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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전쟁 - 군사적 폭력의 탈국가화
헤어프리트 뮌클러 지음, 공진성 옮김 / 책세상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서문
# 새로운 전쟁의 세 가지 전개 양상
1. 군사력의 탈국가화 혹은 민영화 : 전쟁의 직접적인 수행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면서 나타난 현상
2. 군사력의 비대칭화 : 폭력 사용의 특정 형태들(파르티잔, 테러리즘)이 하나의 독립적 전략으로 부상
3. 폭력 형태들의 점진적인 자립화 혹은 자율화 : 정규군이 전쟁 발발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린 상황
1 새로운 전쟁, 무엇이 새로운가?
"유럽이나 북아메리카에서 일어난 '국가건설전쟁'과 제3세계 또는 제1세계와 제2세계의 주변부에서 일어난 '국가붕괴전쟁'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전자가 '외부의' 커다란 영향 없이 진행된 반면에 후자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다. 새로 태어나서 여전히 불안정한 국가들을 붕괴시키는 우리 시대의 전쟁들은 오히려 외부의 지속적인 정치적 개입에 종속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그 전쟁들은 국가경제의 발전을 정치적으로 통제하는 일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세계경제적 교환체계 속에 포섭되어 있다. 그래서 지하자원, 석유나 광석 같은 국가 재산은 오히려 그 획득과 분배를 둘러싼 충돌들을 강화시켜왔다. 그러므로 오늘날 다수의 실패한 국가들이 좌절한 것은,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충분히 통합되지 못한 사회들의 부족중심주의 탓만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또한 강한 국가성이 부재한 곳에 파괴적 영향을 끼쳐온 경제적 지구화의 물결 탓이기도 하다."(25-6)
"사태의 전개를 더 극적으로 만든 것은 전통적 부족중심주의와 지구화의 새로운 형태라는 두 요소가, 그것이 국가 건설을 가로막고 그 싹을 파괴한 것과 동일한 정도로, 내전의 발발을 용이하게 했으며 더 나아가서 내전의 지속에도 기여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전쟁들은 그림자 지구화의 통로들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 경제와 연결되며, 전쟁의 지속적인 수행을 위해 필요한 자원들을 끌어들인다." "전쟁 중에 늘어나는 자원의 소비를 전쟁의 조기 종식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했던 서방 국가들과 UN의 일시적인 통상금지 정책은 거의 모든 경우에 실패했다. 전쟁을 계속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원의 확보에 전쟁 당사자들이 거의 언제나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적 공통점이나 전략적 이해관계를 지닌 정권의 지원을 받는 전통적 방식으로, 또는 그림자 지구화의 새로운 형태들을 이용하여 그들은 자원 확보에 성공했던 것이다."(28-9)
"시공간적으로 군사력을 집중하는 원칙이 아니라, 분산하는 원칙이 새로운 전쟁들의 진행 양상을 결정한다. 대개 새로운 전쟁들은 파르티잔전쟁의 기본 원칙을 따라 수행된다. 전방과 후방, 본토의 구분이 사라져서 전투 행위가 작은 땅덩어리에 국한되지 않고 도처에서 벌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전쟁에서는 적과 단 한 차례 승패를 가르는 대규모 전투를 치르는 것이 기피된다. 자신들이 그런 전투에 걸맞는 전투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거나, 자신들의 부대가 원래 그런 형태가 전쟁 수행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새로운 전쟁들에서는, 18~20세기의 유럽 역사를 결정했던 전쟁들에서라면 찾아볼 수 없을, 어떤 유형의 무장전투원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 이 자리에서, 이 순간에 적을 이기는 것이 목적이며, 이 목적 안에서 모든 전쟁계획이 실처럼 엮이고 미래에 관한 먼 희망과 막연한 생각들이 만난다."(32-3)
"전쟁의 탈국가화의 주역이자 주요 수혜자는 군벌들과 지역의 장군들, 그리고 지역의 경계를 넘어 활동하는 전쟁사업가들이다. 이들 중에서 붕괴된 국가의 넓은 영토를 자신의 통제하에 두고 약탈할 수 있는 일부는 국가의 중요한 속성을 자신들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가 건설이라는 고된 일을 직접 추진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그들은 전쟁에서 무력을 이용해 챙길 수 있는 전리품 외에, 국가로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에서 생기는 이익을 노린다. 국가로서 인정받게 되면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을 요청할 수 있고, 국제시장에 제약 없이 진출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모은 재산을 외국으로 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벌들이 주장하는 국가의 속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국가의 형성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정치적 자기구속과 자기책임의 형태가 아니라, 단지 다른 수단을 이용한 약탈의 지속일 뿐이다."(43-4)
