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내가 추억을 떠올리는 가장 익숙한 방식은

                    빵집의, 벽시계의, 초등학교의, 강아지의 이름이

                    아니라 배우들의 이름이다

                    즈느비에브 뷔졸드

                    그녀였다

                    서점에서 최신 영화 잡지......M을 뒤척이다

                    40년가량 잊고 있었던 그녀를 0.01초 만에 알아보았다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녀가.....얼마나 반가웠던지

                    아직 살아 있어 고맙다고 말할 뻔 했다

                   <천일의 앤>에서 앤 불린을 연기했던 그녀.....

                    머리와.....얼굴이 유난히 작고 예뻐서 영원히 늙지 않

                    을 것 같았는데

                    할머니 같은 소녀가 되었다, 즈느비에브 뷔졸드(42년생)

                    샤를로트 갱스브르(71년생) 만큼이나 아름다운 이름이다

                    美는 기억의 가치를 한층 높여준다

                    샤르트르도 한때는 프랑스였겠지만

                    줄리 크리스티(41년생)도 엄청 늙었고

                    장 루이 트래티냥도 엄청 할아버지가 되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32년생), 데버러 커.....이들은

                    이미.....고인이 되었고.....리 마빈, 막시밀리안 셸도

                    죽었고

                    말론 브란도(24년생)도 죽었다

                    그네들과 비슷한 연배인 27년생이신 나의 아버지

                    정종옥 씨께서는 잉그리드 버그만을 좋아했고

                    33년생이신 나의 어머니 배소란 여사는

                    대머리에다 카리스마 넘치는 눈매의 배우,

                    율 브리너를 무척 좋아하셨다

                    이빨은 빠지고 허리도 아프시지만

                    두 분 다 밥 잘 드시고, 잘 계신다  (P.46 )

 

 

 

 

 

 

 

                     두터운, 툭 까진

 

 

 

 

 

 

                      사라 장, 반가워요 귀국연주회는 잘 되어가나요

                      당신의 두터운 입술과 졸리嬢의 툭 까진 입술을

                      토마토라고 생각했어요, 터져버린.....오우, 마이, 갓.

                      사라 장, 안젤리나 졸리嬢과는 초면이신가요

                      만난 기념으로 키스 한번 하시죠

                      저는 호흡이 짧아서요 툭 까진 졸리嬢 당신의

                      입술에 대고 밤새도록 호흡하고 싶군요

                      역시, 입술관리에 신경을 쓰는군요

                      남자의 이마에 입 맞추어요 달콤한 인생이 시작되겠죠

                      사라 장, 버스 옆구리에 붙어 있는

                      당신의 립스틱 광고는 보셨나요

                      한 달에 립스틱은 몇 개나, 무슨 색깔을 선호하시나요

                      졸리嬢, 당신의 아이스크림 옥외광고는 봤나요

                      아이스크림과 당신의 입술은 잘 어울리죠.

                      영화 속에서 인간의 권리와 모자의 권력을

                      낭독하는 당신의 툭 까진 입술이 고귀해 보였어요

                      당신처럼 예쁘게 툭 까지려면 얼마나 드나요

                      사라 장, 당신의 두툼한 입술로 만든 소파 위에 누워

                      당신 입술 모양 쿠션을 베고 잠들고 싶어요

                      졸리嬢, 사라 장의 콜로세움 연주회에 같이 가요

                      당신 입술이 가끔은 불편해 보이기는 해요

                      툭 까진 입술이 얼굴 전체를

                      뒤집어씌울까 걱정되네요. 오우, 조심하세요

                      입술이 없어 말 못하는 여자들에 관한 기사 보셨나요

                      꽃며느리밥풀, 버들피리나 이슬 머금은 여자들 보다

                      배짱 두툼하고 심정 툭 터진

                      여자들이 짱이에요. 오우 유아 쏘우 섹쉬,

                      정말 충격적인 입술이네요  (P.48 )

 

 

 

 

 

 

 

                       서론, 본론 그리고 평행봉

 

 

 

 

 

 

                         팅, 탱, 경쾌하게 오가는 셔틀콕 소리에

                         겨드랑이 속 접어두었던 날개들이 움찔한다.

