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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젠더와 사회이동 - 한국사회 계층화의 성별 차이는 줄어들었는가? ㅣ 한국학 총서 한국의 교육과 사회이동 4
신광영.김창환 지음 / 박영스토리 / 2021년 3월
평점 :
1 교육, 젠더와 사회이동: 문제제기
"학벌이 높은 청년들이 고소득 직업을 갖는 현실에서 능력(실력)이 있는 학생들이 좋은 직업을 갖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능력주의(meritocracy) 이념이 팽배해 있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보상 수준이 달라지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왔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리차드 아네손은 개인이 책임질 수 없는 요인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이익이나 불이익을 결과의 불평등에서 제거하는 것이 사회적 정의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보고, 이를 〈운 상쇄 평등주의(luck egalitarianism)〉라고 불렀다. 개인들이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의 결과에 따른 불평등이 아니라 자신들과 아무런 관게가 없는 요소에 의해서 만들어진 불평등은 부당한 불평등이라는 것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학생들 사이의 교육 기회의 불평등은 자신의 선택이라기보다는 부모의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유아기나 아동기 교육기회의 불평등에 따른 교육 격차는 아동이 책임질 수 없는 불평등이다."(11-2)
"사회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의 차별이 가장 약화된 곳은 교육의 영역이었다. 교육이 국가가 관리하는 공적인 영역으로 인식되고, 자녀수가 줄어들면서, 교육투자와 교육영역에서 남녀 차별은 크게 약화되었다. 교육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의해서 성과가 결정되는 영역이다. 그 결과,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성들의 교육 기회가 빠르게 확대되었고, 많은 나라에서 젊은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남성들의 교욱 수준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젠더 역전 현상'을 넘어서 '소년 위기(boy crisis)'라는 담론이 등장하였다. 전통적으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취학률과 학업성취에서 평균적으로 높았지만, 점차 이러한 상황이 역전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상황 하에서 소년들이 정신적으로 사회 현실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병리적인 상황이 나타났다. 그 결과 미국에서 남학생들의 자살이 여학생들보다 무려 6배 정도 더 많고, 비행과 범죄를 저지르는 남학생들이 증가하였다."(19-20)
"그렇다면, 고등교육 기회의 확대와 여성의 대학 진학률 증가 속에서 교육을 매개로 한 사회이동이 남성과 여성 사이에 동일하게 나타는가? 가부장제 사회에서 가족의 소득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인 남성들에게 교육은 직업 활동과 직접 연계된 과정으로 인식되었다. 남편이 경제력을 책임지고, 여성은 육아와 가사를 책임지는 남성가장가구 모형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90년대 이전까지 교육은 여성들에게 직업 활동보다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거나 높을 수 있는 배우자와 결혼을 하는 데 유리한 조건으로 간주되기도 하였다. 비슷한 교육수준의 남녀가 결혼을 하는 동질혼(homogamy)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교육은 결혼을 매개로 한 사회이동의 한 요소로 작용해왔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의 고등교육은 배우자의 최고 교육수준에 영향을 미치지만, 역으로 남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 정도는 매우 적었다."(29-33)
"대학교육 확대로 인하여, 대학 졸업자의 프리미엄은 크게 약화되었지만, 젠더에 따라서 그 효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아버지의 학력은 대졸 남성의 관리직과 전문직 진출에 별다른 차이를 만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에게는 가족배경이 아직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졸 여성들 가운데 아버지 학력이 높을수록, 관리직과 전문직에 종사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에게 교육은 결혼과 관련하여 또 다른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제한적인 사회에서 여성들의 고등교육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는 조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졸 여성이 관리직이나 사무직에 종사하는 배우자를 맞을 가능성은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대졸자수와 대졸자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대졸자 프리미엄이 약화된 결과 나타나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34-5)