"20세기 중반 이후의 전쟁의 역사는 비대칭적 분쟁이 점점 더 발전하는 것으로 묘사될 수 있다. 경제, 기술, 군사, 문화산업 분야에서 미국이 보유한 따라잡을 수 없는 우월성은 세계정치적 비대칭성들을 낳았고, 이는 전투 장소의 이동, 전쟁 수단의 재정의, 새로운 자원들의 동원을 통한 전쟁의 비대칭화로 이어졌다. 이 방향으로의 첫 번째 큰 걸음은 탈식민지화 시대의 게리야[작은 전쟁] 전략의 체계적인 재수용이었다. 그 뒤를 이은 것이 파르티잔전쟁의 전략과 테러 전술의 연결이었다. 그것은 1950년대 후반 이후로, 특히 알제리 전쟁에서 관찰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테러리즘이라는 정치적·군사적 전략이 형성되었다. 이제 테러 공격은 파르티잔 방식으로 싸우는 해방 운동을 단순히 지원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직접적으로 적의 정치적 의지를 파괴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2001년 9·11 테러로 이 비대칭화는 잠정적인 정점에 도달했다."(65-6)
2 전쟁 수행, 국가 건설, 삼십년전쟁
"독일의 사회학자 트루츠 폰 트로타는 아프리카에서의 국가 붕괴와 그것과 연결된 전쟁이 OECD 국가들의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여준다는 명제를 대변한다. 이스라엘의 전쟁사학자 마르틴 판 크레펠트도 유사한 결론에 도달했다. 클라우제비츠의 저작 속에서 전쟁의 전형으로 파악되고 분석된 국가 간 전쟁의 시대가 완전히 끝났고, 전쟁들이 작은 불꽃으로 오랫동안 흔들거리며 타오르는 '저강도전쟁'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변화들을 묘사할 때의 언어적 표현이 이미 근본적인 차이를 암시한다. 전쟁이 문장의 주어가 된 것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정치에 묶어두기를 원했다. 그러나 전쟁은 정치의 수단이라는 목적어의 자리에서 벗어나 자기를 정치의 자리에 놓았다. 이제 전쟁들은, 판 크레펠트의 진단처럼, 더는 누군가에 의해 수행되지 않고, 저절로 흔들거리며 타오른다. 클라우제비츠의 이론에서 정치에 부여되었던 주어의 자리를 판 크레펠트의 이론에서는 전쟁 자신이 차지했다."(72)
"신속한 군사적 결판을 목표로 삼지 않는 전쟁에서는 거의 언제나 기강 상실이 나타난다. 무장한 병사들은 점차 전쟁을 개인적인 치부의 기회로 삼고, 무기를 자신의 권력환상과 가학욕구의 실현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기에 이른다. 바로 이 점이 삼십년전쟁에 관한 보고들에서 발견되는, 최근의 전쟁 경향과 눈에 띄게 유사한 점들이다. 더 나아가서 전쟁 비용 문제를 점령지역에서 해결한다." "새로운 전쟁은 조세수입으로 채워지는 국고가 없는 대신에 스스로 경제적 활동의 일부가 되었다." "가치를 일방적으로 획득하기만 하는 전쟁은 스스로 어떤 가치도 창출하지 못하므로 언젠가 그 전쟁경제의 구조 속으로 깊이 빨려들어가 전면적 붕괴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전쟁은 일반적으로 힘의 광범위하고도 신속한 동원의 원칙을 따르지 않고 힘의 느리지만 연속적인 사용의 원칙을 따르므로, 대부분 매우 오래 지속되고 일시적으로 꺼졌다가도 언제나 다시 타오른다."(96-7)
"삼십년전쟁은 개별 전쟁들과 충돌들의 중첩된 연속이지만, 그것들이 서로 얽혀 있어서 마치 하나의 전쟁인 것처럼 취급된다. 이 점에서 삼십년전쟁은 오늘날 벌어지는 일련의 전쟁들과 또한 유사하다. 여기에는 상이한 상대들과 벌인 여러 전쟁들이 중첩된 아프가니스탄 전쟁, 3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앙골라 전쟁, 다양한 혁명 운동들과 외부 세력이 개입한 콩고 전쟁 등이 있다." "이 모든 전쟁들의 공통점은 내전으로 시작해 초국적 전쟁으로 확대되었고, 그럼으로써 말 그대로 경계를 모르는 전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고슬라비아의 붕괴에서 시작된 전쟁들을 그 지역의 경계 안에 묶어둔 것은 UN, NATO, EU가 거둔 혁혁한 공으로 기록해야 할 것이다. 일국 수준의 내전을 조기에 종료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그것이 국경을 넘어 초국가화하는 것이라도 막는 것이 앞으로는 국제적 평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101-3)
"삼십년전쟁은 사회-정치적 질서의 국가화가 아직 완료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이 전쟁에는 국가 행위자와 반半국가 행위자, 사적인 행위자들이 대립과 협력이 뒤섞여 나타났는데, 이런 현상은 새로운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로 전형적이다. 지배권의 원래 보유자인 황제와 제국의 신분집단들도 삼십년전쟁의 매우 중요한 행위자들이었지만, 그 외에 전쟁의 발발과 함께 높은 자리에 올라서게 된 전쟁기업가들도 이 전쟁의 매우 중요한 행위자들이었다. 이들은 용병 조직을 구성했고, 고객들의 지시보다 자신의 이익을 더 염두에 두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외부 세력들이 이 전쟁에 개입했다." "이처럼 삼십년전쟁은 헌정적 갈등과 종교적·이데올로기적 대립의 혼합물이고, 사적인 치부욕과 개인적 권력욕의 혼합물이며, 국가이성적 고려와 종교적 가치에 대한 헌신의 혼합물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전쟁들은 매우 드문 경우에만 군사적으로 승패가 결정될 수 있다."(107-8)