 

 

                         끼리끼리 한 조를 이루어 팝콘처럼 튀어 오른다.

                         팅, 탱......어, 어라, 이 친구,

                         그것도 하나 못 받아쳐. 물 좋은 시절 다 지나갔군.

 

 

                         그러니까 본론은 피부를 탱탱하게 하고

                         생활에 탄력을 준단 말이지.

                         팅탱, 팅탱, 사랑 주고, 눈물도 주고.....이봐, 그렇다고

                         너무 쉽게 튕겨나서는 안 돼.

 

 

                         누군가와 이별을 할 때까지 훌라후프를 돌려보는 거야.

                         자, 돌려봐, 더 세게, 그렇지 계속해서, 힘내, 더, 더,

                         봐, 헬리콥터처럼 떠오르잖아.

                         너도 가끔씩은 뜨고 싶을 때가 있잖아.

 

 

                         결론은 평행봉이야. 겨드랑이 속으로 오그라드는

                         두 날개를 펼쳐 봐. 우선은 멱살을 잡고 보는 거야.

                         힘들겠지만 해 보는거야. 힘들지 않으면 그게

                         사는 거야? 하나둘, 하나둘, 두 다리를 힘차게 들어 올려.

                         중심을 잡고 세상과 수평을 유지하는 거야.

 

 

                         마음 뿌듯해지는군.

                         우, 이 근육 좀 봐. 탱탱하지.  (P.52 )

 

 

 

 

 

 

 

                         사과의 기분

 

 

 

 

 

 

                           아침에 일어나서 유리컵에 든 차가운 우유 한 모금 마시고

                           냉장고에서 꺼낸 사과 한 입을 베어 먹습니다.

                           혹, 이 맛을 아시는지요?

 

 

                           행복처럼 느닷없이 찾아온 이런 사과의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애인을 만나 빵집에서 점심을 먹고

                           과일 도매 상가로 사과 한 상자를 사러 갈 것입니다.

 

 

                           사과 향기에 어울리게 비라도 내렸으면 좋겠는데

                           비가 오지 않아도 뭐, 상관없어요.

 

 

                           사각, 사각, 사각, 이런 사과의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사과나무 농장의 여인에게서

                           사과 따는 방법을 배우던 그의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그들의 애틋한 애플 스토리.

 

 

                            하지만, 인생은 사과 맛처럼 혹은 사과의 기분처럼 항상

                            달콤할 수는 없다는 것, 아니, 아니, 당연히

                            생의 태반을 썪은 사과를 씹어 삼키는,

                            삼켜야만 하는....그런.....썪을 맛이겠죠.

 

 

                            사과나무에서 바로 따낸 사과를

                            옷소매에 슥슥 문질러 한 입 베어 먹죠.

 

 

                            입 안에서 폭발하는 사과, 사과의 즙이 입가로 흘러내리

                            지요.

                            언제 날아왔는지, 나비들이

                            내 얼굴 부위를 맴돌고 있었죠. 어차피 오늘은

 

 

                           이런 사과의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근처 바닷가로 가서

                           사과를 씹으며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봐야겠죠.  (P.74 )

 

 

 

 

 

