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의 바다 - 보이지 않는 디스토피아로 떠나는 여행
이언 어비나 지음, 박희원 옮김 / 아고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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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바다의 광활함 때문에 해사법 집행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과 버려진 요새로 한 국가를 만들고, 해상 낙태 시설을 제공하며, 낚시와 밀렵을 넘어 현대의 바다 노예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이 약점을 이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말한다. 바다에서는 물리적 법적 거리가 멀기 때문에 육지에서는 적발될 수 있는 행위도 쉽게 저지를 수 있다. 바다에서의 국경은 모호하며, 각국은 근해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수익성이 있을 때 자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해역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다. 그러나 선박이 의도적으로 선적을 변경하여 읽기 어렵게 하고, 어로작업이 금지된 다른 해역에서 작업하고, 다른 국가의 외부 인력 대행업체에서 근로자를 고용하기 때문에 누구의 책임인지도 불분명하다. 따라서 전체 공급망을 추적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장마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집필했다. 그는 이주 노동자들이 왜 이런 위험한 일을 하면서도 그 끔찍함을 드러내지 않는지(선원 대부분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왜 정부가 아닌 비영리단체가 바다를 단속해야 하는지, 밀항자들을 항구에 내려놓지 않고 바다에 버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왜 여성들이 목숨을 걸고 외국 해역에서 낙태권을 제공하는지, 샥스핀 수프와 고래고기에 대한 수요는 역사적으로 어디서 유래했는지 등 독자들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바다에서의 진실을 밝히기 어려운 이유는 각자의 다양한 인센티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독자를 배에서 생활하는 신체적, 정서적 경험에 몰입시키는 데 매우 능숙하다. 배 안에서의 시간을 묘사하는 방식이 그렇다. 지금은 새벽 3시이고 한 시간 후면 새벽 3시 5분이 된다는 식이다. 아울러 비위생적인 냄새, 땀, 바퀴벌레, 쥐, 상한 음식은 물론 망망대해, 암초, 파도, 추격전 등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아울러 이 책은 제한과 책임이 강제되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탐구하고 해양 역사, 문화적 관행, 무법, 투명성 부족, 고통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인간에게는 타인과 환경을 희생하면서까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극한까지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명확한 한계가 없으면 그런 경향이 나타나고 극단으로 치닫기 전까지는 주목받지 못한다. 이 책은 또한, 문명화의 이면에 숨은 과거의 잔인한 관행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인간의 본성 외에도 바다는 무한하다는 물리적 착각을 일으킨다. 우리는 바다의 자원이 풍부하다고 쉽게 생각하며, 쓰레기 투기와 같은 우리의 행동은 바다의 크기에 비해 사소하다고 느낀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무한한 공간에는 한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식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합의된 규칙을 설계하고, 책임을 할당하고, 시행하려면 지속적이고 전 세계적인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 책에서 심도 있게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시스템에서는 면책과 눈앞의 이익이 매우 고무적인 상황에서 기업들은 이를 우선순위에 두기 어렵다. 페스카테리언(육류는 먹지 않지만 어류는 섭취하는 사람)에게 왜 별도의 식단이 필요한지, 음식에 대한 암묵적인 위계가 존재하는지, 새로운 삶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쉽게 이용당하는지 등 저자가 탐구하는 인간 본성에 관한 질문은 흥미롭다.

또한, 저자는 정보 부족과 거리감이 이러한 관행을 유지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을 넘어서는 사고의 어려움에 대한 주제를 강조한다. 힘의 불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정보는 보류되거나 가려진다.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은 정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느껴진다. 소비자로서는 물건이 싸고 편리하고 잘 팔린다면 그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설령 정보가 있다고 해도 거리감이 존재한다. 바다에 나가 있는 것만으로도 법과 책임으로부터 물리적인 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문제가 너무 멀게 느껴져 현실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식탁에 오르는 생선이 노예 노동으로 제공되었거나 월드컵을 개최하기 위해 노예 노동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해산물을 먹는 즐거움과 애국심이라는 삶의 즉각적인 연관성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 너머를 바라보거나 단순히 기억하기 위해서도 정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가 말했듯 사람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지키도록 설득하기는 어렵다.