3 전쟁의 국유화와 그 결과
"점차 군대의 규모가 커지고 상이한 병과가 결합─보병대뿐만 아니라 기병대와 포병대를 보유한─하면서 전쟁은 점점 더 비싸졌다." "이제 전투의 결과는 투입된 부대의 수적 크기와 세 가지 병과들을 조합해 투입하는 능력이 결정하게 되었다. 이로써 대규모 결투와 전투들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성을 얻었다." "'전쟁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이 필요하고, 또 돈이 필요하다'는 말은 더 적실성을 얻게 되었다. 이런 비싼 전쟁은 결국 국가만이 수행할 수 있었다. 국가는 15세기 이후로 지속해서 증가한 세금 수입에 의존하여 전쟁에 필요한 재정적 수단을 장기적으로도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국가는 용병들의 통제하에서 경제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던 전쟁을 점차 다시 국가의 정치적 지휘권 아래 둘 수 있었다. 이때부터 통치 권역의 크기, 통치의 집중화 정도, 세금 수입의 양이 유럽의 전쟁에서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116-7)
"군조직이 국유화한 것과 국가가 전쟁의 독점자, 즉 전쟁을 선언하고 수행할 권리를 지닌 유일한 권력으로 등장한 것은 국가들 간의 관계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경쟁의 메커니즘과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강대국들의 노력을 통해 유럽에서는 하나의 세력 균형 체제가 발전했다. 이 체제를 본질적으로 결정한 것은 대칭성이라는 관념이었다. 유럽에서 근대에 일어난 국가 간의 전쟁들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칭적인 형태로 수행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다시 전쟁을 다른 곳에서 나타나지 않은 특별한 형태의 법으로 규정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전쟁이 근대 초기에 대칭적으로 변하면서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정당한 전쟁'이라는 오래된 생각이었다." "한 쪽이 범법자로 간주되고 다른 한 쪽이 그 법을 회복하기 위해 전쟁을 수행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을 때에만 정당한 전쟁은 성립한다. 정당한 전쟁에서 전쟁에 대한 권리ius ad bellum는 처음부터 비대칭적으로 분배되어 있다."(132-3)
"전체적으로 볼 때, 정당한 전쟁에 관한 이론에서 더 중요한 것은 폭력의 광범위한 제한보다 오히려 이 이론이 고안될 당시의 특유의 정치적 상황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이론으로 원칙적 평화주의를 맹세하는 기독교 공동체들을 향해 사방에서 몰려드는 야만적인 이민족들로부터 로마 제국을 방어해야 할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로써 유지되어야 할 현상Status quo이 전적으로 정의롭지는 않지만, 생각할 수 있는 다른 대안들보다는 어쨌든 더 정의롭다고 아우구스티누스는 생각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생각한 전쟁은 원칙적으로 비대칭적인 것이었다. 한 편에는 기독교적 평화체제의 정치적 보증인인 로마 제국이 있었고, 다른 한 편에는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야만적 정복자들이 있었다. 정당한 전쟁에 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구상은 문명에 적대적인 정복자에 맞서 문명이 자신을 무력으로 방어하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것이었다."(134)
"삼십년전쟁 이후 국가 간의 비대칭성을 억제한 세 차원이란 군사적 전략의 차원, 정치적 합리성의 차원, 국제법적 정당성의 차원이었다. 국제법적 정당성의 차원에서 규정되는 대칭적 관계는 (영토의 크기와 인구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있더라도) 주권에 대한 상호 인정과, 그 인정 속에 포함되어 있는 동등성의 인정이었다." "가장 중요한 차원인 정치적 합리성의 차원에서는 구조적 대칭성이 이 체계를 안정화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여기서 대칭성의 원리는 개별 국가들의 군사력을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해주었고, 그 군사력을 자국의 군사력과 비교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미리 동맹을 체결하여 가상의 적국이 군사적으로 우위를 점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아울러 각국은 가상의 적이 아니라 실제의 적에 맞서 무장했다. 그 이점은 군사력의 우열을 쉽게 확인하여 보완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었다."(145-6)