                                                                     -정익진 詩集, <스캣>-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재현되는 세계

자유분방한 언어로 유쾌한 사유를 펼쳐온 정익진 시인의 새 시집 『스캣』(문예중앙시선 033)이 출간됐다. “깊이 읽으면 읽을수록 더 자유로워지고 유쾌해지는 시”(김상미 시인), “보디빌더의 몸, 헬스클럽의 시”(김언 시인)라는 평을 들으며 기이하고도 유머러스한 시 세계를 구축해온 정익진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조작된 기억과 이미지, 언어와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한다.
정익진이 바라보는 세계는 서로 다른 삶을 사는 다른 얼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재현되는 큐브의 세계이다. 그 세계에는 “신기루가 사라지고 난 뒤”나 “사자에게 물려 가기 직전”의 풍경이 겹쳐지고, “책 밖으로 천천히 지느러미를 저으며/지나가는 물고기들”과 같은 이질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해설을 쓴 조재룡 평론가는 “(정익진 시인은) 어떤 사실을 확인하러 모험의 길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시를 통해 후차적으로 주어질 저 미지가 뿜어내는 공포를 마다하지 않”는다며 “오로지 실현 불가능한 상태들을 이어 붙이는 작업에 의존해서만 현실을 재구성해”내고자 한다고 평한다. 정익진 시인이 그러한 구성적 작법으로 발생시킨 ‘어긋남의 나열’을 전체로 조망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열리는 인식의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스캣, 말더듬이의 흥얼거림



 골반과 골반이 함께 튀는군, 튄다, 튀어, 튀튜튀튜 튀밥밥……
날 더 튀겨 줘, 날 먹어 줘, 날, 날로 먹어,
한 번만 더 오우 오우달링 슈슈룹디들라

또 누군가의……
미쳐가는……관자놀이를 관통하는…… 비명,
늙은 아랍여인들의 혓바닥 굴리는 소리, 와할랴하르르랴랴ㅤㄹㅑㄹ
―「스캣」 부분

시집 『스캣』을 펼치면 가장 자주 마주치게 되는 것이 바로 말줄임표이다. 이 ‘……’는 시집 전체를 지배하는 침묵인 동시에 음률이 되려는 하나의 흥얼거림이다. 표제작의 제목이기도 한 ‘스캣’은 재즈 보컬리스트가 가사 대신에 뜻 없는 말로 즉흥적인 프레이즈를 만들면서 부르는 창법을 뜻한다. “쉬쉬쉬괜찮아쉬쉬 브와브와브와예 오키프 깊이 더 깊이 안아줘, 사랑해…… 사랑해 푸르스름한 푸르디시린”과 같이 「스캣」의 저 말줄임표들은 기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되, 그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흩어지려는 언어들의 아우성을 돕는다. 한편 「청춘」과 같은 시에서는 “서점에서 최신 영화 잡지…… M을 뒤적이다/40년가량 잊고 있었던 그녀를 0.001초 만에 알아보았다/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녀가…… 얼마나 반가웠던지/아직 살아 있어 고맙다고 말할 뻔했다”라는 부분에서 엿볼 수 있듯이, 덧없이 흘러가버린 시간들에 대한 침묵의 관조로 활용된다. 이 침묵은 마침표와 같은 문장의 매듭이 아닌, 이어질 말을 호출한다는 점에서 순간의 침묵이며 곧 리듬이다. 한편 말줄임표는 낯선 이미지로 이루어진 문장들 사이에 놓인 비밀의 끈이 되기도 한다.

 

 

 

 

 

 

       萬花方暢인 6月이지만, 마음은 먹다 남은 눅눅해진 과자나 무더운 날씨탓에

       쉽사리, 쉬어 버린 옥수수 같았는데...오늘 날아온 [스캣]을 읽다보니 허파에 커다란

       부레를 새로 장착하듯 기분이 퐁퐁, 하릴없이도 날아가는구나,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같이 이상한 곳에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제법 그럴싸하게 날개를

