)
"주주는 대개 부재不在 소유주다. 이들은 보유자산을 다각화함으로써 하나의 자산만 가진 개인 소유주처럼 특정 자산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출처에서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다. 그들은 소유권의 내용을 마음먹은 대로 쉽게 변경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빨리 팔 수 있다고 믿는 유동성 숭배는 책임과 헌신을 포기하게 만든다. 장기적으로 노동에 관심을 품고 헌신하지만 거기서 발생하는 이윤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리도 누리지 못하는 피고용인들의 이해와는 상관없이, 주식은 순전히 주주 개인의 이익을 위해 매매된다. 주식에서 기이한 점은 유한책임이라기보다는 무기한 불로소득을 제공하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통상 2차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하는 외부인들은 '분배 이윤'이라는 형태로 기업 수익의 일부에 대한 권리를 누린다. 더 큰 문제는 주주의 권한이 커질수록 경영진이 비용을 절감해 주주에게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하려고 하므로,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144)
"많은 사람의 연금이 주식 보유와 투기를 통한 불로소득 창출에 의존하고 있고, 또 많은 사람이 주택 가격 상승으로 불로소득을 얻었음에 비추어, 피고용인이면서 동시에 영세 불로소득자인 사람들이 매우 많다고 해야 한다. 그들은 불로소득 게임에서 단역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들이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대대적으로 이 게임에 참여한다는 사실은 이데올로기적으로 중요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지대 추구를 소득원으로 삼으며 부유한 불로소득자가 자신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불로소득자는 아니다. 우리는 왜 소유주, 특히 자신의 주식이 가져다줄 이익에만 관심이 있는 주주가 기업에 대해 배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반면, 피고용인은 아무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계속 질문해야 한다. 노골적으로 불공정한 이 제도는 합리적 논쟁이 아닌 힘이 승리한 역사적 투쟁의 산물임에도, 우리는 마치 '원래 그런 것'인 양 그것을 당연시한다."(145-8)
7장 고양이 가죽을 벗기는 다른 방법
"불로소득자는 지대나 이자뿐만 아니라 자산의 시장 가격 상승분인 '자본이득'으로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자본이득을 실현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지만, 계속 보유하더라도 미실현 자본이득 덕분에 회계 장부 상태가 개선되고 대출 시 적용되는 담보 가치도 늘어난다." "지난 30년 동안 주가가 상승한 것은 경제성장 때문이 아니라, 개인연금을 통해 금융'투자'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대규모 기관 '투자자'가 성장했고, 그런 가운데 주식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주식 공급은 상당히 정체되어 있었다. 주가가 상승하자 자본이득을 누리려는 매수자가 늘어났고, 이는 주가를 더 상승시켰다. 이러한 '선순환'은 (신자유주의의 핵심 특징인) 자산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불로자산을 빠르게 증가시켰다." "이 과정이 계속되는 동안 불로소득자의 무임승차는 점점 더 커진다. 마침내 사람들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없거나 능력이 없는 단계가 되면 거품이 꺼진다."(150-1)
"불로소득자는 인플레이션과 애증의 관계가 있다. 화폐가 저렴해지면 불로소득자가 받는 이자의 가치가 떨어진다. 그러나 실질 이자율이 낮거나 제로에 가까우면 차입자에게 좋은 소식이 될 뿐만 아니라, 사중적 비용이 최소화하기 때문에 경제에도 좋다. 따라서 강력한 불로소득자들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중시하는 정부를 선호한다. 물론 차입자는 소비자이기도 하므로 그들의 소득이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하면 소비재 가격의 상승으로 손해를 본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신자유주의 정부는 공식적으로 물가 안정을 바라는 소비자의 이해를 지원함으로써 은밀하게 불로소득자를 도왔다. 하지만 불로소득자들이 좋아하는 인플레이션 유형이 하나 있는데, 바로 자산 인플레이션이다. 이는 신자유주의가 감추고 있는 더러운 비밀이다. 자산 인플레이션은 자산이 없어서 노력소득에 의존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서 자산을 소유하고 그것으로 불로소득을 얻는 사람들에게로 부를 재분배한다."(159)
"과거의 게으른 부자 불로소득자와 오늘날의 '일하는 부자'를 대조적으로 묘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자들에게 자명한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이러한 시도는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노동에 대한 급여 형태의 소득이 '불로소득'이 될 수 있을까? 노동이 지대 추구, 이자 부과 또는 다른 방법으로 불로소득을 추출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면 그럴 수 있다." "지대를 징수하거나 빚을 회수할 때 반드시 문을 두드리며 돈을 걷을 필요는 없다. 이자를 받기 위해 부채를 매입하고 자산 인플레이션에 편승해 투기를 벌일 수도 있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돈을 굴리면서 끊임없이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일은 풀타임 직업이 되었으며, 그런 일자리를 향한 경쟁도 치열하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그들이 노리는 것이 다른 사람들이 생산한 부를 추출할 수 있는 자리, 실제로 그렇게 하라고 요구받는 자리라는 점이다. 특히 불로소득자 조직에서 일하는 경우, 그들의 급여는 반드시 생산적 기여를 반영하지는 않는다."(161-3)
8장 부자는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는가? 그 외 다른 반론들
"부자와 슈퍼리치들은 여윳돈으로 통상 실물투자나 금융'투자'를 해서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한다. 금융'투자'를 하는 경우, 시장 변동에 베팅하든, 소득을 낳는 자산을 매입하든, 아니면 불로소득을 추출할 다른 방법들을 동원하든, 그들의 행위가 일자리를 창출하지는 않는다. 어떤 '투자'는 기업을 인수해 그 일부를 매각(다른 말로는 자산 탈취)할 목적으로 행해진다. 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기가 쉽고,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생산 능력을 감퇴시킨다." "부자들이 설비 확충, 훈련, 신규 인프라 건설 등 생산적인 실물투자에 자금을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기업은 사업을 확장할 때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다.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자본가에게 최후의 수단'이다. 노동자를 더 고용하면 생산량을 늘릴 수 있지만, 더 싸게 생산량을 늘릴 다른 방법이 있다면 기업은 그렇게 할 것이다."(182-3)
"평범한 사람들은 단지 돈을 지출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한다. 일자리 수는 사람과 기업이 더 많은 돈을 지출할 때 늘어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총수요는 개별 기업의 통제 범위 안에 들지 않는다. 그것은 개별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다. 수요가 증가하지 않으면 기업은 성장할 수 없다. 현재 자본주의 경제가 위기에 직면한 것은 많은 부유한 국가에서 수십 년 동안 총수요가 정체되어 있었고, 소비자 신용의 대규모 확대만이 총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었다는 사실에 크게 기인한다." "부자들이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쓰는 돈의 비중은 다른 사람들보다 작다. 케인스의 용어로 말하자면, 부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한계소비성향'이 낮다. 따라서 다른 조건이 동일한 경우, 부자들에게 소득을 재분배하면 총수요는 감소하고, 저소득층에게 소득을 재분배하면 총수요는 증가한다. 〈이는 '낙수효과'론이 틀렸음을 뜻한다.〉 낙수효과는 돈을 부자들의 수중에 안겨주는 지대와 이자의 '독점 효과' 때문에 쪼그라든다."(183-4)