"모든 산업자원들을 투입한 상황에서 치러진 제1차 세계대전은 상당수의 민간인들을 무기 생산에 끌어들였다. 그런데 그렇게 함으로써 제1차 세계대전은 이 노동자들을 준전투원의 지위로 격상시켰고, 이와 함께 한때 분명했던 전쟁에 참가한 자와 참가하지 않은 자 간의 구별을 희미하게 만들었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은 오래 지속된 데에다가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서도 군사적 결론에 이르지 못함으로써 과거의 대칭적인 정치적 관계의 합리성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이 전쟁은 국제법의 발전에서 하나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제 전쟁의 정당성은 방어전쟁의 경우에 국한되었고, 이와 함께 전쟁의 양 당사자가 원칙적으로 전쟁에 대해 동등하게 정당한 권리를 가진다는 가정은 사라졌다. 왜냐하면 방어를 위한 정당한 전쟁이란 오로지 상대방이 부당한 침략전쟁을 금지하는 법을 어겼을 때에만 성립하기 때문이다."(147-9)
"(임마누엘 칸트가 자신의 저서 《영구평화론》에서 펼친 논지대로) 국가 간 전쟁은, 특히 고도로 발달한 산업국가들이 벌인다면 더욱, 유익하지 않다. 상상할 수 있는 어떤 이익도 확실히 계산할 수 있는 손해보다는 적다. 그러나 이 판단은 오로지 국가 전체의 관점에서 손익을 계산했을 때에만 타당하다. 새로운 전쟁들에서처럼 군벌들과 내전 당사자들, 지역적 민병대들이 각자 나름의 계산서를 작성하는 곳에서 이 판단은 적용되지 않는다. 전쟁의 손익 계산이, 대칭적으로 전쟁을 수행한다는 가정하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비대칭적 전략들을 사용하여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 이루어질 때 계산의 결과는 달라진다. 대칭적 전쟁은 전쟁 참가국들에게 또한 비용을 대칭적으로 분배하려는 효과를 가진다. 그래서 전쟁을 회피함으로써 비용을 줄이려는 동기가 양측에 공히 크게 있다. 그러나 비대칭적 전쟁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154-5)
4 새로운 전쟁 속의 폭력의 경제
# 군사력의 사유화를 이끈 세 가지 요인
1.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경량무기의 중요성 증가
2. 미숙련 전사(특히 청소년과 어린이)의 전투 투입
3. 강탈이나 불법상품 거래를 통한 전쟁 자금 조달
"새로운 전쟁을 수행하는 민병대와 군벌집단들은, OECD 회원 국가들의 군대가 갈수록 비싸지는 것과 달리, 과거 그 지역의 정규 부대보다도 분명히 더 저렴하다. 어쩌면 바로 이 사실이 새로운 전쟁을 그토록 위협적인 것으로 만들며, 또한 이로써 새로운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집단의 범위가 넓어지는지도 모른다.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분명히 새로운 전쟁이 정규 국가 간 전쟁보다 사회에 더 많은 비용을 발생시킨다. 새로운 전쟁은 시간적으로 지속되고 공간적으로 확장됨으로써 사회를 더 황폐하게 만들며, 사회 질서의 근간을 훼손함으로써 고전적 전쟁보다 사회에 더 나쁜 영향을 오랫동안 끼친다. 거의 모든 전쟁이 확실히 미래의 비용으로 수행되기는 하지만, 국가 간 전쟁에서 이 비용이 다음 세대에게 부과되는 채무인 것과 달리, 새로운 전쟁에서 이 비용은 지속적으로 파괴될 평화로운 삶의 기회 그 자체이다."(160)
"종족 간의 대립이 폭력을 강화하기는 하지만, 폭력을 유발하는 원인은 아니다. 원인은 오히려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이 무기를 이용해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는 사회 구조에 있다. 이 사회적 아웃사이더들은 지난 시절 자신들이 당한 굴욕을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때로는 약간의 부를 이룬 사람들에게 되갚는다. 그들 자신이 노동하는 삶을 경험해보지 않았고, 그래서 또한 노고勞苦의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은 탓에 그들은 시민사회의 구조들을 마음대로 약탈하고 파괴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집단은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쉽게 모집할 수 있는 전사들이다. 그들은 생각으로나 행동으로나 죽음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더욱 거리낌 없이 폭력을 행사한다. 그들은 저항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으며, 더 거칠어지고 잔혹해지려고 한다. 이 모든 것들이 그들을 새로운 전쟁의 가장 무서운 참여자로 만든다."(167-9)
"원론적으로는 군벌 지배가 국가 지배의 초기 형태로 변하고, 그것에서 다시 일정 시간 후에 어느 정도 안정적인 국가성이 생겨날 수도 있지만, 대개 이런 변화는 좌절된다. 군벌 지도자의 추종자들 가운데 너무도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대장이 걸어온 길을 이제 직접 모방하여 뒤따르려고 하기 때문이다. 전쟁이 종식되면 군벌 지도자나 게리야 지도자의 카리스마적인 통솔력은 사라지고, 평화 정착 과정에서 생겨나는 실망들은 전쟁을 계속하려는 자들에게 지지와 추종자들 만들어준다. 명성과 사회적 인정을 좇아 한때 군벌 지도자에게 몰려갔었고, 이제 평화 속에서 전쟁이 일어나기 전과 마찬가지로 많은 문제들에 직면하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모두 전쟁을 계속하려는 자들과 결합한다. 이 사람들이 평화를 믿지 못하는 것은 전쟁이 그들에게 약속했던 것들을 평화가 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평화의 비용이 이처럼 높은 것은 바로 전쟁이 너무도 값싸기 때문이다."(170-1)