       달고 날아 다니고, 비록...이 시집의 詩, '스캣'은 뭐가 뭔지도 모르겠는데 어쨌든 나는

       내 맘대로 바비 맥퍼린의, 공중의 한 가운데 떠서 통통통 울리는 '아베마리아'나 정신이

       아뜩했던 'Air'.  그 옛날  제법 음악을 일용할 양식처럼, 별미처럼 먹고 살았을 때의

       그 아름다운 바흐,를 가장 아름다운 악기인...인간의 목소리로 표현한 바비 맥퍼린의

       음반을 꺼내 듣지는(이젠 그 음반들이 어디론가 사라졌..) 못 하지만 따로 비상용으로

       챙겨 놓은, 위장이나 십이지장 쪽으로 부리나케 살금살금.. 나팔꽃, 같은 귀를 손에 쥐고

       빠르게 헤엄치고 있는 중이다, 스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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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4 17: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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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5 08: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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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4 21: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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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5 08: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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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4-06-15 09:51   좋아요 0 | URL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사망했는줄 몰라서, 깜짝 놀랐어요.
외국 배우지만, 오드리 햅번이 죽었다는 얘기를 듣거나 비비안 리가 말년에 버림받고 쓸쓸히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왜 그리 맘 한 구석이 서늘하던지.... 영화 속에서만 본 인물들인데.

아침부터 차가운 더치 커피 한모금 물고 있네요.
화창하지만 더위를 예고하는 일요일 아침입니다. ^^

appletreeje 2014-06-16 23:36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그랬습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사망.
정말 나와는 아무 상관 없는 배우들이지만...어느 시간 속에서
우리들과 함께 했던 사람들이라 그런 듯 싶습니다.^^
개개인의 방에 함께 들어가 있는, 추억의 사진첩이라고나 할까요~?^^

더치 커피.' 커피의 눈물'이라 할 만큼 참 좋지요~
저도 요즘 더치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더치 라떼를 즐겨 마십니다.
더치 맥주는 맥* 같지만요. ㅎㅎ


마녀고양이님! 서늘하고 편안한 밤 되세요~*^^*

비로그인 2014-06-16 11:14   좋아요 0 | URL
트리제님의 이 페이퍼에 댓글 달기 전에 제가 어떤 일을 했는지 말씀드릴게요.
1. 즈느비에브 뷔졸드를 검색하다.
2. 孃이라는 한자를 읽지 못해 별 짓을 다하다.
3. 萬化方暢을 또 몰라서 검색을 하다.
4. 스캣을 검색하다.
(검색결과 1. 재즈에서 가사 대신 “다다다디다다” 등 아무 뜻도 없는 소리로 노래하는 창법.
2. 반짝이는 기지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원하는 결과를 성취해내는 능력.
예상치 못한 긴박한 상황에서 대응방법의 수립과 실행이 동시에 이뤄지는
창의적인 행동을 의미한다.)

제가 이러느라 아주 많은(?)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ㅎㅎㅎ


appletreeje 2014-06-16 23:57   좋아요 0 | URL
ㅋㅋ,
1. '천일의 앤'은 한참 전에 보았는데 그 배우가 잘 생각이 안 나서 저도 검색을 했습니다.
2. 嬢이라는 한자는 알았지만, 졸리嬢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어요.ㅎㅎ
3. 萬花方暢,은 조금 지났지만 그래도 제 기분이 그래서 그런 표현,을 했습니담..
4. 스캣,은 검색결과 1.로만 알았습니다. 2번은..단연코 몰랐구요.
이 시집의 제목 '스캣'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느낌은...바비 맥퍼린(Don't Worry Be happy' 의.) 이었어요. 요요마의 앨범 'Hush'에서 'Air'를 듣고 아찔했지요.^^ 인간의 목소리로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웠던 '공명통'이라고나 했을까요~?^^

사랑하는 컨디션님의, 생동감 넘치시는 댓글 덕분에 이 밤도 너무나 기쁘고 행복합니담!
충만하고 좋은 밤, 되세요~*^^*

2014-06-16 22: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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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7 0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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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8 19: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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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8 19: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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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 Graphic Novel 2014.6 - 영화같은 만화 그래픽 노블 100, 창간호
피오니(월간지) 편집부 엮음 / 피오니(잡지)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그래픽 노블을, 처음 만났던 것은 1998년에 <쥐>와 <죽음의 행군>, 이었다. 그리고 근래에 보슬비님 덕분에(`담요`) 다시 그래픽 노블의 매력에 흠뻑 빠진 듯 하다. 이 책은, 그래픽 노블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래픽 노블을 시작할 모든 사람들에도 꽉차고 알찬, 즐거운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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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3 00: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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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3 0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4 03: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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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5 08: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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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8 19: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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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8 19: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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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4-06-19 18:06   좋아요 0 | URL
아.. 이런책이 있다니 정말 궁금해지네요. ^^

저도 나무늘보님 덕분에 '죽음의 행진'을 알게 되어서 좋았어요.
목차보니 읽은 책들도 있고, 읽을책들도 있고...

