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스라엘 - 7가지 키워드로 읽는
최용환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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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 관해서라면 이 한 권으로 충분하다. 현지에서 살아 본 사람만이 가능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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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삭 글쓰기 - '원문'과 '대안'이 유형별로 제시된다 / 수필, 자소서, 보고서, 논문의 핵심
백우진 지음 / 사개모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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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보고 처음 펼쳐보는데 갑자기 제본 부분이 훅 꺾어지니 앗~! 이 책 파본 아닌가? 싶었다. 지금까지 접해 본 책 가운데 330쪽 분량이면서 실로 꿰맨 제본은 처음 접해본다. 그런데 사용해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편리하다. 접착제 제본의 경우 도입부와 마무리 부분의 비율이 맞지 않아 둥그레진 책장 가운데를 눌러가며 읽어야 한다. 그런 책은 대개 사진을 찍거나 글씨를 써넣을 때면 두 손을 다 써야 하고 자꾸 덮여 마냥 불편한데, 실로 꿰맨 책은 180도 펼쳐지니 아주 그만이다. 독서대에 올려놓아도 책갈피와 씨름할 일이 없다. 딱 하나 흠이라면 제본의 특성상 책의 어깨 부분이 없어 반드시 이를 가려주고 제목을 붙인 표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느 날 쓰기과목을 담당한 동료 선생님을 찾아갔다. 수년간 책을 읽고 써서 모은 서평 묶음을 보여주며 첨삭해주실 의향이 있는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동료 교사로서 첨삭 작업이 부담스러웠는지, 아니면 같은 남성이 아니라 남우세스러웠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소원을 이룰 수 없었다. 나중에야 느꼈지만 그건 참 바보스러운 짓이었다.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해서 누군가가 나에게 자신의 문집이라며 첨삭을 부탁해온다면 흔쾌히 들어주었을 것인가? 참 쉽지 않은 부탁인데 그렇게나 서슴없이 말하다니, 쯧쯧.


인생 최초의 글쓰기 첨삭은 대학 졸업반 때, 국문도 아닌 영문 에세이였다. 당시 외국 유학을 막 마치고 돌아온 같은 학과 7년 선배님이 가르치던 교양과목으로 시사영어를 수강했는데, ’타임지 사설을 읽고 다수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에세이를 써내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때만 해도 대개의 과제물은 제출하고 끝이었는데 특이하게도 이 선배 교수님은 일주일 후 수강생 전원의 과제물을 빨간펜으로 불바다를 만들어 돌려주시는 게 아닌가. 영문법에 취약한지라 나 역시 불바다를 면치 못 하리라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창의적인 내용이라며 후한 점수를 매겨주셨다. 더불어 교수님이 첨삭한 모든 글귀는 그 자체로 훌륭한 예문이었으며 글자마다 작성자에 대한 넘치는 애정과 격려가 담겨 있었다.

 

이 책은 전체 6장으로 구성되었다. 1통하는 기법은 글이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 필요한 흥미 유발이나 임팩트 던지기 기법을 말한다. 이야기의 흡인력을 좌우하는 주요 기법인 플롯은 소설 외에 수필 등에도 요긴하게 쓰인다. 언론계와 출판계에서 권하는 각 잡아 쓰기는 글의 전달력을 높여준다. 앵글 맞추기와 프레임 기법을 익혀 적절히 구사하면 글쓰기 고수가 된다. 인용하면 글이 풍성해지고 위트를 잘 도입하면 글발이 빛난다. 종결부는 일의 끝을 단단히 마무리한다는 뜻의 매조지기로 끝낸다. 2짜임새 있고 두서 있게에서는 글의 구성단위는 문장이 아닌 문단이라 정의한다. 문단은 두괄식과 안내문, 미괄식으로 구분되며 글의 구조를 시각화한 형식이 개조식이다. 3장은 글의 설계와 전개를 다룬다. 문단은 글의 설계도 격인 아우트라인과 잘 맞물려야 하며 문단 단위로 써야 독자는 글을 읽으면서 글의 뼈대를 추린다. 설계에 이어 전개에서 피해야 할 여러 유형을 제시한다. 4문장과 문장들접속사를 쓰지 말라단문 위주로 쓰라는 두 가지 널리 알려졌지만 틀린 지침을 지적한다. 5장은 글쓰기 종류의 책에서 잘 보기 힘든 예로 공들인 보고서라도 중요한 수치가 틀렸다면 다 틀릴 수 있음을 강조한다. 6장에서는 앞뒤가 들어맞지 않고 심지어 충돌하여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논문과 사실을 외면하고 자가당착에 빠진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등의 사례를 통해 정확한 글이 나오려면 생각이 정확해야 함을 말한다.

