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7
윌리엄 골딩 지음, 안지현 옮김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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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해하기 힘든 책이었다.

처음 읽었을 땐 심지어 무얼 읽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웠고

두번째 읽었을 때 그제야 조금 나아졌다고 할 수 있었지만 정확히 잘 모르겠는 부분이 있어서 책을 한참을 뒤적였다.

이런 책은 처음이다.

윌리엄 골딩은 원시인인 네안데르탈인의 시선에서 이 책을 써내려갔다.

그들의 눈과 귀와 손과 발과 입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고 있어서 묘사가 많았고 이해하기가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

그가 얼마나 창의적인 사람인지 이 책 한권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세상에 네안데르탈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이라니...

"그림이 있어"라는 말로 서로 의사소통하고, 밖의 나, 안의 나가 있어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부분 등 한 권의 책을 다 읽어낼 쯤이면 독자들이 네안데르탈인으로 빙의되게 만드는 그의 글쓰기는 분명히 힘들게 하지만, 두 번째 읽을 때는 내가 완벽한 네안데르탈인이 된 듯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신기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윌리엄 골딩은 인간에 대한 깊은 사고를 했는지 모르겠다. 오랜 시대 함께 공존했던 네안테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 그리고 살아남은 호모사피엔스에 관심을 갖고 우리들이 그들에게 상속 받은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했던 게 아닐까 싶다.

나는 어디서부터 왔나?를 고민하기는 하며 부모 형제 등 조상에 대한 뿌리를 찾기는 하지만, 그 뿌리를 원시시대까지 찾아갈 줄이야.

이 책은 분량이 네안데르탈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마지막 몇장에서 호모 사피엔스를 다루는데 그 글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참 밉게 그려진다.

네안데르탈인을 몰살하지 않았다면 본인들이 싹다 죽었을 거라는 말로 자기 합리화하는 호모 사피엔스!!

아마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모두 네안데르탈인의 편에 설지 모르겠다.

본인이 때로 잔혹하다고 느끼는가? 어쩌면 그 유전자가 호모 사피엔스에서 왔을지도 모른다.

본인이 때론 순진하다고 느끼는가? 어쩌면 그 유전자는 네안데르탈인에서 왔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은 나무 구멍에 사는 굶주린 늑대 같아."

"그 사람들은 바위의 틈새에서 흘러내리는 꿀 같아."

"그 사람들은 둥근 돌에 담긴 꿀 같아. 새로운 꿀에서 죽은 것들과 불 냄새가 나."

"그들은 강과 폭포 같고, 그들은 폭포의 사람들이야. 그 무엇도 그들을 당해 낼 수 없어."

"그들은 오아 같아." 224~225쪽

"새로운 사람들은 늑대와 꿀 같아. 썩은 꿀과 강 같아."

"그들은 숲에 난 불 같아."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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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8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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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민음사 세계문학고전 책들이 버겁고 무겁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책도 그런 책이었는데 그 이유는 삶의 무게를 내가 많이 알아버려서 인 듯하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고통이 나와 무관하듯이 읽었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들이 내 미래이고 현재처럼 느껴지며 그들의 고통과 아픔이 내게로 바로 전해져서 한 호흡을 쉬면서 읽어야 읽을 수 있었다.


한 때 대령이었던 남편과 부인의 노년 생활이 내게 공포처럼 다가왔고 한 문장 한 문장이 무서웠다.

우리 부부에게도 노년이 닥칠 거라고 생각이 들고 준비되지 않는다면 저렇겠구나라는 두려움이 엄습해서 인 듯하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으로 <백년의 고독>을 재밌게 읽었고 인상적인 작품으로 꼽고 있었는데 이 작품은 읽으면서도 동일 저자의 작품이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서사적이고 단편적인 대화형식을 띄는 이 작품이 <백년의 고독>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부분에 아직도 동의할 수 없다. 내가 콜롬비아의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일까? 내게는 내일 당장 먹을 것을 고민해야하는 가난한 노년의 부부만이 뇌리에 남는다.

