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베스트셀러만 읽지만 이 책은 뒤늦게 읽었다. 베스트셀러 1위이면 다들 읽는 것 같아서 굳이 나까지 읽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이 책이 나왔을 즈음 한창 바빴기 때문에 책을 읽을 여유가 없었다. 늦게 읽은 책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나름 배운 점과 생각한 점을 기록해둔다.

 

표지의 부제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에서 알 수 있듯이 오스트리아 출신의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장점은 철학자청년의 대화 형식이다. 덕분에 철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알록달록한 본문 인쇄 또한 이 책이 쉽게 읽히는데 한몫한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찾던 것은 '아들러 심리학'이 아니라 기시미 이치로라는 한 철학자의 필터를 통해 걸러진, 말하자면 '기시미의 아들러학'이었음을."(325쪽, 책을 마치고 중에서)

고가 후미타케의 소회처럼 이 책에서 주장하는 이론들은 기시미 이치로라는 철학자가 고대 그리스 철학을 바탕으로 받아들인 아들러 심리학이다. 그러니 정말 말하자면 순수 아들러 심리학이 아닌 '기시미의 아들러학'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물론 이 책을 자기계발서 목적으로 보는 사람은 그냥 이 책만 읽어도 상관없을 듯하다.

 

 "어떠한 경험도 그 자체는 성공의 원인도 실패의 원인도 아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받은 충격-즉 트라우마-으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경험 안에서 목적에 맞는 수단을 찾아낸다.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다"(미움받을 용기, 37쪽)

경험의 의미에 관해서 또 다른 심리학자 존 듀이의 교육 이론과 비교해볼 만하다. 듀이의 교육론에서 '경험'은 학생의 경험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학생들을 바람직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수단일 뿐이다. 여기서 목적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 지는 '바람직한 변화'라고 듀이는 말한다. 여기서 경험이 수단이라는 점은 같다. 그렇지만 듀이의 이론이 수단(경험)→목적(바람직한 변화)의 순서라면 아들러는 이 순서를 거꾸로 뒤집었다. 목적(마땅한 이유-善)→수단(경험)으로. 아들러에 의하면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목적(善)으로 경험의 의미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아들러 심리학은 타인을 바꾸기 위한 심리학이 아니라 자신을 바꾸기 위한 심리학일세."(미움받을 용기, 132쪽)

듀이는 학생을 가르치기 위한 밖으로 향하는 이론이며, 아들러는 자기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한 안으로 향하는 이론이라는 점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낸 듯하다.

 

『미움받을 용기』에서 좋았던 내용 2가지를 꼽자면 '열등감'에 대한 이야기(91쪽)와 '과제를 분리'하는 이야기(159쪽)이다.

1) 열등감과 열등 콤플렉스는 다르다. "열등 콤플렉스는 자신의 열등감을 변명거리로 삼기 시작한 상태"(94쪽)이다. 이 콤플렉스는 "자랑하는 사람(101쪽)"이라는 반대의 형태로도 나타나며, "성장 과정에서 자신이 겪은 불행을 마치 뽐내듯 말하는"(101쪽) '불행 자랑'의 형태로도 나타난다. 이 세 가지의 건전하지 못한 열등감에 대한 이야기에서 떠오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 자신도 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다.

아들러는 "건전한 열등감이란 타인과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나'와 비교해서 생기는 것"(105쪽)이라고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열등감은 "지금의 나보다 앞서 나가려는 것"(107쪽)을 위한 "노력과 성장의 촉진제"(92쪽)가 된다.

2) '세 번째 밤' 단원에서 철학자는 우리에게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163쪽)다는 것을 인정하고, "타인의 과제는 버리"(167쪽)라고 주문한다. 여기서 부모와 자식 관계를 예로 들어 설명하는데, 부모님과의 갈등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질 이야기였다.

 

다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살 것인가?'라는 개인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내용이다. 이 책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타인을 판단하거나 변화시키려 하는 것은 금물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의 내용은 나 자신의 마음의 평화와 자기계발을 위한 심리학이다. 이는 위에 인용한 "타인을 바꾸기 위한 심리학이 아니라 자신을 바꾸기 위한 심리학"(132쪽)이라는 구절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또한 철학자는 타인의 변화는 타인의 과제이므로 개입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내 생각을 덧붙이자면, 이 책의 내용(아들러 심리학)을 통해서 인생이 바뀐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이 책의 모든 내용을 무리해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어디까지나 이 책의 목표는 '행복한 인생'이므로 나에게 맞는 내용만 취사선택해서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이 책의 '첫 번째 밤' 단원에서 철학자의 논리와 달리, 나는 개인적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경험(트라우마)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굳이 그 경험을 억지로 극복할 필요가 있을까?

 

+

 『미움받을 용기』'첫 번째 밤' 단원 중에서 감정에 대한 내용(40쪽-인간은 분노를 지어낸다)에 흥미를 느꼈다면, 오른쪽의 책 『아들러의 감정수업』이 해답이 될 것 같다. 사실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 내가 원래 알고 있던 내용은 『미움받을 용기』와 별로 겹치지 않는다. 아들러 심리학에 대한 책을 검색해보니, 『아들러의 감정수업』의 목차가 내가 접했었던 아들러 심리학과 가장 비슷하다. 좀 더 구체적이고, 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내용이므로 다른 기분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보관함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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