2 젠더 교육격차: 조용한 혁명의 실체
"(1980년대 들어서 여성들의 고등교육 진출이 급격히 늘어났지만) 사회적으로 고졸자들에게 제한적으로 허용된 대학 진학의 기회는 계급뿐만 아니라 젠더에 따라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당연히 기대되는 것처럼, 최근에 와서 큰 변화를 보였지만, 2008년까지도 남자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여고 졸업생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반적으로 대학 진학률이 낮았던 1970년 남자 고등학생들의 대학 진학률도 10.5%에 불과하였다. 그에 비해서, 여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더 낮아서 3.6%에 불과하였다. 1980년에 이르러서도 그 격차는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확대되어 남자 고등학생 대학 진학률은 16.8%이었던 반면, 여학생 대학 진학률은 여전이 5.6%로 낮은 수준이었다. 전반적으로 대학 진학률이 높지 않았던 시절에도, 여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남학생보다 훨씬 낮았다."(43-4)
"2000년대에 들어서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남학생을 앞서는 젠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의 교육 영역에서 이루어진 젠더 격차의 해소는 소리 없이 이루어진 '조용한 혁명'이었다. 사회 전 영역 중에서 젠더 격차가 가장 빨리 사라진 영역이 바로 교육 영역이다. 이미 1970년대부터 서구에서 여성의 고등학교 진학률이 남성을 능가하기 시작하였다. 교육 기회가 확장되면서, 여성들이 새롭게 확장되는 교육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변화가 나타났던 것이다. 1970년대 서구의 교육 평등은 페미니즘의 대두라는 흐름 속에서 이루어졌지만, 한국에서는 교육기회의 평등을 내세운 여성들의 투쟁의 결과라기보다 저출산으로 인한 자녀수 감소에 따른 인구학적인 변화의 산물이다. 평균적으로 자녀수가 줄어들면서, 딸만 있는 가정이 크게 늘었다. 그러므로 교육에 있어서도 딸과 아들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저출산에 따른 변화가 나타났다."(47-8)
"그러나 지난 25년간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연령대인 35-44세의 남성과 여성의 학력별 경제활동 참가율 추이를 살펴보면, 학력을 불문하고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여성의 경우보다 훨씬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대졸 남성들이 가장 높은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여준 반면, 대조적으로 대졸 여성들은 가장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여주었다. 대졸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난 25년 간 큰 변화를 보여주지 않았다." "반면, 고졸 여성의 경우는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경제활동 참가율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졸 여성의 경우, 여성 가운데 가장 높은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여주었다. 대체로 소득이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구소득에 기여하기 위한 경제활동 참여로 중졸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여기에는 여성에게 학력이 취업 이외에 다른 선택지인 결혼에서 중요하게 작용한 결과라는 것을 함의하고 있다."(48-9)
"가부장제 사회는 다양한 형태의 차별과 배제를 내포한 비공식적인 사회적 기제를 통해서 또한 공식적으로 제도화된 규칙을 통해서 남성과 여성에게 각기 다른 방식의 태도와 행동을 요구한다. 대학 진학에서 나타나는 전공 선택의 성별 차이뿐만 아니라 대학 교육을 마친 이후에 이루어지는 취업이나 진학 등의 선택에서도 지속적으로 차이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취업을 한 경우, 조직 내에서의 경력과 관련해서도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 결과, 젠더, 교육과 사회이동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사회제도 속에서 상호 결합되어 하나의 독특한 '젠더 레짐'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들이다. 젠더 레짐은 남성과 여성의 역할과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법, 제도, 문화와 이데올로기로 구성된 사회 체계로 정의될 수 있다. 젠더 레짐은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이데올로기적 차원에서 성에 따른 역할과 행위규범을 포함한다."(63)