제일 눈에 띄었던 것은 10월에 대한 작가의 언급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그날과 같은 수많은 아침으로부터 살아남은 대령 같은 사람도 피해가기 힘든 아침이었다. 중략 대령에게 도착하는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가 10월이었다. 7쪽


가랑비가 한시도 쉬지 않고 느릿느릿 내렸다. 대령은 양털담요를 뒤집어쓰고 다시 그물 침대로 들어가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줄기차게 울려 대는 깨진 청동 종소리에 장례식을 떠올렸다. "10월이군"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방 한가운데로 갔다. 9쪽


"난 아프지 않아요." 대령이 말했다. "10월이면 배 속에 짐승들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 거요." 16쪽


며칠째 맑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 주중에는 대령의 배 속에서 꽃이 활짝 피었다. 대령은 천식 환자인 아내의 허파가 내뱉은 휘파람 소리에 괴로워하며 여러 날 밤을 뜬 눈으로 보냈다. 그러나 10월은 금요일 오후, 휴전에 동의했다. 17쪽


"이것은 빵이 수십 배는 늘어나는 기적이오." 그다음 주에 대령은 식탁에 앉을 때마다 이 말을 되풀이했다. 수선하고 깁고 꿰매는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아내는 한 푼 없이도 가정 경제를 꾸려 나가는 열소를 발견한 것 같았다. 10월은 휴전을 연장했다. 습기가 깨나른함으로 대체되었다. 30쪽

"오늘이 며칠이오?"

"10월 27일이에요." 42쪽


10월의 끈적끈적한 공기가 부드럽고 시원하게 바뀌어 있었다. 88쪽


10월은 그에게 견디기 힘든 시기인지 모르겠다.

대령과 부인의 무기력함에 여러번 언급을 하고 싶었다. 내일 먹을 양식이 없다면 연금을 기다릴 게 아니라 무슨 일이라고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하며 답답했다. 그렇지만 대령이 꽤 높은 직급이라는 걸 알게 되고 나서 쉽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을 말한다면, 뭐라 딱 꼬집어서 말하기 어려운 책이다.

시간을 내어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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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메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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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지 벗긴 알맹이

내가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은 딱 저 표현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책 속 인물들은 거창하지 않아서 좋았다. 지금 내 옆에 있는 평범한 인물들처럼 느껴진다고 할까?

SNS에서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성공하고 대단한 사람들만 있는 듯해서 불편한데, 다자이 오사무의 인물들은 편안하다.

가식적이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거드름과 겉치레 포장지를 벗긴 알맹이처럼 투명하게 여러 군상들을 그렸다.

지금은 이 누에한테 파먹힌 뽕잎 같은 도쿄시 전체를 바라보아도, 거기 사는 사람들 각각의 생활 모습만 그려진다. 아무 풍취도 없는 이런 빈 들판에 일본 전역에서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들고, 땀투성이가 되어 밀치락달치락, 한 뼘 땅을 다투며 일희일비, 서로 질시 반목하고, 암컷은 수컷을 부르고, 수컷은 그저 반미치광이가 되다시피 돌아다닌다. 92쪽

이 책을 통해서 전래동화를 내 식대로의 수정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되었다.

뭔가 대단한 주제가 아니라 기존에 알던 전래동화를 풀어낸 그의 글쓰기에 즐겁게 책을 읽었다.

그 인물들이 일그러진 모습을 띄고 있어서 당황할 수 있지만 우리들 마음 한켠에는 그런 모습도 있지 않은가?

재밌게 읽다가도 다자이 오사무는 여성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은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혀 잘린 참새>의 할머니, <혹부리영감>의 부인, <카치카치산>의 토끼 등의 여성성을 가진 인물들은 냉담하거나, 엽기적이거나, 여러모로 비호감이 가득하다. 조금 과장하긴 했지만 분명히 내 모습도 있는지 모른다고 뜨끔하면서 책을 읽었다.

제 싸움. 그건 한마디로 말하면, 낡은 것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진부한 거드름 피우기에 대한 싸움입니다. 빤히 들여다보이는 겉치레에 대한 싸움입니다. 쩨쩨한 것, 쩨쩨한 사람에 대한 싸움입니다. 290쪾

아아! 살아간다는 건, 내키지 않는 일이야. 특히 남자는 괴롭고 슬프지. 아무튼 무엇이든 싸워서, 그리고 이겨야만 하니까요. 292쪽

선을 행할 경우에는, 언제나 사과하면서 해야만 한다. 선만큼 타인에게 상처 입히는 건 없으니까 - 발레리 - 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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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카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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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은 여기에 달려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열쇠가 없다. 63쪽

나는 아직도 무거운 자물쇠를 열 수 있다. 철문을 분리할 수 있다. 327쪽


초반은 잘 읽히는 로맨스 책처럼 잘 읽혔다. 다정하고 평온한 성품의 남자, 미카엘과 열정적인 여자, 한나의 로맨스를 다룬 책이라 생각했는데 책의 뒷쪽으로 갈수록 읽기가 힘들다. 한나의 심리묘사를 따라가기가 버거웠기 때문이다.


