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포도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4
존 스타인벡 지음, 김승욱 옮김 / 민음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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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주의 소설이다. 

그래서 연애소설만큼 재미있지 않다.

하지만 책속 주인공들의 고통이 단지 그들만의 고통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곧 다가올 우리의 미래인 것 같아서 두려웠다.

 

소설은 미국의 대공항 시기의 농민들이 겪은 배고픔, 절망, 분노, 슬픔을 담고 있다.

두꺼운 책으로 두권이나 되는 분량으로 그들의 힘겨움을 아주 세세히 담고 있었다.

작가가 이렇게까지 세세히 잘 알수 있었던 것은 그가 서민의 배고픔을 잘 알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농민들이 은행에 땅을 담보로 돈을 빌려 농사를 지었는데 그마져도 모래바람으로 날아가버린다.  저당잡혔던 땅이 모두 은행으로 넘어가게 되자 오갈데 없어진 농민들이 대거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한다.  희망을 안고서 고장난 차를 고쳐가면서 캘리포니아주로 가지만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농장주들은 일당을 점점 낮춰간다.  평범하게 성실하게 살아온 농민들이 하루아침에 거지처럼 이주 노동자로 전락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도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 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 나는 느낀다.

대기업에서 마트와 빵집까지 점령하고 있는 것이 단지 그 사실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가능한 서민이 운영하는 상점을 이용한다.

서민들이 협동해서 만드는 공동체가 해답인것 같다.

요즘 협동조합, 생협이 많아지고 있다.

작은 힘을 모아 우리것을 지키면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하나 고용자인 신분에서 벗어나 내 창작물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기계부품이 아닌 나만의 색깔을 가진 일을 하고 싶다.

 

이 책에서 어머니의 위대함을 보았다. 

미국의 어머니인데도 책을 읽는 내내 한국의 어머니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남자들보다 더 의연하게 가족을 지키려 온 힘을 다해 노력하는 굳센 어머니상.

어머니는 그래야만 하는 가보다.

 

여자들은 몰래 남자들의 얼굴을 살폈다. <중략>남자들의 얼굴에서 망연한 표정이 사라지고 강인함과 분노와 저항이 나타났다.  여자들은 이제 남자들이 주저앉지 않으리라는 것, 위험이 지나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략> 남자들이 건강하기만 하다면 그 어떤 불행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알고 있었다. <본문 13~14페이지>

 

어머니가 어떤 일에도 동요하지 않아야만 가족들이 어머니에게 의지할 수 있으니까.  위대하면서도 하찮아 보이는 가족 내의 그 위치에서 어머니는 깨끗하고 차분한 아름다움과 위엄을 얻었다.  <중략> 어머니는 자신이 흔들리면 가족도 흔들리고, 자신이 심하게 동요하거나 절망에 빠지면 가족도 무너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본문 153~154 페이지>

 

 

여자들은 남자들을 지켜보았다.  결국 파국이 왔는지 보려고, 여자들은 말없이 서서 지켜보았다.  모여 있는 남자들의 얼굴에서 공포가 사라지고 대신 분노가 나타났다.  여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아직 파국은 오지 않았다.  두려움이 분노로 변할 수 있는 한, 파국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2권 본문 432 페이지>

 

분노의 포도라는 제목은 절망적인 메세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다 읽고나니 희망의 메세지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화내고 분노하는 건 아직은 완전히 끝난게 아니라 일말의 희망도 있다는 뜻이 아닐까? 

 

"믿음을 새처럼 높이 끌어올리지 말라.  그러면 벌레들과 함께 땅을 기는 일도 없으리라."

<본문 18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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