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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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건한' 종교의 가르침은 비록 그 자체로는 극단적이지 않아도 극단주의로 이어지는 공개 초청장이 된다. - 본문 중에서

도킨스는 불가지론자이거나 종교와 과학의 화해를 말하는 중용론자가 아니다. 그는 강력한 '무신론자'로서 종교 자체의 소거를 주장한다. 풍부한 논증으로 근본주의 탈레반과 맞서는 저자의 견결한 태도는 매우 합리적이며 공공선에 부합하는 듯 보인다.

이런 전투자세는 각종 신도 모자라 조상복마저 비는 우리에게는 낯설어 보이지만 절대자의 위엄 앞에 짓눌려온 서양의 개인들이 르네상스와 근대의 존재론적 회의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교의 폐해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저자의 자리가 소수자(혹은 소수권력)의 옆이라는 점이 곧 논증의 정합성을 보장해주지는 않는 바, 논점으로 삼을 수 있는 많은 재료들 중에 2가지만 중점적으로 고찰해보면,

1. 부시와 빈 라덴(그리고 그들의 무수한 선배들)으로 대표되는 근본주의 탈레반들이 오로지 자신의 종교적 믿음을 위해서 이 모든 비극을 연주한다는 가정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설사 그들이 완전한 종교적 열정에 휩싸여 서로를 향한 파괴 행위를 기도하더라도 그 실행을 뒷받침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세속적 권력과 이익 추구 집단이다.

그들 전체가 유신론에 휩싸인 광신도 집단이라고 가정하는 건 프리메이슨의 세계 정복 야욕이 현실적 위협이라는 것과 별다를 바 없는 주장이다. 그들 대부분은 'Money' God을 섬기는 유물론자들로서 종교는 그들이 대중을 미혹할 때 주입하는 유용하고도 강력한 수단 중의 하나일 것이다. 현대에는 신의 자리에 올라선 향락, 욕망, 자본, 이데올로기가 차고 넘친다.

2. 도킨스는 인간의 합리적 이성을 바탕으로 조직된 사회의 건강성을 매우 긍정하지만, 그것은 종교라는 비합리성에 바탕을 둔 상대가 반대편에서 강력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대는 바가 크다.

그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비롯한 밈 이론을 사회 영역까지 확장함으로써 윌슨과 더불어 사회생물학의 강력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생물학은 (사회적) 불평등이 생물학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불가피하고 변화불가능한 조건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인간의 '모든' 측면이 유전자 안에 부호화되어 있고 자연선택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도킨스 자신은 그런 극단적인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할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회생물학은 (사회)권력으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으며, 그 양상은 과거의 종교가 누린 명성과 닮아있다. 이것은 마치 예수 운동이 가졌던 혁명적 사회평등 사상이 전부 거세되고 세속화된 교회들만 건재한 현실과 유사하다.

즉, 도킨스의 선의와 상관없이 사회적 밈의 영역안에서 그의 명확한 논리를 신봉하는 집단은 자신의 세력이 확고해질수록 상대방에 대한 일상적인 모욕과 배타적인 태도를 내면화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그들의 과학적 신념은 때론 종교적이기까지 하다.

비유하자면, 종교는 기부를 말하고 과학은 복지를 말한다. 나는 자발적 기부가 활발한 사회보다 보편적인 복지가 널리 깔려있는 사회가 훨씬 건강하다고 생각하지만 둘 중에 하나만 있는 세상은 꽤나 삭막하리라 생각한다.

아마 그 행위 안에 '사랑'은 거의 담겨져 있지 않을테고 세상은 여전히, 그리고 영원히 설명할 수 없는 섭리들로 채워져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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