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읽고 있는 책들...
그리고, 옆에 모셔 두고...어서 읽어주기만 기다리는 책들...
국경 없는 농장과 스마트폰
도시 근교 원예농장에서
베트남 여인과 네팔 여인이
농장 사장한테 손찌검 당하는 장면을
캄보디아 여인 썸포아 씨가
스마트폰으로 몰래 찍었다
베트남 여인은 포장을 잘 하지만
일손이 느리다 해서
네팔 여인은 일손이 빠르지만
포장을 거칠게 한다 해서
농장 주인이 툭하면 검지로 가슴골을 찔렀다
그게 사실 성추행이라 생각하면서도
농장 주인이 무슨 행악을 할지 몰라
썸포아씨는 못 본척 했지만
베트남 여인과 네팔 여인이 근무지를 옮길 때
스마트폰 사진이 무단이탈이 아니라는
증거로 쓸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썸포아 씨는 이전에 다니던 원예농장에서
술 취해 함부로 껴안는 농장 사장을 밀쳤다가
여러 달 봉급을 받지 못해 제발로 도망친 뒤로
지금까지 불법체류자로 숨어 일하는 중이었다 (P.36 )
-하종오 詩集, <국경 없는 농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