"젠더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개인과 가족의 생애 과정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 교육에서 일자리로 이동하는 이 과정도 젠더에 의해서 크게 달라진다." "고용 격차는 물론이고, 1년 이상 직장 유지비율을 보더라도 남성과 여성은 큰 차이를 보였다. 남성의 경우 직장 유지비율은 82.2%로 여성의 경우 75.4%보다 6.8% 포인트 더 높았다. 이러한 사실은 취업을 한 이후 대졸자 여성들의 경우가 대졸자 남성들에 비해서 높은 고용불안정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여성의 결혼과 출산에 따른 경력의 변화는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서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뿐만 아니라 취업 이후에서도 이러한 여성의 특성을 고려한 업무배치와 승진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여성들은 임금이 낮은 직종이나 직장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크고, 취직 이후에도 경력이 고려되지 않은 일자리로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64-8)
"그렇다면, 한국에서 고학력 여성들의 임금은 고학력 남성과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고 있나?"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GOMS) 자료를 분석한 결과, 먼저 전체 월평균 임금과 비교해서 전공에 관계없이 모든 대졸 여성들의 평균 임금이 대졸자 평균 임금보다 낮게 나타났다. 2006년 남성 대졸자의 초임은 196.88만원이었고, 여성의 월평균 초임은 남성의 73.7%에 해당하는 144.90만원에 불과하였다. 의·약학 계열인 경우에도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전체 대졸자 월평균 임금보다 낮았다." "교육계열 졸업자들의 경우, 여성들의 취업률이 남성들보다 더 높았지만, 월평균 임금은 남성에 비해서 훨씬 낮았다. 교육계열 남성 졸업자의 평균 임금이 194만 4천원이었지만, 여성 졸업자의 월평균 임금은 153만 5천 7백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경우는 대부분이 대졸 여성들이지만, 월급은 상대적으로 낮아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다."(68-70)
3 성별전공분리와 20대 대졸자 성별소득격차
"노동경력 초기에 연령을 통제하지 않은 성별 효과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여기에는 두 가지 해석의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20대 때는 1~2년의 작은 연령 격차에도 성실성, 심리적 안정성 등 인간적 성숙도에 큰 차이가 있고, 이러한 차이가 노동시장에 잘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설사 노동시장에 들어온 대학 졸업자 개인의 성격이 고용주에게 직접 관찰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인사담당자들이 경험적으로 이러한 경향을 알고 있다면 채용 시 연령에 기반한 통계적 차별(statistical discrimination)을 할 수 있다. 고용주가 차별의 의도가 없지만, 누가 더 오랫동안 열심히 일할지, 누가 더 성숙한지 지원자 개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이 어린 여성보다 2~3살이 많은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을 말한다. 복학생 출신의 남성을 선호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연령과 군복무가 인간적 성숙도의 대리변수로 작동하는 것이다."(79-80)
"다른 가능성은 연장자를 중시하는 유교문화의 연령차별주의(ageism)가 성차별 기제의 하나로 작동하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직접적 차별은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지만, 연령차별주의는 한국사회에서 문화적으로 받아들여지고, 대졸자의 연령에 성별로 체계적인 격차가 있기 때문에 연령을 이용하여 노동시장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다. 이 경우 연령과 군복무가 성숙도의 대리변수가 아니라 여성을 배제하기 위한 정당화 기제로 이용된다. 이 두 가지 가능성을 엄밀히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연령 효과가 인간적 성숙도의 대리변수로서 작동한다면, 연령이 같은 경우 성별 격차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반해 연령효과가 성차별기제의 하나로 작동한다면 고연령에서 성별소득격차가 상대적으로 더 높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 여성의 고연령은 인간적 성숙도의 척도가 되지 않고 남성의 상대적 고연령만 성숙의 척도로 작용하는 것이다."(80)