#이언어비나 #무법의바다 #아고라 #디스토피아 #해사법 #취재기 #동반취재 #현장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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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쌤의 예의 바른 영어 표현에 더하여
구슬 지음 / 사람in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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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바른 영어표현에 더하여(구슬 지음)

 

오랜만에 영어 공부 좀 해 볼까요? 다음의 영어 문장을 살펴봅시다.

 

Bring the report.

Please bring the report.

Can you bring the report?

Could you please bring the report?

Would you please bring the report?

I wonder if you could bring the report.

Would you mind if I asked you to bring the report?

I would appreciate it if you could bring the report.

 

영어에도 분명히 예의 바른 표현이 있습니다. 문장 앞머리에 couldwould, 문장 끝에 무조건 please만 붙인다고 되는 건 아닙니다. 부산 사람에게 서울말은 끝말만 올리면 된다는 소리와 비슷하죠. 위 예문에서 보듯 영어도 한글 못지않게 공손한 표현일수록 문장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쁜데 그까짓 보고서 하나 달라는 말이 짧을수록 경제적이지 아닐까 싶겠지만, 그럴수록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역시 적어 보입니다. 오는 말이 공손하려면 가는 말이 험해야 한다는 역설은 잠시 접어두죠. 문장이 길어지는 만큼 듣는 사람의 기분도 좋아진다고 생각하면, 이제부터는 같은 말이라도 서로의 기분이 좋아지게 해 봅시다. , 질문을 받았으니 이제 답변을 해야겠죠? 보고서를 가져다 달라는 요청에 대한 승낙의 표현을 살펴봅시다. 친구 사이나 직장 동료 사이에 쓸만한 답변과 정중한 표현을 대비시켜 봅니다.

 

All right. / Understood.

Okie. / I understand.

No problem. / Sure.

Got it. / Certainly.

Will do. / My pleasure.

Fine with me. / I would be happy to.

 

공손하고 예의 바른 영어표현을 위한 팁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사람 대신 사물을 주어로 사용하면 보다 중성적이고 부드럽게 들립니다. Please finish this work by tomorrow. (이 작업 내일까지 끝내 주세요) 보다는 This work is expected to be finished by tomorrow. (이 일을 내일까지 끝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라고 말하는 식입니다. 아마 이 말을 들어야 하는 처지라면 일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줄어들 것 같습니다.

 



저자는 유용한 표현을 제시할 때 그와 비슷한 다른 표현도 함께 보여주며 두 표현 사이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누군가 직접적으로 내게 공지해 줬거나 얘기해줘서 들은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I was told, ‘주변인들이나 TV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연히 듣게 된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I heard가 적절하다는 식이죠. 이렇듯 쓸모없는 표현이 하나도 없는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곳은 한 개의 단어에 여러 개의 뜻을 지닌 그러나 학습자가 흔히 그 활용도를 잊고 있던 다의어(polysemy)에 대해 집중적으로 예를 들고 있는 3부의 2장 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말 그대로 물에 뛰어든다는 뜻의 dive in은 본격적으로 일에 착수하다, 몰두하다, 배고프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에 쓰입니다. 다음 예문은 모임을 시작한 직후에 쓰일 말로 아주 적절해 보입니다.

 

Before we dive in, I’d like to thank everyone for being here today.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 와 주신 모든 분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책으로 영어를 배운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 다시 말해 내가 이 표현을 썼을 때 실제 때와 장소에 맞는 적절한 뉘앙스를 풍겼는가에 대한 확신을 얻고 싶다는 본능적인 욕구를 적절히 채워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도입 부분의 차례를 살펴보다가 자신의 발언 차례가 지나고 사회자나 다음 차례의 연사에게 무대를 양보할 때 쓰는 유용한 표현 You have the floor가 눈에 딱 들어왔습니다. 어려운 단어는 하나도 없으면서도 이 얼마나 간결하고 시의적절할 표현인가요. 이것 말고도 Thank you for your effort, You might want to 등의 표현은 즉시 써먹을 수 있겠습니다.