"현대의 주류 경제학자들은 내가 지대·이자·투기·사적 이윤 등이 '자원 배분의 효율성'에 기여하는 바를 무시한다고 불평하면서 지금까지의 내 주장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부자들은 '투자'를 통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증진하며 그들의 부는 그에 대한 보상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현대 사회에서 민간이든 금융 시스템이 맡아야 할 일 중 하나는 잘 쓰지 않거나 놀리고 있는 자원(특히 저축)을 더 생산적으로 쓸 수 있는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이는 당연한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그것이 자본주의에 고유한 배분 효율성의 전혀 다른 버전을 위장하기 위해 자주 언급된다는 점이 문제다. 자본주의에서는 기대 금융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을 위주로 자원을 배분한다. 최고의 기대 수익률은 노동이 가장 많이 착취되는 곳이나 소비자의 소득이 가장 높은 곳, 혹은 지대 추출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나 자산 인플레이션율이 가장 높은 곳, 아니면 세금이 가장 낮은 곳에서 실현될 수 있다."(198-200)
# 소비자의 소득이 가장 높은 곳.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더 비싼 값을 제시하고, 부자와 비교할 때 가난한 사람의 욕구와 필요가 시장에서 크게 과소 대표되는 곳
"주류 경제학이 경제과정을 바라보는 관점은 매우 독특하다. 경제생활을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재화를 교환하는 문제로 보기 때문에 생산(모든 사회가 살아남으려면 꼭 필요하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다시 말하면, 주류 경제학은 시장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모든 사회가 시장에 의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떤 사회라도 살아남으려면 생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류 경제학 교과서의 첫 부분에 시장이라는 눈가리개를 마련해두기 때문에 가격이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어떻게 결정하는지부터 배우는 것은 당연하다." "주류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시장 교환의 측면에서 경제적 효율성을 따진다. 즉, 모든 자원이 소유자에게 최대의 효용을 제공하는 곳으로 이동되었는지 아닌지가 기준이다. 따라서 이를 제한하는 행위(예를 들어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하거나 노조가 단체교섭에 참여하는 것 등)는 그렇게 정의되는 경제적 효율성을 감소시킨다."(203-5)
2부 부자들을 제자리에 두기: 무엇이 사람들의 수입을 결정할까
9장 우리의 부는 어디서 나올까? 공유부의 중요성
"1부에 따르면, 부는 순전히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사람들에게서만 나오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부를 혼자서 맨 처음부터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미 생산된 것과 과거 사회에서 물려받은 것을 이용하고, 그 위에 새로운 것을 추가하며, 자연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부를 창출한다. 우리에게는 공동 유산, 간단하게는 '공유부commons'가 있다." "과거 세대가 없었다면 우리는 극심하게 가난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과거에 막대한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고, 우리의 소득이 단지 우리 개인의 능력과 노력 또는 기여를 반영한다고 여긴다. 공동 유산의 일부는 그것을 만들지 않은 소수가 사유화할 수 있다." "우리가 너무도 쉽게 우리 자신의 지능과 노력에 기인한다고 여기는 것의 대부분은 과거 세대의 생각과 노동의 산물이다. 우리 가운데 여기에 조금이나마 추가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공동 유산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의 기여는 줄어들기 마련이다."(211-2)
"공유부는 생산력을 넘어서 〈제도〉까지 포함한다. 넓은 의미에서 제도란 일하는 방식으로서 여러 차례 시도를 통해 검증된 것을 뜻한다. 우리가 행동할 때마다 일하는 방식을 새로 발명해야 한다면 엄청나게 비효율적일 것이다. 사실 우리가 새로운 일을 할 시간을 갖게 된 것은 제도에 의존할 수 있는 능력 덕분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법적·정치적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화적〉 재화, 즉 지식과 지혜도 공유부에 포함된다. 작가·예술가·작곡가도 과학자나 기업가 못지않게 다른 사람들이 제공한 소재·장르·아이디어를 활용해야만 혁신을 성취할 수 있다. 혁신은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을 새롭게 조합하는 데서 시작된다. 공유부는 도로와 하수 시스템부터 가장 귀중한 예술 작품과 과학까지,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숭고한 것까지 포함한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으로, 공유부는 '생물권biosphere' 등 〈환경〉을 포함한다."(214-5)
"공유부는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존재해왔지만, 쇠퇴시키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갱신이 필요하다. 문학과 과학은 끊임없이 재해석하고 재평가해야 하며, 또 전승해야 한다." "또한 우리가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는 공유부(태어나서 누리는 기술·제도·문화·환경)의 상태뿐만 아니라 우리가 거기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의 양과 질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국적과 교육 외에도 공유부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는 다른 요소들이 있다. 바로 〈권력과 소유권〉이다. 무언가 생산적인 기여를 하려면, 우리가 하는 특정 종류의 작업에 필요한 특수한 재료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관련 재산과 설비에 대한 통제권이 필요한데, 많은 경우 소유권이 그것을 제공한다." "다른 사람들이 공유부를 이용할 필요가 있는 한 토지·광물·건물·기술·예술 작품·유전 형질·지식재산권 등의 공유부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지배하며, 공유부 사용의 대가를 내도록 만들 수 있다."(217-20)
"우리는 매우 불평등한 사회에서 서로 다른 지위로 태어나 부모의 장점이나 단점을 많이 물려받을 수밖에 없다. 거액의 상속은 이런 불합리한 불평등을 강화할 뿐이다. 이미 잘 사는 사람들에게 큰 이익을 안겨주는 것은 〈필요〉에 토대를 두지 않는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열 명 가운데 여섯 명은 재산을 상속받았다. 이런 불평등은 능력의 차이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혹자는 피상속인들이 상속을 〈받을〉 자격이 없을지라도 그들에게 거저 주어졌으니 그 재산을 가질 〈자격이 생겼다〉고 반론을 펼 수도 있다. 이는 사실 부자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대중 속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견해다. 하지만 자격을 핵심 기준으로 삼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일하는(그리하여 사회를 부양하는 부담을 지는) 사람들의 소득에 과세하는 것은 괜찮다고 여기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우발이익을 얻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과세하는 것을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기이하지 않은가?"(223-4)
10장 그러니까 무엇이 보수를 결정하는가?
