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별을 위한 시간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모두 읽고 표지를 다시 보았다. 소설의 내용을 표지에 모두 담은 디자이너 분의 능력이 놀랍다. 내용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예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일러스트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중력의 임무》의 표지도 깔끔하면서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까지 읽으니 출판사에 호감이 간다.

 

이 책은 1956년에 발표된 SF 소설이므로 시대상을 감안하고 보았다. 아빠와 엄마의 전통적인 캐릭터성과 그 밖의 캐릭터들의 고정관념에 따른 성역할들을 흐린 눈으로 보며 넘어갔다. 그래도 소설에 등장하는 학자들에 여성 캐릭터들을 분배해놓음으로써 면죄부를 주고 싶다. 뒤로 갈수록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도 하고.... 우주선 안이라는 환경 안에서는 나름 신경 쓴 듯하다.

 

이 책의 두 가지 키워드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쌍둥이이다. 시간의 상대성으로 인하여 지구에 남아있는 쌍둥이와 광속에 가깝게 움직이는 우주선 안의 쌍둥이의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흘러간다. 여기까지는 널리 알려진 쌍둥이 역설이다. 자, 여기에 쌍둥이는 일반 사람들과 다른 특수한 관계라는 세간의 미신을 끼얹으면 어떻게 될까?

 

이 소설은 돈이 정말 정말 많은 가상의 단체를 등장시켜 우리의 상상을 현실로 실현한다.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당사자인 쌍둥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물리학은 어떤 변화를 맞을지에 대해 나름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이야기를 읽을 때 상대성이론에 대한 물리학 지식이나 우주에 대한 천문학 지식은 크게 필요 없다. 만약 영화<인터스텔라>를 이미 보았다면 이해는 더 빨라진다. 여기에 부드럽게 읽히는 번역과 빠른 전개가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더한다.

 

물리학은 쌍둥이의 관계와 성장을 묘사하기 위해 이용당했다고 표현해도 과장되지 않을 정도로 화자 톰에 대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나는 쌍둥이가 아니지만 앞부분에 톰이 팻에 대하여 생각하는 부분이 첫째로서 공감이 갔다. 쌍둥이라도 형제 관계는 애증인가 보다.

 

결말이 100퍼센트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해피엔딩에 닫힌 결말인 점에 별 네 개를 준다. 나머지 별 하나는 매끄러운 번역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맨날 베스트셀러만 읽지만 이 책은 뒤늦게 읽었다. 베스트셀러 1위이면 다들 읽는 것 같아서 굳이 나까지 읽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이 책이 나왔을 즈음 한창 바빴기 때문에 책을 읽을 여유가 없었다. 늦게 읽은 책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나름 배운 점과 생각한 점을 기록해둔다.

 

표지의 부제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에서 알 수 있듯이 오스트리아 출신의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장점은 철학자청년의 대화 형식이다. 덕분에 철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알록달록한 본문 인쇄 또한 이 책이 쉽게 읽히는데 한몫한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찾던 것은 '아들러 심리학'이 아니라 기시미 이치로라는 한 철학자의 필터를 통해 걸러진, 말하자면 '기시미의 아들러학'이었음을."(325쪽, 책을 마치고 중에서)

고가 후미타케의 소회처럼 이 책에서 주장하는 이론들은 기시미 이치로라는 철학자가 고대 그리스 철학을 바탕으로 받아들인 아들러 심리학이다. 그러니 정말 말하자면 순수 아들러 심리학이 아닌 '기시미의 아들러학'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물론 이 책을 자기계발서 목적으로 보는 사람은 그냥 이 책만 읽어도 상관없을 듯하다.

 

 "어떠한 경험도 그 자체는 성공의 원인도 실패의 원인도 아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받은 충격-즉 트라우마-으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경험 안에서 목적에 맞는 수단을 찾아낸다.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다"(미움받을 용기, 37쪽)

경험의 의미에 관해서 또 다른 심리학자 존 듀이의 교육 이론과 비교해볼 만하다. 듀이의 교육론에서 '경험'은 학생의 경험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학생들을 바람직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수단일 뿐이다. 여기서 목적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 지는 '바람직한 변화'라고 듀이는 말한다. 여기서 경험이 수단이라는 점은 같다. 그렇지만 듀이의 이론이 수단(경험)→목적(바람직한 변화)의 순서라면 아들러는 이 순서를 거꾸로 뒤집었다. 목적(마땅한 이유-善)→수단(경험)으로. 아들러에 의하면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목적(善)으로 경험의 의미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아들러 심리학은 타인을 바꾸기 위한 심리학이 아니라 자신을 바꾸기 위한 심리학일세."(미움받을 용기, 132쪽)

듀이는 학생을 가르치기 위한 밖으로 향하는 이론이며, 아들러는 자기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한 안으로 향하는 이론이라는 점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낸 듯하다.