저 정도 남편은 훌륭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나의 결혼생활에서도 한나처럼 답답하고 미칠 것 같은 시기가 있었다는 걸 떠올리며 깊이 공감이 갔다. 내가 없어지는 삶. 나의 절망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 분명히 잘 살고 있고 행복한데 공허한 그 느낌들을 아주 섬세하게 잘 그려냈다. 아모스 오즈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의 글쓰기가 참 섬세하다고 느꼈다. 책을 읽으면서 깜짝 깜짝 놀라곤 했기 때문이다. 나를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겪어온 감정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이다.


어떻게 이 사람은 결혼한 여자들의 이런 감정을 이렇게도 잘 알 수 있는가? 그는 남자인데...

한나가 겪고 있는 답답하고 우울한 터널을 지나 내 꿈을 찾아헤매는 시간을 지나왔으며, 지금은 그 동안 돌보지 못했던 내 마음과 건강을 돌보며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느낌은 지나온 나의 과거를 들여다보며 잘해냈다고 위로하듯이 한 문장 한 문장을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되었다.


"한나 그린바움-고넨 양. 당신 이름의 머리글자를 쓰면 히브리어로 '축제'라는 의미군요. 당신의 인생이 매일 축제 같기를." 77쪽


이름 뜻이 '축제'인 여자, 시인같은 느낌의 여자, 불이 떠오르는 여자

한나는 본인의 색깔을 지키지 못해서 힘들었을 거 같다.

그녀가 미친듯이 옷을 사들이는 모습에서 내 모습도 보았다. 그래서 너무 싫었다.

한나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불꽃같은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구나.

이 책을 읽는 기분이 묘하다.


서명이 <나의 미카엘>이지만 나는 <나의 슬픈 예루살렘 아가씨>라고 변경하고 싶다.

한나의 심리묘사에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어느 부분이 그녀의 상상속인지 현실 감정인지 쉽게 구분이 안간다.

그래서 더 극적인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불행하다.


작가는 문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 속은 여러 작가와 작품들이 등장한다.

서머싯 몸, 대프니 듀 모리에, 슈테판 츠바이크, 로맹 롤랑, 앙드레 모루아의 <사랑 없는 여인>, <파우스트>의 그레첸 등. 아직 모르는 작가나 작품이 엄청 많다는 당연한 걸 또 느낀다.

아마도 문학을 읽는다는 건 끝나지 않을 숙제를 하는 걸까?


이 책의 첫문장을 다시 읽으니 죽는다는 의미는 사랑하지 못하는 상태가 아닌가 싶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어렸을 때는 내게 사랑하는 힘이 넘쳤지만 이제는 그 사랑하는 힘이 죽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15쪽


그렇다면 우리는 몇번을 죽은 상태로 삶을 살아가고 있나?

앞으로 사랑을 하겠다. 그 처음은 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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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예쁜 말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9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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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께서 젊은이들에게 인생을 시작할 때 삶의 진실을 모르게 하신 것은 정말 옮은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젊은이들은 아예 인생을 시작할 엄두도 못 낼 것이기 때문이었다. 411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어린 소년들이 강도높은 일들을 겪는 것이 마음이 불편해서 아름다운 문체를 음미하며 책을 읽지 못했다. 두번째 다시 읽어보니 멕시코의 자연 풍광이 눈에 그려졌다.


미국 텍사스 한 마을에서 16, 17살의 존 그래디와 롤린스가 멕시코로 가출 후 범죄에 휘말리는 등 다양한 에피소드와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으로 잔잔히 느껴지는 존 그래디는 참 좋은 사람이다. 어리지만 반듯하고 말을 함부로 하지 않고 끈기도 있고 강인한 소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존 그래디와 롤린스의 우정도 부러웠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만한 친구가 있는가? 우리나라는 친구라는 존재를 너무 하찮게 생각하는 듯해서 아쉬웠는데... 이 둘의 우정은 책 한권 가득 담겼다.


롤린스와 존 그래디의 대화에서 데스페라도(desperado)라는 단어가 나온다. 서부시대 때 무법자. 악당이라는 뜻으로 쓰인 단어인데 멕시코인들이 이들을 데스페라도로 바라보고 있다.