 

소설가나 전문 작가까지는 아니어도 우리가 일상에서 글을 써야 하는 경우는 자주 생긴다. 대개는 업무상 보고서이겠지만 저자는 수필, 자기소개서, 논문 등의 핵심이 되는 글쓰기 원리를 알려준다. 마치 내가 쓴 글을 첨삭해주는 듯 원문과 대안을 유형별로 제시한다. 사실 내가 잘 다듬어진 글을 원하는 이유는 남들 앞에 나설 때 말을 잘하고 싶어서다. 훌륭한 연설은 잘 읽히는 글을 소리 내어 말한 결과이기도 하다. 같은 내용이라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읽힌다면 전달력은 분명 달라진다. 글쓰기 훈련에는 첨삭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고 하니 저자가 제시하는 지침을 충실히 따르면 될 일이다. 첨삭의 사례로 원문과 대안을 마주 보게 하여 비교가 편리하며, 첨삭한 부분에 밑줄을 그어 보다 나아진 글을 확인하도록 구성한 점이 매우 독특하다. 문제 해결의 첫걸음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는 말처럼, 기존 예문들의 첨삭을 통해 평소 자신이 즐겨 쓰는 문체나 어법, 구성상의 오류가 있음을 알아채기 쉽도록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말처럼 모든 초고는 쓰레기이지만 초고를 어떻게 첨삭하느냐에 따라 글의 품격이 달라진다고 한다. 이제 더 이상 대학생은 아니지만, 글을 쓸 때면 이 책을 곁에 두고 첨삭 글쓰기 선생님으로 모시기로 했다. 얼굴 붉힐 일도, 계면쩍음도 피해 갈 정말 괜찮은 가정교사가 되어줄 책으로 추천해 드린다. (2023-04-06)

 

#첨삭글쓰기 #서평단 #박현애_교수 #서경호_논설위원 #이용재_감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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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 - 타인을 도우려 하는 인간 심리의 뇌과학적 비밀
스테퍼니 프레스턴 지음, 허성심 옮김 / 알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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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퍼니 프레스턴은 미시간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이자 생태 신경과학 연구소 소장으로, 기능적 신경 영상, 정신 생리학, 행동 연구를 통해 감정이 공감과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왔다. 이 책은 다른 사람이 고통받거나 어려움에 부닥친 것을 보았을 때 우리가 그들을 돕게 되는 충동과 동기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타인을 돕고자 하는 감정이 우리 종의 진화와 공동체 형성의 핵심 요소이며,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이기적이고 다른 인간에게 공격적이라는 생각에 반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기 경험과 동물(주로 설치류와 영장류) 및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타주의가 우리 뇌라는 시스템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를 설명한다. 인간은 여느 동물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종으로서 자손을 살아남게 하려는 생존 본능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이러한 본능이 덜 절실해졌지만, 저자는 우리의 도움이 다른 사람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한다면 이타주의가 진보와 성장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다른 사람을 돕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지원하고, 취약한 사람들을 돌보고자 하는 이러한 감정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많은 예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심리학, 신경과학, 신경생물학, 행동 및 생물학 분야의 진화 연구를 통해 얻은 과학적 증거에 의해 뒷받침된다.

 

행동하는 이타주의의 예는 대중의 상상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2007년 웨슬리 오트리는 한 청년이 발작을 일으켜 뉴욕 지하철 선로에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곧바로 뛰어내려 다가오는 열차가 바로 위를 지나가는 동안 청년의 몸을 자기 몸으로 눌러 목숨을 구했다. 몇 년 전 수중 동굴에 갇힌 태국 축구 선수들을 구하기 위한 노력에 전 세계가 열광한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구조대원 중 한 명이 작전 중 사망했지만, 소년들은 모두 구출되었다.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는 인류 문명의 첫 번째 흔적을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선사 시대의 골절된 대퇴골이 치유된 것을 언급했다. 이렇게 치명적인 부상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고려할 때, 이 고대 조상은 다른 사람들의 엄청난 보살핌이 없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은 때로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이기적이지만 칭찬받을 만큼 베풀기도 하고, 때로는 차갑고 이기적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관대하며, 시간이나 돈뿐만 아니라 생명과 사지까지도 아낌없이 내어주는 복잡한 종이다.