 

영어 표현을 다룬 익힘책의 진가는 이렇게 즉각 활용할 수 있는 표현을 충실하게 실었는가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가성비는 아주 뛰어납니다. 보너스로 유닛마다 표시된 QR 코드를 이용하여 예문을 읽어주는 원어민의 발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존 영어에서 벗어나 더욱 품위 있고 예의 바른 표현의 영어를 원하는 학습자에게 권해드립니다.

 

#북유럽 #사람in #예의바른영어표현에더하여 #영어회화 #교재추천 #공손한표현 #구슬 #품격영어 #영어공부 #책추천 #쉬운단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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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워터 - 자유를 찾는 모든 이들의 꿈, 2023 뉴베리 대상 수상작
아미나 루크먼 도슨 지음, 이원경 옮김 / 밝은미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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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흑인 노예인 열두 살 호머와 그의 여동생 에이다, 그리고 그들의 엄마 로즈는 서덜랜드 농장에서 탈출한다. 그들의 계획은 자유를 찾아 북쪽으로 가는 것이었지만, 엄마는 호머가 도망치는 것을 도와주기로 약속한 친구 애나를 데리러 돌아간다. 이제 호머와 에이다는 농장 관리인이자 노예 사냥꾼인 스톡스와 그의 개들, 그리고 그의 두 처남 론과 릭의 추적을 받는다. 호머는 자신을 물었던 개 중 한 마리를 가까스로 피하여 에이다와 함께 강으로 향한다.

 

물살이 거센 강둑에서 호머는 에이다의 손을 잡고 뛰어내려 멀리 하류로 떠내려간다. 물속에서 호머가 강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부상을 입는다. 호머와 에이다는 노천에서 잠을 자며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그들은 농장주 크럼의 버려진 신발을 신었기 때문에 이름이 붙여진 신발두짝 아저씨를 기억한다. 그의 아들 데스몬드는 팔려나갔고, 아내 샐리는 큰 충격을 받았다. 데스몬드를 되찾기 위해 신발두짝 아저씨는 또 다른 노예 윌슨이 도망친 곳을 발설한다. 그러나 크럼은 데스몬드를 되찾지 못했고 발견된 윌슨은 농장에서 채찍질을 당한다.

 

호머는 스톡스의 개 짖는 소리를 듣고 에이다를 늪으로 더 깊숙이 끌어당긴다. 그러나 호머는 곧 싱크홀에 빠져 진흙탕 깊숙이 가라앉는다. 에이다의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온 호머는 거대한 뱀이 자기 다리를 감싸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뱀이 공격하려던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에 맞아 죽는다.

 

히코리 나무의 갈색 피부와 긴 밧줄을 두른 머리를 한 낯선 남자가 나무에서 내려와 화살을 뽑으며 에이다의 질문을 막는다. 근방에서 스톡스가 개를 데리고 있는 소리가 들려와 에이다에게 공포를 안겨준다. 에이다가 도망치기 전에 남자는 에이다의 드레스 조각을 찢어 끈적끈적한 무언가로 화살을 감싼다. 남자는 나무 꼭대기에서 불타는 화살을 아래 마른 나뭇잎에 쏘아 늪에 불을 지른다.

 

호머와 에이다는 술레만이라는 이름의 남자를 따라 늪 깊숙이 들어간다. 하루 동안 늪을 헤치고 나무를 깎아 만든 배를 타고, 수풀 속에 숨겨진 비밀의 문을 통과하고, 비밀스러운 나무 아지트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등 복잡한 여정을 거친 후, 호머와 에이다는 마침내 프리워터에 도착한다.