"사회적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특수한 구조는 〈불평등한 분업〉이다. 불평등한 분업은 다양한 업무 영역 간의 분업이 아니라 그런 영역 〈내에서〉 더 나은 일자리와 더 나쁜 일자리 사이의 분업이다. 숙련이 필요하고 흥미로운 업무는 모든 일자리의 부분집합으로 묶이고, 중간 정도의 숙련이 필요한 업무는 다른 부분집합으로, 숙련이 필요 없고 불쾌한 업무는 또 다른 부분집합으로 묶인다면, 아예 처음부터 기회가 불평등하기 때문에 기회의 평등이라는 이상이 실현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불평등한 분업은 불평등과 사회 분열의 주요 원인이다. 그 경우 일부 사람들은 성취감을 누리며 존중받는 직장생활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희생을 치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것은, 분업이 불평등하면 〈개인 능력의 차이에 상관없이 기여도 역시 불평등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만약 그들이 불평등한 기여도에 따라 보수를 받는다면, 그때 발생하는 보수의 불평등은 불평등한 분업의 간접적 결과일 뿐이다."(235-6)
"서비스나 생산물의 품질이 노동자의 임금에 반영된다고 여기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생산물이나 서비스에 대해 지불하는 금액은 통상 생산자들이 받는 보수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내는 돈 가운데 얼마를 누가 가져가는지 우리는 거의 알지 못한다." "또 고용주가 노동자에게 보수를 지급할 때 받을 자격을 고려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고용주는 경쟁과 수익성을 고려해서 임금에 대해 냉정하고 도구적인 접근방식을 취한다." "기본적으로 시장은 노동자가 받을 자격이 있는 금액이 아니라 이윤에 지배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받는 금액과 그들이 받을 자격이 있는 금액 또는 능력 사이의 관계는 약하다." "우리는 노력과 능력이 보상받고 노력이 부족하면 보상받지 못하는 세상에 산다고 믿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자리 부족과 불평등한 분업, 그 결과 발생하는 불평등(인종과 젠더에 따르는 차별은 말할 나위도 없고)이라는 제약이 작용하는 조건 속에서 어느 정도까지만 일어난다."(247-50)
"시장에서는 공정성이나 정의를 다루는 추론이나 주장은 중요하지 않으며 부적절하다. 자동차를 구매할 때 그것이 왜 필요한지 판매자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돈만 있으면 자동차를 가질 수 있다. 돈이 모든 것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고용주는 노동자가 책정된 보수를 받아들이는 한, 그들이 얼마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논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 "경쟁시장이 비도덕적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거기에는 〈도덕 관념이 없다.〉 즉, 경쟁시장은 무엇이 공정하고 정의롭고 윤리적인지에 대한 도덕 관념에 토대를 두고 움직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제도로 시장을 공정하고 정의롭고 윤리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말이다. 때때로 경쟁시장은 공정해 보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기획이 아닌 우연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버는 것은 당신이 소유한 것(혹은 능력)에 따라 달라지며, 당신이 소유한 것은 소득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결정한다."(255-6)
11장 평평한 운동장의 신화
"사회학은 우리는 모두 사회환경에 깊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부모나 어릴적 성격 형성기의 환경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을 중요하게 다룬다." "운 좋게 태어난 사람은 설사 자신이 가난하게 자랐더라도 분투해서 자신의 길을 개척했을 것이라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만약 자신이 다른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다른 사람이 되었을 것이고 엘리트 집단에서 잘 통하는 자신감·권리의식·대화법을 습득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만이 가질 만한 생각이다." "행복한 환경은 분명히 부자들의 독점물이 아니며, 평범한 가정의 양육에는 불리한 점과 함께 강점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이점과 불리한 점이 균등하게 분배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겉으로만 그럴싸한 평등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이런 평등주의는 누군가를 폄하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염려해서 불평등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부정함으로써 불평등 완화가 덜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259-61)
3부 부자는 어떻게 더 부유해지는가: 위기 발발에서 그들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12장 위기의 뿌리
"전후 호황기의 경제성장과 경제적 안정을 뒷받침한 것은 1944년 체결된 브레턴우즈 협정이었다. 이 협정은 자본의 국제적 이동을 제한하고, 무역 불균형을 억제해서 각 국가의 수입과 수출이 지나치게 괴리되지 않게 했으며, 주요국 퉁화 간 환율을 고정하고, 정부들이 각자 이자율을 결정할 수 있게 했다. 브레턴우즈 협정은 사실상 예전에 은행가들이 자본 이동을 지배했던 것을 정부가 지배하도록 바꾼 것이다." "1971년이 되자 브레턴우즈 체제는 무역 적자 증가에 시달리던 미국 경제에 더는 유리하지 않게 되었다. 금융 부문의 압력을 받고 있던 닉슨 대통령은 이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신용 창조와 자본 이동을 자유화했다. 자본과 신용화폐 창조의 세계화는 생산과 무역의 세계화를 촉진했다. 투기적 거래가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확대된 결과 금융 부문의 지배력은 강화되었고, 금리와 신용 창조를 통제하는 정부의 권한은 실물투자와 완전 고용을 장려하는 권한과 함께 약화되었다."(279-80)
