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 세상을 조종해온 세 가지 논리
앨버트 O. 허시먼 지음, 이근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용수철은 세게 누를수록 더 힘껏 튀어오른다. 하지만 굳이 누르지 않으면 스스로 무릎을 굽혀 도약하지 않는다. 보수는 외부의 작용과 변화 강도에 맞춘 반발력으로 등장하는데 이를 '반동(reaction)'이라 한다.

1. 역효과 명제(perversity thesis)
현질서에 반발하여 새로운 제도와 개혁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항상 개선이 아니라 부작용을 유발한다. 프랑스 혁명의 거센 파도는 온갖 유혈사태와 혼란을 불러왔고, 결국 나폴레옹의 독재로 마감되었다. 자유를 향한 시도가 오히려 전제정을 불러온 것이다. 이렇듯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매번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 자유, 평등의 원리나 인권 선언도 혁명 이전부터 맹아적으로 발생한 움직임이었다.

2. 무용 명제(futility thesis)
보통선거는 도입 당시에는 일정한 재산이 있고 법이 정한 세금을 낼 수 있는 부르주아들의 권리였다. 근대사상에서 소유권은 인격의 일부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제한 참정권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모든 사회는 근본적으로 지배자와 피지배자, 엘리트와 군중으로 나뉘기 때문에 어리석은 군중에게 참정권을 주는 건 쓸모없는 행위이다. 무용명제는 어떤 행동도 본질상 아무런 파장을 일으키지 못한다고 말한다.

3. 위험명제(jeopardy thesis)
20세기 두차례의 전쟁을 거친 후 무너진 사회 질서를 복구하는 와중에 복지정책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위험 명제론자'들은 '이것이 저것을 죽일 것이다'라는 테제 아래 섣부른 복지 정책의 도입이 경제의 근간을 위태롭게 하고, 결국에는 과거의 소중한 전통인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간섭은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위험요소라는 것이다.

결언에 이르러 저자는 진보 3명제를 보수 3명제에 나란히 붙여 제시한다. 저자의 목적은 양 진영 논리의 허점을 폭로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수사학을 파악하고 꾸준히 대화하여 공존하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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