 

프리워터로 여행하는 동안 술레만은 호머와 에이다에게 자신이 농장에서 세 번이나 도망쳤고, 그때마다 벌로 손가락을 잃었다고 말한다. 술레만의 임무는 여러 농장에 대해 알아보고 농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훔쳐내는 것이다. 술레만은 호머와 에이다를 이끌고 나뭇잎과 진흙으로 뒤덮어 덤불로 위장한 데이비드, 아이브라, 다리아를 만난다. 이들은 나무 위로 올라가 하늘 다리를 건너 탈출한 노예들의 마을인 프리워터로 들어간다.

 

한편 서덜랜드 농장에서 열한 살 노라는 로즈가 스톡스의 처남들에게 붙잡혀 잔인하게 채찍질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노라는 서덜랜드의 주인 크럼의 막내딸이다. 노라가 태어났을 때 그는 딸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믿었다. 노라는 얼굴 왼쪽에 커다란 붉은 딸기 모반을 가지고 태어났다. 아버지는 노라에게 문어 사진을 보여주며 모반이 문어와 닮았다고 말한다. 타원형의 문어 머리가 관자놀이에 표시되어 있고 거기서부터 여덟 개의 구부러진 자국이 생겼다. 두 개는 왼쪽 눈썹까지 뻗어 있었고, 나머지 세 개는 광대뼈를 따라, 나머지 세 개는 턱선을 따라 내려왔다. 부모님은 노라가 병에 걸렸다고 생각했고, 로즈는 어쩔 수 없이 젖을 뗀 노라의 유모가 되었다. 곧 노라는 부엌에 딸린 방을 따로 쓰는 로즈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다. 노라는 가정교사의 가르침을 받았고 로즈와 함께 부엌에서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낸다. 노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노라의 언니 바이올렛의 결혼식을 불과 한 달 앞둔 상황에서 음식을 담당한 로즈에게 가해진 채찍질은 재앙이었다. 집안의 노예였던 애나에게 호머와 에이다가 사라지고 로즈가 채찍질 당한 일은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크럼 부인에게 애나는 특이한 노예로 여겨졌다. 그녀는 여러 번 팔렸고 종종 한 집에서 1년 이상 지내지 못했다. 애나의 어머니는 애나의 팔에 칼집을 내어 북쪽으로 도망가라는 힌트처럼 보이는 일종의 흉터를 남긴다. 애나는 탈출하여 어머니를 찾기로 결심했고, 호머와 에이다의 탈출과 로즈의 고통은 애나에게 탈출과 복수를 계획하게 만든다. 노라 역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언니 바이올렛이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우연히 들은 노라는 로즈를 찾으러 달려가지만, 채찍질로 인해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것을 발견한다. 그 광경은 노라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프리워터에서 호머와 에이다는 해방된 지역사회의 주민들을 만나게 된다. 몇 년 전에 탈출한 라이트 부인과 언니 주나와 함께 사는 산지가 있다. 산지는 프리워터에서 태어나 노예제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며 장차 술레만같은 인물이 되고 싶어 한다. 선머슴 같은 그녀는 활과 화살통을 가지고 다니며 종종 말썽을 부리곤 한다. 그녀의 아버지 데이비드는 프리워터의 경계를 순찰한다. 아버지 이브라를 따라 탈출한 열네 살 빌리는 말을 더듬고 많은 것을 두려워한다. 그는 자신과 아버지를 사냥한 노예 사냥꾼이 여전히 밖에서 노리고 있다고 확신한다. 나무 다루기를 좋아하는 그는 짝사랑하는 주나를 위해 나무 팔찌를 만든다. 수로 파는 인부들 가운데서 탈출한 산지의 라이벌 퍼디낸드가 있다. 그가 훔친 감독관의 칼은 자유를 상징하는 소중한 물건이다.

