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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세트 - 전3권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평점 :
책을 읽다가 문득문득 내가 간결하게 요약해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그만큼 두꺼운 책이 세권이나 되니 한번에 내용파악이 안되어 답답해서였다.
나는 책을 읽을 때 한번 빠르게 읽고 다시 정독하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다시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정독할 엄두가 안나서 1권과 3권을 부분부분 펼쳐서 읽어봤다.
우선 '러시아'가 흥미로워져서 러시아 역사서를 구입하게 되었다.
그들이 불어와 영어와 러시아어를 번갈아가면서 사용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상류사회의 토론문화가 부럽기도 했고 농촌에 대해서 논쟁하는 부분이 신기했다.
사교계 생활에서는 러시아가 유럽과 다른 게 무언가라는 의문을 갖게 했다.
책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상류층 기혼여성인 안나 카레니나가 오빠부부를 화해시키러
기차를 타고 오는 길에 브론스키라는 젊고 미혼인 백작을 만났고 그가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
두 사람이 불륜에 빠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결과가 늘 그렇듯 불안전한 그들의 결합이 그녀를 심리적으로 혼미하게 만들었고
브론스키에게 버림받을까봐 신경이 예민해져있었다. 결국 그녀는 기차에 몸을 던져 죽고 만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브론스키가 안나를 따라 기차를 타고 고백하던 부분이다.
그녀의 절제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를 피해 황급히 집으로 돌아가는 그녀가 좋았다.
물론 결과적으로 브론스키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안나와 남편의 나이차가 너무 심하게 났다.
그 설정이 나를 안나편에 손들게 한다.
톨스토이 작가에 대해서 감탄하게 된 부분은 안나가 브론스키가 자신을 버릴까봐 의심하고 불안해서
안절부절 못하는 장면이다. 남자가 어떻게 여자의 심리를 잘 묘사할 수 있엏을까?
그 부분은 정말 여자가 쓴 것이 아닐까라는 착각에 빠지게 했다. 오래된 남녀 사이에서 헤어짐을 예감할 때
느끼는 그런 감정과 같다고 할까? 아마도 사랑을 해본 여자라면 안나의 심정을 충분히 공감했지 않았을까?
여자들의 인생이 보였다.
안나, 돌리, 키티, 돌리와 키티의 엄마
돌리의 남편은 집안을 돌보지 않고 밖으로만 돌며 심지어 바람도 핀다. 그런 남편으로 인해
가난해졌고 많은 아이들을 키우느라 힘들어한다. 특히 돌리가 안나를 찾아갔을 때 화려하고
우아한 안나에 비해서 자신의 초라함을 발견한 돌리에 마음이 갔다.
성실하게 가정을 지키고 있는 아내들이 자신을 위해 돈을 쓰고 투자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렇게 희생아닌 희생으로 변해버린 외모를 본인도 남편도 자식도 싫어한다.
그러니 나를 가꾸며 사는 것도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결혼했고 아이까지 낳은 키티에게서 행복함을 느낀다. 나도 그러했다.
하루하루 감사하고 행복했다.
키티의 모습이 우리 신혼생활을 상기시켜서 즐거웠다. 다 그런 때가 있었지하며...
키티의 엄마가 키티의 혼사를 두고 불안해하다가 그르치게 됐다.
나는 아직 그 정도의 나이가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그 모습이 미래의 내 모습일 수 있기에
눈에 들어왔다. 내게도 이쁜 딸이있고 어떤 사람과 결혼할지 궁금하다.
나도 이러한데 심지어 다큰 딸이 있는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그러할까?
가끔 난 어떻게 지금의 남편을 만났을까?라고 생각해본다.
그냥 마음이 가는대로 결정하고 따른 것 뿐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한다고 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딸이 결혼 적령기가 되었을 때 나도 키티 엄마와 같은 그런 기분일 것 같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안나의 자살로 소설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자살 이후에
덤덤히 다른 사람들의 삶을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매끄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과감한 시도에 또 다른 생각을 해본다.
삶이 이렇다는 걸 보여주는 걸까?
삶은 그냥 살아가는 거다.
삶은 고통스러워도 힘들어도 아파도 그냥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거다.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아! 하나님, 어디로 가야하나요? <본문 454 페이지>
난 그에게 벌을 주고 모든 사람에게서, 나에게서 벗어날거야 <본문 455 페이지>
내가 어디에 있는 거야? 내가 뭘하고 있는 거야? 무엇 때문에? <본문 456 페이지>
하나님, 나의 모든 것을 용서하소서 <본문 456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