"1980년대의 낮은 인플레이션과 높은 금리는 금융 부문을 엄청나게 팽창시켰다. 지리학자이자 정치경제학자인 데이비드 하비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잉여자본의 용도가 재화와 서비스에 투자하는 '1차 순환'에서 부동산과 기타 자산에 투자하는 '2차 순환'으로 전환되었다." "자본주의에서는 항상 이윤율이 낮은 사업에서 이윤율이 높은 사업으로 자본이 이동해왔다. 이는 바로 지난 250년 동안 믿기 어려운 경제성장을 추동한 창조적 파괴과정이다. 그러나 금융화한 새로운 자본주의에서 창의성은 생산주의적 자본주의에서처럼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장기 투자에서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값싼 노동 제공자들에게 생산활동을 외주화하는 방법을 찾고, 더 많은 수입을 목적으로 기존 자산을 매각하며, 장소 차이에 따른 가격 차이와 가격 변동을 이용해 투기를 벌이고, 조세 회피와 분식회계에 관여하는 데서 발휘되었다." "자본주의가 이런 발전 경로를 밟은 결과,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불평등이 확대되었다."(285-6)
"금융화의 특징 중 하나는 지금 당장 현금을 얻으려고 미래에 계속해서 수익을 안겨줄 물건를 매각하는 관행이 널리 퍼진다는 사실이다. 병원 주차료, 모기지 상환금, 학생 임대료·대출금 등도 매각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가치 추출의 과정은 금융화의 핵심 수단인 '증권화'와 짝을 이룬다. 넓게 말해 증권화란 여러 대출(모기지, 신용카드 부채, 자동차 대출 등)을 묶어서 대출 이자를 토대로 일정한 수익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새로운 자산을 만들어 판매하는 관행을 가리킨다." "대출을 판매하는 금융기관은 사실상 미래 수익의 일부를 즉시 얻을 뿐만 아니라 위험까지 매각해 대차대조표에서 제거한 후 새로 대출할 수 있다." "위험을 매각하면 그 효과가 분산되기는 하지만, 차입자가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지는 애초의 위험을 줄이지는 못한다. 실제로 위험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면 대출기관이 위험을 모니터링할 능력과 필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294-5)
"수백 건의 서브프라임 대출을 '자산 담보부 증권'으로 묶은 다음, 이를 다시 잘게 쪼개고 썰고 묶어서 '부채 담보부 증권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CDO'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당혹스러울 정도로 복잡하고 불투명한 금융상품들이 탄생했다. 신용평가기관은 평가 대상 기관에서 돈을 받았거나 때로는 거기에 지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사항에 AAA 등급을 부여해 이익을 챙겼다." "증권 매입자들은 분명히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와 관련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신용 부도 스와프CDS'를 매입하면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CDS는 증권 매입자들이 투자 실패에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다시 CDO를 더 많이 매입하더라도 안전하다는 생각을 부추겼다. 더 심각한 문제는 관련 신용위험에 노출되지 않은 고객이 CDS 시장의 약 80퍼센트를 점했다는 사실이다(업계에서 말하는 '네이키드naked' CDS)."(296-7)
"CDO와 CDS 계약의 명목가치는 전 세계 GDP 이상으로 치솟았다. 금융 엘리트들은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펼쳤다. 영국의 경우, 2008년 바클레이스 은행과 스코틀랜드 로열은행이 발행한 CDS의 명목가치는 각각 2조 4,000억 파운드였는데, 이는 영국 정부 연간 총지출의 약 네 배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개별 경제 주체들에게 단기적으로는 합리적인 듯 보이는 것이 어떻게 전체에 궁극적인 파멸을 가져올 수 있는지 알게 된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도 있다. 부채가 아무리 여러 번 비잔틴식의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묶여서 판매되더라도, 기본적으로 그것은 주로 저소득층 또는 중산층 차입자가 부자들에게 이자 지급의 형태로 불로소득을 제공하는 부 추출의 사회 관계에 토대를 두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금기금에 저축금을 맡겼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자신도 모르게 안전하지 않은 증권'투자'에 돈을 대고 있었다."(298)
"부자 감세는 정부가 국가 부문에 써야 할 세입을 감소시키며, 높은 이자율은 정부의 차입 비용을 증가시킨다. 이는 공공 서비스를 민영화해서 국가 지출을 삭감할 수 있는 명분을 정부에 제공한다." "영국에서 민영화 이후 수도요금은 물가보다 두 배 정도 빨리 올랐고, 에너지 비용과 기차요금은 실질가치 기준으로 17퍼센트나 급등했다. 그 결과 우리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대신에 그들에게 서비스 제공의 대가를 지불하고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그들에게서 자금을 차입한다. 세금으로 지원되는 공공자산의 경우, 거기에 따르는 부담은 부유한 납세자의 몫이다. 이런 자산이 민간 사업자에게 매각되고 나면, 일반적으로 요금이 사용자의 소득에 따라 달라지지 않으므로 부자들이 혜택을 누리고 그에 비례해서 저소득 가구가 받는 청구서 금액은 더 커진다. 공공 서비스의 민영화로 사업 운영자는 일반 시민을 착취할 수 있는 독점적인 권한을 가지고 주주들에게 불로소득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299-300)
13장 핵심 승자들
# 금융화의 주요 수혜자들
1. 중개인들: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기인하는 막대한 중개 수수료는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익명의 부자들을 양산한다.