 

호머와 에이다는 이후 3주 동안 프리워터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호머는 어머니와 애나가 서덜랜드 탈출을 돕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중 신발두짝 아저씨의 배신 사실을 알게 되고 행동에 나선다. 서덜랜드로 돌아가려는 그의 계획은 새로운 친구 산지, 퍼디낸드. 빌리, 주나에게 발각되고 그들은 에이다와 마찬가지로 그와 함께 길을 나선다. 그들은 바이올렛의 결혼식으로 바쁠 때 농장에 도착하기를 바라며 출발한다. 한편 애나와 노라는 자신들만의 계획을 세워 서덜랜드를 떠나려 한다. 하지만 바이올렛의 결혼식은 호머, 에이다, 로즈, 애나, 노라에게 특별한 날이 되고 바이올렛과 서덜랜드에게도 쉽게 잊을 수 없는 날이 된다.

 

 


<작품에 관하여>

저자의 데뷔작인 프리워터는 즐겁고 흥미로운 탈주 노예 이야기다. 프리워터는 남북전쟁 이전 버지니아 남동부와 노스캐롤라이나 북동부에 위치한 그레이트 디즈멀늪에 살던 공동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냈다. 본래 이곳은 노예로 일하던 농장에서 탈출해 자유를 얻은 흑인들이 들어오기 전 수 세기 동안 미국 원주민이 거주하던 곳이다.

덥고 습한 날씨, 울창한 수풀과 덩굴, , 독사, 곤충 등 그레이트 디즈멀 늪의 환경은 매우 험난했고 이러한 여건으로 도망친 노예를 추적하고 다시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분명한 것은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늪지에서의 삶이 농장에서 노예의 삶보다 낫다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흑인들은 늪의 높은 지대에 집을 지었는데 도구와 의복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종종 인근 농장을 습격하여 도구, 식량 및 기타 물품을 구했다고 한다.

 

프리워터에서 호머와 에이다는 어머니 로즈와 함께 서덜랜드 농장을 탈출해 인근 늪지대 깊숙이 숨겨진 마을로 향한다. 하지만 다른 노예 애나를 데려가기로 한 약속을 어긴 탓에 호머의 마음속에는 죄책감이 남아있다. 이에 로즈는 애나를 데려오기 위해 돌아왔지만 다시 붙잡혀 채찍질을 당한다. 호머는 어머니를 프리워터로 데려오기 전까지는 자유란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프리워터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용감한 산지부터 말을 더듬으며 다시 잡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빌리, 어머니가 여전히 노예인 상태에서 늪의 삶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호머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노예를 단순한 소유물로 여기는 크럼 부부와 바이올렛 크럼, 여러 번 팔려 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는 어린 노예 소녀 애나, 사랑하는 아들 데스몬드를 되찾기 위해 배신을 거듭하는 신발두짝 아저씨, 충실한 노인 노예인 조 할아범과 페튜니아 할머니가 있다. 그리고 서덜랜드 노예들의 학대받는 실상에 눈을 뜨게 된 노라 크럼도 있다.

 

크럼의 막내딸 노라는 로즈가 잔인하게 채찍질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노예제도의 현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릭과 론이 로즈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모습을 보고 노라는 마음 아파한다. 아버지가 호머와 에이다를 되찾으려는 계획을 엿듣게 되면서 노라는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진다. 밤마다 노라를 재워주던 아버지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노라가 로즈에게 두고 간 책을 돌려주며 아버지가 책을 찾으면 로즈에게 다시 채찍을 가하겠다고 말하자 노라의 속마음이 바뀐다. 잔인하고 두려운 스톡스는 그렇다 치고, 그녀의 아버지는 과연 어떤 인물인가? 애나의 말에 얼어붙은 호수 같았던 노라의 마음은 처음으로 작은 균열이 생긴다.

