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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읽은 박완서 작가의 네번째 작품이다.
<아주 오래된 농담>을 인상깊게 읽었다.
자신이 유부남인체로 우연히 다시 만난 동창생을 사랑한 한 의사와 그 주변의 여자들 이야기였다.
작가가 여자니까 당연히 여자들 이야기를 잘 쓰겠지만
<그 남자네 집>도 참 잘 썼다는 생각이 든다.
한 여자가 결혼을 했다. 결혼전에 연애도 했지만 결혼은 조건을 대충 맞춰보고 했다.
결혼 후에 시댁과 친정과의 문화차이에 힘겨워하고
살림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한 여자가 주인공이다.
그 여자와 연애했던 그 남자를 결혼 후에도 잠시 만나는 일탈을 하지만
결국 아이를 셋이나 낳고 남편과 무사히 결혼생활을 했다는 내용이다.
그 남자도 결국 다른 좋은 여자를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과 함께
잘 살고 있더란 이야기도 나온다.
공부도 잘한 이 여주인공은 참 현실적이고 요즘 여자와 닮아있다.
물론 이 책은 훨씬 이전의 시대를 배경에 두고 있지만
이 주인공이 당장 현실로 뛰어나온다고 해도 이 시대와 잘 어울릴 여성으로 보인다.
결혼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었다.
아마도 남편의 사랑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사소한 것으로 다투었거나
아니면 내 존재는 무엇인가라는 자의식이 고개를 들었을 때일지도 모르겠다.
결론은 부부가 그저 사랑하는 사이는 아닌 것 같다.
사랑을 바탕으로 지지해주고 격려하고
서로를 불쌍히 여기고 보살펴주고 아껴주고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부부가 아닐까?
이 책속에는 양공주가 나온다.
힘든 가정형편으로 미군부대에 일하다가 양공주가 되었고
동생들 먹이고 공부가르쳤는데 자신은 정작 결혼도 못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동생들 데려와 공부시켰는데
누나 덕분에 공부한 그 동생들이 이제는 자신을 부끄러워한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가슴아팠다.
우리 민족의 아픈 부분까지 살짝꿍 담고 있어서 이 소설은 무게감도 있는 것 같다.
시댁과 친정의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참 잘 그려냈다.
짜증스러워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나중에는 시댁의 문화에 익숙해져가고 더 좋아하게 되는 그녀의
모습에서 피식 웃고 말았다. 문화란 무엇일까?
거창하게 한 나라의 문화, 한 시대의 문화를 논하기 전에 개인의 삶과 밀접한 가정문화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가정의 문화, 아니 가풍은 그 집안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공기와도 같은 것 같다.
일상이기 때문에 다른 가풍과 만나면 놀라게 되고 다름을 느끼게 되고 거부감을 갖게도 된다.
같은 민족끼리도 그러한데 같은 지역에서도 그러한데
다른 민족과의 문화적 충돌은 어떠할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