"야만적인 집단 강간에서 여성을 감금하여 체계적으로 강간한 후에 추방하거나 임신시킨 채로 대중에게 노출시키는 것에 이르는 성폭력 전략은 보스니아와 동티모르 등지에서 목격되었는데, 이는 대량학살 없이 대규모로 '인종 청소' 정책을 추진하려는 시도로 파악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두려움과 공포, 폭력과 패덕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체계가 형성된다. 이 체계는 인구의 대부분으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집과 여타의 모든 소유물을 포기하고 자질구레한 소지품 몇 가지만 가지고서 정든 고향을 떠나도록 강요한다. 공포를 생산하는 이런 전략의 중요한 세 단계는 다음과 같다. 정치적·문화적으로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들이나 잠재적으로 무장 저항을 이끌 수 있는 사람들을 처형한다. 신성한 건축물과 문화적 기념물을 불태우고 폭파시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추방해야 할 집단의 여성들을 체계적으로 강간하고 임신시킨다."(175-7)
"페미니스트들은 성폭력을 남성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의 한 형태로 볼 것을 제안해왔다. 브라운밀러는 이렇게 말한다. 〈강간은 패배한 쪽의 남성들이 붙들고 있는 권력과 소유에 대한 남아 있는 모든 환상을 부순다. 능욕당한 여성의 신체는 의례적 전쟁터가 되고, 승자의 전승 축하 행렬을 위한 공간이 된다.〉 이 말은 왜 새로운 전쟁들에서, 삼십년전쟁에서와 마찬가지로, 많은 성폭력들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또는 적어도 희생자의 남편과 아버지, 그리고 다른 친척들이 있는 자리에서 발생하는지를 설명해준다. 이런 폭력 행위들이 가지는 유사군사적 의미는 적에게 노골적인 굴욕을 안겨주고 그를 거세하는 데에 있다. 그가 '자신의' 여자들을 더는 보호할 수 없으며, 그러므로 이제 여자들과 함께 분쟁지역을 영원히 떠나야 한다는 것이 그에게 문자 그대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여기에서도 공격은 적의 의지를 향하지만, 여성의 신체에 가해지는 폭력을 경유한다."(179)
"인도적 지원은 부유한 국가들에서 대부분 좋은 의도로 이루어지고 또 자선 행위로 여겨지지만, 전쟁 지역과 위험 지역에서 종종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 왜냐하면 전쟁 당사자들이 오히려 그 지원에 의해 후원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 전쟁들의 전략가들이 국제원조를 아예 처음부터 그들의 작전 계획 속에서 병참의 한 요소로서 포함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전쟁을 저렴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이다. 전쟁 당사자들이 물자 조달 걱정을 덜 할 수 있을수록, 전쟁은 더 쉽게 수행된다. 무장세력들은 구호품 수송 차량을 교량, 산길 또는 도로 차단 시설이 설치될 수 있는 곳 어디에서나 정차시키고 수색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빼고, 필요 없는 물건들만 통과시킨다. 사라예보를 포위하고 있던 세르비아 연방군은 자신들이 구호품의 상당 부분을 얻기 전까지 UN의 수송 차량을 그 도시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다."(185-6)
"난민들의 행렬과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세운 수용소는 자세히 살펴보면 마치 덩굴식물의 조직과 같아서 이 덩굴을 따라 처음에 한 지역에 국한되었던 전쟁이 주변 지역으로 확장되고 전쟁의 조직이 새 환경 속에서 뿌리를 내린다. 이런 난민 행렬의 모습으로 한 사회 안에서 일어난 전쟁은 짧은 시간 안에 국경을 넘어 초국가적 전쟁으로 확장된다. 전쟁이 확산을 막으려는 이웃 국가들이나 국제기구들의 노력은 바로 이 난민 행렬에 막혀 번번이 좌절한다. 한편으로, 이웃 국가들이 대체로 연약한 국가 구조와 경제 구조가 난민수용소가 들어서면서 심하게 훼손되고, 다른 한편으로, 그곳에 매우 신속하게 전쟁 당사자를 돕고 지원하는 네트워크가 들어선다. 이 네트워크로부터 전쟁 당사자들은 정치적·군사적으로 버틸 수 있는 힘을 상당 부분 얻게 된다. 그러나 이 사실이 수용소를 상대편의 공격 목표가 되게 한다." "수용소에 대한 공격은 전쟁의 확산을 막거나 아예 종식시키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188-9)