2. CEO들: 종종 우연에 기댄 회사의 매출 증대와 자신의 성과를 연결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보수를 급격하게 올린다.
3. 은행 보너스: 순수입의 일정 비율을 지급받고, 이와 별도로 보너스도 받는다, 즉 성공과 실패 모두에서 보상받는다.
"제임스 크로티는 한 뛰어난 논문에서 '레인메이커들'[rainmakers: 미국에서 은행 보너스 수령자들을 일컫는 말]이 거품 팽창기에 투기로 돈을 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경기가 침체하더라도 보너스는 계속되리라는 것을 알고서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수백만 달러를 빌려 더 큰 베팅을 하고, 대중에게 더 많은 대출을 제공해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두 가지 다 그들이 소속된 금융기관의 위험 노출도를 크게 높인다. 자산을 매입하려고 레버리징을 하면 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담보가치가 올라가 더 많은 차입이 가능해진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결국은 역전이 일어난다. 그들이 감수하는 위험이 클수록 보너스도 많아진다. 거품이 터지면 자산의 명목가치는 날아가 버리지만, 자산의 명목가치를 토대로 계산한 보너스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고 실물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청구권으로 남는다. 이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 〈거품 + 레버리지 + 보너스 = 재앙〉"(324-5)
"금융 부문의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순진한 생각일 것이다. 그것을 측정하려면, 먼저 금융활동이 기존 소득을 재분배하는 데 그치는지, 아니면 생산적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자는 기존 소득이 이전transfer되는 것인가, 아니면 생산적인 기여를 반영하는가?" "금융 부문은 종종 위험을 감당함으로써 경제에 기여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가치를 부가하는 행위가 아니다. 위험을 〈관리〉하거나 평가하는 일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생산에 기여한다. 그러나 위험 감수 정도를 증가시키는 것은 확실히 그렇지 않다. 금융위기 이전에 발생한 이례적인 수익은 위험을 더 많이 감수한 결과였지, 생산적인 기여를 반영한 것이 아니었다. 종국에는 경제가 붕괴하고 말았다." "더욱이 너무 커서 실패할 수 없는 은행들은 위험을 감당하지도 〈않는다.〉 위험 감당은 대중의 몫이다. 구제금융의 규모는 금융위기 이전에 금융 부문에서 발생한 이익을 초과했다."(330-1)
14장 요약: 경제위기와 불로소득자의 귀환
"금융에 내재하는 위험은 대출, 가치 절도, 투기를 통해 돈으로 돈을 벌려고 하면서 부의 추출에 초점을 맞추고, 재화와 서비스로 부를 창출할 필요성은 간과한다는 점이다. 경제위기 이전 거품 형성기에 다른 금융기관과 부동산시장에 대한 대출이 증가하면서 생산 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은 30퍼센트에서 10퍼센트로 감소했다. 금융 부문이 금융자산을 통제한다는 것(궁극적으로 다른 사람의 노동과 생산물에 대한 청구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그 부문이 정부를 수하에 두고 이익을 추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상적인 시장 모델에 집착하고 노력소득과 불로소득의 차이를 무시하는 주류 경제학도 여기에 연루되어 있다." "그런데도 부채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말을 들은 것은 99퍼센트의 무고한 방관자, 그중에서도 특히 저소득층과 중간층이었다. 대중에게 긴축을 강요하고 은행에는 초저가 구제금융과 양적 완화의 혜택을 줌으로써 불로소득자들은 또 다른 경로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343-5)
4부 부자들을 위한 부자들의 지배
15장 부자들의 지배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부유한 개인과 대기업이 돈을 들여서 얻으려는 것은 선호하는 정당의 승리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이다. 이를 위해 금권체제는 기업, 무역단체, 싱크탱크, 로비 회사, 정치인, 정당 연구원, 정치 특보 간의 촘촘한 관계망을 활용한다." "금권체제 엘리트의 국가 침투와 국가 포획은 투쟁을 거치지 않은 채 너무나도 쉽게 이루어졌다. 정치인들은 성공적인 사업가들이 공공 부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핑계로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트로이 목마도 필요 없이 그들에게 문이 활짝 열린 것이다. 정치인들은 부유층 출신이거나 부유층을 경외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들은 대다수 유권자와는 거리가 멀다. 미국 국민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한 연구에 따르면, 상원의원들(특히 공화당 의원들이 그렇지만 민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다)은 부유층에게는 압도적인 영향을 받지만, 중산층에게는 역간의 영향만 받고 하위 30퍼센트에게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360, 370)
16장 숨기기
