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범우사상신서 19
콜린 윌슨 지음 / 범우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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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해석보다는 공감을 바라며, 설명보다는 이해를 구한다. 선명한 햇빛 아래 서기보다는 안개 속에 파묻혀 너와 나의 구별을 무화하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시와 소설이 추구하는 묘사는 반동이다. 그것은 불투명성을 확장할 뿐이다. 가장 천한 것으로부터 가장 고귀한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해석을 포용한다.

우열을 지우고 기준을 무너뜨리니, 문학의 자리는 자주 비었으나 결코 폐쇄되지 않는 도피처이다.

그러나 문화를 생각해보라. 'ㄱ'이 떨어져 나가면서 딱딱하게 굳었던 얼음이 풀린다.

흡사 꽉 묶여있던 자루의 밑이 터진 듯하다. 내용물이 쏟아져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이것은 일견 많은 혼돈을 유발한 것 같지만, 이전에 누구도 분명히 볼 수 없도록-비록 느끼고, 기억하고, 추론할 수는 있었지만- 감추어져 있던 조각들이 외부로 노출되는 '사건'이다. 햇빛 아래 드러나는 '사건'이다.

이 많은 조각을, 모양을 구상하고 배열하고 흩어버리고 재창조하는 과정은 아마도 끝나지 않는 여정이겠지만 숨김이 없다.

이제 저 엄청난 더미를 향한 시지프스의 도전은 질서를 갈구하면서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이것이 역설적으로 문학의 존재이유이며-자루를 만들어내는- 또한 문학만으로 세상을, 그리고 자신을 구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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