"미디어는 의도치 않게 전쟁 가담자가 되어버렸다. 이것은 군인과 군인의 대결이 아니라, 군인과 민간인의 대결로 표현되는 새로운 전쟁의 비대칭적 구조가 낳은 직접적 결과이다. 미디어를 통해 형성되는 전 세계의 여론 또한 전쟁의 한 가지 자원이 되었다. 약한 편의 전투원들은 이 여론을 방패막이로 삼는다. 군사적 충돌의 비대칭성이 증가할수록 또한 그 충돌을 관찰하는 카메라의 중요성도 증가한다. 전쟁 보도의 전통적인 중립성은 확실히 전쟁의 대칭성과 결합되어 있었다. 그러나 점차 증가하는 전쟁의 비대칭성, 즉 다윗과 골리앗 간의 대결로 변해가는 상황은 전쟁의 보도를 어느 한 쪽 편을 들고 지원하는 일로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을 계획할 때에 중요한 것은 자신들을 다윗으로 연출하는 것이다. 난민들과 우는 여인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망에 빠져 저항하는 아이들을 보여주는 것은 이 일을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190)
5 국제 테러리즘
"어떤 폭력 행위를 '테러'라고 기술함으로써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그 행위가 지닌 일체의 정치적 정당성을 부정하려고 한다. 이처럼 '테러리즘'은 국제정치에서 배제 개념으로서 기능한다. 어떤 행위를 테러라고 부르는 것은 그 행위와 관련한 사람들의 요구가, 최소한 특정 형태의 폭력을 이용해 이루어지는 한,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테러리스트 전략이 노리는 것은 폭력 사용이 가져오는 직접적인 물리적 결과가 아니라 심리적 결과이다. 테러리스트 전략은 파괴의 규모나 사상자의 수, 물자공급체계의 붕괴와 같은 공격이 야기하는 물질적 피해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그것을 통해 확산되는 두려움과, 막강해 보이는 적도 다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공격들로 인해 가지게 되는 기대와 희망에 더 큰 관심을 가진다. 이런 의미에서 테러리즘은 유달리 떠들썩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파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라고 일컬어졌다."(207-9)
# 테러 활동에서 폭력 수단의 자기제한이 무너진 이유
1. 테러리즘의 국제화 : 선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벌이는 항공기 납치사건은 우연적으로 구성된 피해자 집단에게 의도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방식
2. 종교적·원리주의적 동기의 강화 : 천년왕국적·묵시론적 관념들을 이용하여 세속적 목표들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고, 무고한 희생자를 정당화하는 방식
"오늘날 미디어는 새로운 테러전쟁의 급진적인 비대칭 전략이 효과를 누리는 것을 보장해준다." "미디어를 통해 연출되는 상징적 대결은 그 자체가 이미 늘 싸움의 일부이다. 이 싸움의 한 편에는 죽음을 각오한 확신에 찬 용사들의 작은 집단이 있고, 다른 한 편에는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지배적이지만 탈영웅적인 심성을 지닌 국가들과 사회들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테러리즘은 무기를 이용한 싸움이 이미지를 이용한 진짜 싸움을 위한 구동륜의 역할을 하는 전쟁 수행의 한 가지 형태를 보여준다. 전쟁의 보도가 전쟁 수행의 수단으로 변한 것이 전쟁의 비대칭화 과정에서 아마도 가장 큰 진전이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세계질서'의 군사적 비대칭성을 무너뜨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물론 그것은 대칭성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새로운 태러전쟁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듯이, 새로운 비대칭성을 목적의식적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231-3)
"테러의 '메시지'가 아무런 설명과 요구 없이 공격하는 이미지만을 통해 퍼져나갈 때 그 메시지의 내용은 불분명해진다. 메시지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고, 그 메시지가 '실제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테러집단이 이루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모호하게 남게 된다. 이 모호함이 오늘날의 국제적 테러집단에게는 결코 전술적 결함이 아니다. 메시지의 모호함이 과거의 사회혁명적 또는 종족적·민족적 테러집단에게는 결함이었겠지만, 오늘날의 국제적 테러집단에게는 전략의 핵심 요소이다. 공격받는 자에게 수수께끼가 주어지는데, 어떻게 해야 공격하는 자가 정치적으로 만족하게 될지, 공격받는 자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책임성명도 발표하지 않고 오로지 이미지만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테러 공격은 대립되는 이익들과 목표들 간의 어떤 타협도 원천적으로 배제한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것을 요구하는 커뮤니케이션과 분명히 다른 것이다."(236-7)
