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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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것이 일순간, 난생 처음으로, 준비도 없이 닥친 것이다. <본문 17 페이지>
 
이 문장은 내게 아빠의 사고를 떠올리게 했다. 
진짜 윗 문장처럼 준비도 없이 일순간 내게 닥쳐서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 내게도 있었다. 
이 책은 니체의 영원회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연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 어느 날 그대로 반복될 것이고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아빠의 사고를 다시 겪어야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겨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밀란 쿤데라가 가벼움과 무거움이란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논한 책이란 걸 알았다.
 
파르메니데스는 가벼운 것이 긍정적이고 무거운 것은 부정적이라고 했다. <본문 13 페이지>
 
니체는 영원 회귀의 사상은 가장 무거움 짐이라고 말했다.  영원한 회귀가 가장 무거운 짐이라면,
이를 배경으로 거느린 우리 삶은 찬란한 가벼움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낸다.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리 삶이 지상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우리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 
반면에 짐이 완전히 없다면 인간존재는 공기보다 가벼워지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려,
지상의 존재로부터 멀어진 인간은 겨우 반쯤만 현실적이고 그 움직임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지고 만다. 
그렇다면 무엇을 택할까?  <본문 12-13 페이지>
 
베토벤은 무거움은 뭔가 긍정적인 것이라고 간주했던 것 같다. <본문 60 페이지>
 
체코의 프라하가 장소적 배경이며 이 곳에서 <프라하의 봄>이라는 민주자유화 운동이 벌어지고
이를 제지하는 소련의 무력공습이 시대적 배경이다.   
 
프라하의 젊은 의사 토마시는 상류층의 사람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가졌다.  
그의 애인인 화가인 사비나역시 상류층 사람으로 분류가 된다. 
술집 웨이트리스였던 테레자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책을 들고 토마스가 속한 상류층으로 들어온다. 
 
연애시기는 사비나 캐릭터와 비슷한 것 같은데 결혼초기는 테레자 캐릭터와 비슷한 것 같다.  
의지하고 집착하는 모습이 꼭 테레자를 닮은 것 같았다.  토마스와 테레자 그리고 사비나라는 캐릭터 중심으로
 책을 읽어나갔을 때는 이 책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느꼈다.  그런데 뭔가 후련하지 않아
다시 읽어보니 참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내가 모르는 체코의 아픈 역사, 둡체크, 브레즈네프, 파르메니데스, 키치까지....
 
하나하나 공부해가며 읽은 문학책은 드물었다.  내게...
이 책은 나를 공부하게 만든다. 
철학책을 들추게 하고 <프라하의 봄>영화를 보게하고, 체코의 역사를 뒤적이게 한다.
 
지금까지 나열한 것들만 본다면 이 책은 무거움에 가깝다고 해야할 것이지만 내가 처음 읽고 난 느낌은 가볍다였다. 
참 신기하다.  밀란 쿤데라는 무거운 체코의 역사를 가볍게 조명하려했던 것 같다. 
무거운 주제를 무겁게 다뤘다면 사람들은 이 책을 다시는 읽지 않으려하지 않았을까? 
무거움을 가볍게 조명했기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고 제목을 붙였나? 
확실하지 않지만 나는 그리 본다.
 
인간에게 아니 체코인에게 그런 아픔이 없었더라면, 세상의 짐이 무겁지 않았더라면
날아가버리지 않았을까?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지...
 
독자들에게 세상의 짐이 무거운 건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되니 그 무거움을 나쁘게만 보지 말라라고 말하는 듯하다.    
무거움은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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