 

『미움받을 용기』에서 좋았던 내용 2가지를 꼽자면 '열등감'에 대한 이야기(91쪽)와 '과제를 분리'하는 이야기(159쪽)이다.

1) 열등감과 열등 콤플렉스는 다르다. "열등 콤플렉스는 자신의 열등감을 변명거리로 삼기 시작한 상태"(94쪽)이다. 이 콤플렉스는 "자랑하는 사람(101쪽)"이라는 반대의 형태로도 나타나며, "성장 과정에서 자신이 겪은 불행을 마치 뽐내듯 말하는"(101쪽) '불행 자랑'의 형태로도 나타난다. 이 세 가지의 건전하지 못한 열등감에 대한 이야기에서 떠오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 자신도 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다.

아들러는 "건전한 열등감이란 타인과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나'와 비교해서 생기는 것"(105쪽)이라고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열등감은 "지금의 나보다 앞서 나가려는 것"(107쪽)을 위한 "노력과 성장의 촉진제"(92쪽)가 된다.

2) '세 번째 밤' 단원에서 철학자는 우리에게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163쪽)다는 것을 인정하고, "타인의 과제는 버리"(167쪽)라고 주문한다. 여기서 부모와 자식 관계를 예로 들어 설명하는데, 부모님과의 갈등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질 이야기였다.

 

다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살 것인가?'라는 개인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내용이다. 이 책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타인을 판단하거나 변화시키려 하는 것은 금물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의 내용은 나 자신의 마음의 평화와 자기계발을 위한 심리학이다. 이는 위에 인용한 "타인을 바꾸기 위한 심리학이 아니라 자신을 바꾸기 위한 심리학"(132쪽)이라는 구절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또한 철학자는 타인의 변화는 타인의 과제이므로 개입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내 생각을 덧붙이자면, 이 책의 내용(아들러 심리학)을 통해서 인생이 바뀐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이 책의 모든 내용을 무리해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어디까지나 이 책의 목표는 '행복한 인생'이므로 나에게 맞는 내용만 취사선택해서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이 책의 '첫 번째 밤' 단원에서 철학자의 논리와 달리, 나는 개인적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경험(트라우마)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굳이 그 경험을 억지로 극복할 필요가 있을까?

 

+

 『미움받을 용기』'첫 번째 밤' 단원 중에서 감정에 대한 내용(40쪽-인간은 분노를 지어낸다)에 흥미를 느꼈다면, 오른쪽의 책 『아들러의 감정수업』이 해답이 될 것 같다. 사실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 내가 원래 알고 있던 내용은 『미움받을 용기』와 별로 겹치지 않는다. 아들러 심리학에 대한 책을 검색해보니, 『아들러의 감정수업』의 목차가 내가 접했었던 아들러 심리학과 가장 비슷하다. 좀 더 구체적이고, 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내용이므로 다른 기분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보관함에 넣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 소개된 논리들은 말그대로 나를 위한 심리학이다. 이 논리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적용시키기 시작하는 순간 공감능력 없는 사람될 듯... 대화체로 구성되어서인지 중간중간 번역투도 감점요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별을 위한 시간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톰의 입장도, 팻의 입장도 모두 이해된다. 마찬가지로 지구에 남아있고 싶은 마음도, 우주로 떠나고 싶은 마음도.... 형제 관계란 무엇일까? 이 책을 진짜 쌍둥이가 읽으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이트 호스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 왜 소설집 제목이 '화이트 호스(White horse)'라는 영어 제목인지 의아했는데, 읽다 보니 납득이 갔다. 그래도 영어 알레르기가 있는 내게 아직은 소설 표지에 적힌 영문이 낯설다.

 

-----

"여성들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시작되는 지독하고 아름다운 고딕 스릴러"

 

뒤표지의 홍보 문구이다. '고딕 스릴러'라는 장르가 정확히 뭔진 잘 와닿진 않았지만, 소설들이 모두 으스스했다.... 한국 여성의 일상에서 이만큼의 무서움을 끄집어 내다니 신기했다. 소설 한 편 한 편마다 여운이 길어서 하루에 하나씩 아껴가며 읽었다. 단편이지만 결말을 확인하고 다시 되짚어 읽는 과정도 즐거웠다.

 

_____

+

*<음복>에서 좋았던 점이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를 그려낸 점이었는데, 다른 소설들도 이런 기대를 만족시켜 주었다. 그래도 굳이 <음복>과 가장 비슷한 소설을 꼽으라면 <가원>이다.

 

* <카밀라>라는 소설에서, 어렸을 때 읽었던 『흡혈귀 카르밀라』 가 떠올랐다. 여성 뱀파이어에 여성 피해자라는 구도가 특이해서 좋았던 소설인데, 갑자기 다시 보고 싶어졌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옛날 초등학교 학급문고에 동성애 소설이 꽂혀 있었다는 게 놀랍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