"국제 테러리즘은 더 이상 폭력을 일정한 메시지와 소식을 전하기 위해 세계의 공중에게 접근할 유일한 수단이나 선호하는 수단으로서 이용하지 않는다. 요란하게 비행기를 납치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와 요구사항들을 공중에게 알리기를 원했던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의 다양한 팔레스타인 집단들과 달리, 새로운 형태의 테러 폭력은 직접적으로 서구 세계와 그 세계에 결합해 있는 국가들의 경제적 순환구조를 겨냥한다. 이때 이 폭력은 폭력의 물리적 효과보다 심리적 효과를 노린다. 그래서 이 폭력이 테러 폭력인 것이다. 이 폭력이 파괴적인 이유는 그것이 한 나라의 기반시설과 공장, 쇼핑센터, 통제 시스템과 운송 시스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기 때문이 아니라, 이 폭력이 공포를 퍼뜨리고 그럼으로써 현대 사회의 경제가 지닌 매우 민감한 심리 조직을 부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사회들의 가장 큰 약점이 있다. 그리고 이 약점은 비교적 공격하기가 쉽다."(240-1)
6 군사적 개입과 서구의 딜레마
"20세기에 제기된 민주평화론, 즉 좁은 의미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서로 전쟁을 벌이지 않았다는 관찰의 일반화는 중요하지도 유익하지도 않다." "민주주의 사회들의 평화지향성을 다소 과잉결정한 세 가지 경향 중 첫 번째는 산업화하면서 처음에는 조금씩, 그러나 점차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전쟁 비용이고, 두 번째는 앞의 경향과 병행해서 나타나는 것으로서 명성과 명예 중심에서 목적합리성 중심으로 사회적 지향이 바뀐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경향은 이런 목적합리성이 경제적인 결정뿐만 아니라 정치적 결정도 좌우할 수 있게끔 해주는 제도적 조건의 발전이다. 민주평화론은 이 중 세번째 경향에 집중하여 한 사회가 전쟁을 준비할지 평화를 사랑할지를 '전적으로 결정하는' 요소로서 민주적 질서의 기능적 메커니즘을 조사한다." "그러나 전쟁이 비싸지는 것은 다른 두 요소들이 작용하고 전쟁을 수행할 의지와 능력이 감소하게 되는 데에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243-4)
"민주적 평화의 법칙을 오히려 다음과 같이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대칭적 전쟁을 수행할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 목표지향적으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고 선거를 통해 정치적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들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로 명약관화해진 대칭적 전쟁의 엄청난 손실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대칭적 전쟁에는 민주주의 국가들도, 자국의 손실과 경제적 부담이 과중하지 않다는 전제하에, 여전히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다. 프랑스, 영국, 미국은 1945년 이후에도 저항운동이나 독재 정부를 상대로 한 일련의 비대칭 전쟁들을 수행해왔다. 이때 전쟁 상대가 민주주의 국가인지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분쟁 상황이 비대칭적인지 여부였을 것이다. 그럴 때에 사람들은 전쟁이 자국의 큰 손실 없이 신속하게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고 예상하기 때문이다."(257-8)
"내전의 동학을 눈앞에 떠올리면, 특히 내전의 세 가지 중요한 특징, 곧 미래의 가치를 박탈하는 것을 포함하는 시간의 손실, 평화적인 능력의 주변화와 동시에 일어나는 폭력적 능력의 특권화, 그리고 내전과 연계된 이해관계의 형성을 눈앞에 떠올리면, 왜 내전이 오로지 매우 드물게만 분쟁 당사자들이 직접 협상해 실행에 옮기는 정치적 타협을 통해 종결되는지가 분명해진다." "세계경제와 결합하고, 이 세계경제로부터 전쟁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확보함으로써 내전은 장기적으로 이웃 나라의 평화경제는 물론, 심지어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들이 평화경제도 위협한다. 인권에 대한 고려보다는 바로 이런 이유에서 다른 국가들, 동맹체계, 또는 국제연합은 무력 개입의 힘을 빌려 전쟁을 끝낼 결심을 하게 된다. 이런 개입들의 논리는 기본적으로 인권정책이나 세계시민권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정치경제적 계산의 명령을 따른다."(264-5)
"새로운 전쟁이 위협적으로 발전해가는 것, 즉 내전과 내전경제가 다른 나라들의 평화경제에 위협을 가하는 것을 초반에 차단하기 위해 위험지역과 전쟁지역에 조기에 과감하게 개입해야 하는, 세 가지 근거들의 이면에는 군사적 비용과 리스크를 떠맡는 것에 유난히 예민한 서구 사회들의 정서가 있다. 이 서구 사회들은 이제 막 발발한 내전으로 인해 (난민 행렬이 몰려오고 비공식경제와 범죄경제가 증가하며, '인종 청소'와 같은 특정 전략을 다른 국가들이 모방하는 등의 형태로) 자신들에게 돌아올 정치적·경제적 부담이 군사적 개입을 할 때에 발생할 비용과 리스크보다 적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서 일단 기다리고 관망하는 정책을 취한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의 국민 대다수가 지니고 있는 이 탈영웅적 심성이 인도적 군사 개입의 정책이 18세기와 19세기, 그리고 20세기 초반의 역사에 특징적으로 나타난 것과 같은 제국적 팽창으로 바뀌지 않게 보장해준다."(271)
# 세 가지 근거
1. 내전은 점점 국경을 가로질러 확대되고 더 많은 나라들을 분쟁 속으로 끌어들여, 평화를 위한 정치 협상을 어렵게 만든다.