"많은 부자가 재산을 숨기는 조세회피처는 금권체제의 주요 구성 요소다. 어디에 위치하건, 조세회피처는 멀리 떨어져 고립된 곳이 아니라 금권체제 네트워크에 고도로 연결되어 움직이는 지역이다. 이는 사소한 일탈이나 부차적인 요인이 아니고 신자유주의 세계 경제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조세회피처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부들의 묵인과 조장에 힘입어 만들어졌다. 조세회피처는 주요 후원국의 보호와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충분한 독립성도 가지고 있다. 이는 후원국들이 책임을 회피하며 조세회피처를 통제할 수 없다고 주장할 근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가격 조작 행위는 조세회피처가 존재하는 또 다른 이유다. 다국적 기업은 회계 조작으로 세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나라를 가지고 놀 수 있다. 세금이 가장 가벼운 국가로 이윤을 이전함으로써 세금이 상대적으로 무거운 국가에서 신고해야 할 이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거기서 가장 많은 사업을 하고 있더라도 말이다."(372, 375-7)
17장 법의 부패: 법 위에 군림하든지 아니면 법을 만들든지
"학계에서 적어도 주류 경제학자들은 '효율적 시장' 이론을 근거로 규제 완화를 정당화했다. 이 이론은 금융시장이 모든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위험을 정확하게 추정하며, 정부가 간섭하지 않는 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황당한 가정에 토대를 둔 기괴한 이론이다. 그들의 이론 중 일부는 금융시장 구축에 적용되었다. 따라서 그 경제학자들은 외부의 학문적 관찰자가 아니라 스스로 게임에 참여해 대형 금융회사에 돈을 벌어주는 존재였다. 미국에서 주류 경제학을 선도하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그 이론의 진정한 신봉자로서 자신들의 학계 자격증을 상징자본으로 활용해 대학교수 자리, 대형 금융기관의 일자리, 규제 당국자와 정부 자문의 직위 사이를 오가며 활동했다. 앨런 그린스펀, 글렌 허바드, 래리 서머스, 프레더릭 미시킨, 로라 타이슨 등이 대표적이다. 스스로 금융 시스템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주류 경제학자들이 그 시스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392)
"일반적으로 언론은 금융 부문의 '문화'에 만연한 탐욕과 빨리 부자가 되려는 성향을 비난하고, 어떻게 하면 금융을 더 윤리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궁금해 한다. 하지만 부주의하거나 무모한 개인들 또는 경쟁사와 고객을 무너뜨리려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범죄유발 환경'〉도 문제다." "규제받지 않는 신자유주의 금융은 부정행위를 적극적으로 조장한다. 변동성이 크고 경쟁이 치열한 금융시장에는 주주가치로 연결되는 단기 이익을 추구하게 만드는 지속적인 압력이 작용한다. 이런 곳에서 기업과 개인이 성공하려면, 공격적인 조세회피·탈루를 포함해 무자비한 행동이 필수적이다." "물론 책임은 개인과 시스템 중 어느 한쪽에만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개인은 복잡한 시스템보다 더 식별이 쉬운 존재라서, 성급한 속성을 가진 대중 매체는 개인에게서 희생양을 찾고 시스템을 무시한다. 이는 물론 금융 엘리트가 마음에 들어 하는 일이다. 구조를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다."(396-7, 400)
18장 자선사업은 어떤가?
"지진 피해와 같은 일회성 재난에 대한 자선적 기부는 지속적이고 불의한 불평등에 대응하는 자선charity과는 다르다. 불평등에 도전하지 않으면, 그것은 참을 수 있고 더 오래가기 때문이다." "분명히 수혜자의 고난은 관심과 염려의 대상이다. 하지만 자선사업은 그것을 사회적 구조·과정의 결과가 아니라 불운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자선사업은 국가가 아니라 개인을 상대하고 고통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 기원을 종종 무시하기 때문에 정치색을 띠지 않는다. 빈곤 그 자체보다 빈곤에 기인한 병리 현상에 대처하는 일에 더 능숙하다." "자선사업은 활력이 넘치고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고 관대하고 잘 알려진 후원자와, 가난하고 무력하고 당연히 감사하는 마음을 품어야 하는 수혜자 사이에 간극을 만든다. 관찰자들은 옆에서 감탄하며 박수를 보낸다. 자선사업은 불평등에 도전하기보다는 오히려 당연시한다. 불평등을 자비를 베풀 기회로 취급해서 문제가 덜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415-6)
"자선 자본주의Philanthrocapitalism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적 사고와 목표 달성을 위해 시장을 활용하는 방법을 위주로 자선사업에 접근하는 방식을 가리키는 유행어다." "자선사업의 목표는 간단하고 측정 가능해야 하며, 모니터할 수 있어야 한다(물론 백신 접종 수와 같은 비금전적인 목표가 포함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해당 지역에 다른 더 중요한 일이 발생하는 때도 이미 세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진할 수밖에 없다(이런 단순화된 사고는 공공 부문에 큰 해악을 끼친다). 이 접근법은 더 나은 제품을 더 싼 가격에 판매하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사회적·정치적 불평등이라는 복잡한 문제에 적용할 때는 해로울 가능성이 크다." "사회문제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문제다. 따라서 지원 대상 사회에서 사회문제에 대응하면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신자유주의적인 자선사업은 정치를 무시하고, 기술적·경영적·시장적인 해결책(이는 물론 정치적으로 전혀 중립적이지 않다)을 모색한다."(419-21)
19장 계급: 전쟁을 말하지 말라!