 

노라는 서덜랜드의 다른 노예들과 달리 로즈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얼굴 왼쪽에 문어 모양의 모반을 가지고 태어난 노라는 집안에서 왕따당한다. 그녀의 어머니는 노라에게 모반을 가리기 위해 머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딸이 자신의 행동과 말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이에 따라 노라는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고 원치 않는 존재라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아기 시절부터 노라를 돌보던 로즈는 항상 노라를 받아들인다. 로즈가 상처에서 회복되자 노라는 로즈가 탈출한 자녀 호머와 에이다의 생사를 몰라 상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노라는 또한 언니 바이올렛이 옛날에는 로즈와 어울리며 살았지만 지금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바이올렛에게 로즈는 그저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존재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어렸을 때는 로즈를 하나의 사람으로 보고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자라면서 이용당하는 소유물로 전락했음을 깨닫는다. 노라는 자신이 언니처럼 될까 봐 두려워하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사건은 노라의 인생관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사랑하는 로즈에게 일어난 일에 대하여 수치심으로 가득 찬 노라는 서덜랜드 주변의 삶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평생 들판에서 들려오는 영혼을 울리는 노래에 익숙한 노라는 그 노래의 기원을 알아본다. 담뱃잎 사이에 숨어 스톡스의 채찍질 소리를 듣던 노라는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눈동자가 로즈와 매우 흡사한 것을 발견한다. 그녀는 그 고통을 보고 겁에 질려 다시 집으로 달려가 어머니의 손이 닿는 곳으로 돌아온다. 갑자기 매일 멀리서 보던 담배밭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으면서 그곳이 고통으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된다. 노라는 자기 가족이 특히 자신을 키워준 로즈를 대하는 방식이 옳지 않음을 분명히 인식하며, 먼저 가짜 노예 양도 각서로 로즈를 풀어주려 시도한다. 그것이 실패하자 그녀는 애나를 돕기로 결심하며 결국 노라는 로즈와 애나를 모두 도울 수 있게 된다.

 

노라의 변화는 엄마가 딸기 모반을 가리기 위해 얼굴에 바르도록 강요했던 하얀 가루를 씻어내는 것으로 상징된다. 노예제도 자체가 악의 근원이며 로즈와 애나처럼 노예가 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현실과 마찬가지로 노라의 현실은 얼굴에 모반이 있다는 것이다. 노라가 처음으로 스톡스에게 애나를 내버려두라고 명령하면서 그녀의 변화는 이어진다. 이때까지 노라는 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이제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 선한 일에 사용하게 된다.

 

프리워터는 노예제도에 관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어머니 로즈를 해방시키기 위한 호머, 프리워터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 애쓰는 산지, 두려움을 극복하고 주나에게 자신의 감정을 말할 용기를 내는 빌리, 서덜랜드에서 자아를 찾으려는 노라 등 개인적인 여정에 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사실적 캐릭터와 더불어 많은 독자가 잘 알지 못하는 배경의 좋은 이야기로 잘 구성되어 웬만한 스릴러 작품 이상의 긴장과 흥미를 자아낸다. 비록 아동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도서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권위 있는 뉴베리상 대상작인 만큼 구성이 알차고 줄거리가 탄탄한 수작이라 어른이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 번역본도 좋지만, 원문의 느낌을 충실히 느낄 수 있는 원서 일독을 권해드린다.

 

#한달의기록 #프리워터 #아동문학 #번역문학 #뉴베리상 #탈주노예 #아미나루크먼도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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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기에 힘든 우리
정시화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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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적으로 잘 정리된 소제목의 행렬을 보니 이 책을 읽어보고픈 마음이 생겼다.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법이라든지 돈은 더 행복하기 위해 버는 게 아니다, 사람은 고쳐 쓸 수 있다 등 세간에 잘 알려진 인생의 조언을 살짝 비틀어주는 소제목으로 삼았기에 뭔가 재미있을 것 같은 내용이 기대되었다.

