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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걸음으로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4
귄터 그라스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15년 5월
평점 :
www.blutzeuge.de - 애송이 나치주의자들의 홈페이지 <슈베린 동지회>
* blutzeuge '증인', blut zeugen '피를 증언하다'
이 웹사이트에서는 1895년 슈베린(독일의 메클렌부르크포르포메른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에서 태어난 빌헬름 구스틀로프가 '순교자'로 찬양하고 있다. 극우 나치주의자들이 이 사이트에서 활동하고 있다.
빌헬름 구스틀로프라는 배 이름은, 스위스에서 나치 하부 조지 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다 유대인 청년에게 암살당한 나치 당 간부 빌헬름 구스틀로프의 이름에서 따 왔다. 그 배가 러시아의 잠수함에 격침되어 침몰했다. 동시대 타이타닉호 침몰은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고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구스틀로프호의 침몰은 이슈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전 세계를 고통에 빠트린 전쟁을 일으킨 독일인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죽었다. 생존자 중 임산부가 있었는데 그녀는 그 배안에서 아이를 낳았고 모자는 살아남았다.
그 살아남은 아이가 성인이 되어 프리랜서 기자가 되었다. 그의 어머니(툴라)는 그(파울)에게 그날의 일을 글로 쓰라고 강요하지만 그는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한다. 그의 어머니는 포기하고 자신의 손자 콘라트에게 본인의 입장을 주입하여 세뇌시키고 그 애를 네오나치즘의 신봉자로 만들어버린다.
"곧 우리 중에 아무도 살아 있지 않을 테지. 너 빼고 말이야. 하지만 넌 내가 벌써부터 이야기해 온 모든 것들을 기록으로 남길 생각도 안하지." -117쪽
콘라트는 극단적인 나치 이념 소유자를 찬양하다 결국 유대인을 총기로 살해하게 된다.
이 소설은 분명 과거를 담고 있었지만 현재도 담고 있었다.
머릿속에 극우화되고 있는 10대, 20대들이 스쳐지나간다.
어린 그들에게 누가 극우의 언어를... 사고를... 심어주고 있었을까?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니... 무엇이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일까?
그들의 부모세대인 40대 50대는 도대체 무엇이 잘못이었을지 고뇌하며 뒤돌아보고 있다.
지난 역사, 더 정확히 말해서 우리와 관계되는 역사는 꽉 막힌 변소와도 같다.
우리는 씻고 또 씻지만, 똥은 점점 더 높이 차오른다.
--- 중략
그래, 우리는 과거와 소통하기 위한 말들을 써 왔다, 과거는 속죄되고 극복되어야 한다. 과거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를 쓴다는 것은 슬픔을 이기기 위한 정신적 노력을 다함을 뜻한다.
--- 중략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아직도, 또다시 국경일을 30일에 국기를 게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 같다.
이 책은 처음부터 잘 읽히지 않았다. 힘겹게 다 읽고 뒤에 있는 해설을 읽고나니 훨씬 수월했다.
제목이 <게걸음으로>인데 그 또한 와닿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나는 다시 한 번 뒤쪽으로 게걸음을 해야 한다. - 133쪽
옆으로 가는 게에 빗대어 좌, 우를 왔다갔다하며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같다.
이 책을 읽고 어쩌면 현실을 직시하되 바르게 나아가려는 집단의 지성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우화되는 아이들을 우려하겠지만 실망하지 말고 그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마음을 들어주며 게걸음같지만 옆으로, 때론 뒤로, 때론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