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 문명을 읽는 새로운 코드 옥스퍼드 세계사
대니얼 R. 헤드릭 지음, 김영태 옮김 / 다른세상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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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도구를 만들어낸 후에는 도구가 우리를 만든다." - 마샬 맥루한


옛 호모 사피엔스를 신인류로 재탄생하게 만든 요인은 바로 문화이다. 수백만 년 동안 생물학적 진화에 묶여 있던 인류에게 "상징 표현이 갑작스럽게 등장하면서 인류의 문화는 절대 느려지거나 멈추지 않게 되었으며 새롭고 더 창의적인 발전 방법을 찾아나가게 되었다."(18) 신석기 시대에 정착문화가 확산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을 찾는 데 몰입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너무 무겁거나 약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었던 물건들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29) 인류의 신체와 두뇌는 신석기 시대에 정체되어 있었지만 "이들이 만든 유물의 다양성·효율성·의미는 지수적으로 증가하였다. 기원전 1만 년경 이들의 기술과 제작품 덕분에 인간은 가장 효율적인 수렵채집자가 되었으며, 이전에 보지 못한 가장 성공적인 포식자가 되었다."(33)


신석기 마을에서 문명사회로 전환할 수 있었던 주요인은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 잉여 식량을 생산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급진적이고 새로운 사회조직이 생산을 증대시키는 새로운 농업기술과 함께 등장한 셈이다."(36) 최초의 문명사회는 강이나 호수에서 물을 끌어들이는 건조 지대와 사막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강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정착한 사람들은 농지에 물을 대기 위해 운하나 둑을 쌓는 토지 작업을 하면서, 협동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고대 문명이 남긴 "문자 기록과 기념물, 대부분의 수공예품은 엘리트가 만들었거나 엘리트를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그러므로 "초기 문명을 특징짓는 기술들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을 비롯하여 소수의 엘리트가 다수의 사람들을 지배하는 능력을 크게 발전시켰다."(62-3)


철기시대 초기에 생산된 괴철bloom은 "청동보다 부드러웠지만, 쉽게 부서지고 날이 쉬 무뎌지며 녹이 잘 슬었다." 그럼에도 철은 "거의 모든 국가의 발굴하기 쉬운 지표면 근처에서 광석이 대량으로 발견된다"는 엄청난 장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점차 널리 쓰이게 되었다.(67) 말과 바퀴 달린 이동수단 그리고 "저렴한 철제 무기가 널리 퍼져나가면서 유라시아 전역이 전쟁에 휩싸였다."(72) 철기시대에는 모든 건설사업이 관개시설이나 운하처럼 "수력과 관계된 것만은 아니었다. 제국은 통일한 영토를 지키기 위해 우수한 운송수단이 필요했다. 따라서 도로 건설은 부분적으로는 무역을 위해, 더 중요하게는 수도와 외곽 지방 사이의 빠른 통신과 원활한 군대 이동을 위해 필수적이었다."(78)


"8세기 초 등자가 유럽에 도달하였고 여기서 전쟁의 혁명이 일어났다. 프랑크족의 지도자인 샤를 마르텔은 무거운 창으로 무장한 기병(창기병)의 가능성을 깨달은 유럽 최초의 지도자였다. 기수가 창을 단단히 잡고 등자가 있는 말과 한 몸이 되어 달리면, 창 자체의 무게뿐 아니라 기수와 말의 무게까지 전달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창기병의 창은 보병이 던진 창보다 훨씬 더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105) 말 가슴걸이와 편자의 발명은 농업 혁명뿐만 아니라 운송 혁명도 불러왔다. "목수들은 회전이 가능한 앞 차축, 브레이크, 물추리막대whippletree(길모퉁이를 돌 때 두 말이 끄는 짐의 무게를 같게 해 주는 수평막대)를 갖춘 바퀴가 네 개인 마차를 만들었다. 12세기에는 이런 무거운 마차를 흔히 볼 수 있었다."(118)


대항해 시대는 세계의 중심을 유럽대륙 너머로 확장시켰다. "폭풍이 몰아치는 유럽의 대서양 쪽으로 항해하기 위해서 북유럽의 선박 기술자들은 카그cog라고 불리는, 커다란 사각돛과 한 개의 돛대를 가진 둥근 통 모양의 배를 만들었다." 15세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선박 제조업자들은 "갤리선과 카그선의 장점만을 결합하여 카라벨caravel이라고 부르는 배를 만들었는데, 이 배는 세계 어느 대양에서나 항해가 가능했다." 바스코 다 가마, 콜럼버스와 마젤란 모두 개량한 카라벨을 타고 항해에 나섰다. 카라벨의 더 큰 형태인 "무장 상선 캐럭carrack과 큰 돛을 단 상선 갤리언galleon은 다음 4세기 동안 유럽 항해의 버팀줄이 되었다."(131) 16세기에 아메리카에서 들여온 옥수수와 카사바는 열대우림 지역에서도 잘 자라나 아프리카인의 생존력을 크게 높였다.


18세기 산업혁명은 본질적으로 네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는 분업화이다. 이는 공장·농장·건설 현장에서 하는 일을 일련의 단순화 작업으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하여 생산·운송·통신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세 번째는 처음 두 가지의 결과물, 다시 말해 예전 방식으로 만든 제품보다 저렴해진 대량생산된 제품을 말한다. 그리고 네 번째는 화석 연료로부터 역학적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158) 증기기관은 "석탄·철·기계 제작의 다른 세 가지 산업과 발맞추어 진화하였다. 석탄은 물을 퍼내고, 기계를 돌리고, 마차를 끌고, 광산에서 승강기를 들어 올리는 엔진의 연료로 사용되었다." 그중에서도 "동시대 사람들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긴 것은 증기기관을 운송에 응용한 것이었다."(170-1)


"19세기 후반에 들어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이전 100년 동안 이룩한 기술의 승리였다. 1869년에 일어난 두 가지 사건이 이런 승리를 잘 보여주었다. 첫 번째 사건은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의 개통이었다. 이로써 유럽과 동남아시아가 연결되었다. 두 번째 사건은 미국의 동해안과 서해안을 연결하는 최초의 철도가 개통된 것이었다."(188) 적당량의 탄소를 함유하여 단단하면서도 휘어지는 강철은 철도와 해운을 전세계로 확산시켰다. 영국인 헨리 베세머는 강철 생산 과정을 개량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한 번에 수 톤의 강철을 얻을 수 있는 거대한 전환로converter를 만들었다." 곧이어 한층 발전한 "지멘스-마르탱 평로법Siemens-Martin open-hearth furnace과 길크리스트-토머스법Gilchrist-Thomas process(1875)"이 등장한다.(189-90)


"20세기에 내연기관보다 인간의 삶과 환경에 더 큰 충격을 준 기술은 없었다. 화실이 실린더와 분리된 증기기관과 달리, 내연기관에서는 연료가 실린더 내부에서 연소되고 더 많은 에너지가 운동으로 바뀌었다. 이런 아이디어는 17세기부터 존재했지만 실제로 작동이 되는 내연기관을 처음 제작한 사람은 1859년 프랑스의 기술자 에티엔 르누아르였다." 다음 목표는 "내연기관을 (운송수단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가스관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이었다. 1883년 독일의 기술자 카를 벤츠가 석유로부터 등유를 얻을 때 생기는 부산물인 휘발유를 기화시키는 법을 발견했다. 3년 후 벤츠는 다른 독일의 기술자 고트리프 다임러가 했듯이 3륜 마차에 휘발유 엔진을 달았다. 다임러와 벤츠는 곧 힘을 합쳐 최초의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19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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