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글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9
너대니얼 호손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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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았을 때 책 제목이 주홍글씨에서 주홍글자로 바뀐 것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궁금해서 원제목을 찾았는데 <The Scarlet Letter>였다.

한 글자를 바꾼 것 뿐인데 느낌이 많이 달랐다.

 

책내용은 내 기억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차분하고 외설적이지 않았다.

도대체 내 기억은 어디에 근거해서 그렇게 주홍글자에 대한 이미지를 외설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이라고 저장하고 있는 것일까?

 

뉴잉글랜드를 배경으로 청교도적인 삶을 가치로 여기는 그들에게 간음을 해서 아이를 낳은 헤스터 프린은  분명 사회를 어지럽히는 대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너새니얼 호손은 자극적인 주제인 간음을 마음껏 활용하는 3류 작가같은 글을 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목사와 헤스터 프린의 로맨스조차도 다루지 않았고

간음죄를 인정하고 그 상대를 밝히지 않은 그녀를 그 사회가 어떻게 처벌하는지

또다른 죄인인 목사는 양심의 가책으로 스스로 어떻게 망가져가는지

되돌아온 남편은 그에게 어떤 복수를 하는지

헤스터 프린이 그녀의 아이 펄과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더 초점을 맞춰서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런 점이 나는 좋았다.

 

검은색 바탕에 주홍글자 A의 의미가

처음에는 간음(Adultary)을 뜻하는 단어로 헤스터 프린을 벌주기 위한 장치였는데

후반에는 천사(Angel)을 뜻하는 단어로 의미 변화가 있는 것이 인상깊었다.

 

헤스터 프린에 대해서 생각한다.

괜찮은 집안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작가는 책에 밝히고 있다.

작가는 괜찮은 집안에서 교육받은 헤스터 프린을 왜 간통이라는 장치를 이용해서

나락으로 떨어트리는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주홍글자의 의미변화를 주기위해서는 타락한 여인이 아닌 정상적이고 아름다고 교육받은 여인이

필요했기 때문이 아닐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그 당시 사람들의 반응이 말이다.

작가가 간통한 여자를 천사같은 여자로 그려냈으니 말이다.

 

사람이 죄를 짓고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생각해본다.

내 안의 죄를 고백하는 것이 나를 살리는 길이 아닌가 싶다.

목사는 끝끝내 자기자신을 스스로 파괴한 형상이니 말이다.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러니 좋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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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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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두꺼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내용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책의 두께는 두꺼웠다고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이 우스웠다.

책은 읽었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아직 이 책과 마주할 준비가 안된건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문체로 쓰여진 작품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걸 보니

번역느낌이 달라서 일까 생각해본다.

 

한 남자가 눈이 많이 내리는 작은 시골마을에 잠깐 머물며 한 게이샤를 만난다.

여행자인 그 남자를 사랑하는 그 여자.

단조롭지 않고 복잡미묘한 감정묘사가 좋았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부러운 게 한가지 있다면

이 작가의 작품으로 인해 전 세계의 독자들은 일본문화의 일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유카타, 사미센 게이샤, 고다쓰, 등등 처음에 읽을 때는 어려운 단어들이 많아서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많은 일본문화가 이 책을 읽는 독자로 인해서 널리 알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러웠다.

이런 소설가가 우리에게도 많았으면 하는 부러움반, 질투반 그런 기분...

일본은 이런 작가가 많은 것 같다.

 

얼마전 서울대 문용린 교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여러분~ 시간이 되고 능력이 된다면 멋진 소설을 쓰세요~"라고 우스개소리로

진심을 담아서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한권의 소설이 얼마나 많은 힘을 가졌는가를 이야기하시며 한 이야기였다.

 

한권의 책속에 많은 것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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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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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지인이 힘들어했다. 

삶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때문이다.

그냥 이대로 이렇게, 아니면 더 나쁘게 살다가 죽을 것 같은 불안감과 허무함.

내 능력으로 이런 환경을 바꿀 수 없고 그럴 희망조차 꿈꾸기 힘든 상황이기에 방황하는 것이다.

내 힘으로 뭔가를 이룰수 있다는 희망조차 품기 어려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이 소설속 주인공 윌리 로만은 이 시대 우리 소시민을 대표하는 사람같다.

각종 할부금, 연금, 보험금을 내고, 아이들 키우고 말년에 집한채 마련한 윌리...

평생 일한 회사에서 해고통보를 받고 당장 내야하는 보험금 걱정을 하는 사람.

취업을 하지못해 이리저리 전전하는 아들을 볼 때마다 화가나서 아들과 말다툼을 하는 사람.

하지만 그 아들이 약간의 희망을 갖기만 해도 너무 행복한 사람.

자신의 죽음으로 보험금을 타면 남겨진 가족들이 잘 살거라고 생각하고 수차례 자살시도를 한 사람.

그리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의 허풍과 인생관에 거부감을 느끼고 왜 저렇게 사는가?라며 비판했지만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얕은 한숨만 내뱉었을 뿐이다.

 

어쩌면 그럴수밖에 없었지 않을까?

작은 동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털을 곳추세우고 몸집을 키우는 것처럼

윌리도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위해서 허풍과 과장으로 자신을 방어했던 것은 아닐까?

 

대학시절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즉 내가 부모이기 전에는 윌리가 그저 무능하다고만 생각했다.

지금은 윌리가 그저 하나 소설속 주인공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그가 우리 부모님같고, 그가 내 남편같고, 또 나 같다고도 느껴진다.