 

이 책은 인간의 이중적 성격의 놀랍고 따뜻한 면을 설명하기 위해 그럴듯한 가설을 세운다. '이타적 반응 모델'은 자손을 돌보려는 성인의 광범위한 본능을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성향은 부모의 성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만 부모의 성향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며, 인간의 어머니나 오로지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저자는 인간의 광범위한 선함을 설명하고픈 게 아니다. 다만 인류의 유전자에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고 여러 종에 걸쳐 존재하는 특정 유형의 이타주의가 존재하며, 심지어 영웅적으로도 돕고자 하는 동기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미시간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이자 생태신경과학연구소 소장인 프레스턴은 이타주의가 다차원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돈이나 관심을 기부하기로 마음먹기란 종종 시간이 걸리는 의식적인 숙고의 결과이다. 반면, 이타적 반응 모델은 오트리의 경우처럼 신속한 정신적 처리와 즉각적인 반응에 적용되며, 종종 생각에 앞선 자동적 행동으로 묘사되고는 한다.

 

저자는 이러한 충동이 돌봄에 특화된 포유류로서의 우리 조상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자손이 완전히 무력한 상태로 태어나고 발달이 느려서 엄청난 양의 보살핌이 필요한 '알트리셜' 종이다. 태어나자마자 바로 달릴 수 있는 어린 영양과는 대조적이다. 따라서 보살핌을 제공하려는 충동을 부여받지 못한 성체는 진화적 의미에서 적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며, 다시 말해 자기 유전자를 후손에게 전달하는 데 실패했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리고, 무력하고, 취약하고, 힘들어하는 피해자들에게 실천 가능하며 즉각적인 도움을 주고픈 충동을 느낀다.

 

심리학자 B. F. 스키너는 우리가 설명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존경스러운 행동을 공로로 인정하자고 제안했다. 이타적 충동이 부모의 보살핌에서 비롯된 다소 자동적인 반응 때문에 동기가 부여되고 다른 많은 포유류가 공유하는 행동이라면, 아마도 그 행동 역시 별로 존경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신경이나 쓸까? 감탄할 만한 일에 감탄을 표하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타적 반응 모델은 도우려는 결정이 의식적일 필요가 없으며, 종과 관계없이 기계적으로 작동한다. 시카고 동물원의 암컷 고릴라가 자기 새끼를 돌보던 중 우리에 빠진 3살짜리 남자아이를 구해낸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그 좋은 사례다.

 

프레스턴의 가설의 기초가 된 연구는 수십 년 전에 수행되었는데, 출산 후 몇 시간 동안 새끼를 계속 찾아다니던 어미 쥐는 연구원들이 지루해지고 지쳐서 포기할 때까지도 계속 새끼를 찾아다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의 이타심이 쥐에서 사람으로 단순하게 추론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오히려 진화의 시간 동안 본능 깊숙이 보존된 성향이라고 말한다. 이 부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는 유추와 상동성의 중요한 차이점을 설명한다. 전자는 기능의 융합(새와 파리의 날개)이고, 후자는 진화적 조상을 공유한 결과(박쥐의 날개와 인간의 팔)로 나타난다.

 

끝으로, 이 책의 장점은 과학적 엄격함과 타인에 대한 지원, 도움, 배려에 대한 진심 어린 예시가 섞여 있다는 것으로, 저자의 공감이 이 책의 모든 페이지에서 쏟아져 나온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진화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이론을 통해 인간은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돕고, 사랑하도록 설계된 사회적 존재라는 사실을 더욱 확신하게 된다. 혐오가 난무하고 인륜이 바닥을 치는 부정적인 상황의 압박 속에서 이 사실을 잠시 잊을지 몰라도, 인류의 진정한 본성은 생존과 배려에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타주의와 배려가 우리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관심이 있거나, 우리의 뇌가 어떻게 남을 돕는 행동과 태도를 진화시켜 왔는지 궁금한 독자라면 일독을 추천해 드린다. (2023-03-31)

 

