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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1
헤르만 헤세 지음, 이노은 옮김 / 민음사 / 2004년 11월
평점 :
매일매일을 일요일처럼 살았다.34쪽
내가 읽은 헤르만 헤세의 네 번째 작품이다.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싯다르타>, <크눌프>.
한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읽다보면 작가의 생각이 포착되는 순간들이 있다. 이 책에서는 헤르만 헤세가 평생 꿈꾸던 이상적인 인물은 크눌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본인은 결혼도하고 아이도 있는 현실을 살았지만 가벼운 삶을 살며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방랑자인 크눌프 같은 인물을 꿈꾸어 온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현실의 '나'와 내가 꿈꾸는 이상의 '나'라는 두 자아 사이의 대화같았다.
무두장이 등 크눌프를 반기는 많은 인물들은 현실의 나인 것이다. 묵묵하고 지루하지만 현실을 책임지고 안정을 추구하는 현실의 '나'. 하지만 한 곳에 정착하지 않으며 바람처럼 삶을 살아가는 크눌프는 이상적인 '나'
두 자아의 헤르만 헤세를 다 본 듯한 책이다.
그저 구경하는 것 외에는 삶에 대해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이 독특한 친구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보았다. 33쪽
무엇이 진리인지, 인생이 본래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는 각자가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지, 결코 어떤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일세. 38쪽
주인은 경탄과 관대함을 드러내며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것은 노동자이자 시민인 사람이 돈벌이가 안 되는 일을 참아내며 보고 있는 듯한 태도였다. 43쪽
자네는 전혀 모를 걸세, 일주일을 힘겹게 보낸 끝에 맞는 주말이 얼마나 멋진지 말이야. 49쪽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 사람들로 하여금 즐거움 뿐만 아니라 슬픔이나 두려움도 항상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67쪽
크눌프가 죽기 전에 밟은 고향 땅에 대한 묘사가 따뜻하고 아련했다.
이 책은 뭔가 가볍다라는 생각이 든다. 방랑자로서 떠돌다가 맞이하는 죽음이라기에 한없이 깃털처럼 가볍다.
무거움이 빠진 삶은 리얼리티가 느껴지지 않아서 가짜같거나, 드라마나 영화 속 삶처럼 느껴진다.
크눌프 같은 삶은 상상 속에만 있다는 건가? 하나님과 같은 절대적인 존재이지만 실체가 없다는 건가? 알쏭 달쏭하다.
크눌프의 대사 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라는 부분이 마음에 닿았다.
난 지금껏 잘 살아오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