창간호인것을 보니 계속 나오는건가봐요?

appletreeje 2014-06-19 23:31   좋아요 0 | URL
50편의 그래픽노블,에 대한 짧지만 비중감 있는 일종의 개요서인데요
그 개요가, 엄청 압축파일 처럼 알차고 꽉차 있어 한층 그래픽노블에 대한
집착(?)을 강하고 행복하게 나침반처럼 이끌었던 그런 창간호지요.


그래픽노블,이라는 용어도 모르고 예전에 저 책들을 읽었는데
보슬비님 덕분에, 다시 그래픽노블의 매력에 흠뻑~빠지게 되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


예~이번 창간호에 이어 다음 번에는 나머지 50편에 대한 소개를 한다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




단발머리 2014-06-24 09:31   좋아요 0 | URL
지난 번에 appletreeje님 방에 놀러와서 시 읽었을때는 '버들치'가 좋았는데, 오늘은 '우체부 김판술'이 좋네요~~~ 역시, 시는 읽을 때마다 다른 감흥을 줘요.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한 편을 금방 읽을 수 있지요^^

appletreeje 2014-06-25 04:47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런 듯 싶습니다~ㅎㅎ 어느 때는 이 시가 좋았는데
또 다시 읽다보면 다르게 좋은 시들을 만나게 되지요.^^
시가 주는, 즐거운 매력 같습니다~
저도 너무 길고 난해한 시들보다는, 금방 읽을 수 있고 시의 풍경이 절로
떠오르는 시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날, 되세요~*^^*
 

 

 

 

 

 

오늘은 미친듯이 밖에서 바뻤지. 바뻤지라고 하니까, 갑자기 버찌 생각이 나는군.

급하게 한 주먹씩 먹으면, 입도 혓바닥도 까매지는 버찌. 그렇군, 버찌같은 하루였네.

미친듯이 바쁘니까 또 미친듯이 비가 쏟아지더군. 우박같은 알갱이가 벽을 따다다닥 때리는

소리가 나는, 정신을 잃은 듯한 그런 비가 한차례 쏟아지더니 또 감쪽같이 사라지는거야.

미친듯이 바쁜 하루를 마치고 또  뒤풀이로 부대찌개와 처음처럼을 마셨었지들.(요즘은 이상하게 참이슬보다는 처음처럼이 달아,) 한바탕 회포를 풀고 저녁밥을 위해 부대찌개,를 포장해 갖고와 식구들에게 보글보글 끓여 먹였지. 그리고 이제야 나는 한시름을 놓고..오늘도 어디선가에서 보내주신 책들을 잠시 살펴보다, 밀쳐버리고  좋아하는 시집을 하나 꺼내 읽으며 비로소 기분이 랄랄라, 풀어지고 있는 중이야.

율리, 너는 오늘 어떻게 살았니??..

 

 

 

 

 

 

 

                    리라들

 

 

 

 

 

                        녹슨 호미를 들고 뒤란 꽃밭의 잡초들을 솎아낼 때, 슬픔

                     은 슬픔의 얼굴을 버려두고 아리랑을 부른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마루 기둥의 자명종 새로 두시를 알리고 녹슨

                     리라의 현을 뜯듯 한때의 소나기가 다녀가는 마당

 

 

 

                       'Ann도 오고 비도 온 날'이란 긴 이름을 달아준 여름 화

                      병처럼 아름답고 환타처럼 달큼하던 여름 일상은 일상의

                      얼굴을 버려두고 아리랑을 부른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빨강은 더욱 빨갛게 파랑은 더욱 파랗게 제 몫의 색깔로