#무엇이우리를다정하게만드는가 #뇌과학책 #심리학책 #과학책추천 #과학책읽기 #추천도서 #서평 #알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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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 - 타인을 도우려 하는 인간 심리의 뇌과학적 비밀
스테퍼니 프레스턴 지음, 허성심 옮김 / 알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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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진정한 본성은 생존과 배려에 있음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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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키퍼의 딸
안젤린 불리 지음, 김소정 옮김 / 문학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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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다우니스 폰테인은 프랑스/이탈리아계 어머니와 오지브웨족 파이어키퍼인 아버지라는 두 세계의 가족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이다. 그녀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아버지는 일곱 살 때 돌아가셨고, 삼촌 데이비는 이야기가 시작되기 몇 달 전에 돌아가셨으며, 할머니는 삼촌이 돌아가신 직후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큰 상실과 슬픔을 경험한다. 그녀는 또한 오빠의 죽음과 어머니의 병환을 모두 힘들게 받아들인 어머니와 함께 지내기 위해 예정되었던 미시간 대학교의 입학을 연기한다.

 

하나둘씩 여러 등장인물이 소개되면서 주인공 주변의 정황이 설명된다. 다우니스의 가장 친한 친구 릴리의 전 남자친구가 마약 조직과 싸우고 있고, 부족(部族) 선거가 진행 중이며, 데이비드 삼촌의 원인 모를 죽음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는 등 지역 사회에 뭔가 석연찮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암시한다. 다우니스의 할머니 펄은 세 명이 모이면 항상 나쁜 일이 일어난다며 복선을 깔아준다.

'하키의 신'인 다우니스의 이복오빠 리비는 팀에 새로 들어온 제이미 존슨과 친구가 되어 달라고 부탁한다. 제이미와 그의 삼촌 론은 다우니스의 삼촌 데이비드가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던 교사 자리를 대신하려고 마을로 이사 온다. 다우니스는 제이미와 가까워지면서 그가 해주는 이야기의 앞뒤가 맞지 않음을 발견한다. 제이미는 다우니스의 삶과 가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주지 않는다.

 

어느 날 밤, 릴리의 남자친구가 그녀를 살해한 후 자신에게 총을 겨눈다. 다우니스는 제이미가 고등학교 하키 스타이자 전학생이 아니라 동네에서 누군가 제조 유통하는 필로폰을 수사 중인 22살의 잠복 경찰임을 알게 된다. 론과 제이미는 다우니스에게 데이비드 삼촌이 맡았다가 사망하면서 중단했던 수사의 기밀 정보원(Confidential Informer)이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이 요청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했던 다우니스는 이것이 지역 사회를 진정으로 도울 방법임을 깨닫고 동의한다. 과학도인 다우니스는 직접 필로폰을 제조하는 연습을 통해 FBI가 필로폰 제조 방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런 종류의 작업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후보자였다. 게다가 다우니스의 이모 테디 덕분에 FBI는 이 필로폰을 특히 강화하는 성분이 그녀의 문화와 전통에 따라 행해지는 전통 의학에서 나온 것이라 믿는다.

 

수사가 진전되면서 다우니스는 점점 진실을 분간하기 어려워지고, 제이미와 다우니스가 수사하면서 함께 보낸 시간을 위장하려고 '사귀는 척'하는 동안 서로에 대해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갖는다. 다우니스의 전 팀 동료이자 친구였던 원주민 로빈과 헤더가 마약 과다복용으로 사망하자 다우니스는 그들이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론과 제이미가 정보원으로서 본연의 임무에서 여러 번 벗어나지만, 다우니스는 이 수사에서 자신의 강점은 단순히 FBI를 돕는 데 그치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녀의 진짜 목표는 지역 사회를 재건하는 것이었다. 마약에 대한 진실을 찾아 나선 다우니스는 지역 사회의 원로들과 시간을 보내고, 해서는 안 될 일에 연루된 사람들에게 경고를 날린다고 알려진 '작은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되면서 환각성 버섯이 첨가되었을 것이라는 FBI의 시각에서 벗어난다. 또한 다우니스는 트래비스가 마약을 만들 때 첨가한 것으로 의심되는 '나쁜 약'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결국 다우니스는 오빠와 그의 친구들이 하키계의 일부 부모들과 함께 마약을 만들어 유통하고 있었다는 진실을 밝혀내는데, 심지어 부족 판사 리바이의 어머니도 마약 제조를 은폐하는 데 한 몫 거들고 있음을 폭로한다. 그녀는 아들의 신변과 돈벌이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우니스와 제이미를 납치하고, 이 계획은 경찰의 추격과 다우니스의 병원 입원으로 이어진다. 다우니스는 오빠와 지역 사회 사람들의 배신에 슬퍼하지만, 소설이 끝날 무렵 선명한 시력(사람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선물 받는다. 다우니스와 제이미는 다우니스가 납치와 추격전에서 입은 부상으로 병원에서 퇴원하기 전에 헤어지지만, 언젠가 함께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마약 조직이 소탕되고 10개월 후, 다우니스는 하와이 대학교에 입학하여 민족 식물학과 전통 의학을 공부하기로 했음을 알린다. 조상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은 과거의 문을 열어두는 것이라는 다우니스의 굳은 믿음과 함께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 소수민족과 인종 차별의 현실 고발