 

 

이 책을 과거에 읽고 다시 읽을 기회가 없었다면 나는 이런 감동과 아련함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윌리만큼 나이가 든 후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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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김승옥 소설전집 1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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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고전을 주로 읽어오다가 우리의 책도 읽어보자는 취지에서 무진기행을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은 작가의 방황하고 정처없는 듯한 기분을 담아놓은 일기장(?)을 읽어본 듯했다.

비슷비슷한 느낌이어서 주인공이 한 사람이라고 여겨지기도 했고 이 이야기가 저 이야기랑 섞여있는 듯하기도 했다.

단, 무진기행만은 다른 느낌으로 다른 사람의 글인줄 알았다.

 

처음에 무진이란 장소에 대해서 알게 된건 공지영씨의 <도가니>에서 였다.  그 배경이 무진이었고 주인공이 버스를 타고 내려가면서 무진은 무진기행에서 밖에 읽은 적이 없다고 언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무진이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인 줄 알고 무진이 어디냐고 남편에게 물었고 모른다는 남편을 닥달한 기억도 있다.

무진은 가상의 공간이었다.

 

안개가 자욱하고 그 고장사람들은 지루해서 견딜 수 없어하며 바다를 끼고 있지만 수심이 얕아서 한참을 걸어나가야 바다다운 느낌이 드는 곳.  특산물도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나름대로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작가는 묘사하고 있다.

공지영씨가 그린 무진의 묘사도 비슷했다.

무진은 참 음울한 시골고장인 것이다.

 

가상공간을 이용해서 글을 쓴 점이 독특했다.

물론 외국의 한 작가는 평생 자신이 상상으로 만들어 낸 고장과 인물들을 두고 책마다 주인공을 달리했기도 하지만 국내소설 중에서(내가 읽어본) 처음 인 듯하다.

 

그런 음울한 고장인 무진에 서울사는 남자가 내려왔다.

그리고 며칠 뒤 서울로 올라갔다.

 

단편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이제 뭔가 더 진행이 되겠구나 한 순간에 소설이 끝났기 때문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무진은 그 남자가 힘들었을 때 내려오는 곳이었다.  옛 애인이 그를 버리고 떠났을 때도 무진에 왔다.  그리고 이번에도 내려왔다.

무진에서는 특별히 할일없이 방에 틀어박여있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가곤 한다.  안식의 장소일까?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나는 어디로 가고 싶었던가?

어딘가로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아니면 정처없이 떠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이 주인공은 고향을 택했다.  엄마의 자궁처럼 그가 힘들때 무진으로 온다.  그리고 다시 현실세계로 나아간다.

아마도 무진기행의 의미는 그런 것인가보다.

 

시대적으로 어둡고 힘든 시기여서일까?

이 책의 주인공들이 방황하는 청소년같기도하고, 삶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가장같기도하고 어디 발붙일데를 찾지 못하고 목적없이 헤메이는 그런 사람같기도 했다.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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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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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굉장히 두꺼워보여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내게 도전적으로 보였던 책, 연을 쫓는 아이.

그러나 굉장히 잘 읽혔고 마음이 아팠다.

이 책은 굉장히 섬세하게 쓰여진 책이었다.

아프카니스탄이 이래요~라고 실상을 낱낱히 고해바치는 그런 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런 글보다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것이 글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소년이 등장한다.

그 소년이 물론 주인공이고 위대하고 거대해 보이고 멋진 아버지 밑에서

자라나는 아주 작고 조용하고 소심한 새싹이었다.

이런 그가 겪는 부담감과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책속의 그를 만난다면 넌 너대로가 좋아~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 동안 만나왔던 멋지고 강인하고 철두철미하고 그런 멋진 주인공을 책속에서 만나다가

아주 가녀리고 인간적인 한 소년(아미르)을 만나서 반가웠다.

 

그러나 책속의 소년은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늘 하인의 아들 하산을 더 좋아하는 듯했다.

부유한 상인이자 적극적이고 남성적인 아버지 밑에서

아미르는 아버지와 다른 자신을 부정한다.

그 부분이 마음이 아팠다.

 

아미르는 그렇게 자라다가 연날리기 대회에서 1등을 하면서 아버지에게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그 날 자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친구, 하산을 저버리게 되고

이 사실은 아미르에게 평생 마음의 짐이 된다.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미국으로 아버지와 함께 떠났고

하산이 자신의 이복동생인 걸 알게 되어 그의 아들을 찾아내기 위해서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찾아간다.

그의 눈에 비춰진 아프가니스탄은 참담하다.

나는 이 소년의 눈으로 그 상황을 보고 있지만 참으로 참담함을 느낀다.

 

하산의 아들을 구출해서 미국으로 돌아와도 그는 그의 마음을 쉽게 열지 못했다.

하산이 자신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었던 것처럼

아미르도 하산의 아들에게 그런 사랑을 준다.

그러다가 연을 날리며 그의 마음을 열게된다는 것으로 이 책은 끝을 맺는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왜 난 <100만번이나 산 고양이>란 그림책이 떠오를까?

 

아프가니스탄의 참담한 현장 고발?

남자답지 못한, 하지만 아버지처럼 남자다운 모습을 가졌으면 하는 섬세한 소년의 일대기?

아프가니스탄 문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나는 이 책에서 여러가지를 볼 수 있었지만 역시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가장 뇌리에 남는다.

부모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아미르.

나는 아미르를 통해서 나를 보기도 한다.

나는 전혀 여성스럽지도 여성스럽기를 바라지도 않았지만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다.

아직도 내 안에 그런 소녀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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