                      빛나는 스케치북

 

 

 

                         낮에는 돈 벌고 밤에는 시 쓴다 개미처럼 쓴다 까맣게

                      까맣게 쓴다 까맣게 까맣게 언어는 언어를 버려두고 아리

                      랑을 부른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일곱 개의 낮과 일곱

                      개의 밤이 매일매일 공평하게 배달되는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일곱 개의 현을 가진 나의 리라를 고삐 풀린 말처럼 다

                      다다다 언어의 대륙을 질주하는 나의 리라들  (P.36 )

 

 

 

 

 

 

 

 

                      중얼거리는 나무

 

 

 

 

 

                         빅토르 최는 화부였지

                         빅토르 최는 화부였지만 노래를 불렀어

                         빅토르 최는 화부였지만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는 시였어

                         우리는 모두 노래들인지도 몰라

                         노래를 멈추지만 않는다면 멈추지만 않는다면

 

 

 

                          나무는 가수였지

                          나무는 가수였지만 노래를 부르지 않았어

                          나무는 가수였지만 노래를 부르지 않았고 불리지 못한

                          노래는 울음이었어

                          우리는 모두 울음들인지도 몰라

                          조금만 생각해보면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칙칙폭폭 기차는 달려가네

                          칙칙폭폭 화부의 노래는 활활 타오르고

                          칙칙폭폭 나무의 울음은 전속력으로

                          칙칙폭폭 나무는 달려가네

 

 

 

                          칙칙폭폭 비는 내리고

                          중얼거리는 나무는 마디마디

                          사나운 허무들과 싸우는 영혼들

                          칙칙폭폭 그 빗물로

                          슬픔의 수력발전소를 쉼없이 돌리네

                          우리는 모두 노래들인지도 몰라

                          우리는 모두 울음들인지도 몰라

                          조금만 생각해보면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P.56 )

 

 

 

 

 

 

 

                        색연필숲

 

 

 

 

 

                            매일매일 내게로 여행 오는 숲

 

                            오늘은 그 숲의 나무를 다르게 번역한다

 

                            자전거 여름곰 필경사 자가수분 시신경 나침반

 

                            참 아름답고 먼

 

                            은빛 바퀴처럼 구르는 생각들

 

                            그 생각들이 날개를 달고

 

                            날숨과 들숨의 경계로 날아가는 눈먼 단어들

 

                            자전거 여름곰 필경사 자가수분 시신경 나침반

 

                             참 아름답고 먼

 

                            하시시 하시시 오늘 그 숲에선 시(詩)가 들린다

 

                            12색 크레파스는 12월을 닮았다  (P.74 )

 

 

 

 

 

 

 

                                                       -안현미 詩集, <이별의 재구성>-에서

 

 

 

 

 

 

 

                     난독증

 

                              -안현미 시인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에 가볍게 걸터앉아 있는 화살

 

 

                           사과꽃에 아주 가벼운 나비가 지나가야 무거워지기 시

 

                        작하는 사과

 

 

                           가벼운 딸을 버리고 바위를 가슴에 들인 어미

 

 

                           어미의 딸이 아들을 낳아서 혼자가 되어가는 사이

 

 

                           화살이 떠나고 시위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사이

 

 

                           한 마장 거리에서 무언가 떨어지거나 박히거나 굴러가

 

                        는 소리

 

 

                            하늘이 세상을 읽는 소리거나 사람이 하늘을 받아쓰는

                         소리거나

 

 

                            결국 혼자가 되어가는 소리 내어 읽기, 아니, 울기  (P.100 )

 

 

 

 

 

 

                                     -안상학 詩集,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에서

 

 

 

 

 

 

 

 

                빅토르 최,를 읽으니...문득,  빅토르 최와 같은 날에 태어난 분이 문득, 

                그립다. 

                침묵에 대하여 묻는 아이에게  가장 아름다운 대답은 침묵이다.

                시간에 대하여도 그렇다.