"우리는 부자들이 '계급전쟁'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익숙하지 않다. 부자들은 보통 좌파가 시기심과 탐욕으로 계급전쟁을 시작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에 따르면, 파업도 항상 노동자들이 시작하지 고용주들이 유발하지는 않는다." "〈계급전쟁은 끝났다〉고 한 토니 블레어의 말은 부자들의 승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었다. 불로소득, 불평등한 분업, 일자리 부족, 고도로 불평등한 사회에서 복권 당첨과도 같은 출생 등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마라. 그러면 계급은 성격과 노력의 문제로 축소된다. 노동 계급을 분열시키는 또 다른 방법은 마치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이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보다 더 나은 사람인 양 아첨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가정'에 대해 쉴 새 없이 떠드는 것이었다. 보수당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과 '노력하는 사람들'을 '게으름뱅이'와 대비시킨다. 계급은 오래된 편견일 뿐 실제로 증가하고 있는 불평등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계급은 여전히 방 안의 코끼리처럼 존재하고 있다."(429-31)
"계급을 삶 속에서 경험한다는 것은 복잡한 문제다. 삶에서 경험하는 불평등에는 당황, 부인, 자기 정당화와 축하, 반발, 원망, 존중과 경멸 등이 혼합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에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계급 인종주의class racism'라고 부른 훨씬 뻔뻔한 행태가 등장했다. 주요 대상은 '차브'[chavs: 백인 저소득 노동자를 경멸적으로 일컫는 말], '트레일러 쓰레기'[Trailer trash: 트레일러나 캠핑카에서 생활하는 저소득층을 조롱하는 말], '스크라운저'[scroungers: 일하지 않고 빌어먹는 사람] 등이었다. 인종차별적 용어는 적어도 공식적인 공론장에서는 쓸 수 없게 되었지만, 저소득층과 복지 수급자들을 상대로 경멸적인 언어를 퍼붓거나 본능적인 증오를 표출하는 데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복지국가는 이제 필요에 기반을 둔 보편적 상호 체계를 제공하는 문명사회의 상징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도리어 부담으로 간주될 뿐이다. 이는 우파가 단어의 의미 수준에서 벌이는 일종의 계급전쟁이다."(431-2)
5부 나쁘게 벌어서 나쁘게 쓴다: 소비에서 이산화탄소로
20장 부자들의 지출
"낭비적인 소비는 낭비적인 생산을 뜻하기도 한다. 〈거의 쓰지 않거나 단지 부유함의 표식에 불과한 값비싼 물건을 생산하는 것은 시간, 에너지, 귀중한 자원의 낭비이자 인간 노동의 낭비다.〉 주류 경제학의 언어로 표현하면, 이는 명백히 '자원의 잘못된 배분'이다." "순전히 부자들의 허영심에 부응한 사치스러운 지출 때문에 저소득층은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 부자들의 사치가 대도시에서 주택 가격을 끌어올려 저소득층, 심지어 중산층도 거주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가난한 나라의 식량생산이 부유한 소비자를 위한 바이오 연료 생산으로 대체되는 바람에 세계 식량위기가 악화되고 있다. 부자들은 지출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지배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의 노동과 생산물을 지배할 수 있다. 부자들은 노동자들을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서 끌어내 부자들을 위해 사치품을 생산하는 쪽으로 이동시킨다. 〈요컨대 그들은 경제를 왜곡한다.〉"(441)
"부자들이 더 부유해지면, 덜 가진 사람들이 부자를 모방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유명인 문화의 성장은 부분적으로 그들의 과시적 소비를 상찬하는 형태로 드러난다. 베블런에 따르면, 각 소득 계층은 자신들보다 상위에 있는 계층과 같은 수준으로 소비하기를 갈망한다. 사회가 불평등할수록, 저소득층과 중간 소득 계층에 속하는 많은 사람의 지위 열망과 상대적 박탈감은 커진다. 토니는 '부와 경제적 권력의 큰 격차가 유발하는 도덕적 굴욕'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로 서로를 존중하려면, 얼마나 버는지로 서로를 존중하는 짓을 멈추어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이런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다. 복지 수급 사기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감옥에 가지만, 거액의 세금회피나 탈세는 신사협정을 통해 단순한 반감이나 소액의 벌금으로 마무리된다. 이런 일은 신자유주의 문화의 본질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것은 불의할 뿐 아니라 자본주의의 기능을 떨어뜨린다."(450-1)
21장 반전: 지구 온난화가 모든 것을 압도한다
"우리가 통상 온실가스와 기후변화에 대해 듣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여러 해 동안 구산업국가들이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주범이었지만, 지금은 매년 수십개의 새로운 석탄화력발전소(가장 나쁜 화석연료 에너지원)를 건설하고 있는 중국에 추월당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중국에 손가락질해야 한다. 〈언론과 정치인들은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수십 년, 심지어 수 세기 동안 대기에 머무른다는 사실을 늘 간과한다.〉" "현재 연간 탄소 배출량은 중국이 미국보다 많지만, 1750년 이후의 누적 배출량은 미국이 중국의 약 네 배다." "기후정의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국가별 배출량보다는 1인당 배출량을 더 중시할 필요가 있다. 파칼라가 주장하듯이 최대 배출자들은 부유한 사람들이며, 그들이 부유한 나라에 살건 가난한 나라에 살건 상관없다. 파칼라는 〈세계 인구의 7퍼센트에 불과한 5억 명의 가장 부유한 사람들(1인당 소득 10만 유로 이상)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0퍼센트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466-7)
"〈'재분배와 성장' 정책은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면서 불가피하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금융위기와 관련해서는 성장이 분명한 해결책으로 보이지만, 기후위기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한 가지 위기를 확실한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다른 위기를 더 나쁘게 만들 수밖에 없는 〈끔찍한 이중위기〉에 처해 있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다." "지구는 유한하다. 우리는 지속하려면 행성이 세 개나 필요한 현재의 생활방식을 고수할 수는 없다. 지난 3세기에 걸쳐 세계를 휩쓴 산업혁명은 이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유한한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며, 자본주의적 문화는 우리가 가진 물질적인 재화가 충분하다는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문화에서 우리는 항상 더 많이 가져야만 한다. 지구를 오염시킨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와 다를 바 없었던 소비에트 공산주의는 공업화 과정에서 자연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472-3)