이 둘을 따라다니는 어린 블레빈스라는 아이가 있다. 좋은 말을 가졌고 번개를 무서워하며 통제 불가능한 아이지만 섬세해보인다. 존 그래디가 블레벳(blibet)이라는 뜻이 2킬로그램짜리 주머니에 든 4킬로그램의 똥무더기라고 알려줄 때 블레빈스가 먹던 것을 멈추는 부분이 마음이 아팠다. 본인이 그런 존재로 불렸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것이리라. 작가는 블레벳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육군에서 사용한 은어로, 황당하거나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나 인물 들을 뜻한다고 각주를 달았다. 블레빈스가 이 책에서 그런 인물이라는 것을 넌지시 알리는 것 같았다.


형들이 좋아하지 않아도 자꾸 따라다니는 블레빈스가 안타까우면서 아직 어린 아이가 총살로 생을 마감하는 부분도 너무 마음이 아팠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겪는 아픔과는 다른 종류다. 이 지구가 이렇게나 크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책의 뒷면 추천서에 "카우보이 소년의 피비린내 나는 모험과 생존 게임"이라는 표현이 딱 적절했다.


미국인인 존 그래디는 모국어 영어와 더불어 스페인어 구사한다. 멕시코로 넘어가면서 스페인어로 대화하는 부분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스페인어 발음을 조용히 따라해보게 되었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한다는 건 참 매력있다. 내가 암기하고 싶은 스페인어 문장을 아래의 문장으로 뽑았다.


우나 야베 데 오로 아브레 쿠알키에르 푸에르타.(좋은 열쇠는 어느 문이든 여는 법이지.)


말을 좋아하는 존 그래디는 1000마리의 소를 기르는 목장에 도착한다. 그에게는 이 곳이 천국이었을 거다. 말 조련사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며 목장주의 신임을 받기 시작하는데 목장주의 딸 알레한드라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대로 멈춰버렸으면 좋으련만... 함께 말을 타는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녀는 그를 너무나도 드물고 소장한 존재인 "모하도 레베르소(방항아)"라고 불렀다.


존 그래디는 연극을 하는 엄마를 떠나서 텍사스로 왔는데 이 때 만난 여자친구가 대도시에서 교육 받았다. 그녀의 엄마는 도시에서 연극을 보면서 함께 지내기를 원하지만 그녀는 아빠가 있는 목장에서 말을 타는 걸 더 좋아한다. 존 그래디처럼... 연극이 이 책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걸까?


연극을 통해 현재 세상이나 앞으로의 세상에 대해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헛된 기대였다. 얻은 것은 전혀 없었다. 35


4부로 이뤄진 이 책에서 가장 힘들게 읽은 건 바로 3부였다. 존 그래디와 롤린스가 멕시코 감옥에서 겪는 일들이 너무나 영화처럼 생생하게 그렸기 때문에 상상이 너무 잘되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책 제목이 <모두 다 예쁜 말들>인 이유를 한참 생각했다. 예쁜 말은 블레빈스의 말 밖에 없었는데... 롤린스의 말에 의하면 예쁜 말은 예쁜 여자와 같아서 골치아픈 일들을 동반한다고 했다. 그럼 왜 이 책 제목은 모두 다 예쁜 말들일까? 아직 더 고민해봐야겠다.


오랜만에 읽은 긴 책이었는데 지루하지 않고 잘 읽었다. 작가인 코맥 매카시가 궁금해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또,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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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부분

흉터에는 신기한 힘이 있지. 과거가 진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거든. 흉터를 얻게된 사연은 결코 잊을 수 없지. 안 그런가? 199


그들은 프랑스에서 공부했지. 프란시스코나 구스타보 같은 당시 젊은 세대들 말일세. 그들은 모두 민주주의 사상을 머리에 가득 넣어 왔지. 어찌나 사상으로 가득 찼는지 서로 동의하는 법이 없었어. 그들은 유럽에서 민주주의 사상을 받아들였지. 그리고 돌아와서 여행 가방을 풀어 헤쳤지만 그 내용물은 저마다 제각각이었어. 214


우리들은 사람이 이성만으로 품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아. 그건 아주 프랑스적이 생각이지. 214


온화한 기사를 조심하게. 이성보다 더한 괴물은 없거든. 214


어차피 그 애는 알아서 갈 걸세. 내가 누군가? 난 그냥 아버지야. 아버지는 아무것도 아니지. 215


사람이 다른 나라가 아닌 그 나라에 태어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날씨와 계절이 땅을 형성하는 만큼이나 사람의 내적인 운명 역시도 형성하여 대를 이어 자식들에게 물려주게 하기 때문에 그 운명을 쉽게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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