 

 

                요즘, 줄기차게 뭔가를 어필하고자 발버둥치는 그 사람의 속성은 무엇일까?

                그렇게 향단이 춘향이 코스프레,를 한다고 춘향이가 될까마는,

                사람과 사람들 사이를 헤매고 맴도는 딱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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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1 23: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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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2 05: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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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2 06: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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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3 0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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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2 09: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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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3 00: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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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6-12 10:24   좋아요 0 | URL
스스로 설 때에 곧은 사람이 되고,
곧은 사람이 될 때에
나무가 들려주는 노래를 들으면서
언제나 싱그러운 마음이 될 수 있지 싶어요.

appletreeje 2014-06-13 00:11   좋아요 0 | URL
예~ 그렇겠지요.
언제나 싱그럽고 좋은 마음, 되시길 빕니다.^^

2014-06-12 16: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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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3 0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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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도서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카트 멘쉬크 그림 / 문학사상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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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도대체 왜 이렇게 얇은 책의 책값이 그렇게 비싼가 싶었다. 그런데 카트 멘쉬크의 멋진 일러스트들과 정말 `이상한 도서관`의 ` 수수께끼 같은 짧은 소설`을 읽고 나니..마음에 들었다. 가끔 삶이 모호해질 때마다 한번씩 들여다 볼 소설. 어차피 모호한 세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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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0 12: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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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0 23: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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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0 15: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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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0 23: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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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0 16: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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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0 23: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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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6-10 19:44   좋아요 0 | URL
가끔 보면 트리제님 글에서 마침표가 아닌 따옴표를 쓰실 때가 있는데.. 왜, 그러시는지 ?ㅎㅎ

비로그인 2014-06-10 20:27   좋아요 0 | URL
옴마앗, 따옴표가 아니라 쉼표네요. 쉼표. 별걸 다 틀리는 이 멍청함을 굽어 살펴주옵소서ㅠㅠ

appletreeje 2014-06-10 23:38   좋아요 0 | URL
ㅋㅋ, 따옴표든 쉼표든 제가 울 컨디션님의 영명한, 말씀을 알아챘으면 된 것 아닙니까~?^^
왜냐하면요, 어떤 경우에는...마음의 여진이 남아 마침표를 빡, 찍으면 갑갑증이 나서라고나 할까욤. ㅎㅎㅎ

사랑하는 컨디션님!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욤~*^^*
 
라일락 붉게 피던 집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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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은평구 다세대주택 `라일락 하우스`에서 일어났던, 일을 작가를 따라 시간여행을 다녀왔다. ˝정말 다행이예요. 모두가 다 몰랐다면, 알고도 숨겼다면, 알고도 모른 척했다면..그 일은 없었던 일인 거잖아요. 내가 나 자신을 의심해야 했겠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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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9 23: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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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0 08: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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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6-09 23:38   좋아요 0 | URL
1984년과 라일락이라는 이름만으로는
곱다... 하는 느낌이지만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르구나 하고 문득 느낍니다.
어떤 이야기일까요.
아픈 이야기일까요..

appletreeje 2014-06-10 09:11   좋아요 0 | URL
예, 그런 것 같아요.
어떤 계기로 성인이 된 두 남녀가 어릴적, 마당에 라일락나무가 있던 다세대주택에서의 추억찾기,와 그 당시 함께 살았던 사람들을 찾아 나섰던 과정에서 알게 된..어떤 사건의 진실을 만나게 된 이야기예요.
누구나 어릴적의 확실치는 않으나, 정겹던 기억의 실체를 원하지 않았지만 부닥친.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주로 좀 특이한 상황의 사건을 이야기하는데 반해, 이 소설은
누구나 지나왔고 살았던 가장 친근하고 밀접한 일상이 유년의 추억이 모티브가 되었기 때문에 결말이 더욱 착찹했던 듯 싶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일락나무가 있었고 어릴적 살았던 그.. 사람들이 옹기종기 복닥뜨리며 살던 그 시대로 돌아가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2014-06-10 16: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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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0 23: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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