다우니스는 두 지역 사회 사이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미시간주 소트 세인트 마리(Sault St. Marie)에 살며 아니시나베족인 친가 파이어키퍼스(Firekeepers)와 부유한 외가 폰테인(Fontaines) 가문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에 적응해나간다. 의사가 되고 싶다는 원대한 미래 청사진을 가지고 있지만, 외할머니가 뇌졸중에서 회복 중이기 때문에 대학 진학 계획을 미루기로 한다. 파이어키퍼 이복동생인 리비와 하키를 하며 여가를 보내다가 누군가 위험한 신종 마약을 판매하고 있으며 시체가 쌓여가는 것을 발견하면서 비극이 닥쳐온다.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내려 노력하는 동안 다우니스는 가족과 떨어져 자신의 과거를 은폐한다.

 

이 책은 강간, 마약, 인종 차별, 죽음과 같은 어려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오지브웨족의 문화적 질감과 잘 만들어진 캐릭터로 어둠과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다우니스는 입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불안한 소녀이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대처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일인칭 화법으로 내면의 독백을 드러내고 있으며, 독자들은 그녀가 반인종적 편견에 대항하고 사회악에 대처하는 동안 그녀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함께 겪는다. 강렬한 인상의 표지와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현대 미스터리라는 점이다. 이 책에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통문화, 하키 경기, 마약 수사, 사실과 수치로 사고하는 STEM 주인공이 등장한다. 다우니스에게 비밀 정보원이 되어 달라는 FBI 위장 요원 제이미가 접근하면서 약간의 로맨스가 펼쳐지기도 한다. 다우니스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슈가 아일랜드에 계속 등장하는 시체들에 대한 해답은 무엇일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부분이 흥미롭다.

 

질문하는 사람과 이유에 따라 원주민이라는 사실은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다. 누군가에게는 결코 원주민이 될 수 없는, 입장의 차이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다우니스는 혼혈이지만 여전히 자신이 속한 지역 사회 내의 편견에 직면해 있다. 하키는 대부분 남자 선수와 남성성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녀가 소속감을 느끼는 유일한 곳이다. 전통 의학과 과학뿐만 아니라 스포츠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대단히 돋보인다. 그녀는 확실히 강인한 성격의 주인공이며 그녀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이 작품은 어둡고 무거운 사회악을 주제로 삼았다. 마약 제조와 유통에 관한 내용이 심도 있게 다뤄지며 심지어는 FBI 요원들과 함께 마약 제조법을 배우는 수업도 등장한다. 또한 다수의 살인과 강간 등 강력 범죄가 일어나기도 하며 특히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에 대한 성적 학대는 책 전반에 걸쳐 강력한 담론으로 엮여 있다. 죽음과 흥미진진한 새로운 역할, 전통 의학에 관한 관심 표현 등으로 강렬하게 시작하지만, 중반으로 갈수록 상당히 지루해진다. 수사의 대부분을 다우니스가 직접 수행하면서 FBI에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별다른 일 없이 진행된다. 동료 하키 선수들과 어울리고, 병원에 계신 할머니를 방문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제이미에 대한 감정을 키우는 등 그녀의 일상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과정이 매우 반복적으로 펼쳐진다.

 

이 작품은 현대 소설치고는 분량이 많은 편이라 내용을 좀 더 압축적으로 구성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마침내 수사에 돌파구를 마련하면서 내용의 정체가 풀리지만, 중반부만큼은 별다른 진전이 눈에 띄지 않는다. 결말 부분으로 갈수록 매끈하지는 않아도 그간 주류 소설에서 다루지 않았던 독특한 소재란 점은 분명하다. 이제 곧 넷플릭스에서 시리즈로 공개된다고 하니 원작과 어떻게 달리 표현될지 사뭇 기대된다. (2023-03-31)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미소설 #파이어키퍼의딸 #소수민족 #인종차별 #미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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