"적어도 부유한 국가들의 경우, 성장이 아니라 제로성장 혹은 '역성장'이 온실가스를 빠르게 감축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지 모른다." "이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끔찍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작금의 경제침체가 끼치는 영향 중에서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부모가 누렸던 일자리와 소비의 기회를 누리지 못할 것 같다는 전망이다." "이 딜레마를 피할 방법은 없다. 젊은이들과 돈이 적은 사람들에게는 몹시 불공정해 보이겠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탄소 배출 한계를 초과한 상태에서 살아왔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탈세계화de-globalization〉가 필요하다. 우리가 저탄소 방식의 여행을 고안할 수 있을 때까지, 즉 석유 기반 연료의 대안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세계화를 훨씬 줄이고 지역 생산을 훨씬 더 늘려야 한다. 더 지역화한 경제에서는 환경을 파괴할 가능성이 훨씬 줄어든다. 어떤 피해와 폐기물도 눈에 띄지 않고 생각나지 않기가 어렵기 때문이다."(475-6)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것은 단지 단열 방법을 개선해 주택 난방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감축하거나 저탄소 여행 방법을 찾는 일에 한정되지 않는다. 난방이나 여행에서 생기는 탄소 배출은 '직접' 배출이라고 불리는데, 우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탄소 배출량은 대부분 '간접적인' 것들로, 우리가 쓰는 재화와 서비스(인터넷·음식·교육처럼 공공 부문에서 생산되는 상품 등)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서 발생한다." "따라서 문제는 화석연료가 고갈되는 것이 아니다. 정말 고갈된다면(그것도 빨리) 지금보다 낫겠지만, 도리어 새로운 매장량이 발견되고 생산에 투입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화석연료 회사들은 이미 미래의 추출 수입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하고 있으며, 채권자들은 거기에 자금을 대출하고 있다. 우리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것을 중독에 비유하자면, 중독자들은 [중독물질을] 끊으라는 말을 듣는데 마약상들은 정부 지원을 받는 상황이다!"(478, 482)
"지구공학─이산화탄소 포집 같은─은 신자유주의의 장기 해결책이다. 기술 낙관론자들은 자본주의의 역사가 예측하지 못한 발명과 혁신(인터넷처럼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 것도 있다)의 역사였음을 강조한다. 그들은 늘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무언가가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한다." " 그러나 지구공학에 의존하면 화석연료에 중독된 현재의 경제와 생활방식에 안주하게 된다. 버진 그룹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이 상상하는 세상은 자본주의의 한편에서는 여전히 자유롭게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 영향을 완화하는 기괴한 곳이다. 두 경향을 규제하는 것은 바로 이윤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적 성장이 지속된다면, 지구 온난화는 원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절망 속에서 지구공학에 의존해야 하는 단계에 도달할지 모른다. 부유한 국가들과 그 내부의 부유한 공동체들은 기온 상승을 가장 잘 견딜 수 있다. 가뭄과 홍수, 생계수단 상실로 도망쳐 나오는 사람들을 거부할 수도 있다. 이 또한 미친 짓 아닌가?"(485-6)
22장 ·결론: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 이대로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가 더 평등하고 공정하며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부자들뿐만 아니라 불평등과 무한한 복합성장에 토대를 둔 경제 체제도 감당할 수 없다. 자본주의가 지속 가능하다고 여기는 '녹색성장'의 꿈은 평화를 위해 총을 팔아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끝없는 탐욕이 아니라 〈충분함〉을 토대로 작동하는 경제가 필요하다." "고정관념이 되다시피 한 '경쟁은 늘 좋은 것'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 경쟁은 때로는 일반적인 행동 기준을 높이고 혁신을 촉진할 수도 있지만, 바닥을 향한 경쟁을 유발할 수도 있다." "'경제적 효율성'도 마찬가지다. 일을 '효율적으로' 하면 통상 좋은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그것을 임금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것과 혼동한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질문해야만 한다. 누구를 위한 효율성인가? 우리에게 더 많은 시간을 주는가, 아니면 단지 일의 속도를 높일 뿐인가?"(488-91)
"자연을 단순히 비용과 수입, 놓친 기회에 대한 근시안적인 계산에 따라 하나씩 따로따로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의 집합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서로 연결된 지구에 존재하는 전체 생태계(여기서는 사물이 돈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로 이해해야 한다. 〈가격은 가치가 아니다. 그것은 다차원적인 어떤 물건을 평가하는 매우 제한적이고 일차원적인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개별 종種에 소유권을 창출해서 가격을 매긴다는 아이디어는 민간기업이 예전에 무료였던 것에 요금을 부과해 돈을 버는 한 가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구 생태계 또는 '생물권biosphere'을 구성하는 매우 복잡한 관계망에 의존하는 물건들의 가치를 평가하기에는 어리석은 방법이다. 자연은 약탈이 아니라 존중과 경이감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시장 가격이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으며, 앞으로도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496-7)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지구 전체의 행복을 위해서도, 부유한 국가의 부자들은 소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 그 반대편에서 하루에 1.25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는 13억 명은 절대적인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아야 한다. 급속한 지구 온난화를 막기에는 이미 늦었기 때문에 대체 에너지 공급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수십 년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 "'쉬운 신용'이 급증하면 사람들은 더 많이, 더 빨리 소비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차입자와 지구에 더 큰 비용이 돌아간다. 부채를 상환하려면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부채와 경제성장에 가장 큰 이해가 걸린 것은 1퍼센트 중에서도 상위 계층이다. 그들은 경제를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통제하고 싶어 한다. 또 부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초래할 최악의 결과에서 자신들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들이다. 따라서 환경적 대의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부자들의 권력과 지출·투자의 자금 조달 방식에 도전해야 한다."(517-8)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말한 모든 내용을 실현하려면 부자들의 정치적·경제적 지배력을 제거하고 민주주의를 재건해야 한다. 이것이 얼마나 어려울지에 대해 착각해서는 안 된다. 금권체제는 조직된 음모에 따라 움직인다기보다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일시적인 연합일 수도 있지만, 언론과 주류 정치를 장악하고 있으며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치열하고 더럽게 싸울 것이다." "정당에 대한 기부금은 액수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금권체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에 어울리는 선거운동이 이뤄지도록 하려면 국가가 정당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려면 정치인들이 기업에 자문하고 금전적 이해관계를 가지는 데 대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제한이 가해져야 한다." "우리는 언론이 지금처럼 특권 엘리트와 기업 이익에 지배당하는 것을 방조할 수는 없다. 우리는 정말로 부자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체제를 감당할 수 없다. 우리는 이제 부자들을 지원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5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