"각 연령별로 (학교, 전공, 자격증 등의) 모든 인적자본 변수를 통제한 후 여성의 불이익 정도를 측정해보면, 여성의 불이익은 21, 22세를 제외하고 통계적으로 유의하며, 불이익 정도가 연령에 따라 높아진다. 인적자본을 통제한 후 23세에 여성의 소득불이익은 동일 연령 남성에 비해 평균 14.6%지만, 29세가 되면 불이익은 21.8%로 커진다. 즉, 같은 학교 같은 과를 졸업했더라도 남녀가 연령이 같으면 20대 중반보다는 20대 후반에서 성별소득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대학유형에 따라 나눠보면 4년제는 29세 때 동일 연령, 동일 인적자본 남성 대비 여성의 소득 불이익이 22.1%이고, 2년제는 26.7%에 이른다. 이러한 결과는 연령 효과가 성별과 관계없이 중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차별의 한 기제로 작동한다는 것을 함의한다." "즉, 경력 단절 이전 20대 청년층에서도 여성이 남성 대비 노동시장에서 크게 불리한 위치에 있고 그 원인이 여성차별일 가능성이 농후하다."(88-9)
"성별전공분리보다는 같은 전공 내 성별 격차가 전체 성별소득격차를 낳는 주원인이다. 대부분의 성별소득격차는 성차별기제로 작동하는 연령차별주의에 근거한 남성 지원자 선호와 그에 따른 민간부문 노동시장에서의 지위 할당의 여성차별로 설명된다. 법적 통제가 강한 정부와 교육 부문으로 노동시장을 한정하면 성별소득격차는 2.6%로 크게 축소되고, 성별소득격차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같은 조건의 남성 대비 여성불이익은 엘리트 대학 출신 여성이 비엘리트 대학 출신 여성보다 더 크게 겪는다. 2년제 대학 출신 여성의 소득불이익은 16.9%지만 상위 10위권 출신 여성의 불이익은 21.7%에 이른다. 노동시장에서 여성차별이 만연한 상태에서 여성의 경력단절 완화에 중점을 둔 정책은 한계가 있다." "성별소득격차의 축소를 위해서는 여성의 경력단절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진입 초기의 여성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는 정책 개발이 시급하다."(100)
4 교육, 결혼과 사회이동
"가부장제 전통이 강한 가족체제에서 교육은 남성의 경제활동과 직접 관련을 맺는다. 남성이 경제를 책임지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과 사회 이동과의 관계에서 여성의 교육은 한국 사회에서 서구 사회와 다르게 기능한다. 한국에는 아직도 전통적인 가구모형인 남성 가장 가구 모형(male breadwinner model)이 강하게 남아 있다. 남성이 가장으로서 가족의 경제를 책임지며, 가족 내에서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한다. 그러므로 남성에게 교육은 직업을 얻고, 결혼하여 가족의 경제를 책임지는 것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여성들의 경제적 책임이 강조되지 않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교육은 주로 자녀 양육이나 사회적 자본이라는 또다른 지위재(positional goods)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여성에게 강조된 '현모양처' 이데올로기는 직업과 관련된 인적 자본이 아니라 현명한 어머니의 자질로서 학력을 강조하였다."(115-7)
"성별 교육수준에 따른 직업분포(1998년)에서 알 수 있는 점은 직업의 분포가 학력에 따라 크게 달라질 뿐만 아니라, 성별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초대 졸(2~3년제 전문대졸) 이상의 고학력 남성의 경우, 48.99%가 관리직/전문직으로 진출하였고, 24.14%가 사무직으로 진출하였다. 반면 고학력 여성의 경우 60.89%가 관리직/전문직으로 진출하여, 관리직/전문직으로 진출하는 비율이 남성보다 훨씬 높았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성들이 관리직보다는 전문직으로 진출하여, 조직 내에서 권위를 갖는 직업보다는 전문성에 기초한 직업으로 진출하는 경향을 보인다. 2018년 대졸 여성의 관리직 비율은 1.36%로 남성 4.37%에 비해서 낮았으나, 전문직 비율은 34.42%로 남성 31.56%에 비해서 더 높았다. 이것은 여성들이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배제가 강한 조직문화 대신에 자신의 전문성에 의해서 평가를 받는 직업을 선호함을 의미한다."(122-4)
"교육이 여성들의 결혼 조건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여 동질혼의 비중이 높은 한국사회의 특징은 여성들에게도 가부장제 결혼관이 강하게 내면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가부장제 가족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고학력 여성들이 저학력 남성들과 결혼하지 않는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가부장제적 의식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강하게 내면화되어 있어서, 많은 여성들은 당연히 남성의 학력이 여성들과 같거나 혹은 더 높아야 한다는 의식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교육수준이 낮은 배우자와 결혼이 이루어지는 강혼(降婚)은 한국 여성들에게서는 매우 드물다. 이러한 점은 OECD 회원국들의 교육 수준별 부부 분포와 비교하면 더욱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부부 모두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은 비율은 2008년 주요 OECD 회원국에서 13.2%에 불과하였고, 본인의 학력이 배우자의 학력보다 높은 경우(강혼)는 남성의 경우 19.2%(한국 28.15%, 2010년 기준), 여성의 경우 15.4%(한국 8.33%)이었다."(133)
5 한국에서 교육은 성별에 따라서 어떻게 다르게 작동했는가?