 

누구나 혼자 있을 때와 사람들 앞에 있을 때 다른 점이 있겠지. 그런데 만약 사람에게 자기 나이에 맞는 지혜와 성찰이 없다면 그 사람 나이에 맞는 자신을 연기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거야. 그걸 우린 철없다 하는 거고.(11)

 

왜 저자는 우리가 늙지 않기에 힘들다고 했을까. 일견 늙음은 미덕이요 장점임을 바탕에 둔 의도적 표현인가. 인간의 수명이 대체로 자연의 영향력에 놓여있던 시절, 아마도 인류는 이렇다 할 인생의 고민거리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치매, 성인병, 복잡한 인간관계 등은 모두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골칫거리 들이다. 십 대에 결혼하여 자손을 낳고 삼십 대에 조부모가 되며 평균 수명이 기껏해야 마흔을 넘기기 어렵던 때에는 주로 먹고 사는 일을 걱정했을 것이다.



대단하고 어려운 존중이란 나와 의견이 다르고, 내가 싫어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받아들이는 거지.(69)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나이 들어 아프고 힘들면 그만 천수를 다해야 하는데, 싫어도 아픈 몸을 자꾸만 고쳐 놓으니 어쩌다 80세까지 살게 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그리고 그 어쩌다는 이제 곧 100세를 앞두고 있다. 그만 살아도 되겠다는 개인의 소망이 자동으로 무시되는 시대를 사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기대 수명의 두 배를 넘겨 사는 바람에 우리 인생이 힘들어지는 시점이 왔다.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인생의 지혜를 터득한 어르신은 간데없고 노인 인구만 늘어난다. 한국처럼 급격한 인구 노령화를 겪는 나라는 곧 여러모로 나이 듦에 준비되지 않은 노인이 많다는 뜻이다. 몸은 노화되어도 정신 연령은 그에 한참 못 미친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아무리 낮은 확률을 뚫고 성공해도 아주 크게 행복하긴 어렵지만 남들과 비슷하게라도 살면 아주 큰 불행은 막을 수 있는 거지. 나이 들수록 이 사실을 저절로 깨닫기 때문에 도전보다는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게 되는 거 아닐까.(159)

 

이 책은 나이 먹는 것이 두려운(?) 40대의 동생 시화와 그보다는 나이가 들었을 묘령의 언니 사이에 주고받는 대화로 구성되었다. 둘 사이의 친밀도는 매우 높으며 한 사람은 이끌고 다른 이는 따르는 멘토-멘티 관계로도 읽힌다. 동생은 주로 질문을 던지고 인생의 지혜를 담은 답변은 주로 언니의 입에서 나온다. 아니, 언니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여러 철학자와 현인의 세계관이 잘 합쳐져 어우러지는 소리로 들린다. 두 여성 사이의 대화체라 그런지 여성 특유의 공감 위주 화법은 간혹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 희희, 키키등 실제 대화에 나옴 직한 의성어를 비롯하여 맞장구가 빠지지 않는 대화라 솔직히 중년의 남성 독자로서 영 적응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세상엔 더 나은 삶, 더 훌륭한 삶 같은 건 존재하지 않고, 단지 더 행복한 삶만이 있을 뿐인 거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고민해야 하는 건 오로지 어떻게 더 행복하게 살 것인가 뿐인 거야.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목적은 오로지 행복일 뿐이라는 게 증명되는 거지.(240)

 

그렇더라도 구성과 형식에 구애받기 보다는 순간적으로 빠져드는 듯한 언니의 깔끔한 설명에 집중해 보시길 권해드린다. 평균적으로는 대화체가 아닌 평범하면서도 군살 없는 질문과 답변 형식을 취했었더라도 좋았을 것 같다. 각별한 사이의 두 여성이 나누는, 삶의 지혜가 담긴 수다크래프트에 두 시간쯤 빠져 보시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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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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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기에 힘든 우리
정시화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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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별한 사이의 두 여성이 주고받는, 생활의 지혜가 담긴 수다크래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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