2. 내전이 국제 범죄조직과 연결되면서, 한 나라의 내전경제가 이웃 나라들의 평화경제에 침투하고, 국가조직을 붕괴시킨다.
3. 권력지향적 정치인들이 다수의 인구집단을 부추겨 발생하는 '인종 청소' 같은 정책은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OECD 국가들의 관점에서는 어쩌면 이런 군사적 개입들이 정치적 안정의 조건을 수출하는 것으로, 또 국가성의 기본조건을 갖추게 하는 것으로 파악될 수 있다. 정치적 안정은 분명히 공동선이다. 그것은 내전에 의해 위협받거나 이미 파괴된 사회들에 직접적으로 유익하며, 또한 중장기적으로 다른 모든 국가들에도 유익하다. 그러나 중대한 인권 침해가 외부의 개입을 통해 처벌되는 지구적 인권정치의 시대가 시작된다는 하버마스와 벡의 생각은 그런 정치에 필요한 비용의 분담에 관한 아무런 합의가 없기 때문에도 이미 비현실적이다."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는 일은 결정적으로 너무 저렴하다. 특히 그 일이 국제 테러리즘의 방법으로 이루어진다면 더욱 그렇다. 그 반면에 개입은 정치적 안정과 어느 정도의 경제적 안정도 수출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비용이 많이 들고, 그 개입이 성공적이기 위해 오래 지속되어야 할수록 비용이 더욱 많이 든다."(273-4)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 군사적 개입과 결합된 재정적 부담보다 군사적 개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리스크이다. 이런 군사적 개입 작전에 참여하는 각국의 정부는 커다란 손실이 발생하게 될 것과, 사망자와 부상자에 관한 소식이 전해지면 국민들이 일시적으로 보였던 지지가 사라질 것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군사적 개입은, 그에 대한 커다란 저항이 예상될 때에, 먼저 전투기의 투입과 해상에서 발사하는 순항미사일의 사용에 국한된다." "오랫동안 전투가 대량학살로 변하는 것을 고전적 군인정신이 가장 확실하게 막아왔다면, 이제 그것은 기술적 정확성과 사법적 통제의 조합으로 대체되었다. 대중매체들을 통해 가시화하는 이 불평등은 개입을 종종 도덕적으로 의심스러운 것으로 보이게 만들고, 그 결과로서 국민들이 정치적 지지를 철회하고 다른 편을 들게 된다."(276-7)
"첨단무기에 기반을 둔 개입 전략에 대한 대안은 용병의 투입을 늘림으로써 군사적 피해가 정치적으로 덜 중요해지게 하는 것이다. 용병은 개입국의 정치적 문제들을 적어도 단기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다." "용병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또한 전쟁은 지속적으로 비싸지는 경로를 벗어나게 된다. 정치적 리스크뿐만 아니라 부대의 훈련과 투입에 필요한 재정적 부담도 줄어든다. 그 밖에도 용병의 모집은 탈영웅적 사회의 자유시장 정신에 가장 잘 맞는다. 이런 발전이 확산되면 당연히 정치적으로 심각한 결과가 생겨날 수 있다. 무장 세력이 오로지 사업관계에만 묶여서 국가의 정치적 통제를 거의 받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쟁의 민영화는 전쟁 지역과 재난 지역에서만 아니라, 부와 권력의 중심부에서도 촉진되는 셈이다. 이렇게 민영화한 전쟁은 매우 빠르게 자립하여 시장법칙을 따라 파국에 이르는 고유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278-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