"적어도 가족과 학교 수준에서 젠더와 관련하여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지만, 교육과 노동시장에서의 젠더는 여전히 전통적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대학 전공 선택에서 남학생과 여학생은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여학생들이 인문사회과학이나 예술에 집중되어 있고, 수학, 과학과 공학을 선택하는 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고등교육에서 오랜 기간 동안에 형성된 젠더화된 전공 이미지가 아직까지 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학 졸업 후 노동시장으로의 진출과 관련해서도 큰 변화는 일어나고 있지 않다. 여학생들의 경우, 경제활동참가율이 아직도 낮은 수준이고, 경제활동에 참가한 이후, 결혼과 출산을 하는 경우에 직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출산 이후에 직장을 계속해서 다닐 수 있는 여건이 제도적으로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출산 후 직장을 유지하는 비율은 대단히 낮다."(145-6)
"대학교육의 확대로, 대학 졸업자의 프리미엄은 크게 약화되었다. 그러나 대학의 프리미엄은 남성과 여성에게 다르게 나타났다. 대졸자가 독점했던, 관리직과 전문직에서 대졸 남성의 비율은 크게 줄어들었다. 대학교육이 확대되면서 가족 배경의 효과도 약화되었다. 남성의 경우, 아버지의 학력은 대졸 남성의 관리직과 전문직 진출에 별다른 차이를 낳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에게는 가족 배경이 아직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 여성들 가운데 아버지 학력이 높을수록, 관리직과 전문직에 종사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의 고등교육은 (배우자의 학력이 더 높은) 승혼(昇婚)을 통한 상승이동 수단으로 기능한다. 교육은 여성들에게 결혼을 통해서도 사회이동을 경험하게 한다. 다만 대졸자의 지속적인 양적 증가로 대졸 여성이 관리직과 사무직 배우자를 맞을 가능성은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47-8)
"그 대신에 대학졸업자가 아니라 어떤 대학을 졸업했는가 하는 〈대학의 수준〉이 더 중요해지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학입시 경쟁이 아니라 특정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학생들의 경쟁이 가속화되는 이유이다. 여학생들의 경우에도,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어떤 대학을 졸업했는가〉가 더 중요해졌다. 노동시장 진출뿐만 아니라 결혼에서도 학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교육은 여성들에게는 더 중요해졌다. 이런 점에서 21세기 한국에서 가시화된 교육 부문의 '젠더 역전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과 여성 배제적 노동시장 사이의 간극은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한국의 가부장제에 더 강한 불만과 저항을 낳게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가부장제 사회에서 동질혼을 통한 대졸자 여성이 누리는 결혼에서의 프리미엄이 유지되는 한, 고학력 여성들의 불만과 저항은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주된 이유는 고학력 여성들에게는 결혼이라는 탈출구가 있기 때문이다."(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